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씨네 집, 희정은 설은아의 방에 앉아서 손에 든 은행 카드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방금 하현이 그녀에게 준 것이다. 하현은 이미 회사 돈이 몇 억씩 들어가도록 지시했다.희정은 은행카드를 만지면서 타이르며 말했다.“은아야, 오늘 할아버지 말씀 이해했지? 할아버지는 당분간 너희를 이혼시키지 않으실 거야. 하지만 하현을 이대로 내버려 두진 않으실 거야!”“네 남자는 네 스스로 잘 봐야 돼. 요즘 그가 그 동창 회사에서 돈을 적게 벌지 않지? 만약 그렇다면 너는 그의 돈을 모두 손에 넣을 방법을 생각해야 돼. 엄마가 하는 말 잘 기억해야 돼. 남자가 돈을 벌면 망가진다!”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잘 들어. 엄마는 너를 위해 그러는 거야. 너는 생각도 못할 거야. 네가 지금 비록 설 씨 가문 기업의 재무부장이자 쇼핑몰 프로젝트 담당자이지만 너의 위에는 부사장이 있잖아. 만약에 네가 말을 듣지 않으면 할아버지가 네 권리를 빼앗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네가 이 쓸모없는 녀석 때문에 너의 앞일을 지체해서는 안 돼!”“남자라는 물건은 알아듣게 잘 말을 해줘야 해. 돈을 한 푼도 못 받게 해둬야지. 화장실 청소나 하고 발이나 씻기던 때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었니?”희정은 감탄하며 말했다. 그 때 하현이 얼마나 말을 잘 들었나? 지위가 개만도 못하게 고생해도 원망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일을 하기 시작하고 돈이 조금 생긴 이후부터 달라졌고 희정은 매우 어색해졌다.비록 그녀가 계속 이 데릴사위를 쓸모 없다고 싫어했지만 그는 정말 재주가 있었다. 희정은 익숙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모순되었다.“그럼 엄마 말은 이전 일은 그냥 넘어가자는 말이야?”은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이렇게 넘어 가자는 게 아니라. 넘길 수 있긴 하지만 그의 돈을 다 털어서 무일푼으로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그를 쫓아 낼 때 더 편하다는 말이지!”희정은 웃으며 말했다.“명심해. 너를 위해서 그
그동안 하현과 하 씨 가문은 서로 화목했다. 그가 1조 원을 날린 뒤 하 씨 집안은 그를 찾지 않았고, 하 씨 그룹에 투자했던 일부 인사들도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고 떠났다.원래 하현은 자신과 하 씨 집안이 더 이상 어떤 관계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뜻밖에도 하 씨 가문의 사람이 찾아왔다.“당신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든 상관없어. 하지만 나와 하 씨 가문은 이미 관계가 없어. 서울은 지금 내 구역이야. 만약 내 그릇에서 살을 베고 싶다면 나는 혈육관계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나를 탓하지 마.”하현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싸늘한 눈빛이 가득했다.……이튿날 아침 일찍 하현은 식당에서 은아를 만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 은아는 지금 하현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서 아예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하현은 하 씨 집안 일이 설 씨 집안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때 설은아와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도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같은 시각.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 지구.새 벤틀리에서 귀족 같아 보이는 중년 여인이 걸어 내려왔다.그녀의 뒤에 희끗희끗한 얼굴 빛을 띤, 딱 봐도 허약한 남자는 지금 흥분한 표정으로 따라 내려왔다. 비록 그는 지금 약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지만 이 순간에도 억지로 몸을 곧게 세우려고 했다.“자기야, 여기가 바로 하엔 그룹 빌딩이야. 박시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눈동자 안은 온통 뜨거운 빛이었다. 오늘부터 이곳은 바로 자신의 것이다.하선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제주와는 비할 수 없지만 이런 작은 곳에선 이런 회사도 괜찮은 편이에요. 시훈씨 올라가 보세요. 보직 서류가 있으니 이 회사는 이제 당신 거예요.”“자기야, 여전히 나를 가장 사랑하는 구나. 안심해. 내가 이 일을 예쁘게 처리 해줄게.”박시훈은 흥분했다. 오늘 하엔 그룹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기다 관건은 하선미가 자신과 함께 가지 않고 혼자서 가게 되었다는 것
이 늙은 요괴가 자신 곁에 없으니 자기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하선미는 덤덤히 박시훈을 떠나 보내고 벤틀리를 타고 떠났다. 이 젊은 남자는 요 며칠 동안 그녀를 매우 기쁘게 달래주었다. 그가 이렇게 자기 가문의 회사를 원하는 이상, 그녀 역시 그를 돕는걸 마다하지 않았다.결국 이런 지사에 있는 회사에서 하 씨 가문의 사람을 만나면 자리를 물러나는 수밖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하선미가 떠나자 박시훈은 뒷짐을 지고 눈앞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는 멸시하는 눈으로 앞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어? 박시훈? 너 여기 식당도 아니고 하엔 그룹에서 뭐해?”그가 회사의 정문에 들어서려 할 때 요염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시훈은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입을 연 사람은 그의 대학 동창 진세리였다.