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721 - 챕터 2730

3665 챕터

2721장

살벌한 총소리와 함께 포르쉐 차량에는 선명한 총탄 구멍이 생겼다.그러나 총알은 아주 근소한 차이로 임세인의 곁을 비껴갔다.임세인은 총알 세례의 표적이 되어 본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렸다.“쾅!”그때 갑자기 녹색 도요타 프라도 한 대가 후미진 곳에서 기척도 없이 나타나 달려오더니 도요타 미니밴의 후미를 사정없이 들이받아 버렸다.“쾅!”도요타 미니밴은 그대로 뒤집혀 공중에서 바닥을 한번 보인 뒤에야 땅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저격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낭패한 얼굴로 씩씩거렸다.그러나 도요타 프라도의 굉음은 멈출 줄을 모르고 기세등등하게 계속 앞을 향해 질주했다.“쾅쾅쾅!”도요타 미니밴들이 한 대씩 뒤집히면서 옆으로 넘어졌다.검은색 마스크를 쓴 총잡이가 차에서 기어나오자마자 미니밴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하은수는 자신도 타고 있던 미니밴에서 기어나왔고 그의 얼굴에 파편들이 날아들었다.그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일그러졌지만 뭔가 이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한 미묘한 빛을 띠었다.도요타 프라도의 운전석에 앉은 최영하와 조수석에 앉은 하현의 얼굴을 본 순간 하은수의 얼굴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다.그는 멀리 보이는 하현을 향해 칼로 목을 베는 자세를 보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현장에는 번호판이 없는 도요타 미니밴 두 대만이 불타오르고 있었다.여기에 총탄 구멍이 난 포르쉐와 널브러진 탄피까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자마자 하현은 공해원에게 출처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공해원의 실력은 여전했다.그는 단 십여 분 만에 누군가가 노점상에서 그 낯선 전화번호를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 후 공해원은 그곳의 CCTV를 해킹해 구매자의 얼굴을 특정했다.비록 구매자의 얼굴은 낯설었지만 그의 차는 하민석과 연관되어 있었다.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하민석이란 것을 듣자마자 하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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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2장

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최영하를 향해 손짓을 했다.기절해 있는 임세인을 차에서 끌어내린 뒤 최영하는 트렁크에 있는 구급상자를 가져와 임세인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너무 놀라 기절해 있는 임세인은 단순 외상 정도만 있어서 별로 심각할 것이 없었다.최영하는 포도당 링거를 임세인에게 꽂아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뒤 임세인은 드디어 의식을 되찾았다.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하현과 최영하라는 것을 본 순간 그녀의 눈에 복잡 미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말들이 입속에서 뱅글뱅글 맴돌았다.하현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정원 너머의 건물을 바라보았다.그때 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 한 무리가 돌진해 왔다.어찌 되었든 이곳은 항도 하 씨 가문 당주 부인 당난영의 별장이었다.누군가가 대문을 부수고 격렬한 총격이 벌어졌으니 경호원들이 들이닥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움직이지 마!”“당신들 누구야?”“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선두에 선 경호원은 직접 총을 들고 보란 듯이 안전장치를 풀며 경계하는 표정으로 하현과 최영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최영하가 앞으로 나오며 신분증을 보여주었다.“용전 항도 지부 최영하입니다.”“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은 당주 부인의 심복 임세인이구요.”“방금 임세인이 쫓기고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다 구했어요.”최영하는 막힘없이 단호하고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최영하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보여주는 신분증에 시선을 돌린 경호원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부인의 심복이 쫓기고 있었다고?용전 항도 지부 책임자가 그녀를 구했다고?이 일은 아무리 봐도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 보였다.드라마도 이렇게는 찍지 않을 것이다!...십여 분 후 하현과 최영하 두 사람은 럭셔리하면서도 빈티지한 거실에 앉았다.최영하는 당난영의 신분 때문인지 적잖이 긴장하는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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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3장

