희정은 하현이 10억을 더 빌려줄 것이라 계산하고 있을 때, 서울 공항에서 큰 사건이 발생했다.서울 공항은 항공편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가장 많은 항공편은 제주에서 날아온 비행기들이었다.이 때 슬림한 정장 차림에 곱슬 머리를 한 남자가 양손에 짐을 들고 출국장입구에 섰다.무관심한 표정으로 핸드폰 대신 장미 한 송이를 뒷짐 진 채 들고 있었다.그의 주위에 많은 어린 소녀들이 지나갈 때 그들은 그의 눈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이 시대에 사람을 데리러 갈 때 핸드폰을 보지 않는 남자는 매우 적었다. 이 제스처만으로도 수천 명의 소녀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잠시 후, 출국장에서 마침내 누군가가 나왔다.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 8명이 길을 연 뒤 50대 중반의 부자로 보이는 날씬하고, 그런대로 기품이 있는 여자가 등장했다.이미 나이가 들었지만 이 여인은 여전히 화장을 짙게 하였고, 최신 신상을 입고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그저 걸어 다니기만 했지만 모르는 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녔다.하선미. 강남 하 씨 가문의 2대째 범상치 않은 여인이었다.그녀는 중년에 남편을 잃고 슬하에 자식도 없으니 하 씨 집안에서는 외할머니도 친하지 않고, 아버지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그녀는 비즈니스에 머리가 있어 하 씨 가문에서 강남의 지위를 이용해 스스로 많은 돈을 벌었고, 본적은 다시 하 씨 가문을 받고 약간의 발언권도 얻었다.물론 전반적으로 하 씨 가문의 변두리 인물이긴 하지만 강남의 다른 사람들에게 그녀는 절대적으로 두려운 존재였다.이 시간, 그녀가 먼 길을 온 목적은 오직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 박시훈을 위해서였다.이전에 박시훈은 그녀의 시중을 들기 위해 제주로 갔었지만, 최근 박시훈은 그녀에게 서울에 와서 자신을 뒷받침해 달라고 이미 여러 차례 요구를 하였다. 왜냐하면 그가 이미 처참하게 어려움을 당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하선미는 결국 왔다. 그녀가 몹시
설 씨네 별장.하현은 은행에 가서 현금 10억을 찾았다.그가 현금이 든 비닐 봉지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을 때 희정의 눈은 모두 빨갛게 되었다.지금 그녀는 하현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알록달록한 지폐를 재빨리 뒤져보고, 진짜인 것이 확실해지자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증명서는? 네가 빚을 다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어?”고개를 들어올리며 희정이 들뜬 말투로 말했다.하현은 이미 준비된 문서를 꺼냈다. 안에는 하현의 서명이 있었을 뿐 아니라 변호사의 서명까지 되어있었다. 20억은 하현의 개인적인 채무이며 설은아와는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희정은 잠시 자세히 살폈고 다시 몇몇 전문 컨설턴트에게 전화를 한 뒤에 비로소 흐뭇한 미소로 증명서를 받아 들었다.이것이 있으면 그녀는 마음 놓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자금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이미 그녀와 관계가 없는데. 설은아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현을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내가 이렇게 하는 게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해?”설은아는 옆에서 10억은 한 번 쳐보지도 않고 하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전에 희정이 승낙을 한 후에 그녀는 이것이 하현에게 빚진 것처럼 보일 수 있기에 조금 후회가 되었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여러 해 동안 그는 계속 설 씨 집안에서 불평 없이 힘든 일을 마다 하지 않았다.설마 그가 손서연을 만나 정말 다른 일을 했을까?은아가 입을 열자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봐 주니 기분이 좋네. 여전히 나를 아껴주는 거 같아.”“히죽거리지 마. 네가 분명하게 설명해주기 전까지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방에도 들어올 수 없어.”설은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의 웃는 얼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일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이 때 희정은 이미 돈을 가지고 가서 금고에 넣어 두고 구두쇠 행세를 하고 있
