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부인,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진실 외에 다른 두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내가 필요한 게 뭐야?!”전화기 너머의 당난영은 분명 눈살을 한껏 찌푸린 듯 긴장한 목소리였다.“첫째, 항도 하 씨 문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십 년 전의 진실은 분명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만약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부인이 아무리 진실을 알고자 해도 절대 알 수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억울한 죽음을 당할 수도 있죠!”“둘째, 부인은 후계자를 따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하구천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면 그 이후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항도 하 씨 가문이 혼란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부인도 문주와 함께 항도 하 씨 가문을 더욱 공고히 장악할 수 있을 것이고요.”“부인은 아직 젊습니다. 분명 이십 년 후에는 두 분의 아들이 장성해 있을 것이고 무사히 대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하현은 의도치 않았지만 그의 말속에는 십 년 전 사건의 진범이 하구천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었다.전화기 너머의 당난영은 침묵을 지켰고 한참 후에야 담담하게 목소리를 내었다.“하현, 당신이 한 말 잘 고려해 볼게.”“그리고 당신 스스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거야.”“하백진은 항도 하 씨 가문 딸일 뿐만 아니라 용전 전주의 부인이야!”“그녀는 얼음처럼 투명하고 하얀 연꽃처럼 청초해 보이지만 몇 년 동안 그 청초한 가면 뒤로 얼마나 많은 남자를 죽음으로 몰았는지 몰라.”“그러니 내 진실을 찾아주기 전까진 절대 죽으면 안 돼.”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부인,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백진 하나 때문에 죽을 순 없죠.”“그리고 남편한테 얘기할 테니 언제 시간 한 번 잡아서 밥이나 한 끼 해. 우리가 대접할게.”당난영의 말에 하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아, 그럼요. 부인과 문주께서 시간만 내어 주신다면 전 언
하현이 하구천의 일에 골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평탄하던 길이 언제 이렇게 심하게 뒤틀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하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후 미소를 지으며 운전수에게 물었다.“기사님, 여기가 어디죠?”“아니면 당신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물어야 할까요?”“날 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앞쪽에는 분명히 관리되지 않은 도로가 있었고 길가에는 빛바랜 낡은 경고판들이 보였다.하현이 물어보자 운전수는 액셀을 밟아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도로의 끝을 향해 질주했다.운전수가 죽을 듯이 액셀을 밟는 것을 보면서도 하현은 침착하게 물었다.“뭘 하려는 거요?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고?”“당연히 저세상으로 보내려는 거지!”대머리 중년이 갑자기 섬뜩하게 웃었고 그의 입가에는 검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당신이 차에 오르는 순간 당신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염라대왕이 데려가겠다는데 무슨 수로 버틸 수 있겠어?”“하현, 어서 꺼져!”“하백진 부인이 당신한테 안부 전해달라더군!”순간 대머리 운전수는 액셀을 밟은 채 머리가 고꾸라졌고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렸다.보아하니 이미 죽은 것 같았다.액셀은 운전수의 발에 밟힌 채 그대로 노면을 뚫고 바다 위로 날아올랐다.하현의 머리도 이리저리 요동쳤다.하백진이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한다는 건 알았지만 이 여인이 이렇게 잠시도 기다릴 수 없을 줄은 몰랐다.이렇게도 자신의 목숨을 원하다니!솔직히 하백진이든 하구천이든 남들 눈에는 대단한 사람들일지 모른다.하지만 하현이 보기에는 두 사람의 행동거지는 음흉하고 비겁하고 치사하기까지 했다.차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하현은 순간 꽉 잠긴 차 문을 발로 힘껏 찼다가 차가 물에 빠진 순간 차 문밖으로 뛰쳐나갔다.물에 풍덩 빠진 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하고 말았다.짙은 연기가 솟아올랐고 무수한 쇳덩어리들이 흩날렸다.