사실 박시훈은 이전에 설은아 외에 진세리와 안지수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신분을 내세울 자리가 어디 있는지, 아직 그런 인복을 갖출 자격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박시훈은 예전과 달라졌고, 곧 하엔 그룹의 회장이 된다. 이전에는 높기만 했던 여신이 지금은 그의 눈에는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잇감으로 비춰졌다.비록 어젯밤 내내 파란 알약을 먹었지만, 오늘 여전히 몸이 허약했다. 하지만 지금 진세리를 바라보는 박시훈은 침략적인 눈빛으로 가득 찼다.“동창생, 이런 우연이 있나!”박시훈이 입을 열었다.“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 우리 회사에 지원하러 왔어? 만약 그렇다면 동창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월급을 더 줄게.”“우리 회사?”진세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눈 앞의 회사는 하엔 그룹이었다. 그 해에 젊은 회장은 신비롭기 그지 없었다. 설마 이 박시훈이 전설의 그 신비롭기 그지 없다는 회장인가?“응, 내 회사.”박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예전에는 인수할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일이 없어서 회사를 인수받으러 왔어. 어떤 사람들이 서울에서 우리 회사 이름을 빌려서 풍파를 일으
박시훈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누가 하엔 그룹의 새 회장이 하 씨 성이래? 설은아의 데릴사위가 하 씨 성인데 그럼 그 사람이 새 회장이겠어?”진세리의 얼굴에는 투덜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놈이 말하는 게 그럴 듯한데 설마 진짜인가?“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해보자. 어차피 내가 부임 하는 게 급하지도 않으니 오늘 네가 직접 만든 밥 한끼 차려주면 내 보직 서류를 보여 줄게. 어때?”박시훈은 진세리를 위 아래로 훑어보면서 마음속으로 욕망을 품었다.요 며칠 그 늙은 요녀와 함께 있으니 정말 구역질이 났다. 눈 앞의 이 젊고 화사하고 관능적인 여인은 정말 그를 설레게 했다.진세리 역시 어리석지 않았다. 박시훈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원래 명문 가문에 시집을 가려고 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비로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자. 만약 네가 나에게 보직 서류를 보여주면 오늘 점심은 내가 한 턱 쏠게. 어때?”“봐봐.”박시훈은 서류가방을 진세리에게 건넸다. 진세리는 안에는 서류를 꺼내어 한 번 쳐다보더니 온 몸이 휘청거렸다.그녀는 요 며칠 하엔 그룹의 새 회장에게 시집가려고 일념으로 바라왔다. 그래서 하 씨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서류, 특히 보직 서류 등을 연구해 왔다.눈앞의 이 문서는 서식부터 도장까지 모두 그녀가 본 것과 똑같았다.눈앞의 박시훈이 정말 하엔 그룹의 새 회장인 셈이었다.이러한 생각에 미치자, 진세리의 눈에는 사랑이 솟아올랐다. 그녀는 박시훈의 팔을 잡고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아잉, 박 회장님. 당신이 원한다면, 나와 함께 집에 가요. 내가 바로 밥을 지어줄게요.”박시훈은 비록 늙은 요괴가 있어서 그는 오랫동안 진세리를 가질 수 없었지만 속으로 기뻤다. 그녀에게 들키면 한 대 얻어 맞을 것이었다.하지만 이 순간 그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었다.진세리 역시 감격에 겨웠다. 마침내 명문 가문에 시집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
진세리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는 가장 먼저 홈 웨어로 갈아 입으며 원래부터 요염했던 몸매를 더욱 섹시하고 완벽하게 표현했다.박시훈은 이 장면을 보고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눈에 띄는 유혹을 하다니, 이런 꽃밭의 베테랑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아,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예전에 그가 그저 박 씨 집안의 도련님이었을 때 박 씨 집안은 삼류 집안이었다. 정말 그에게는 자본을 가져올 방법이 없어서 설은아를 보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그를 무시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새 회장으로 부임하는 첫날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다니 정말 좋았다.진세리가 음식을 할 때 박시훈은 그녀의 뒤로 걸어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진세리, 요리 솜씨는 좀 볼 품이 없네……”진세리는 잠시 흥분되면서도 긴장되기 시작했다.“너……거실에 가서 기다려. 금방 괜찮아 질 거야….”비록 그녀는 이미 결정을 내렸지만 지금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박시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진세리의 팔을 잡았다.진세리는 지금 긴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하지만 명문 집안에 시집가는 것을 생각해봤다.박시훈은 살짝 웃으며 진세리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하지만 진세리는 기괴한 얼굴을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복잡한 얼굴로 욕실로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침실에서 박시훈의 얼굴은 절망적이었다.“진세리, 안심해. 내가 요 며칠 여행에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 뿐이야. 오늘 밤 다시 돌아올게. 잘 지내보자.”박시훈은 옷을 입었다. 거실에서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진세리는 가볍게 “응” 하고는 욕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설마 명문가문에 시집을 가기 위해 이런 남자한테 시집을 가겠다는 말인가?
