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리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는 가장 먼저 홈 웨어로 갈아 입으며 원래부터 요염했던 몸매를 더욱 섹시하고 완벽하게 표현했다.박시훈은 이 장면을 보고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눈에 띄는 유혹을 하다니, 이런 꽃밭의 베테랑이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아, 역시 사람은 돈이 있어야 하는구나.예전에 그가 그저 박 씨 집안의 도련님이었을 때 박 씨 집안은 삼류 집안이었다. 정말 그에게는 자본을 가져올 방법이 없어서 설은아를 보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그를 무시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새 회장으로 부임하는 첫날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다니 정말 좋았다.진세리가 음식을 할 때 박시훈은 그녀의 뒤로 걸어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진세리, 요리 솜씨는 좀 볼 품이 없네……”진세리는 잠시 흥분되면서도 긴장되기 시작했다.“너……거실에 가서 기다려. 금방 괜찮아 질 거야….”비록 그녀는 이미 결정을 내렸지만 지금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박시훈은 갑자기 손을 뻗어 진세리의 팔을 잡았다.진세리는 지금 긴장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하지만 명문 집안에 시집가는 것을 생각해봤다.박시훈은 살짝 웃으며 진세리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하지만 진세리는 기괴한 얼굴을 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복잡한 얼굴로 욕실로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침실에서 박시훈의 얼굴은 절망적이었다.“진세리, 안심해. 내가 요 며칠 여행에 너무 피곤해서 그랬을 뿐이야. 오늘 밤 다시 돌아올게. 잘 지내보자.”박시훈은 옷을 입었다. 거실에서 멋쩍은 듯 입을 열었다.진세리는 가볍게 “응” 하고는 욕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설마 명문가문에 시집을 가기 위해 이런 남자한테 시집을 가겠다는 말인가?
박시훈이 떠난 뒤 진세리는 거실에 앉아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박시훈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명문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그녀의 오랜 꿈이고 그녀의 마음의 병이지만 명문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정말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가?그녀 주변에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한 사람이었다.한참을 고민하던 진세리는 핸드폰을 가져와 절친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은아야, 너 요즘 하현하고 관계는 어때?”진세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설은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이상하게 여겼다.진세리는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만약에 단순히 남자랑 같이 살면 부부의 정이 생겨?”설은아는 어리둥절했다.진세리는 더듬거렸다. 지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설은아는 알았다. 최근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탄식하며 말했다.“나도 몰라. 하지만 감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 같아.”이쯤 되자 은아의 표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설마 하현과 서연이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 두 사람이 이래서 그런 것일까?설마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둘의 감정이 순리대로 풀릴 수 있을까?이 때 진세리에 의해 은아는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가 적극적으로 한 걸음 나설 수 있을까? 이 역시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손님 대하듯 지내왔는데, 여자로서 그녀가 지금 어떻게 나설 수 있겠는가?은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편 세리는 뒤엉킨 얼굴로 전화를 끊고 소파에 주저 앉아 어쩔 줄 몰라 했다.……하엔 그룹.박시훈은 격식을 차린 옷차림에 기품까지 더해져 경비원들도 그를 막지 않았다.안내 데스크에 도착한 그는 데스크에 있는 젊고 아름다운 어린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본 뒤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이슬기씨 좀 내려와서 만나보자고 해.”
“회장님 비서요?” 안내 데스크 직원이 의심스럽게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현재 하엔 그룹은 서울에서 지위가 매우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슬기씨를 깍듯하게 만나자고 요청하는데 박시훈처럼 기세가 등등한 사람은 처음 봤다. “내가 3분 줄게. 만약 그 안에 안 나오면 그녀는 더 이상 회장 비서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거야.”박시훈은 비웃었다. 그는 오늘 권력을 빼앗으러 왔는데 어떻게 정중히 대할 수 있겠는가? 안내 데스크에 있던 아가씨는 경악하는 표정으로 박시훈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 돌았나? 그는 이슬기가 하현이 가장 믿고 맡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나?“선생님,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하엔 그룹입니다. 당신같이 예의가 없는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환영 받지 못합니다. 지금 당장 나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르겠습니다.” 안내원은 차갑게 말문을 열었다. 박시훈은 두 손을 안내 데스크에 올려 놓은 채 킥킥거리며 말했다. “네 말은 지금 나한테 당장 나가라는 거야? 안내원 주제에 네가 뭔데? 사람을 불러서 나를 내 보내겠다고? 어르신을 불편하게 만드네? 내가 오늘 너를 무릎 꿇게 만들 거야!”안내원 아가씨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그 순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정말 우리 하엔 그룹에 오실 준비가 되셨나요? 결과를 잘 생각해 보셨어요?” “퍽!”따귀 하나가 바로 안내 데스크 직원의 얼굴 위로 떨어졌고, 우렁찬 소리가 홀 전체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직원, 고객, 경비원 모두 허둥대며 놀랐다. 올해 하엔 그룹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감히 또 있을까? 이전에 설 씨 집안 설민혁이 안내원을 희롱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바로 쫓겨났다. 이놈은 곰의 심장과 표범의 쓸개를 먹을 만큼 대담한 녀석인가? 감히 안내원 아가씨를 때리다니?결국 박시훈은 주변의 경악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거리낄 것이 없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다시 한 번 나한테 삐뚤게 하