얼굴 빛이 약간 변한 후 희정은 갑자기 일어나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쓸모 없는 녀석. 10억을 가져왔다고 해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말하는데 너는 적어도 10억은 더 가져와야 해. 그리고 빚은 여전히 네가 감당해야 되고!”“그래요. 문제없죠. 하지만 몇 년은 더 기다리셔야 할 거 같아요. 제가 방금 10억을 빌렸는데 그가 끝없이 돈을 빌려줄 수는 없지 않겠어요?”하현은 시원스럽게 입을 열었다.“너……”희정은 또 다시 안색이 바뀌었다. 잠시 후 말을 이었다.“설 씨 집안 데릴사위야. 너 지금 일하고 있잖아. 월급카드로 낼 수도 있지. 매월 월급은 내가 관리할게!”“어머니가 필요한 거면 제 월급카드를 줄게요.”하현은 살짝 웃었다. 이것은 전부 그의 계산 안에 있었다.이 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설유아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매형의 월급카드를 받는다는 건 희정이 그의 월급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렇게 되면 그를 설 씨 집안에서 쫓아낼 수 없게 된다.침실에서 설유아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그 월급카드로 뭐 하게? 그 놈이 한 달에 얼마나 벌 수 있겠어? 거기다 그 월급카드를 받으면 설 씨 집안에서 어떻게 쫓아낼 수 있겠어?희정은 차갑게 말했다.“그 동창이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돈을 빌려준 걸 보면 월급이 그렇게 낮지는 않을 거야. 그 돈이면 에르메스 몇 개는 더 살 수 있을 거야.“그를 설 씨 집안에서 쫓아 내는 건 네 언니 생각이 분명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돼. 지금은 아직 결정을 안 했어. 이 월급카드를 내가 공짜로 받은 건 아니야!”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희정도 당연하게 생각이 되었다. 하현이 정말로 설 씨 집에서 나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월급카드를 돌려줘도 늦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지금 하현의 카드는 그녀의 것이 되어야 한다.희정이 하현이 바람 핀 사실을 할아버지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설 씨 어르신은 벌써 사람을 시켜 설은아 집에 전화를 걸
설민혁은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 순간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하엔 그룹의 회장이라고 하면 이 일이 알려질까 두렵지 않니?모두 믿지 않았다. 이 형편없는 모습을 한 하현이 어떻게 하엔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단 말인가?전에 동류에게 프로포즈 했을 때도 그는 자신이 회장이라는 걸 숨기지 않았는데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사실이 이 우스갯소리를 증명해준다.지금 그가 또 이렇게 말을 하다니, 정말 뻔뻔스럽다.한쪽에 있던 설은아가 보다 못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속삭였다.“할아버지, 하현이 그 사장님의 회원 카드를 썼나 봐요……”“포르쉐를 운전시킨 그 사장?”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 말을 믿었다.포르쉐 같은 고급차를 운전기사에게 마음대로 운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부자라는 것을 말해준다.서울 호텔의 회원 카드는 돈만 있으면 최고급 회원 카드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그런데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다른 사람의 운전기사로 나섰다고? 부끄럽다!지금 설 씨 어르신은 하현을 보는 것이 어쩜 이렇게 불쾌한지 당장 문밖으로 쓸어 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하지만 방금 설민혁이 한 말을 떠올리며 그는 여전히 싸늘하게 말했다.“그만, 이 얘기는 그만해…… 하나만 묻자. 너 그 레스토랑에 갔을 때 단정치 않은 여자 한 명 데리고 갔었지?”“그 사람은 제 친구예요.”하현은 눈썹을 찡그리며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손서연이 그를 도와준 것이 적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더럽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너……”설 씨 어르신은 노발대발 화를 내며 이 데릴사위가 그 단정치 못한 여자와 내통하고서 아직도 자기 친구라고 하다니. 그는 정말 설씨 집안이 다 바보 천치인 줄 아나?한쪽에서 설 씨 어르신이 말한 이 이야기를 듣고서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안절부절 못했다.그녀는 바로 하현의 월급 카드를 가져가려고 했다. 아직 돈을 보지도 못했는데, 하현이 지금 쫓겨나가면 그녀는 다 잃
“기억해, 딱 한 번이야. 다음은 안 돼!”설 씨 어르신의 눈빛이 흐릿했다.“지금 은아가 재정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 은아가 프로젝트 책임자가 돼서, 네가 그녀를 등에 업고 기세 등등하게 설치면서 나는 안중에도 없구나”“만약 내가 원한다면 그녀의 모든 직책은 내려놔야 돼. 네가 날 뛸 밑천이 없어지게 만들 거야. 말 한마디면 끝이야!”“말씀하신 대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하현은 말을 마치고 바로 떠났다.설 씨 어르신의 말도 안 되는 협박은 누그러졌다.설은아는 프로젝트 담당자로서 설 씨 집안의 장래와 생사와 관계가 있었다.그는 이전에 설은아가 재정부장이 된 것도 참아낼 수 있었다.지금 감히 이런 일로, 설 씨 집안의 앞날의 운명을 걸 수 있겠는가?그는 할 수도 없었고, 그럴 배짱도 없었다.하현의 뒷모습을 보며 설 씨 어르신은 이를 꽉 깨물었다.3년 동안 하현은 설 씨 집에서 때리고 욕을 해도 말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신분은 개 한 마리와도 별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개 한 마리보다 못했다.