박시훈이 떠난 뒤 진세리는 거실에 앉아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박시훈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명문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그녀의 오랜 꿈이고 그녀의 마음의 병이지만 명문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정말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가?그녀 주변에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한 사람이었다.한참을 고민하던 진세리는 핸드폰을 가져와 절친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아야, 너 요즘 하현하고 관계는 어때?”진세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설은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이상하게 여겼다.진세리는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만약에 단순히 남자랑 같이 살면 부부의 정이 생겨?”설은아는 어리둥절했다.진세리는 더듬거렸다. 지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설은아는 알았다. 최근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탄식하며 말했다.“나도 몰라. 하지만 감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 같아.”이쯤 되자 은아의 표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설마 하현과 서연이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 두 사람이 이래서 그런 것일까?설마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둘의 감정이 순리대로 풀릴 수 있을까?이 때 진세리에 의해 은아는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가 적극적으로 한 걸음 나설 수 있을까? 이 역시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손님 대하듯 지내왔는데, 여자로서 그녀가 지금 어떻게 나설 수 있겠는가?은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편 세리는 뒤엉킨 얼굴로 전화를 끊고 소파에 주저 앉아 어쩔 줄 몰라 했다.……하엔 그룹.박시훈은 격식을 차린 옷차림에 기품까지 더해져 경비원들도 그를 막지 않았다.안내 데스크에 도착한 그는 데스크에 있는 젊고 아름다운 어린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본 뒤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이슬기씨 좀 내려와서 만나보자고 해.”
“회장님 비서요?” 안내 데스크 직원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현재 하엔 그룹은 서울에서 지위가 매우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슬기씨를 깍듯하게 만나자고 요청하는데 박시훈처럼 기세가 등등한 사람은 처음 봤다. “내가 3분 줄게. 만약 그 안에 안 나오면 그녀는 더 이상 회장 비서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거야.”박시훈은 비웃었다. 그는 오늘 권력을 빼앗으러 왔는데 어떻게 정중히 대할 수 있겠는가? 안내 데스크에 있던 아가씨는 경악하는 표정으로 박시훈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 돌았나? 그는 이슬기가 하현이 가장 믿고 맡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나?“선생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하엔 그룹입니다. 당신같이 예의가 없는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환영 받지 못합니다.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르겠습니다.” 안내원은 차갑게 말문을 열었다. 박시훈은 두 손을 안내 데스크에 올려 놓은 채 킥킥거리며 말했다. “네 말은 지금 나한테 당장 나가라는 거야? 안내원 주제에 네가 뭔데? 사람을 불러서 나를 내 보내겠다고? 어르신을 불편하게 만드네? 내가 오늘 너를 무릎 꿇게 만들 거야!”안내원 아가씨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그 순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정말 우리 하엔 그룹에 오실 준비가 되셨나요? 결과를 잘 생각해 보셨어요?” “퍽!”따귀 하나가 바로 안내 데스크 직원의 얼굴 위로 떨어졌고, 우렁찬 소리가 홀 전체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직원, 고객, 경비원 모두 허둥대며 놀랐다. 올해 하엔 그룹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감히 또 있을까? 이전에 설 씨 집안 설민혁이 안내원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바로 쫓겨났다. 이놈은 곰의 심장과 표범의 쓸개를 먹을 만큼 대담한 녀석인가? 감히 안내원 아가씨를 때리다니?결국 박시훈은 주변의 경악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거리낄 것이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다시 한 번 나한테 삐뚤게 하
고통스런 얼굴로 자신의 뺨을 가린 안내 데스크 아가씨는 지금 박시훈의 기세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이렇게 거만한 사람은 처음 봤다. “했던 말을 다시 또 하고 싶지 않아.”박시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시에 길게 늘어서서 올라오는 경비원들이 보였다. “너희들이 만약 죽고 싶어서 올라오더라도, 이후의 감당은 너희가 해야 할 거야!”한 무리의 경비원들이 박시훈과 눈을 마주치자 그 기세에 놀라 몸서리를 쳤다. “저……제가 이슬기 비서에게 전화할게요……”안내 데스크 직원이 이슬기 사무실 전화번호로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녀석이 왜 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슬기가 나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현장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몇 분 후, 이슬기가 홀에 나타났다. 그녀 옆에는 김겨울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막 일을 의논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말을 들고 바로 내려왔다. “비서님. 드디어 오셨군요!”“안 오셨으면, 우리 회사가 다 무너질 뻔 했습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코가 멍들고 얼굴이 부어있었다. 다른 경비원들은 입을 다물고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이슬기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반문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경비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감히 손찌검을 한 거예요?”“이 비서님, 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이 날 뛰면서 3분 안에 비서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했어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눈물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때린 거라고?이슬기는 기세가 드높은 그를 한 눈에 알아봤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박시훈. 이 남자는 서울에서 삼류 집안 사람인 거 같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하엔 그룹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는가? 그는 아직 이런 자격이 없지 않은가?“이 사람? 이 사람은 그럴 배짱이 없을 텐데?”이슬기는 눈썹을 찡그렸다. 서울에서 하엔 그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