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보스는 잠시 당황했다. 눈 앞에 있는 이 놈은 너무 조용하고 침착했다. 관건은 방금 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에게 맞았는데, 그 혼자서 뭘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너…… 너 대체 뭘 원하는 거야?”보스는 놀라 두려워하며 말했다. “말해봐.”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한다면, 내가 너를 놔 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다 해도 나를 탓하지 마라.”“네……” 이 보스는 머리에 온통 식은땀이 흘렀다. 눈앞에 있는 이 젊은이의 기세가 너무 무서워서 하마터면 자신의 뺨을 한 대 때릴 뻔 했다. 일어서서 몸을 약간 앞으로 구부리며 말했다.“형…… 형님, 알고 싶으신 거 다 말씀하세요. 제가 다 말씀 드릴게요!”“한 여자, 부자로 보이는 한 여자가 우리에게 당신을 손보라고 했어요. 그녀가 요구한 한 가지는 당신을 불구로 만드는 거였어요. 만약 당신이 눈에 거슬리면 죽여도 된다고요.”“나를 죽여?”하현은 웃었다. “그녀가 하씨야?”“우리는 돈만 받고 일해서 몰라요. 하지만 그 여자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있어요. 제 부하가 몰래 찍은 사진인데……” 말하면서 이 보스는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내밀었다. 하현은 핸드폰을 받아 들고 아무렇지 않게 힐끗 쳐다보았다. 핸드폰 화면에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있었다. 하현은 좀 낯이 익다고 느꼈지만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씨 집안의 변두리 사람인가?” 하현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툭 터져 나왔다. 자신이 하씨 집안을 떠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집안에 작은 물고기, 작은 새우조차도 감히 그를 귀찮게 찾아오지 않았었다. “그 여자 어디 갔어?”하현이 물었다.“모……몰라요…… 하지만 그녀 옆에 하얀 얼굴을 한 녀석이 따라 다니고 있었는데, 그녀가 서울에 있는 어떤 기업을 그 하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겠다고 그랬어요……”그 보스는 애써 회상을 하며 아는 것을 모두 말했다. 하현이 그를 죽일까 봐 두려웠다.
변백범의 명령이 떨어지자 한 밤 중 서울의 거리는 갑자기 시끌벅적 해지기 시작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며 호텔과 클럽, 유흥업소에 들어가 후비고 다니면서 박시훈을 찾아내려고 했다. 이때 박시훈은 다시 진세리의 아파트로 향했다. 오늘 모처럼 늙은 요괴가 그를 괴롭히지 않자, 그는 신이 나서 진세리가 있는 곳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이번엔 진세리가 그를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게 했고, 촛불 만찬을 준비해 두었다. 둘은 먹고 마시면서 키스를 하였다. 박시훈은 비록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지만, 그가 보아하니 진세리 이 여자는 문으로 보내진 오리라 날 수 없었다. “진세리, 나는 전에 네가 이런 천성을 타고 났는지 몰랐어. 나를 이렇게 편하게 모실 수 있다니?” 박시훈은 소파에 기대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진세리는 그의 머리를 마사지 해주었다. 이런 여신급 여인으로 하여금 하인처럼 자신을 마사지 하도록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보나 생리적으로 보나 정말 기쁨의 극치였다. 진세리는 비록 마음이 뒤엉켜 견딜 수 없었지만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편하시다니, 저에겐 어떻게 보상해 주실 건가요?”“안심해, 네가 나를 기쁘게 해줬으니 나도 너를 푸대접하지는 않을 거야……”박시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내일 나랑 같이 회사에 가자, 지금부터 너는 하엔 그룹 회장의 비서야. 한 사람 아래 만 명이면 만족하지?”진세리의 몸은 살짝 흔들렸고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하엔 그룹 회장 비서 이슬기를 본적이 있다. 그래서 이 자리가 어떤 권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았다. 그 때 그녀는 완전히 함몰되었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이렇게 능력이 있는 걸 보니 그가 그렇게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자기가 그를 따라간다면 손해 볼 것이 없었다. 이 때 진세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붉은 입술을 깨물며 박시훈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회장님……저 원해요……”“쾅!”두 사람