하현은 침착한 표정으로 물속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피하다가 기회를 엿보고 얼른 요트에 접근했다.불과 십여 초 만에 그는 이미 요트 끝에 닿았다.그가 오른손으로 요트 선체를 살짝 기울이자 갑판이 휘청거리며 뒤집어지려고 했다.동시에 그는 방금 빼앗은 총으로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을 쏘았다.“탕탕!”피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하현의 모습을 찾고 있던 두 명의 저격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을 가린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하현은 그 자리로 굴러가서 다른 두 명의 저격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고 손에 든 총으로 두 사람을 쏘아 갑판 위에 쓰러뜨렸다.“저놈을 죽여!”이때 다른 총잡이들도 하현의 존재를 알아차리며 사방에서 달려들었다.검은 마스크를 쓴 스무 명 정도의 저격수들이 그를 향해 돌진해 왔다.그들이 들고 있던 총은 일찌감치 안전장치가 풀려 있었던지라 하현을 본 순간 저격수들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팡팡팡!”총알이 허공을 가르며 살벌한 소리와 함께 날아들었고 순간 갑판 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작은 갑판 위는 세상에서 가장 험악하고 살벌한 장소로 바뀌었다.짙은 총탄 냄새가 퍼지자 하현은 전쟁터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든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아마 온몸이 벌집 쑤셔 놓은 듯 험악한 총알 자국을 껴안은 채 저세상 문턱을 넘었을 게 분명하다.순간 총잡이들은 하나같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팡팡팡!”그러나 하현은 거의 불가능한 순간에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총기 한 자루를 들어 올린 다음 닫히지 않은 창문을 향해 돌진하며 방아쇠를 당겼다.강철로 만든 창문이 순식간에 부서져 하현을 향해 빗발처럼 떨어지는 총탄을 막았다.가장 위험한 순간에 상대의 필사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탕탕탕!”총알들이 비껴가거나 갑판 위에 떨어지더니 갑자기 짤칵짤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격수들이 들고 있던 총에 총알이 다 비어 버렸다.
하현이 피를 토하는 저격수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다른 저격수들은 모두 눈 밑을 파르르 떨었다.그들은 하현과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자신들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어떤 사람은 몸에 지니고 있던 비수를 얼른 꺼냈지만 그들이 손을 움직이기도 전에 하현의 몸이 이미 그들 사이를 헤집어 놓고 있었다.“푹!”저격수들은 온몸이 그대로 굳어지는 듯했다.어떤 사람은 그대로 바다로 날아갔으며 어떤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대로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그들은 하현이 이렇게까지 강한 상대일 줄은 몰랐다.이리저리 휘두르는 하현의 날랜 주먹과 손바닥에 그들은 바로 저세상 길을 떠났다.졸개들을 해결한 후 하현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갑판 위에 있던 깨끗한 목욕 수건을 꺼내 자신의 머리를 닦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선실로 들어갔다.요트의 선실은 매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치장되어 있었다.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마저 맴돌고 있어서 방금 피비린내가 자욱했던 외부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놓인 것 같았다.모든 인테리어는 섬나라풍으로 꾸며져 있었다.가운데 놓인 높이 30센티미터 정도의 낮은 탁자 외에도 녹색 이끼, 정교한 불상 등이 사방에 장식되어 있었다.이렇게 작은 요트 안에 이런 것들을 꾸며 놓은 사람의 삶이란 정말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선실 뒤쪽 절반은 대나무와 함초를 정교하게 엮은 다다미가 바닥에 깔려 있었다.가장 평범해 보이는 섬나라풍의 인테리어였지만 어떻게 보면 우아하고 어떻게 보면 값어치가 나가 보이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다다미 위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가 섬나라 유카타를 입고 허벅지에는 섬나라 장도를 차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그는 잘 우려낸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홀짝이고 있었다.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풍류의 멋을 한껏 자아내었다.그리고 그의 뒤편에는 검도복을 입은 여덟 명의 섬나라 검객들이 하나같이 허리에 섬나라 장도를 차고 위엄 있는 얼굴로
