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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731 - 챕터 2740

3892 챕터

2731장

”미인이 이렇게 초대하시는데, 그럼 재미있게 놀아 볼까요?”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을 띠며 하백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그래서 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일단 차 문을 당겨서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하현이 앉는 것을 보고 하백진은 싱긋 웃으며 액셀을 밟았다.그러자 페라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굉음을 내며 들짐승처럼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차는 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해안선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하현은 옆에 앉은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부인, 정말 나랑 비 오는 날 드라이브나 하자고 온 건 아니죠?”“나이 든 여자랑 드라이브하는 거 별로 관심 없거든요.”“이 시간에 나를 찾아온 걸 보면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왔을 테니 이제 그만 솔직히 말씀하시죠.”하백진은 하현의 말을 듣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당신이 조건을 내걸고 당난영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는 얘기 들었어.”하현은 느물대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역시 소식 한번 빠르시군요. 혹시 당난영이 하구천을 양자로 들이지 않는 게 내 조건이라는 것도 아시려나.”하현의 말을 듣고 하백진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빛이 살짝 일그러졌다.하현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무심히 말했지만 이 말은 무시무시한 말이었다.결국 하현은 하구천이 당난영의 양자로 들어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었다.이 조건대로 된다면 하구천은 당난영의 양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하 씨 가문 문주 후계자가 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다.하현은 간단한 듯 보이는 조건으로 하구천을 단번에 쳐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하현,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어.”“당신도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야. 그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강을 건너 온 맹룡이라고 해도 항도 하 씨 가문의 일에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하백진은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붉은 입술을 움직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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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2장

’쓰레기'라는 말에 하백진의 눈 밑이 살짝 실룩거렸다.“하현, 당신 말대로 우린 모두 명성이 높은 사람들이야.”“그러니 당신이 그런 일을 하는 것도 당연하지.”“전에 당신을 건드린 건 하구천이 잘못한 거야. 내가 돌아가서 하구천을 야단치고 꼭 사과하도록 할게.”“하지만 당신도 조금 성의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이렇게 해야 양측이 오해를 풀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겠어? 그게 당신한테도 좋은 일이잖아, 안 그래?”“어쨌든 당신이나 하구천이나 젊은 세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고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어. 만약 누구라도 죽는다면 이득을 보는 이는 따로 있을 거야.”하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라?”“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어제 용문 도관에서 있었던 일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냐구요?”“한밤중에 오매 도관의 사송란이 대열을 이끌고 날 습격했어요. 정말 몰랐던 일입니까?”“말로는 평화롭게 지내자면서 당신들은 한 발짝 한 발짝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수작 아닙니까?”“내가 당난영의 처소에 가게 된 것도 다 당신들이 판을 짜놓고 날 끌어들인 거잖아요?”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핸드폰을 꺼내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여주었다.“끼익!”메시지의 내용을 본 순간 하백진은 허둥대며 브레이크를 밟았고 빗속을 달리던 페라리는 요동치며 스키드 마크를 그으며 멈춰 섰다.하백진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이 메시지 누가 당신한테 보낸 거야?!”하백진은 화가 나서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도 하구천의 측근일 가능성이 컸다.그렇다면 항도 하 씨 가문 내에 또 다른 세력이 하구천을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순간 하백진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마침 하현을 찾아온 것이 뜻밖의 성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하현은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메시지를 보낸 사람, 하구천 아닌가요?”“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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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3장

”하구천 곁에 첩자가 잠복해 있는 게 분명해. 이 일은 우리가 확실히 조사해서 당신한테 설명할게.”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하백진의 얼굴에는 어느새 매섭고 사나운 기운은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살뜰한 미소만 남았다.“하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믿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하지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당난영한테 양자를 들이지 말라는 그 조건 철회하면 안 될까?”“하구천은 당난영의 든든한 아들이 될 수 있어.”“당난영은 지금처럼 들어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편안하게 살 수 있어.”하현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부인, 당신은 도대체 자신의 매력에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나라는 인간이 여자를 본 적도 없어서 여자라면 침이나 흘리는 색마처럼 보여요?”“진한 향내를 풍기고 너른 바다를 보여주고 말 몇 마디 하면 날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원하는 게 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손도 안 대고 코 풀려는 도둑놈 심보 아니냐고요?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셨군요.”하현의 말을 들은 하백진은 사뭇 애처롭고 가엾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내가 절대 헛수고가 되지 않게 할게.”“당신은 가서 당난영한테 말만 해 주면 돼.”“그리고 당신, 다시는 하구천과 맞서지 않겠다고 맹세해!”“그렇게 한다면 당신과 우리 사이의 모든 원한은 이걸로 청산되는 거야. 약속해!”“앞으로 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은 우리의 귀빈이 되는 거야. 당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가면 돼. 아무도 당신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또한 천억 줄게!”“그리고 별장도 한 채 줄게!”“용전 항도의 모든 비밀 커넥션 다 당신한테 넘겨줄게. 당신이 철저히 용전 항도를 장악할 수 있도록 말이야.”“돈, 지위, 권세, 다 줄 수 있어!”“하현, 제발 도와줘.”“심지어 당신이 다른 것을 원한다면 그것도 기꺼이 해 줄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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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4장