사람들이 비켜서자 험상궂은 얼굴을 한 변백범이 들어왔다. 박시훈을 위아래로 훑어 본 후 웃으며 말했다. “맞아, 돈을 원해. 몇 십억만 형에게 용돈으로 주는 게 어때?”“내가 농담한걸 가지고 진짜로 돈을 달라고? 너희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해?”박시훈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 사람들이 돈을 요구하는 이상 상대방이 그의 신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엔 그룹의 회장으로서 서울에서는 감히 그를 건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상관 안 해! 오늘 돈을 안 주면 너를 불구로 만들어 버릴 테니 알아서 해.”변백범은 차갑게 입을 열었고 말하면서 거실 찻잔을 발로 걷어 차 바로 두 동강 냈다. “악!” 진세리는 비명을 지르며 부들부들 떨었다. “주둥이 닥쳐! 감히 다시 한 번 소리를 내면 이 어르신이 네 주둥이를 찢어 버릴 거야!” 변백범은 진세리를 노려보았다. 진세리는 창백한 얼굴이 되어 그 순간 자신의 입을 틀어 막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박시훈은 이런 모습에 놀라 회장 신분은 까맣게 잊고 허겁지겁 무릎을 꿇었다. “형…… 형님…… 제가 지금은 그렇게 많은 돈은 없어서…… 내일, 내일 제가 모아서 갖다 드려도 될까요?”박시훈은 좀 먹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변백범의 신발을 핥을 뻔했다. 이 남자의 콧물 한 바가지, 눈물 한 바가지를 흘리며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면서 변백범은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하 도련님이 이렇게 하찮은 녀석을 찾기 위해 자기 사람들을 한 무리나 보냈다고?하지만 하현이 시킨 일에 대해 변백범은 조금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 때 변백범은 발로 걷어 차면서 지나갔다. 박시훈은 땅바닥에 뒹굴었다. 그 후에 차갑게 말했다. “내일? 어르신이 내일까지 너를 모시며 기다릴 시간이 있을까?”“형님, 형님, 진짜 내일 드릴게요. 제가 은행에 가서 돈을 뽑아 오려면 은행이 문 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잖아요.”박시훈은 울며불며 하소연했다.“안심하세요.
“하현…… 이 쓸모 없는 녀석이 왜 여기 있는 거야?”박시훈이 물었다. 하현은 입을 열지 않았고, 오히려 변백범이 차갑게 말했다. “하 도련님은 나의 보스야. 네가 감히 도련님 앞에서 지껄이다니, 너를 불구로 만들어버리겠어!”박시훈은 어리둥절했다. 하현 같은 찌질이가 보스라고?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거 정말 국제적으로 웃긴 일 아니야?알고 보니 이 사람들은 이 쓸모없는 하현이 불러와서 연극을 하면서 일부러 자신을 위협한 것 아닌가?이 때, 박시훈은 격노하며 일어섰고, 하현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데릴사위야. 네가 감히 사람을 불러서 나를 놀라게 하다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하엔 그룹 회장이야! 너 때문에 내일 설씨 집안은 파산할거야! 너 죽기만를 기다려라!”이 때 곁에 있던 진세리도 일어났다.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네가 감히 와서 우리를 위협하다니, 내가 은아에게 말해서 반드시 너를 쓸어버리게 할거야. 그 땐 밥 달라고 해도 자리가 없을 거야.”확실히 하현을 본 뒤 박시훈과 진세리 두 사람은 군림하던 마음을 되찾았다. 그들의 마음 속에서 하현은 한낱 데릴사위로서 누구나 짓밟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데릴사위를 두려워하겠는가? 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박시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하씨 집안이 나를 알아보려고 이렇게 쓸모없는 녀석을 보냈다면 나를 너무 무시 한 거네.”“너를 알아본다고? 훌륭한 하씨 가문이 이렇게 하찮은 녀석을 알아봐야 하나? 어르신이 오늘 너를 때려 죽여서 네가 놀라게 할 거야!” 박시훈은 욕설을 퍼붓고 앞으로 나가 주먹으로 내려쳤다. 하현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발을 걷어찼다.“퍽!”박시훈의 몸이 거실 벽을 향해 심하게 날아 올라 새우처럼 몸이 쭈그려졌다. 죽은 것만 못한 느낌이었다. “하현, 네가 나를 때려! 이 데릴사위가 감히 나를 때리다니!”박시훈은 이를 갈았다. “서류 하나 들고 하엔 그룹 회장이라고 할