”이 자식이!”“미친놈 아냐?!”“겁대가리 없는 놈! 누가 너한테 이런 용기를 준 거야? 우리 신당류 검객 앞에서 어디 입을 함부로 놀리고 있어?”“죽는 게 어떤 맛인지 몰라서 이래? 맛을 봐야 알겠어?”여덟 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화난 얼굴들이었다.텐푸 쥬시로가 어떤 사람이던가?신당류 검객일 뿐만 아니라 황실의 궁중 어의이기도 한 사람이었다!진정한 전신급 레벨이었다!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그는 천인합일의 도를 깨치기 위해 오랜 세월 은둔하며 지내왔다고 한다.섬나라에서 이 정도의 지위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로 숭고하다고 여긴다.섬나라 검객들의 눈에는 그가 살아있는 미야모토 무사시, 사사키 코지로나 다름없었다.그런데 눈앞에 대하인이 감히 텐푸 쥬시로를 비꼬고 앉아 있으니!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텐푸 쥬시로의 얼굴에는 흔들림 없이 평온한, 그러나 한기 어린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잠시 후 그는 왼손을 들어 그의 일행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손짓했다.그의 행동을 본 여덟 명의 섬나라 검객들은 불만을 속으로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살벌한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당장이라도 하현을 목 졸라 죽이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 같았다.“하현, 당신이 대단한 인물이라는 건 잘 알아.”“얼마 전 음류 검객 미야타 신노스케가 당신한테서 변을 당했다지.”“당신 때문에 음류 고수들이 거의 죽거나 다쳤다더군.”“츠치미카도 가문 음양사 한 명도 변을 당했고 말이야.”“하지만 미야타 신노스케가 그렇게 당하게 된 이유는 남양의 전신 양제명이 당신을 뒤를 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당신이 뭔가 대단한 능력이라도 지닌 줄 아는 모양이지?”“오늘은 당신을 받쳐 줄 양제명도 없어. 여기선 외톨이야. 아무도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내가 당신을 죽이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내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해?”“하현,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누가 당신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텐푸 쥬시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당신과 당신의 개들이 정말로 실력이 뛰어나다면 택시를 폭발시킬 필요도 없고 총잡이들을 배치해서 날 상대할 필요도 없었잖아.”“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냥 검객 한 명을 내 앞에 데리고 와서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날 베어 버리면 그만인 거야.”“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이렇게 복잡한 수법을 썼잖아. 딱 한 가지로밖에 설명이 안 돼.”“당신은 겁을 먹은 거야!”“당신이 내 상대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거지.”“나한테 뺨을 맞고 죽을까 봐 무서웠던 거야.”“당신도 미야타 신노스케와 같은 최후를 맞을까 봐 두려웠던 거지, 안 그래?”하현은 눈을 흘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준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수법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당신은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없다는 걸 보여준 거야.”“한 가지 더. 난 방금 하구천과 완전히 맞서는 사이가 되었어. 그런데 섬나라 검객들이 이렇게 빨리 항성에 나타나 날 죽일 준비를 했다?”“비행기는커녕 로켓을 타고 온다고 해도 이보다 빠를 순 없을 거야, 안 그래?”“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가설은 미야타 신노스케가 왔을 때 당신들도 이미 항성에 와 있었다는 거야.”“다만 당신은 날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감히 날 건드리지 못한 거지.”“심지어 오늘 날 건드린 것도 어쩔 수 없어서 한 짓에 불과해.”“천 번 만 번을 말해도 분명한 건 딱 한 가지야. 당신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하고, 날 두려워한다는 것!”“당신은 완전히 쫄았어!”하현은 찻잔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신들 섬나라 신당류는 미야타 신노스케보다는 조금 더 똑똑한 거 같군.”“그 점을 봐서 오늘 당신을 죽이진 않을게.”“당신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직접 차 한 잔을 따라주며 사과한 뒤 섬나라로 돌아가면 돼. 그뿐이야.”“이렇게 당신 체면을 세워 주는데 설마