고통스런 얼굴로 자신의 뺨을 가린 안내 데스크 아가씨는 지금 박시훈의 기세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 이렇게 거만한 사람은 처음 봤다. “했던 말을 다시 또 하고 싶지 않아.”박시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시에 길게 늘어서서 올라오는 경비원들이 보였다. “너희들이 만약 죽고 싶어서 올라오더라도, 이후의 감당은 너희가 해야 할 거야!”한 무리의 경비원들이 박시훈과 눈을 마주치자 그 기세에 놀라 몸서리를 쳤다. “저……제가 이슬기 비서에게 전화할게요……”안내 데스크 직원이 이슬기 사무실 전화번호로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녀석이 왜 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슬기가 나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현장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몇 분 후, 이슬기가 홀에 나타났다. 그녀 옆에는 김겨울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막 일을 의논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회사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말을 들고 바로 내려왔다. “비서님. 드디어 오셨군요!”“안 오셨으면, 우리 회사가 다 무너질 뻔 했습니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코가 멍들고 얼굴이 부어있었다. 다른 경비원들은 입을 다물고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 이슬기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반문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경비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떻게 감히 손찌검을 한 거예요?”“이 비서님, 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이 날 뛰면서 3분 안에 비서님이 나타나지 않으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 했어요.”안내 데스크 직원은 눈물을 흘렸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때린 거라고?이슬기는 기세가 드높은 그를 한 눈에 알아봤다. 이 남자의 이름은 박시훈. 이 남자는 서울에서 삼류 집안 사람인 거 같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하엔 그룹에서 소란을 피울 수 있는가? 그는 아직 이런 자격이 없지 않은가?“이 사람? 이 사람은 그럴 배짱이 없을 텐데?”이슬기는 눈썹을 찡그렸다. 서울에서 하엔 그룹의
박시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바로 보직 문서를 이슬기에게 날렸다. “오늘부터 이 회사는 내 소관이야. 이번이 그녀에게 마지막 매 이기를 바라. 만약 말을 안 들으면, 다음은 이렇게 뺨 한 대처럼 간단하지 않을 거야.”이슬기는 무의식적으로 서류를 받아 문서 내용을 보고는 멍하니 서있었다. 하씨 가문이 서명한 문서의 내용은 박시훈이 하엔 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내용이었다……이게……어떻게 가능하지?하현 회장이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거기다 하씨 가문은 왜 이름도 없는 작은 인물을 회장 자리에 앉혔을까? 이거 장난 아니야?“이 서류, 어디서 난 겁니까? 거짓으로 조작한 결과는 확실히 알고 있겠죠?” 이슬기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조작? 내가 조작했다고? 너는 어쨌든 회장 비서면서도 이 문서를 분별할 줄도 몰라? 아니면 나 같은 사람이 너희들 회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쉽지만, 네가 말해도 안되고, 내가 말해도 안되니 이 일은 위에서 말한 대로 처리해!”박시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말은 슬기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녀의 몸은 약간 흔들렸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박시훈이 정말 하씨 가문에서 위임하여 파견되었다니, 그럼 하현 회장님은 어떻게 하나? “내 사무실로 데려다 줘.” 박시훈은 손을 뻗어 슬기의 턱을 들어 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슬기는 거칠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화가 날 것 같았지만 억지로 자신을 진정시킨 다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이쪽으로 가주세요. 이것이 사실인지 제가 직접 위쪽에서 확인을 해봐야겠어요.” “네 마음대로 해.”박시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일은 하선미가 주선한 것이니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겠는가? 이슬기가 어떻게 조사 확인을 하든 상관없다. 이 일은 가짜 일리가 없으니까. 슬기는 김겨울을 한 번 힐끗 쳐다본 뒤, 엘리베이터로 빠르게 올라갔다. 김겨울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이 광경을 본 직원들을 재빨리 회의실에