지금 이 순간, 땅 바닥에 주저앉은 진세리는 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여자는 늘 허영심이 많고, 다소 식견이 있었다. 방금 경험한 일련의 일을 통해 그녀는 벌써 알아차렸다. 정말 하현이 이 무리의 보스인 것 같았다. 그에게 저런 우두머리가 깍듯하게 대하는 것을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는 분명 쓸모없는 데릴사위일 뿐인데!3년 동안 자신이 매번 은아네 갔을 때 이 폐물은 화장실에서 발이나 씻기고 있었고 심지어 자신이 하기 싫은 냄새 나는 양말까지도 이 쓸모없는 녀석한테 가지고 가서 씻으라고 했었는데. 하지만……그는 분명히 길바닥의 보스였다. 이거야 말로 진세리가 알고 있던 것을 뒤집는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의 신분을 알았다는 것은 그가 자신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이 순간, 진세리는 정말 무서웠다. 이 길바닥 사람들은 모두 사악하고 악랄했다. 만약 정말 손을 댄다면 자신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불명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현…… 하 도련님……”진세리는 하현 앞에서 힘겹게 무릎을 꿇었다. 그의 허벅지를 끌어 안았고 온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지금 진세리는 부끄러움이 극에 달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어느 날 자신이 데릴사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거기다 그의 허벅지를 끌어 안고 용서를 빌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하현은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방금 말하지 않았어? 나를 문 밖으로 쓸어낸다고? 내가 밥 먹을 자리도 없을 거라고?”“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진세리는 부들부들 떨었다. “저 좀 살려주세요. 은아의 얼굴을 봐서라도 저 좀 봐주세요. 저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그리고, 오늘 밤 본 일은 얘기하지 않을게요! 맹세해요! 보증 할게요!”“보증?”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보증을 할 준비가 됐는데?” “저…… 저……”진세리가
회장 사무실. 이슬기와 김겨울이 같이 있었는데 문을 미는 소리에 두 사람 모두 동시에 일어났다. 눈 앞에 늙은 부인을 만났을 때 슬기와 겨울은 모두 긴장했다. 이 여인의 기세가 너무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굉장한 압력을 주는 이런 위엄은 보통사람들과는 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슬기의 출생 내력도 심상치 않았지만 그 순간 조금 자제했다. 겨울은 일반 가정 출신이라 지금은 감히 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선미는 사늘한 표정으로 슬기와 겨울을 보았다. 얼굴에서 서리가 내렸다. 회상 비서가 이렇게 자태가 아름다운 두 아가씨이니 박시훈 그 하얀 얼굴이 어젯밤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누구세요? 여기는 회장님 사무실입니다. 어떻게 마음대로 들어오셨어요?” 슬기는 정신을 가다듬고, 눈썹을 약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하선미는 차갑게 슬기를 살피며 경멸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너 이 작은 계집애 주제에 내가 누군지 알 자격이나 있니? 너희 회장님이나 불러 와!”슬기는 이 말을 듣고 눈썹을 더 찡그렸다. 요 며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것인가?어제는 박시훈이 회장으로 가장해서 나타났고, 오늘은 또 노파가 왔다. 거기다 이 사람의 태도는 너무 난폭하고 회장님 사무실에서도 여전히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있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회장님은 일이 있으셔서 늦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회장님의 비서니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해주세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슬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하선미는 냉소적인 얼굴로 일어섰다. 느린 걸음으로 슬기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그러나 다음 장면은 사람을 경악하게 했다. 그녀를 보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손을 들어 슬기의 따귀를 한 대 갈겼다. “너 뭐 하는 물건이야? 네가 나랑 말할 자격이나 있어? 그 사람한테 즉시 굴러 들어오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를 무릎 꿇게 만들 거야! 그가 올 때까지 너는 무릎 꿇고