하지만 설 씨 집안에서 설은아가 그 자리에 앉은 뒤부터 그의 태도가 거만 해지더니 더욱 날뛰었다.설 씨 어르신은 하현이 믿는 구석이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하현이 정말 그런 거라면 설씨 집안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니 그는 이런 일을 할 수가 없었다.“희정, 이게 네 데릴사위야. 나조차 안중에 없어.”설 씨 어르신은 한쪽으로 희정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희정은 평소에 얼마나 날 뛰고 떠벌리는지고 다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설 씨 어르신이었다.이 순간 그녀는 감히 말을 못하고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저 역시 은아를 그 사람이랑 이혼시키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정말 상황이 허락이 안되잖아요.”이전에도 그녀는 하현과 은아가 이혼하기를 기대했었다.하지만 하현이 그녀에게 월급카드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또 10억을 그녀에
“응? 무슨 방법?”설 씨 어르신은 궁금한 눈으로 설민혁을 힐끗 쳐다보았다. 자신의 손자는 항상 수준이 낮았는데 그에게 좋은 방법이 있을 수가 있겠나? 설마 또 무슨 나쁜 생각은 아니겠지?“할아버지, 이 데릴사위가 이렇게 날뛰는 이유는 할아버지가 마음이 약하고 설은아의 기세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설은아가 우리 설 씨 집안을 많이 도와줬다는 거 알아요. 그리고 은아도 할아버지 외손녀이고요. 할아버지는 일을 극단적으로 하고 싶지 않으시겠죠. 손바닥이나 손등이나 한 손이라, 다 중요하고 뭐 하나 뺄 수가 없으실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가도록 내버려두면 안 돼요.”설민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망할 놈은 제게 맡기세요.”설 씨 어르신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망할 놈이 되려나?“너 내가 지금 이 회장 자리를 너에게 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설 씨 어르신은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회장이 되야 제가 설민아를 제압할 수 있어요!”“거기다 설은아가 지금 벌써 거칠어져서 길들이기 힘들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셨어요? 은아가 겉으론 겸손해 보이지만, 하현 데릴사위의 태도를 보세요.”“그가 이렇게 날뛰는 건 평소에 설은아가 그 사람보다 더 날뛰고 있다는 증거예요!”“저 마저도 의심했어요. 이번에 하현이 단정치 못한 여자를 찾아서 이런 일들을 벌인 건 분명 설은아가 주선한 걸 거예요. 그래야 하현과 이혼할 수 있으니까요!”“일단 이혼하면 지금 조건으로 좋은 남편을 찾기가 쉽잖아요. 그 때가 되면 우리 설 씨 집안은 그를 떨어뜨려 놓기가 더 어려울 지도 몰라요. 은아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어요!”“할아버지도 힘들게 일궈낸 일을 결국 마지막에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실 거예요?”민혁은 지금 다급했다. 이번이 그가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이 자리에 앉아야만 그가 설은아를 더 넉넉히 상대할
설 씨네 집, 희정은 설은아의 방에 앉아서 손에 든 은행 카드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방금 하현이 그녀에게 준 것이다. 하현은 이미 회사 돈이 몇 억씩 들어가도록 지시했다.희정은 은행카드를 만지면서 타이르며 말했다.“은아야, 오늘 할아버지 말씀 이해했지? 할아버지는 당분간 너희를 이혼시키지 않으실 거야. 하지만 하현을 이대로 내버려 두진 않으실 거야!”“네 남자는 네 스스로 잘 봐야 돼. 요즘 그가 그 동창 회사에서 돈을 적게 벌지 않지? 만약 그렇다면 너는 그의 돈을 모두 손에 넣을 방법을 생각해야 돼. 엄마가 하는 말 잘 기억해야 돼. 남자가 돈을 벌면 망가진다!”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잘 들어. 엄마는 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 너는 생각도 못할 거야. 네가 지금 비록 설 씨 가문 기업의 재무부장이자 쇼핑몰 프로젝트 담당자이지만 너의 위에는 부사장이 있잖아. 만약에 네가 말을 듣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네 권리를 빼앗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네가 이 쓸모없는 녀석 때문에 너의 앞일을 지체해서는 안 돼!”“남자라는 물건은 알아듣게 잘 말을 해줘야 해. 돈을 한 푼도 못 받게 해둬야지. 화장실 청소나 하고 발이나 씻기던 때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었니?”희정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 때 하현이 얼마나 말을 잘 들었나? 지위가 개만도 못하게 고생해도 원망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일을 하기 시작하고 돈이 조금 생긴 이후부터 달라졌고 희정은 매우 어색해졌다.비록 그녀가 계속 이 데릴사위를 쓸모 없다고 싫어했지만 그는 정말 재주가 있었다. 희정은 익숙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모순되었다.“그럼 엄마 말은 이전 일은 그냥 넘어가자는 말이야?”은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이렇게 넘어 가자는 게 아니라. 넘길 수 있긴 하지만 그의 돈을 다 털어서 무일푼으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그를 쫓아 낼 때 더 편하다는 말이지!”희정은 웃으며 말했다.“명심해. 너를 위해서 그