”뭐!”하현의 말에 하백진은 정신이 멍해졌다.자신의 눈에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가 하현의 눈에는 천하의 몹쓸 놈으로 비췄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하지만 하백진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았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녀도 물러설 여지가 없었다.그녀는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말한 일들 모두 사실이야.”“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큰일을 하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구애받아선 안 돼.”“하구천은 부득이하게 그런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어.”“그가 후계자 자리에 오른다면 대하를 동남쪽 세력으로부터 굳건히 지켜줄 거야!”“그가 이런 야망과 애국심이 없다면 용전 전주 부인인 내가 어찌 이렇게 그를 도와주겠어?”“하구천과 나 하백진은 못 믿어도 용전은 믿을 수 있잖아, 안 그래?”“이것이 대하를 외부로부터 지키는 초석이자 대하에 충성을 표하는 초석이야!”“용전은 절대 틀리지 않아.”하백진은 말을 마치며 계속 몸을 앞으로 숙였다.얼굴 전체가 거의 하현에게 닿을 정도가 되었고 두 사람의 숨소리가 지척에서 느낄 수 있었다.달콤한 향내가 그의 얼굴에 퍼지며 그윽하게 내려와 가슴에 스며들었다.고혹적인 분위기와 그림 같은 이목구비가 남자라면 누구나 설렐 만했다.“하현, 내가 방금 제시한 조건들이 흡족하지 않다면 원하는 걸 말해도 돼.”“이 일만 해결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줄게.”“구천이만 후계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면 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어...”하현은 눈앞의 미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아무래도 의아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하백진, 하구천의 고모 아닌가?고모가 조카를 위해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하백진은 용전 전주 부인이다!항성과 도성에서는 지위도 매우 높았다.그런 그녀가 조카 때문에 이렇게 비굴하고 굽신거리며 부탁을 하다니!?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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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5장

하현은 차량 행렬이 사라진 곳을 보다가 담담한 눈빛으로 하백진에게 시선을 돌렸다.“부인, 일부러 이런 겁니까? 나랑 당신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그런데 원하는 대로 다 됐는데 왜 날 계속 여기 가두려는 거죠?”“내 뒤통수를 친 뒤 찾아올 후환이 두렵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하현이 오늘 차에 탄 목적은 하백진을 함정에 빠뜨려 하구천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하백진도 의도적으로 그를 함정에 빠뜨려 당난영과의 취약한 동맹을 언제든 깨뜨릴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하려는 속셈이었다.참 요물 같은 여자라 할 수 있다.여자의 미색을 이용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속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위 이런 속셈들이 하현의 눈에는 그저 아이들의 유치한 장난처럼 느껴져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당난영이 이미 지나갔으니 지금 나가도 못 따라잡을 거야. 게다가 밖에 바람도 불고 비도 오니 까딱하다간 감기에 걸릴 수도 있어.”하백진은 자리에 앉아 여유로운 자태로 여전히 여색을 뿜어내고 있었다.오만한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는 하백진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운이 희미하게 어려 있었다.“이런 방법이 먹히겠어요?”하현은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침착하게 말했다.“당난영과 나의 관계는 원래 비즈니스 관계 같은 거예요.”“그녀가 내 조건에 동의한 이유는 내가 그녀의 마음의 병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십 년 전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에요.”“당난영이 지금 그 자리에 앉게 된 건 순전히 그녀가 총명한 사람이기 때문이고요.”“우리 둘이 차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당난영이 본다면 그녀가 날 내치고 십 년 전 일을 조사하는 걸 멈추고 모든 것을 포기할 거라고 당신은 생각했겠죠.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정말로 순진한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군요!”하백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난영은 항도 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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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6장