“당신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심하세요. 저는 흉악한 여자와 경쟁하는데 흥미가 없어요!”슬기는 비록 입가에 피가 나도록 얻어 맞았지만 이때만큼은 전과 다름없이 행동했다. 이 때 김겨울은 끝내 참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슬기가 산채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슬기의 앞을 재빠르게 가로막으며 속삭였다. “슬기언니, 말 좀 그만하고 회장님 오시라고 해. 무슨 일이든 혼자는 감당할 수 없어. 그녀는 결국 회장님……”“이렇게 그를 감싸면서, 여전히 노부의 남자를 뺏는 게 아니라고?”하선미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김겨울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너도 무릎 꿇어!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너도 같이 해치울 거야!” 김겨울의 표정은 착잡했다. 하지만 슬기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의견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였다가는 그 결말이 무엇일 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하선미는 자신의 남자를 빼앗은 두 여인 모두 무릎을 꿇게 하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얀 얼굴이 정말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걸까? 정말 자기가 회장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오늘 그는 영원히 노리개일 뿐 출세할 날이 없다는 걸 알게 해줘야겠다.“자, 너희 둘 뭐 할말 있어? 누가 너희 회장님께 전화할 준비가 됐나?”하선미는 휴지를 꺼내 불쾌하다는 듯 손을 닦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슬기의 표정은 싸늘했지만 겨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우리 회장님은 보통 분이 아니에요. 당신 지금 우리에게 한 행동을 나중에 책임 질 수 없을까 봐 두렵지 않으세요?”하선미는 뭔가 가장 듣기 좋은 농담을 들을 듯 실소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보통 사람이 아니야? 물론 당연히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지. 할머니가 키운 하얀 얼굴이 보통사람 일리가 있겠어?” 이 말을 하자, 슬기와 겨울
“여기가 제주인줄 알아?” 하현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여기가 하씨 집안이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어? 아니야?” 하선미는 경멸하는 눈으로 말했다. “여기가 제주는 아니더라도, 집안에서 쫓겨난 네가 감히 나를 때릴 수 있겠어? 네가 누구를 이길 수 있겠어?”하현은 경호원 몇 명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네가 데리고 온 이런 폐물들이 나를 상대할 수 있겠어?”하선미는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내가 듣기로 너는 지금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라던데. 내가 너를 일깨워주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라. 감히 내 앞에서 날뛰다니 설씨 집안까지 너랑 같이 묻어버리겠어!”“그리고 네가 살아있으니 내가 직접 한 마디 하지. 하엔 그룹은 내 꺼야. 이건 내가 내 개에게 준 선물인데 네가 감히 들어오다니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네 두 다리를 부러뜨리게 만들 거야!”그녀의 개?슬기와 겨울은 눈을 마주쳤고 조금 이해가 갔다. 알고 보니 어제 와서 위세를 부린 박시훈이 이 요괴 할머니가 키운 하얀 얼굴이구나! 게다가 그녀는 사람을 보내 회장을 찾으라고 보낸 것 같다.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하엔 그룹을 선물한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을까? 그녀의 입의 기세가 너무 강해서, 서울에서는 그녀가 안중에 둘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큰 재주를 가지고 있나? 그녀가 그렇게 대단한가?“내 말 알아듣겠어?”하선미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계속 입을 열었다. “지금 한낮이라, 계속 꿈꿀 시간이 없을 텐데?” 하현은 차갑게 입을 열었고, 눈빛은 타오르고 있었다. “어? 반항할 준비가 됐나 보네? 내가 비록 그 폐물이 왜 실패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반항할 능력이 된다고 생각해?”하선미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뼉을 치자, 그녀의 사인과 함께 몇몇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와 천천히 하현에게 다가갔다. 하현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음을 띠고 말했다. “당신이 누군지 생각이 나