당난영이 나타나자 하현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이 여인은 기품 있는 외모에 풍채도 단아하고 우아했다.젊었을 때는 아마 경국지색의 미인으로 손색이 없었을 듯 보였다.가장 매혹적인 것은 그녀의 미간에 서려 있는 아련한 슬픔이었다.보는 사람들의 보호 본능을 확 불러일으키는 듯한 아련하고 애잔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하현 같은 인물도 보는 순간 애잔한 마음이 솟아올랐다.하지만 그는 매우 이성적인 인물이다.순간 솟아오르는 본능을 억누르고 담담한 모습으로 화장기 없는 당난영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최영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최영하라고 합니다. 부인께 인사 올립니다.”“아, 최영하. 오랜만에 보는데 벌써 이렇게 컸군.”당난영은 최영하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현에게 눈길을 돌리며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분은?”“부인, 소개 올리겠습니다.”“이분은 용문 집법당의 당주이자 강남 하 세자, 하현입니다.”최영하가 하현을 가리키며 소개했다.용문 집법당 당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난영의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놀라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얼핏 봐도 젊어 보이는데 용문 안에서 만 명 이상을 거느리는 자리에 올랐다니, 그녀로서는 적잖이 의외였다.하지만 하 세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당난영의 가냘픈 몸이 살짝 요동쳤다.분명 강남 하 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강남 하 세자라 불리는 하현이었다.마음이 담담하고 평소 욕심이 없는 당난영도 하현에게 눈길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당난영이 하현을 꿰뚫어 보듯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자 하현은 뭔가 깨달은 듯 갑자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부인, 혹시 어디 편찮으십니까?”하현의 말을 들은 당난영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구석에 서 있던 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들은 하현의 거침없는 말을 듣고 흠칫 놀라며 안색이 급변했다.당난영은 줄곧 우울한 상태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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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4장

천지가 개벽할 소리였다!하현이 이 말을 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숨조차 쉬지 못했다.항도 하 씨 가문 경호원들은 사나운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대장 격으로 보이는 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려고 했다.그는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말했다.“개자식!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야?”“감히 우리 부인과 작은 문주를 이간질하려고 해?”“그리고 감히 부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부인이 그 마음의 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의사를 불렀는지 모르지!”“아직 털도 안 자란 애송이 같은 놈이 치료는 무슨 치료?”“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하현이 당난영의 병을 한눈에 알아차린 것에 경호원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하지만 경호원은 하현이 당난영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게다가 이런 얼토당토않는 요구를 하다니!이건 분명 누군가 당난영과 하구천을 이간질하고 농락하기 위해 수작을 펼치는 것이 틀림없다. 만약 이곳이 당난영의 처소가 아니었다면 피까지 볼 생각은 없었으나 경호원은 도저히 하현의 언행을 참을 수가 없어 결국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이놈아, 여기가 어딘지 알아?”“여기는 항도 하 씨 가문 가든 별장이야!”“이곳을 소란스럽게 만든 결과가 어떨 거라는 거 생각해 봤어?”“눈치 빠른 놈이라면 지금 당장 부인께 사과하고 얼른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부인께 벌을 받는 건 둘째치고 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말을 하는 사이 대장 격인 경호원은 더욱 기세가 등등해져서 냉혹하고 포악한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절정의 병왕, 그 모습 그 자체였다.하현은 당난영의 경호원이 이 정도 실력의 소유자일 줄은 몰랐다.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당연한 처사였다.당난영의 신분을 고려하면 최고의 병왕이 호위하는 게 정상이었다.순간 절정의 병왕은 온몸에서 분노가 치솟는 듯 매서운 눈에서 한기가 흘러내렸다.하현이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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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5장

당난영의 명령에 경호원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든 총기를 늘어뜨렸다.그들은 한편으로는 당난영의 안전을 지켜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는 몸이라 순간 갈등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총구를 내려놓아야 했다.“하현이라고 했나? 우리 운빈이 너무 충동적으로 대한 것에 사과하지.”“하지만 오로지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넘쳐서 그런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바라.”당난영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하운빈을 쳐다보며 말했다.“운빈아, 어서 하현에게 사과해.”하운빈은 언짢은 얼굴로 대답했다.“부인, 항도 하 씨 가문에서 한낱 외부인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당난영은 안색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것이야.”“사과해!”하운빈은 여전히 못마땅한 듯 눈살을 찌푸리다가 힘겹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하현, 죄송합니다.”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을 뿐입니다. 당신을 탓할 이유는 없지요.”“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이니까요.”“저는 좀체 경거망동하지 않는 성격이라 이 정도였지만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당신은 아마 죽었을 겁니다.”하운빈은 이런 상황이 마뜩잖았지만 하현이 자신을 쉽게 제압하던 순간을 떠올리자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얼핏 보면 하현은 나이도 많지 않은 것이 마치 사기꾼 같기도 했다.하지만 하운빈이 곰곰이 되짚어보니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임세인을 구했고 당난영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입을 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그의 능력을 증명하기 충분해 보였다.적어도 하구천을 제외하고는 항성과 도성에서 당난영 앞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젊은이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나에게도 아랫사람을 잘 못 가르친 잘못이 있네.”당난영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겠네.”“부인, 별말씀을 다하십니다.”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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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장