”말이 이렇게 나왔으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지!”텐푸 쥬시로는 한숨을 내쉬었고 눈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리고 나서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결연하게 말했다.“이 차를 술이라 생각하고 당신에게 최후의 잔을 올리겠어. 당신을 위해 건배하는 셈이지.”하현도 자신의 잔에 차를 따르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나도 당신에게 최후의 잔을 올리겠어. 당신을 위해 건배!”두 사람은 눈빛을 마주하며 서로의 살기 어린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마셨다.하현의 호쾌함을 본 텐푸 쥬시로는 입가에 흥미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당신은 들어올 때부터 바람처럼 평온한 기색으로 들어오더니 조금도 겁내지 않고 내가 따라준 차를 마셨어.”“내가 독이라도 넣었을까 봐 두렵지는 않은 거야?”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이미 독을 넣지 않았던가?”“한참을 쓸데없는 말로 나랑 지껄였잖아. 당신은 그저 내 몸속에서 독이 작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야.”“그런데 이거 어쩐다, 텐푸 쥬시로를 실망시켜서 미안하게 됐군그래.”하현은 전쟁터에 있을 때 어떤 음흉한 독약도 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그의 말처럼 군대에서 몇 년 동안 그는 살인술을 너무도 많이 보아 왔고 그에 따라 독약에 대한 식견도 많이 쌓였기 때문에 일찍이 어떤 독에도 중독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텐푸 쥬시로가 처음부터 자신의 잔에 독을 넣었다는 걸 하현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텐푸 쥬시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당신한테 준 것은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새로운 독약이야. 잠을 잘 수 없는 독약이지.”“이 독에 중독된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온몸에 힘이 없어지고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지며 이때부터 잠을 잘 수 없게 돼.”“하지만 당신 상태를 보니 독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것 같군.”“내 독약만 낭비한 꼴이야! 흥!”“어떻게 독을 피할
”당신들 섬나라 천황은 신권과 황권이 하나라고 부르짖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한 천황의 아무 의미 없는 발악일 뿐이야!”“섬나라 권력은 막부와 내각에 집중되어 있어.”“꼭두각시도 당신처럼 머리 나쁜 소위 무사들을 속일 수단일 뿐이라고.”“내 말이 맞지?”하현은 대놓고 비아냥거리며 섬나라 사람들이 싫어할 말을 했다.이것은 그들의 무사가 모시는 군주가 수년 전에 실각했다는 것을 비꼰 것이다.텐푸 쥬시로의 눈에는 들개 같은 눈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애써 화를 누르고 천천히 말했다.“하 씨, 역사책 몇 권 뒤적였다고 우리 섬나라 일을 다 아는 척하지 마.”“위대한 천황, 그의 지위, 그의 역량, 그의 영광은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거야!”“당신이 위대한 천황을 모욕했으니 오늘 우리는 천황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장례를 치러야겠어!”“어서 해치워!”텐푸 쥬시로의 명령에 여덟 명의 신당류 검객들은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였다.모두의 눈에선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살기가 이글거렸다.여덟 명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섬나라 장도를 번쩍이며 하현을 위협했다.칼날이 한꺼번에 하현을 향했고 칼날이 부딪히는 예리한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마치 폭풍우가 지나가듯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칼날이 휘몰아쳤다.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오른손으로 탁자를 힘껏 들어 던졌다.탁자가 공중에서 펄럭이더니 첫 번째 칼날과 부딪혀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하지만 하현은 여세를 몰아 선실을 뛰쳐나와 갑판의 뱃전에 나왔다.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하였고 탄피에는 핏물이 들어 처참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그러나 여덟 명의 섬나라 검객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그들은 갑판 위로 걸음을 옮겨와 손에 든 섬나라 장도를 사정없이 휘둘렀다.“촹!”여덟 명이 합세한 칼놀림에 마치 머리 위에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이들 섬나라 검객들의 몸놀림이 얼마나 거친지 갑판이 약간 내려앉은 듯 보였다.뒤쪽에서 텐푸 쥬시로는 여유롭게 찻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