이때 간민효는 하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서 잔뜩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녀는 다시 하현에게 조금 더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으며 말했다.“하현, 오늘 밤 시간 있어? 같이 밥 한 끼 할까?”“고맙지만 오늘 밤 하현은 시간이 없어!”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설은아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와 하현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팔짱을 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하현은 오늘 밤 나와 함께 저녁을 먹을 거거든.”간민효는 설은아를 보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설은아, 이 사람이 그 능력 없는 네 전남편이야?”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설은아와 간민효가 아는 사이?하지만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이 정상이었다.모두 금정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는 간민효에게 무슨 설명을 하기도 귀찮아서 얼른 하현을 끌고 VIP 출구로 나와 자신의 빨간 페라리로 들어갔다.그 후 그녀가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굉음을 내며 쌩하니 그 자리를 떠났다.갑자기 혼자가 된 간민효는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수석에 탄 하현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만난 전처, 아니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이런 어색하고 떨떠름한 자리라니!차는 금정 국제공항을 빠져나왔고 하현이 금정의 가을빛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설은아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그리고 가속페달을 사정없이 밟으며 그녀는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간민효, 예쁘고 상냥하지?”맞는 말이었다.간민효는 전신급에 달하는 독술을 가졌으면서도 아름답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그리고 몇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하현은 그녀의 기질이 참 따뜻하고 상냥하다는 것도 알았다.그러나 차 안을 뒤덮은 질투의 불길을 느끼며 하현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간민효가 어느 정도 사람 좋고 매력적이라는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비행기는 어느새 금정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하현과 간민효는 함께 VIP 통로를 걸었다.얼핏 보면 두 사람이 한 쌍의 연인처럼 보였다.이에 간민효의 뒤를 따르던 양복 차림의 남자는 못마땅한지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두 사람은 공항의 VIP 출구에 다다랐고 간민효는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가는 길까지 내가 데려다줄게.”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비행기 탔을 때 이미 아내한테 내 일정을 보냈어.”“아마 마중 나올 거야.”“아내?”‘아내’ 라는 말을 들은 간민효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네 번째 손가락을 쳐다보았다.반지가 없었다.간민효의 눈빛을 알아차린 하현이 입을 열었다.“아, 이제 전처라고 봐야지.”하현의 말을 듣고 간민효는 그제야 소리 없이 웃었고 한층 더 하현에게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하현, 당신에게 아내가 있든 없든 간에 내가 말했듯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금정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자, 우리 작별의 포옹이라도 해!”이 말을 들은 몇 명의 사내들이 모두 순식간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나같이 험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 다음에 또 봐!”하현도 험악한 표정의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나가 간민효와 포옹을 나누고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참, 마침 내가 무학에 어느 정도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신 몸에 뭔가 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아마 십중팔구는 입신에 이르는 독술과 관련이 있을 거야.”“그래서 말인데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연락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줄게.”말을 하면서 하현은 쪽지 한 장을 여자의 가슴에 쑤셔 넣었다.이 행동은 예의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하현은 침착하게 기운의 광선을 통과해서 여자의 심맥을 보호했다.“내 병을 눈치챘어?”