당난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잠시 후 얇은 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은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군.”“당신이 다 알아챘으니 나도 더 이상 숨기지 않겠어.”“십 년 전 아들을 낳았지. 그렇지만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요절하고 말았어.”“내 생애 가장 큰 고통이었지!”“수년간 항도 하 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그 일을 거론하는 사람이 없었다네.”“어디서 들었든, 짐작에 불과하든 한 가지만 묻겠네. 내 병을 어떻게 치료할 생각인가?”“내 아들을 다시 살려낼 수 있겠는가?”어느새 당난영의 얼굴에는 자조하는 빛이 역력했다.그녀는 죽은 아들을 되살려야만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써도 모두 허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말씀드렸다시피 부인께서 내 요구를 들어주신다면 분명히 부인의 병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당난영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하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부인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반드시 해결할 것입니다.”“항도 하 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부인을 속이고 이런 일을 감행하고자 한다면 부인은 얼마든지 제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어쨌든 현재까지 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당난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가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내가 당신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하구천과, 아니 심지어 항도 하 씨 가문과 맞서겠다는 의미야!”“그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해?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겁니다.”“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당난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약속하지. 하지만 자네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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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7장

”그만, 아무도 건드리지 마!”바로 그때 당난영은 비틀거리며 벌떡 일어났지만 안색은 이미 평소와 다름없이 회복되어 있었다.“하현은 내 병을 고치고 있는 거야.”“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해선 안 돼!”하운빈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저놈이 부인께 이리 무례한 짓을 하다니...”“무례를 범한 것이 아니야. 그는 정말 날 치료해 주었어.”당난영도 처음에는 하현이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살짝 미심쩍게 생각했었다.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검붉은 피를 내뿜고 있었고 지금은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돌덩이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한결 편안해졌다.하운빈 일행은 당난영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핏기 하나 없이 서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당난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그제야 인간 세상을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믿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방금 뺨 몇 대와 찻물을 부은 것 외에 한 일이 없는데 당난영의 표정이 이렇게 변하다니!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인가?하운빈 일행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눈앞의 장면을 주시했다.항성 10대 명의도 북유럽 명의도 섬나라 황궁 명의도 부인의 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은 손바닥 몇 대와 찻물로 해결하다니!이 모든 것은 불가사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부인, 저는 방금 부인의 뺨을 때림으로써 부인 마음속에 묵은 오랜 분노를 끌어냈습니다.”“십 년 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그 한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지요.”“앞으로 한 달 동안 푹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밤마다 보이던 악몽도 사라질 것이고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갈 것입니다.”하현은 탁자 위의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다만 이 모든 것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며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닙니다.”당난영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그야말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이제 그녀는 하현에 대한 의심과 의문을 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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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장

”일은 그때 당시에 일어났지만 알아내려면 오늘이라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일이지요.”“십 년이 흘렀지만 알아내고자 한다면 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이 사건에 대해 제가 증거를 찾아드릴까요?”“제가 제시한 증거를 부인과 문주께서 믿을 수 있겠습니까?”당난영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그녀는 힘겹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현, 오늘은 내가 더 이상 당신을 대접할 여력이 없네. 미안해.”“대신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네.”“만약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이 제시한 요구가 없더라도 하구천은 절대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가 없을 거야!”하현은 일어나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 한 통을 한 후에 최영하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운빈 일행은 하현과 최영하가 떠나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하운빈 일행은 그제야 깨달았다.범상치 않은 젊은이가 뺨 몇 대, 몇 마디 말로 항도 하 씨 가문, 심지어 항성과 도성 두 도시에 칼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탁!”하현이 가든 별장을 떠나던 그 시각.빅토리아 항 오피스텔에서 하백진은 뭔가 언짢은 듯 탁자를 내리쳤다.누군가 핸드폰으로 보내온 사진을 보며 그녀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하구천, 너희 사람들은 점점 더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되어 가고 있어!”“임세인 같은 것한테 우리 얘기가 새어나가게 만들다니!”“그뿐만 아니라 항도 하 씨 가문까지 가는 것도 막지 못했어!”“임세인이 당난영의 심복이란 걸 몰랐어?”“임세인이 살아 있는 한 우리가 한 얘기는 모두 당난영에게 전해질 거야!”“그렇게 되면 네가 윗선으로 올라서는 데 분명 문제가 생길 거라구!”“하구천, 요즘 너무 편하게 사는 거 아니야?!”“아랫사람들 기강도 제대로 못 잡아!?”하민석, 곽영준, 허지강 세 사람은 맞은편에 서서 눈만 멀뚱멀뚱 마주칠 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하은수는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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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9장