슬기의 얼굴빛은 한 순간에 비할 데 없이 안 좋게 변했다. 그녀는 결코 함부로 행동하는 여자가 아니다. 만약 하현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녀는 또 가능했을지……그러나 박시훈이라는 이 얄미운 놈이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억지로 마음속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말했다. “저는 이미 하씨 가족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당신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당신이 우리 회사의 회장이든 아니든 상관 없지만, 여기서 우리는 회장과 비서 모두 단순히 위아래 관계일 뿐이니, 저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존중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존중?” 박시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었다. 박시훈은 의자에서 일어나 ‘쾅’하고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의 이런 행동을 보자 이슬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박시훈씨, 뭐 하는 거예요?”“뭐 하냐고?” 슬기의 표정을 보며 박시훈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방금 너한테 이미 말하지 않았나? 어차피 나는 지금 별 일이 없어. 이게 정상 아닌가?”슬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박시훈이 이렇게 나쁜 짓을 하고도 전혀 개의치 않아하고, 수치를 모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은 이미 그가 암시하는 것을 거절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나? 이런 일은 정상적인 남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슬기는 문 입구 쪽으로 세차게 걸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훈씨, 저를 내보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 겁니다!”“무례하게? 어떻게 무례하게 굴 건데? 내가 만약에 내 비서 하나 감당하지 못한다면 내가 회장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박시훈은 굶주린 호랑이처럼 바로 슬기의 몸을 덮쳤다. 이슬기는 뺨을 한 때 때렸지만 오히려 박시훈은 더욱 흥분했다. 거기다 그녀는 박시훈의 신분이 두려워 감히 손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박시훈에 의해 빠르게 두 손이 묶였다. 아침에 박시훈은 화가 많
“술 마실 때 벌주는 안 마시지?”말을 마치자 박시훈은 슬기의 얼굴을 때렸고, 동시에 왼손으로 슬기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슬기는 통증 때문에 소리를 냈지만, 박시훈은 동정하기는커녕 더욱 흥분했다. 그는 요 며칠 그 늙은 요괴에게 몹시 시달렸고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 채 끊임없이 짓밟혔다. 이 때 슬기 앞에서 한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보아하니 회장이랑 너는 아직 안 했나 보네? 그렇다면 이 어르신이 가르쳐주지!” 박시훈은 오만 방자한 얼굴로 이 순간 뒷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하엔 그룹의 회장이었다. 비서 한 명과 잔다고 무슨 뒷일이 있겠는가? 슬기가 발버둥치자 방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김겨울이 밖에서 홀 일을 마치고 막 올라왔다.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듣고 문을 밀었을 때 눈앞에 광경이 펼쳐졌다. “박시훈! 이 짐승 같은 놈! 너 손 놔!”김겨울은 겁에 질려 있었지만, 전에 슬기가 그녀를 도와 준 적이 있어 그녀도 슬기가 눈앞에서 이렇게 당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어서 짐승을 짓밟아 버렸다. 그녀는 힘겹게 의자 하나를 들어 올려 박시훈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이 천한 놈아!”박시훈은 두들겨 맞아 맥없이 쓰러졌다. 그는 요 며칠 하선미에게 몸이 붙들려 있었는데, 지금 이렇게 두들겨 맞으니 그는 잠시 눈앞이 캄캄해지고 어지러웠고 힘이 없었다. “이 년아, 이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어르신과 비서가 장난 좀 치는 건데? 믿든지 말든지 너는 내일 당장 해고야!” 박시훈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는 험상궂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입에 있던 고기가 이렇게 사라지다니, 그는 미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박시훈! 의기양양해 하지마. 하씨 가문에서 아직 내 메일에 답장이 안 왔어. 만약 당신의 보직 서류가 가짜라면 당신은 그 결과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 슬기는 이 때도 반응을 보이며 김겨울을 뒤로 제지하고 박시훈을 보며 소리쳤다. 박시훈은 냉담하게 웃었다.“네가 나를 협박
“네가 능력이 있으면 와봐, 네가 얼마나 대단하지 좀 보자.” 슬기는 이를 악물었다. 어찌됐든 눈 앞에 있는 놈에게 짓밟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 너희 둘 다 기억해! 오늘 내 신분이 확인이 되면 내가 너희들을 오늘 안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박시훈은 현기증이 났다. 이러다 자신이 이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독설을 퍼붓고 허겁지겁 회사를 떠났다. 회장 사무실에서 슬기와 겨울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들은 모두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비서, 무슨 일 있었어? 하현 회장님은? 큰 일이 난 거 아닐까?” 요 며칠 하현이 오지 않았는데 지금 갑자기 새 회장이 왔다고 하니 그녀는 하현의 안위가 좀 걱정되었다. “회장님은 분명 별 일 없으실 거야.”슬기는 이 말을 마치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녀는 빨리 하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한 바탕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지……”전화가 불통이 되자 김겨울은 당황했다. 슬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가, 먼저 회사에서 출발해. 내 아파트로 가는 게 더 안전하겠어. 다른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하 회장님께 연락해보자.”……같은 시각 서울 외곽. 하현의 포르쉐는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아무렇게나 담배 한 개피에 불을 붙였다. 반쯤 피운 후에야 비로소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나와라, 쉬쉬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잠시 후, 길가에서 드문드문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뒤에 쇠파이프를 든 일곱 여덟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보아하니 몇 사람은 타지 사람이었다. 하현이 비웃으며 말했다. “원래 길바닥 큰 형님들이시니 모두 제주에서 오셨겠군요?”“그래서 뭐?” 앞장선 대머리가 우두머리였다. 그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형들이 어디서 왔건 그건 상관할 바가 아니고, 너는 그냥 이것만 알면 돼. 형들이 너를 길바닥에 데려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