그들의 눈에는 하현이 간민효를 잡아먹기라도 할 짐승처럼 보이는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간민효의 손을 놓았다.하지만 그의 손아귀에는 여전히 어두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간민효는 아무 말없이 미소를 보였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현, 어쨌든 당신 덕에 위기를 모면했어요.”“내가 미리 독을 넣긴 했지만 비행기가 그대로 출발해서 폭발하기라도 했다면 무고한 생명들이 영문도 모르고 죽음을 당했을 거예요.”“이 무고한 생명들의 죽음은 모두 나한테 책임이 있었을 거구요.”간민효는 멍한 눈빛으로 말을 마친 후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서 이래저래 난 하현 당신에게 신세를 졌어요.”“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은 나 간민효의 친구가 된 거예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요. 나 간민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울게요. 절대 모른 척하지 않을 거예요!”“진부한 말이지만 이게 내 진심이에요!”“내가 없어도 내 명함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거나 혹은 약혼자를 찾아가도...”말을 하면서 간민효는 명함을 꺼내 하현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들은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하현은 손안에 든 명함을 보았다.이것은 특수 목기로 조각한 것이었다.이름 하나와 전화번호만 새겨져 있어서 보기에는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이런 명함은 딱 봐도 아무나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히 명함을 살피기 시작했다.명함 모서리에 몇 가지 비밀 문양 같은 것이 있었다.역시 금정 간 씨 가문다웠다.5대 문벌 중 문벌의 기원지인 금정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금정 간 씨 가문!금정 간 씨 가문은 다른 오래된 문벌보다 신비에 가까운 기세를 가진 강력한 집안이었다.이 여자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신분도 간석준보다 훨씬 높았다.이런 생각들이 하현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자 그는 간민효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아, 고맙습니다.”그러나 하현은 간민효의 명
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특히 깁스를 한 여자가 죽기 직전에 한 ‘독’이라는 말에 눈앞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이 아름다운 검은 옷의 여인에게 신의 경지에 가까운 독술이 있을 줄은 몰랐다.이렇게 속을 알 수 없는 데다 아름답기까지 한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자칫하다가 사소한 부주의로 의외의 실패를 맛볼 수가 있다.동시에 하현은 상대방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신분이 비할 바 없이 높고 독극물에 대해서도 해박하다.게다가 간 씨 성을 가지고 있다.이쯤 되고 보니 상대의 신분은 알 만할 것 같았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하현은 그녀의 신분을 캐지 않았다.하현은 이제 죽은 여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상대가 자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한 이유지만 죽은 사람에겐 더 이상 관심을 둘 가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곧이어 중년 수사대장이 하현을 찾아와 간단한 조서를 작성했다.하현은 금정으로 가는 일이 더 급했기 때문에 두 스튜어디스에게 공을 넘겼다.양효리라는 이름의 스튜어디스는 잘 협조할 생각이었지만 이다송이 그녀를 막았다.이 모습이 하현의 흥미를 끌었다.양효리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다송 같은 여자와 절친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었다.하룻밤 사이에 두 남자와 뒤엉키는 여자는 아무리 보아도 보통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양효리가 조심하지 않으면 부지불식중에 이다송에게 물들어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이미 자신과 얽힌 일은 모두 끝났기 때문에 하현도 더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았다.곧 일등석은 말끔히 청소되었고 특수 약물을 뿌린 뒤여서 그런지 좀 전의 피비린내는 모두 싹 사라졌다.하현은 자신의 좌석에 앉아 비행기가 이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향기로운 바람이 코끝을 스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그러자 간 씨 성을
경찰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여자의 말이 틀린 데가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하현은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깁스를 했다고 불법은 아니지. 하지만 깁스 안에 규조토를 섞으면 불법이지.”하현은 천천히 손에 든 홍차를 깁스 위에 뿌렸다.하현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여자의 안색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규조토는 매우 특별한 화학 물질이었기 때문에 약용이나 C4 총기의 원료로만 쓰인다.“규조토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한 가지 물질이 필요하지. 게다가 그건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야. 