그동안 하현과 하 씨 가문은 서로 화목했다. 그가 1조 원을 날린 뒤 하 씨 집안은 그를 찾지 않았고, 하 씨 그룹에 투자했던 일부 인사들도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다.원래 하현은 자신과 하 씨 집안이 더 이상 어떤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뜻밖에도 하 씨 가문의 사람이 찾아왔다.“당신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나와 하 씨 가문은 이미 관계가 없어. 서울은 지금 내 구역이야. 만약 내 그릇에서 살을 베고 싶다면 나는 혈육관계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나를 탓하지 마.”하현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싸늘한 눈빛이 가득했다.……이튿날 아침 일찍 하현은 식당에서 은아를 만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 은아는 지금 하현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서 아예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하현은 하 씨 집안 일이 설 씨 집안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때 설은아와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도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같은 시각.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지구.새 벤틀리에서 귀족 같아 보이는 중년 여인이 걸어 내려왔다.그녀의 뒤에 희끗희끗한 얼굴 빛을 띤, 딱 봐도 허약한 남자는 지금 흥분한 표정으로 따라 내려왔다. 비록 그는 지금 약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이 순간에도 억지로 몸을 곧게 세우려고 했다.“자기야, 여기가 바로 하엔 그룹 빌딩이야. 박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눈동자 안은 온통 뜨거운 빛이었다. 오늘부터 이곳은 바로 자신의 것이다.하선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제주와는 비할 수 없지만 이런 작은 곳에선 이런 회사도 괜찮은 편이에요. 시훈씨 올라가 보세요. 보직 서류가 있으니 이 회사는 이제 당신 거예요.”“자기야, 여전히 나를 가장 사랑하는 구나. 안심해. 내가 이 일을 예쁘게 처리 해줄게.”박시훈은 흥분했다. 오늘 하엔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기다 관건은 하선미가 자신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서 가게 되었다는 것
신사 상인 연합회 무리들은 부리나케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이를 본 종여군은 넋이 나간 듯 멍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그들은 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들이 하현 앞에서 찍 소리도 못하고 굽신거리다니!“좋아! 돈도 받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사람들 괜찮군!”하현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더 올 사람 없어? 있으면 또 오라고 해!”“여기 아직 사람이 부족하거든!”종여군은 바보가 아니다.이 광경을 보고 하현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걸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러니 하현의 말에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저렇게들 부리나케 달려가는 게 아니겠는가?종여군은 하현을 깊은 시선으로 쳐다본 뒤 부하들에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가자!”칠팔 명의 사람들이 돌아서려던 찰나 하현이 입을 열었다.“뭐 하는 거야?”“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야?”“함부로 와서 협박 섞인 말들을 잔뜩 퍼부은 것도 모자라 공사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나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질 않나!”“날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였다.“당신이 바라는 게 뭐야?”종여군이 이를 갈며 내뱉었다.“저쪽에 가서 사흘 동안 같이 일을 해야지. 그래야 이 일은 넘어갈 수 있겠어.”“내가 사람이 좋아서 먹고 자는 건 다 책임질게. 매일 16시간씩 열심히 일만 해주면 돼!”하현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현의 말을 듣고 가뜩이나 결벽증이 있는 종여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몇몇 싸움꾼들한테 겁 좀 줬다고 나 종여군을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난 LS건축자재 사람이야!”“똑똑히 들어! 지금 떠나려는 내 앞길을 막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거야!”“참담한 결과?”하현은 웃으며 손