하백진은 하구천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임세인은 사람이 가벼워서 아무도 그 여자 말은 믿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런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도 분명 문제야.”“기회를 봐서 섬나라 사람들한테 그 여자를 처리하도록 해.”하백진의 냉정한 말 몇 마디가 임세인의 운명을 이미 결론내어 버렸다.바로 그때 하민석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받았다.그러나 한눈에 보기에도 안색이 많이 일그러지는 것이 역력했다.하민석은 하구천에게 다급하게 달려와 말했다.“하구천, 큰일 났어!”“당난영이 친위대를 기용해 십 년 전 일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대!”“하현이 옆에서 부추겼다는군!”“임세인의 증언이 이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커.”“촤랑!”하백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하구천도 사나운 얼굴로 씩씩거렸고 무릎을 꿇은 하은수에게 다가가 그대로 발로 걷어차 버렸다.“멍청이 같은 놈!”“쓰잘데기 없는 놈!”“바로 쓰레기 같은 이놈들 때문이야! 그래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라구!”“안 돼! 절대 당난영이 십 년 전 사건의 진상을 알아서는 안 돼!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내 자리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일에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죽을 거야!”하백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겨우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구천아, 흥분하지 마. 그때 일은 우리가 아주 깨끗하게 처리했어.”“아무리 당난영이 대단하다고 해도 절대 단서 하나 찾지 못할 거야.”“이미 이 일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으니까.”말을 마치며 하백진은 곽영준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어디서도 본 적 없는 살벌한 눈빛이 곽영준을 쏘아보고 있었다.만약 필요하다면 그녀는 이 사람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하구천은 눈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훑어보며 극도로 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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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0장

”내가 방법을 강구해서 하현을 설득해 볼게.”“그가 겸손의 겸자도 모르는 인간이라면 바로 손을 써서 죽여 버려야지!”하백진은 결심이 선 듯 결연한 얼굴로 하구천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안 그래도 이전에 하현에게 당한 일로 벼르고 벼르던 참이었다.하지만 하현이 한발 물러선다면 하백진은 용전 항도에 대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아도 상관없었다....삼계호텔.이슬 같기도 안개 같기도 한 가랑비가 대지를 소리없이 적시며 삼계호텔을 신비롭게 감싸고 있었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린 하현이 로비에 들어서려던 순간 갑자기 거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하현의 옆에 사납게 멈춰 섰다.차창이 열리자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한 이목구비와 매끈한 얼굴이 하현의 시야에 들어왔다.게다가 샤넬의 검은 치마와 명품 선글라스로 멋을 낸 그녀는 더없이 세련되고 아름다웠다.인형의 세상에서 툭 튀어나온 것만 같은 여인을 보고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항도 하 씨 가문, 하백진.이 여인의 출현은 하현에게 뜻밖이면서도 한편으론 뜻밖이 아니기도 했다.하민석이 그런 큰 판을 벌였으니 분명 당난영이 십 년 전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하구천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볼 때 하백진이라는 여인이 하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다만 하현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이 여자가 사람을 몰고 칼부림을 시전한 것이 아니라 우아하게 페라리를 몰고 찾아왔다는 것이다.왜?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하현은 무심코 서쪽 하늘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의아해하는 것을 눈치챈 하백진은 운전대를 잡고 태연하게 차창에 기대어 하현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하현, 얘기 좀 나눌까? 차에 타!”“이렇게 안개 같은 비가 내리는 날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달리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줄게.”담담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슬쩍슬쩍 내비치는 고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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