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2746장

작가: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당신들 섬나라 천황은 신권과 황권이 하나라고 부르짖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한 천황의 아무 의미 없는 발악일 뿐이야!”

“섬나라 권력은 막부와 내각에 집중되어 있어.”

“꼭두각시도 당신처럼 머리 나쁜 소위 무사들을 속일 수단일 뿐이라고.”

“내 말이 맞지?”

하현은 대놓고 비아냥거리며 섬나라 사람들이 싫어할 말을 했다.

이것은 그들의 무사가 모시는 군주가 수년 전에 실각했다는 것을 비꼰 것이다.

텐푸 쥬시로의 눈에는 들개 같은 눈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애써 화를 누르고 천천히 말했다.

“하 씨, 역사책 몇 권 뒤적였다고 우리 섬나라 일을 다 아는 척하지 마.”

“위대한 천황, 그의 지위, 그의 역량, 그의 영광은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거야!”

“당신이 위대한 천황을 모욕했으니 오늘 우리는 천황의 이름을 걸고 당신의 장례를 치러야겠어!”

“어서 해치워!”

텐푸 쥬시로의 명령에 여덟 명의 신당류 검객들은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모두의 눈에선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살기가 이글거렸다.

여덟 명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섬나라 장도를 번쩍이며 하현을 위협했다.

칼날이 한꺼번에 하현을 향했고 칼날이 부딪히는 예리한 소리가 장내를 울렸다.

마치 폭풍우가 지나가듯 하현이 있는 방향으로 칼날이 휘몰아쳤다.

하현은 쓸데없는 말 대신 오른손으로 탁자를 힘껏 들어 던졌다.

탁자가 공중에서 펄럭이더니 첫 번째 칼날과 부딪혀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하지만 하현은 여세를 몰아 선실을 뛰쳐나와 갑판의 뱃전에 나왔다.

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하였고 탄피에는 핏물이 들어 처참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여덟 명의 섬나라 검객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들은 갑판 위로 걸음을 옮겨와 손에 든 섬나라 장도를 사정없이 휘둘렀다.

“촹!”

여덟 명이 합세한 칼놀림에 마치 머리 위에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들 섬나라 검객들의 몸놀림이 얼마나 거친지 갑판이 약간 내려앉은 듯 보였다.

뒤쪽에서 텐푸 쥬시로는 여유롭게 찻잔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재벌 사위면 될까?   2747장

    섬나라 민족은 특히 대하 문화를 숭상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을 선호한다.섬나라 사람들은 그들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하에서부터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대하의 일부라도 점령할 수만 있다면 섬나라는 진정으로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하현은 대구와 항성에서 잇달아 섬나라의 이런 시도를 뭉개버렸다.이것이 바로 미야타 신노스케와 텐푸 쥬시로 같은 검객들이 직접 하현을 죽이러 온 근본적인 이유였다.그들은 대하에 2대 총교관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섬나라의 우두머리들을 무참히 뭉개버리는 전설의 2대 총교관.하현이 잠시 생각에 잠긴 틈을 타 여덟 명의 검객들은 얼굴빛이 차가워지며 천천히 하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들은 천천히 숨을 조여오듯 하현을 에워싸기 시작했다.마치 천둥과 우레가 번갈아가며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텐푸 쥬시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바람과 천둥, 번개가 합쳐진 건곤 한 방!”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섬나라 검객들은 그 자리에서 한 발 살짝 물러섰다가 섬나라 장도를 들고 하현을 향해 매섭게 겨누었다.하현이 이를 보고 순간적으로 뛰어오르자 두 검객은 좌우로 흩어져 하현이 도망갈 퇴로를 봉쇄했다.뒤이어 두 검객은 뒤로 돌진해 하현이 움직일 공간을 미리 막아서며 동시에 칼을 빼들어 하현을 향해 내리쳤다.“흥! 제법이군!”하현은 감탄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야!”“음류보단 신당류가 한 수 위인 걸걸!”소위 말하는 풍뢰팔자의 위력은 섬나라 음류 고수보다는 훨씬 강하다고 인정받는다.이 여덟 명은 모두 최고의 병왕이고 여덟 명이 함께 모이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평범한 전신이었다면 벌써 포위당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칭찬과 동시에 하현은 이미 달려드는 섬나라 검객 한 명을 되받아쳐 저 멀리 날려버렸다.하현이 간단하고 수월하게 섬나라 검객을 물리치는