”증거가 있습니까?”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당신과 내가 차를 한 번 같이 탄 것이 열애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당신의 넷째 오빠는 어쨌든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인데 그렇게 순진하겠어요?”“믿을 거야.”하백진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넷째 오빠는 날 아주 싫어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건 못 참지. 그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이 가문의 명예거든.”“내가 그의 앞에서 울며불며 하소연한다면 어떨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놈이 날 더럽히려고 할 뿐만 아니라 당난영에게 불손한 의도로 접근했다는 것도 알게 될 거야. 그러면 그는 당연히 당난영을 의심하게 되지.”“조금이라도 증거가 있으면 당신을 죽이려고 들 것이고.”“그리고 하현, 이걸 알아둬야지. 내가 증거를 만들려고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나한텐 식은 죽 먹기야!”“그렇게 되기 싫거든 당장 무릎 꿇고 빌든지 지금부터 하구천의 개가 되는지!”“아니면 죽음을 맞게 될 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하현은 손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백진에게 시선을 옮겼다.이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하백진, 똑똑하게 한다고 한 일이 결국 일을 그르친다는 말 알아요?”“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요.”“그런 당신이 내 앞에서 당신의 속셈을 다 털어놓는다?”“누굴 바보로 아는 겁니까?”“나를 자극해서 화나게 한 다음 내가 당신 뺨이라도 때리길 바라는 거죠?”“뒷좌석에 카메라 숨겨 놓고 있는 거 내가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한 거예요?”“아니면 당신과 하구천과의 상상을 뛰어넘는 관계를 내가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한 겁니까?”순간 하백진이 뭐라고 반박하기도 전에 하현은 얼른 손을 뻗어 자동차 뒷좌석에 있는 동물 모양의 쿠션 하나를 집은 다음 그 자리에서 갈기갈기 뜯어 버렸다.그러자 쿠션 속에서 툭 하고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펜이 떨어졌다.“사랑하는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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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7장

”하현, 그걸 다 알아낼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단 제법이군.”하백진은 자신의 모든 계략이 들통나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그녀는 눈썹을 찡그린 채 눈을 흘기며 하현을 쏘아보았다.“어쩐지 하구천 사람들이 하나같이 당신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하더라니.”“손놀림이며 사람의 심리를 읽는 능력하며 운, 게다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성의 매력까지 정말 대단해.”“내가 끊임없이 당신을 도발하고 화나게 했음에도 당신은 흔들림 없이 내 모든 계략을 꿰뚫어 보았군.”“우리가 당신을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그렇지만 다 좋아. 당신이 충분히 강하고 능력이 있어야만 당신을 죽이는 일이 더 흥미로워지거든.”말을 하면서 하백진은 액셀을 밟아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는 길목에서 차를 세워 다짜고짜 차 문을 열며 말했다.“꺼져!”하현은 차 문을 열어주는 하백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당신과 놀아주는데 조금 신경 써 볼게요.”“다만 당신이 나이가 들어서 힘이 달릴지도 모르니 집에 가서 보양식 좀 챙기고 오셨으면 좋겠어요.”“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서 나랑 못 놀 거예요!”나이가 들어서 힘이 달린다는 하현의 말을 듣고 하백진은 순간 얼굴빛이 흉측해졌다.하현은 차에서 내렸지만 떠나지 않고 운전석 쪽으로 가더니 눈을 흘기며 하백진을 쳐다보았다.“부인, 사실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 말이죠.”“당신, 타고난 마조히스트예요?”“내가 때려주길 그렇게 바라는 거냐구요?”하백진은 냉랭하게 얼어붙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어쩔 건데? 안타깝게도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은데. 허세만 부렸지.”“난 당신한테 기회를 줬어!”“감히 날 때려 봐?”“내가 당신한테 그럴 용기를 주어도 결국 당신은 날 건드리지 못해!”“하 세자? 집법당 당주?!”“허세만 번드르르했지 아무 쓸모도 없는 놈 퉤...”“퍽!”하백진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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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8장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훑어보고는 뒷좌석에 앉았고 그제야 오늘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모든 일은 하백진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짜여져 있었다.하백진도 하현을 함정에 빠뜨릴 속셈으로 접근한 것이었고 하현도 나름의 속셈이 있어 그녀의 차에 올라탄 것이었다.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그래도 그가 절반은 이긴 것 같아 보였다.하현은 특히 마지막에 하백진의 뺨을 후려진 것이 더없이 속이 후련했다.마음속의 악감정을 털어놓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당난영에게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일종의 계산이 깔려 있는 행동이었다.동시에 하백진에게 날린 뺨 한 대로 그는 하구천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 되었다.하구천을 쓰러뜨리겠다는 하현의 결심도 설명된 것이었다.그래야 당난영도 하현을 두고 심지가 확실한 사람이라는 확신 하에 그와 계속 협력해 나갈 수 있을 게 분명했다.이 일이 당난영에게 어떻게 전해졌는지 하현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당난영이 하현과 하백진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어쩔 수 없이 당난영은 이 일에 신경 쓰게 될 것이라고 하현은 생각했던 터였다.당난영의 경호원 몇 명도 분명 어디선가 자신이 하백진의 뺨을 때리는 것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당난영이 그 정도 계산도 없는 사람이라면 문주 부인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하지만 하현은 자신의 태도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고민 끝에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하현의 동작을 본 대머리 운전사는 즉시 차량에 흐르던 오디오를 껐다.동시에 앞뒤를 차단하는 방음 유리를 올려 하현이 안심하고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하현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지폐를 두 장 더 꺼내 운전사에게 찔러주었다.그 사이 전화기 너머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누구세요?”전화기 맞은편에선 속세의 세상엔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인, 접니다. 하현입니다.”하현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말을 이었다.“방금 순환 고속도로에서 만난 건 정말 우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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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9장