하현은 종여군의 말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세상사를 많이 겪어보진 않았지.”“그래서 오늘 감히 내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똑똑히 보려고.”“흥! 그럼 보여드리지!”종여군은 냉소를 흘리며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뒤이어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개자식! 감히 내 사촌을 건드려?”“요즘엔 죽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얼뜨기들이 너무 맣아!”순간 누군가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며 나왔다.“이봐! 똑바로 말해 봐! 당신 뭐야?”“난 아무 배경도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건드린 적이 없었어.”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걸어 나왔고 그의 뒤에는 칠팔 명의 껄렁껄렁한 사람들이 뒤이었다.앞장섰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내가 누군지 알아?”“난 신사 상인 연합회 사람이야!”“우리 형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엄도훈이야!”“우리 형님한테 미움을 사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비참하게 죽는 일 밖에 없어!”“당신이 조금이나마 내세울 명성이 있어서 날 좀 두렵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당장 저세상 문턱을 넘을 거야!”종여군은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어유 어떻게 해? 당신 이제 완전히 끝난 것 같은데!”“신사 상인 연합회? 엄도훈?”하현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내 이름 알고 싶어?”“내 이름은 하현이야.”“헉!”이 말을 듣고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치다 바닥에 넘어졌다.그리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다.“뭐? 하, 하현?!”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종여군 일행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떠올리며 방금 이억 운운하며 의기양양할 때와는 딴판으로 누구랄 것 없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금정바닥을 휩쓸고 다닌 무리들은 방금 자신들이 거들먹거리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하현은 선글라스
”동의?”하현이 웃었다.“당신은 LS건축자재 사람에 불과해. 그런데 왜 이러는 거지? 자기가 무슨 관청이라도 되는 줄 알아? 오지랖도 참 넓군!”“어디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종여군이 노발대발하며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당신은 설마 이 바닥의 규칙도 모르는 거야?”“이 구역의 모든 인테리어와 자재 수송은 우리 LS건축자재와 계약이 되어 있어!”“인테리어를 하려면 누구나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우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축자재를 구매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계약을 위반한 거니 우리한테 처벌을 받아야 해!”“알아들었어?”여기까지 말하고 난 종여군은 테이블을 두드리며 거만하게 지시했다.하현이 싸늘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이해할 수 없군. 내가 내 건물에 인테리어를 하는데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종여군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예의상 곱게 말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저기 이봐. 정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인 거야?”“내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잘 이해하도록 말했잖아?”“우리가 이 구역의 인테리어를 전담하고 있다고!”“우리 쪽에서 건축자재를 사서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잖아!”“그렇게 안 하면 벌금 이억을 내야 해!”“어떻게 할 거야? 당신이 선택해!”말을 마치자마자 종여군은 동료에게 눈짓을 하며 하현에게 건축자재 가격표를 던져주라고 일렀다.하현은 그것을 들고 한 번 쭉 훑어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물건은 너무 비싸. 내가 직접 건축자재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비싸군. 당신한테 안 살 거야!”“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그 벌금도 내지 않을 거고.”“여기 당신들 환영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부탁인데 이만 가 줘!”“허! 세상 물정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멍청이를 만날 줄은 몰랐네!”종여군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건축자재를 사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겠다?! 간덩이가