바로 알코올이지!”“규조토 위에 소주, 보드카 등 독한 술을 한 잔만 뿌려도 끔찍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어!”“그 폭발의 위력은 아주 무서워!”“이론적으로 깁스 형태로 만들 정도로 규조토를 썼다면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해. 아마 이 비행기는 중간 어느 지점에서 두 동강이 나고도 남아!”“아마도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공중에서 폭발했을 거야!”“그러면 이 비행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죽는 거지!”“뼈도 하나 못 추릴 만큼 가루가 되어서 흩어지는 거야!”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스튜어디스에게 비상 탈출구를 열라고 지시한 다음 작은 깁스 부스러기를 집어서 떨어뜨리며 보드카 한 잔을 뿌렸다.“쾅!”보드카와 깁스 부스러기가 닿는 순간 굉음과 함께 불꽃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이다송과 양효리는 모두 아연실색했다.만약 정말로 비행 중인 비행기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면 모두 죽는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간단히 말해서, 하현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듯했지만 그의 행동이 모두의 생명을 살린 것이다!깁스를 한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이 자신의 계략을 모두 간파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중년 형사는 식은땀을 쫙 흘렸다.신고가 들어온 비행기를 자신이 살핀 뒤에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흥미로운 듯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분명 하현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보려는 심사인 듯했다.“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여러분의 시야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뭔가를 숨기는 사람도 많으니까요.”하현은 홍차를 한 잔 따라 마시고 나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공항 경찰이라 그런가? 별로 프로답지 못하시군요들!”“내가 경찰서장이라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당신들 해고하는 일부터 할 겁니다!”“당신들은 스스로가 다 찾아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C4 총기를 가장 잘 숨기기 좋은 곳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거예요!”말을 하면서 하현은 들고 있던 홍차를 여자의 다친 왼손에 부었다.“아!”여자는 뜨거운 찻물에 데여 비명을 지르며 하현을 향해 버럭 화를 냈다.“개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다친 손인데 조사할 게 뭐 있다는 거야?”“내가 정말 C4 총기를 숨기고 있는 줄 알아?”“설마 나 스스로 내 목숨을 끊고 당신들과 이 자리에서 죽으려고 한다고 거야?”“난 연봉 수억을 받는 임원이야. 내 목숨은 누구보다 소중해!”말을 하면서 여자는 수사대장에게 지갑에 든 명함을 꺼내 신분을 증명하려고 제시하려고 했다.그러자 제일 앞에 있던 중년의 수사대장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젊은이, 여기서 이렇게 함부로 굴지 마. 우쭐대고 싶어서 주위의 시선을 좀 모으려나 본데!”“방금 우리가 확인했어. C4 총기 같은 건 전혀 없었어!”하현은 중년 형사의 경고를 무시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왼손을 다쳤다고 했지만 몸에서는 아무 약 냄새도 나지 않아.”“그리고 지금 보니 당신은 얼굴에 아주 풀메이크업을 했군. 분명 본인이 한 거겠지.”“그런데 말이야. 한 손으로는 이렇게 완벽한 화장을 할 수 없어.”“무엇보다 팔을 다친
곧이어 사복을 입은 여자 경찰이 쏜살같이 앞으로 나와 여자의 온몸을 뒤졌다.잠시 후 여자 경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여자의 몸을 수색했지만 지갑과 핸드폰 외에는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고 이상한 단서라고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여자 경찰은 여기서 단념하지 않고 또 한 번 빠르게 수색했다.이번엔 여자의 발바닥까지 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여자 경찰은 어두운 표정으로 중년의 사복 경찰을 향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 수밖에 없었다.중년의 경찰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가 일등석 바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이다송, 양효리. 당신들 둘 다 죽고 싶어?”“이 여자한테서 C4 총기가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았어?”“당신들 말 때문에 귀한 일등석 손님들한테 피해를 줬잖아? 이제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 거야?”양효리와 이다송 두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그늘진 그녀들의 얼굴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보통 이런 일을 발견하면 공을 세운 만큼 큰 보상을 받게 된다.그것이 적어도 수천만 원이나 된다.하지만 지금은?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그녀들은 웃음거리가 되었다.경찰서에서든 회사에서든 피해를 일으킨 것에 배상하기 위해 본보기로 두 사람을 해고할 것이다.모든 책임을 두 사람에게 떠넘기는 셈이다.“수사대장님, 죄송합니다. 저희도 신고가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승객 한 분이 이 여자한테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저희도 사실대로 말씀드렸을 뿐입니다...”이다송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중년 경찰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떤 승객이 그따위 소리를 해? 누구야? 우리와 함께 경찰서에 좀 가 줘야겠어!”“그 사람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이 일에 책임을 져야지!”“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말을 하면서 중년 경찰은 바닥에 쓰러진 여자에게 굽실거리며 말했다.“이 일은 저희가 반드시 책임지고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제대로 처리하겠다고요?”여자는