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부인,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진실 외에 다른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내가 필요한 게 뭐야?!”전화기 너머의 당난영은 분명 눈살을 한껏 찌푸린 듯 긴장한 목소리였다.“첫째, 항도 하 씨 문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십 년 전의 진실은 분명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만약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부인이 아무리 진실을 알고자 해도 절대 알 수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억울한 죽음을 당할 수도 있죠!”“둘째, 부인은 후계자를 따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하구천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그 이후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항도 하 씨 가문이 혼란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부인도 문주와 함께 항도 하 씨 가문을 더욱 공고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고요.”“부인은 아직 젊습니다. 분명 이십 년 후에는 두 분의 아들이 장성해 있을 것이고 무사히 대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하현은 의도치 않았지만 그의 말속에는 십 년 전 사건의 진범이 하구천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전화기 너머의 당난영은 침묵을 지켰고 한참 후에야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었다.“하현, 당신이 한 말 잘 고려해 볼게.”“그리고 당신 스스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거야.”“하백진은 항도 하 씨 가문 딸일 뿐만 아니라 용전 전주의 부인이야!”“그녀는 얼음처럼 투명하고 하얀 연꽃처럼 청초해 보이지만 몇 년 동안 그 청초한 가면 뒤로 얼마나 많은 남자를 죽음으로 몰았는지 몰라.”“그러니 내 진실을 찾아주기 전까진 절대 죽으면 안 돼.”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부인,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백진 하나 때문에 죽을 순 없죠.”“그리고 남편한테 얘기할 테니 언제 시간 한 번 잡아서 밥이나 한 끼 해. 우리가 대접할게.”당난영의 말에 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아, 그럼요. 부인과 문주께서 시간만 내어 주신다면 전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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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0장

하현이 하구천의 일에 골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평탄하던 길이 언제 이렇게 심하게 뒤틀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미소를 지으며 운전수에게 물었다.“기사님, 여기가 어디죠?”“아니면 당신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물어야 할까요?”“날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앞쪽에는 분명히 관리되지 않은 도로가 있었고 길가에는 빛바랜 낡은 경고판들이 보였다.하현이 물어보자 운전수는 액셀을 밟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도로의 끝을 향해 질주했다.운전수가 죽을 듯이 액셀을 밟는 것을 보면서도 하현은 침착하게 물었다.“뭘 하려는 거요?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고?”“당연히 저세상으로 보내려는 거지!”대머리 중년이 갑자기 섬뜩하게 웃었고 그의 입가에는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당신이 차에 오르는 순간 당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염라대왕이 데려가겠다는데 무슨 수로 버틸 수 있겠어?”“하현, 어서 꺼져!”“하백진 부인이 당신한테 안부 전해달라더군!”순간 대머리 운전수는 액셀을 밟은 채 머리가 고꾸라졌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렸다.보아하니 이미 죽은 것 같았다.액셀은 운전수의 발에 밟힌 채 그대로 노면을 뚫고 바다 위로 날아올랐다.하현의 머리도 이리저리 요동쳤다.하백진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 여인이 이렇게 잠시도 기다릴 수 없을 줄은 몰랐다.이렇게도 자신의 목숨을 원하다니!솔직히 하백진이든 하구천이든 남들 눈에는 대단한 사람들일지 모른다.하지만 하현이 보기에는 두 사람의 행동거지는 음흉하고 비겁하고 치사하기까지 했다.차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하현은 순간 꽉 잠긴 차 문을 발로 힘껏 찼다가 차가 물에 빠진 순간 차 문밖으로 뛰쳐나갔다.물에 풍덩 빠진 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하고 말았다.짙은 연기가 솟아올랐고 무수한 쇳덩어리들이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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