하현은 이 상황에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는 부동산 물건을 사러 온 것이었다.제자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산전수전 다 겪은 황보동의 수가 역시 노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하현은 바빠지기 시작했다.황보동은 집을 하현의 명의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하현이 준 이백억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그는 입만 열면 스승님, 스승님이라는 말을 연발했고 돈은 일체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현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어쩌다 보니 결국 황보동을 학생으로 받아들여 겸사겸사 주역의 ‘환자결’을 전수하며 스승과 제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황보동은 보물을 얻은 듯 감격했고 당분간은 다른 사람의 풍수나 관상을 봐주는 데 시간을 쓰지 않고 오로지 환자결을 잘 연습하는 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그리고 장천중도 이 기회를 빌려 집복당에 머물렀고 하현에게 보다 확실하게 화자결을 배운 뒤에야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풍수관을 폐관했다.이렇게 해서 금정의 두 거대 풍수사가 잇따라 폐관하였고 하룻밤 사이에 금정의 많은 사람들은 풍수 관상을 봐주는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그로부터 며칠 뒤 황보정도 많이 회복되었다.그녀의 풍수지리술도 매우 수준이 높았으며 재능도 아주 뛰어났다.그래서 하현은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그녀에게 전수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어떻게 풍수를 보고 기운이 좋은 집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하현은 황보정을 이 분야의 대가로 양성해서 금정개발에 직접 내보낼 생각을 했다.이렇게 되면 금정개발은 앞으로 그가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토지를 매입할 때 절대 차질이 없을 것이다.역시 멀리 내다보고 행동하는 그의 책략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했다.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명성을 듣고 집복당을 찾아 풍수 관상을 보러 왔다.특별한 일이 있어서 찾아온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길일을 잡아 행사를 진행하려는 사람들과 좋은 풍수지리의 집이나 땅
황보동은 핏기를 잃은 진홍민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한 가지만 더 말해 두지.”“이 집은 꿈도 꾸지 마!”“하현한테 줄 거니까.”“아, 안 돼요!”진홍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난 이모할아버지의 친척이에요!”“하현은 남이고요! 어떻게 외부인한테 집을 주겠다는 거예요?”“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요!”“뭐? 받아들일 수 없어?”황보동은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난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이 집을 물러줄 수 있어서 좋기만 하구만!”진홍민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얼굴로 소리쳤다.“이러면 안 돼요! 하 씨 이놈은 전혀 풍수지리술을 할 줄 몰라요!”“이놈은 절대로 황보정을 살릴 수 없다고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얼굴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상상하지도 못한 전개에 그저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황보정이 마침내 조용히 일어선 것이다.공허한 눈빛으로 멍하니 시선을 배회하던 그녀의 눈망울에 생기가 감돌기 시작한 게 보였다.“보여요!”“정말 보여요!”황보정은 기쁨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벅찬 감동을 드러내었다.그녀는 자신의 여생을 어둠 속에서 보낼 것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겹겹이 가로막혀 길조차 없는 것 같았던 그녀의 삶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우선은 보려고 애를 쓰지 마.”하현이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며칠 동안은 평소처럼 휠체어에 앉아서 편안하게 쉬어.”“할아버지께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안약이나 사 달라고 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 달라고 해.”“3일 후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될 거야.”“당신이 풍수지리술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않는 한 여전히 쓸 수 있을 정도는 될 거야.”“좀 더 심오한 것은 나중에 완전히 회복된 다음에 다시 얘기해.”하현의 말을 듣고 황보정의 눈동자가 반짝반짝거렸다.하현이 자신을 살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풍수지리술