하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가 나한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난 이미 냄새를 맡았다구요!”“냄새요?”“당신이 무슨 개코인 줄 아세요?”“그렇게 예리한 후각을 가졌다구요?!”두 스튜어디스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가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다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분명 여기저기서 허세나 부리며 날뛰는 미친놈이라 생각한 듯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어서 지금 바로 자리로 돌아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불러 당신을 잡아가라고 할 겁니다!”늘씬한 스튜어디스가 거만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이 안입니다.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곳이라구요!”“당신이 아무리 일등석 고객이라도 소용없어요!”스튜어디스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당신 코가 그렇게 예리한 후각을 가졌다니 그럼 이것도 좀 맡아 보세요? 내가 무슨 향수를 썼는지 알아맞춰 보시라구요!”하현은 눈앞에 곱게 화장한 두 스튜어디스의 얼굴에서 그녀들의 가슴에 달려 있는 이름표로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양효리, 당신은 어젯밤에 우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샤넬 5호 향수를 뿌렸어요. 그런데 평소 근검절약하는 습성 때문에 아끼고 아끼던 향수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나버려서 지금은 거의 베이스 향만 남았군요.”“그리고 이다송, 당신은 어젯밤에 두 명의 남자랑 함께 보냈군요. 한 명은 값싼 향수를 쓰는 한량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좀 신분이 있는 남자였을 겁니다. 에르메스 향수를 쓴 것 보니...”“두 가지 향수가 당신 몸에 섞여 있어요. 아마도 어젯밤 당신은 너무 피곤해서 샤워할 틈도 없이 바로 오늘 아침 출근한 것이 틀림없어요...”하현의 말을 듣고 두 스튜어디스의 얼굴이 갑자기 추위에 얼어붙은 고목처럼 얼어붙었다.이다송은 하현이 어떻게 자신의 비밀을 알아챘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바로 기장을 찾아 허둥지둥 뒷걸음질쳤다.두 사람이
이 모습을 본 일등석의 스튜어디스가 열정적으로 다가와 그녀를 도와주었다.여자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남은 자리에 앉았다.주변 승객들은 힐끔 쳐다볼 뿐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은 살짝 찡그린 얼굴로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깁스를 한 그녀의 손에 자꾸 시선이 갔던 것이다.뭔가 미심쩍은 냄새가 진동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낌새를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하현은 수년 동안 전쟁터에서 굴러온 사람이라 이런 낌새에 기가 막히게 촉각이 발달해 있었다.순간 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는 곧장 몸을 돌려 일등석을 떠났고 힐끔 뒤를 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러나 그 여자는 하현의 움직임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하현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하현은 본능적으로 멈춰 섰다.이것은 상대방이 자신을 노리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이때 아리따운 용모의 스튜어디스가 하현에게 다가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손님, 비행기가 곧 이륙합니다. 죄송하지만 자리로 돌아가 앉아 주시겠어요?”또 다른 스튜어디스가 거들며 나섰다.“화장실에 가실 거면 이륙 후에 이용해 주십시오.”하현이 일등석에서 나왔기 때문에 스튜어디스들은 불만이 있어도 상냥하게 응대해야 했다.만약 다른 손님이 비행기 이륙에 방해를 했다면 아마 호되게 창피를 당했을 것이다.하현은 앞으로 나와 일등석의 유리문이 자동으로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기장님께 연락 좀 해 주십시오. 제가 기장님을 만나야 합니다.”하현의 표정을 본 스튜어디스는 상냥한 미소로 말했다.“손님, 아무리 일등석 손님이어도 마음대로 기장님을 볼 수 있는 없습니다.”“비행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희가 따로 등록을 해 드릴 수는 있어요. 괜찮으시겠습니까?”스튜어디스는 하현을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 소위 인플루언서쯤으로 생각한 게 분명했다.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기장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