”쓱!”10분 후 황보동의 몸에서 번져 나온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하현이 손가락을 꼽으며 일정 거리를 걸어 나왔고 검은 기운을 훅하고 내뿜었다.검은 기운이 공기 중에 사라진 후에야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요. 몇 분만 더 가만히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으면 시력도 회복할 수 있고 기운도 회복할 거예요.”“툭!”이때 진홍민은 하현을 밀쳐내고 황보정 앞에 달려가 그녀의 몸에 있는 붉은 주사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안 돼!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탁!”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듯 간민효가 손바닥을 뒤로 젖혔다가 진홍민의 얼굴에 세차게 내리쳤다.진홍민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몸이 날아갔다.하지만 이내 얼굴을 가린 채 기어 나와 입을 열었다.“이러면 진짜 큰일 나! 큰일 난다고!”“저 주사 흔적을 지워야 해!”“퍽!”황보동이 순간 앞으로 나서며 세차게 뺨을 후려갈겼다.그래도 진홍민은 다시 기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왜 절 때리는 거예요?”진홍민은 언짢은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정이를 위해서예요!”“정말로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 정이를 해칠 뿐이라고요!”그녀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는 걸 알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이백억이 걸린 문제다!그냥 날름 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녀는 중천그룹 사람이었지만 돈이 별로 없었다.이백억이라는 거금은 그녀가 돈에 쥘 수 없는 돈이었다.그녀가 데려온 사람이 황보정을 살렸든 살리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든 어쨌든 이 집은 그녀의 손에 넘어올 것이었다.그런데 하현이라는 놈이 또 나타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만약 하현이 황보정을 살려낸다면 절대로 자신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진홍민은 자신의 오랜 노력이 이대로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정말 내가 노망이라도 난 줄 아느냐?”황보동이 차가운 얼굴로 진홍민을 노려보았
진홍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눈꺼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자신이 한없이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이렇게 강한 자였다니?!그리고 자신이 의지했었던 남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얼굴이 부어터지도록 만신창이가 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던 진홍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일어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장천중과 장용호의 태도를 보고 잠자코 있던 하현이 결국 나서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다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풍수술을 배우는 것은 겉치레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만약 오늘 자신이 마침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장용호의 서툰 솜씨에 황보정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장용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꼭 명심할게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지금부터 그 말을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장용호에겐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장천중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자결은 확실히 황보정의 체내에 있는 나쁜 기운과 사악한 기운을 없앨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그녀의 두 눈을 뜨게 할 수는 없습니다!”“작은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려면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배의 능력이 충분히 좋아야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화자결은 황보정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아! 화자결로도 해결 못 하는 건가?”장천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난 하 대사의 방법으로 하면 황보정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