  • 재벌 사위면 될까?   2748장

    ”어서 해치워!”하현이 다시 그들의 습격을 피하자 네 명의 섬나라 검객들은 다시 손을 잡고 동시에 전방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갑판에 박힌 검을 뽑아 들고 오른손을 치켜들었다.마치 검은 바다에 비추는 한 줄기 달빛처럼 칼날이 번쩍이며 허공을 갈랐다.텐푸 쥬시로는 이 광경을 보고 얼굴빛이 갑자기 일그러졌다.“풍뢰화문! 절대로 우릴 침범할 수 없어!”순간 네 명의 섬나라 검객들이 들고 있던 장도가 겹쳐지며 동시에 앞을 막아섰다.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구도였다.텐푸 쥬시로가 고수라는 것은 가르친 솜씨를 보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창창창!”하현이 가지고 있던 검이 섬나라 장도에 부딪혀 떨어지며 불꽃이 튀었다.네 명의 공격을 깨뜨릴 방법이 없었다.그와 동시에 널브러져 있던 네 명의 섬나라 검객들도 비릿한 향이 나는 알약을 삼키고는 눈이 벌개져서 다시 죽일 듯한 눈빛으로 일어섰다.분명 이 알약은 부상을 지연시키고 순간적으로 온몸을 자극해 벌떡 일어서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바람과 천둥은 비로 변하고 천둥과 번개는 천지를 흔들지어다!”하현이 궁지에 몰린 듯하자 텐푸 쥬시로는 눈빛이 음흉하게 변하며 거침없이 명령을 내렸다.하현을 향한 살기가 텐푸 쥬시로의 눈에서 넘쳐흘렀다.여덟 명의 검객들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그들의 손에 있던 섬나라 장도는 동시에 칼집으로 들어갔다가 동시에 칼집에서 튀어나왔다.“죽여!”섬나라 발도술!이것은 섬나라 검도술 중 가장 강력한 권법이라고 할 수 있다.여덟 명의 절정의 병왕들이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칼을 겨누었고 죽일 듯이 살기를 띠며 덤벼들었다.여덟 개의 칼이 하나로 합쳐져 어떤 전신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전해졌다.누구도 쉽게 물리칠 수 없는 막강한 형세였다!이를 본 텐푸 쥬시로의 얼굴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이런 묘수는 텐푸 쥬시로도 막을 수 없다.그러니 홀몸인 하현은 어떠랴?텐푸 쥬시로는 이 재미난 광경을 혼

  • 재벌 사위면 될까?   2749장

    하백진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비아냥거리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하현이 난도질당하는 장면을 놓칠까 봐 걱정일 지경이었다.텐푸 쥬시로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백진, 내가 하현을 죽일 테니 똑똑히 봐. 그리도 당신과 하구천이 나와 약속한 거, 절대 잊지 마!”하백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어. 당신이 하현을 죽이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특별 외교 신분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이제부터 당신들은 우리 항성에서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야!”“당신이 항성의 법을 어겨도 하구천이 도와줄 테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감히 왈가왈부하지 못할 거야!”“자, 이제 조용히 입 다물어.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방해하지 마!”텐푸 쥬시로는 흡족한 듯 소리 없이 웃었다.그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팔 수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너무나 통쾌하고 즐거웠다.하백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의 풍뢰팔자의 칼날이 하현의 온몸을 에워쌌다.하현은 칼날 속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공세 속에서도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텐푸 쥬시로가 풍뢰팔자를 가르치다니, 정말 대단하군.”“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나 하현을 만났어.”“내 앞에서는 전신도 땅강아지처럼 맥을 못 추는데 하물며 가짜 전신이라, 흥!”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검객들 속으로 뛰어들어 손바닥을 마구 휘갈겼다.표정은 냉담하고 결연했지만 몸동작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다.풍뢰팔자의 눈에는 평범했던 하현이 갑자기 부채만 한 손바닥을 들고 자신을 향하는 것은 착각이 들었다.하현의 손바닥은 천지를 뒤흔들고 하늘을 뒤덮어 버리는 것 같았다.“어서 죽여 버려!”약을 먹은 섬나라 검객들은 순간적으로 손에 든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촥!”낭랑한 소리가 공중에서 울려 퍼졌다.풍뢰팔자는 하나같이 온몸을 흠칫했다.사람 그

  • 재벌 사위면 될까?   2750장

    텐푸 쥬시로는 하백진과 연결된 영상 통화를 꺼버렸다.그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 듯 허둥지둥거렸다.“이 정도면 거의 나의 실력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군.”“전신의 정점에 다가설 만한 실력이야.”“그 정도 실력이 아니라면 어찌 우리 풍뢰팔자를 해치울 수 있겠어?”텐푸 쥬시로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감탄하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하현, 당신은 정말 비밀스러운 사람이야. 젊은 나이에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젊은데 유능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해.”“당신 같은 사람이 왜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야?”“자랑을 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준비하기 어렵잖아!”“준비가 부족해서 아마 오늘 이렇게 당신한테 당한 거 같은데, 우리가 누굴 찾아가서 이 억울함을 따질 수 있겠어?”텐푸 쥬시로는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다행히 내가 오랫동안 은거하면서 하늘과 사람이 하나 되는 도를 터득했지. 은거하기 전보다 훨씬 더 깊은 도를 터득하게 된 거야.”“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에 정말 당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몰라.”“안타깝게도 오늘 대하에서는 군신 한 명을 또 잃게 될 운명이로군!”텐푸 쥬시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짐짓 안타깝다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섬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마주 보며 비아냥거렸다.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졌다고 생각했다.하현의 실력이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몰아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러나 텐푸 쥬시로가 직접 나서자 다시 기가 살아난 것이다.신당류 전설의 검객! 명불허전!지금 이 순간 섬나라 사람들은 전설이 되돌아온 것마냥 기고만장해졌다!“저놈을 죽여 버려! 우리 텐푸 쥬시로 전신이 하는 말 못 들었어?!”“자신이 전신이라도 된 줄 착각하겠지만 우리 텐푸 쥬시로 앞에서 감히 찍소리나 할 줄 알아?”“이 자식아! 젊은 놈이 어디 함부로 덤벼!”“네놈이 태어나서부터 무학을 수련했다고 해도 텐푸 쥬시로의 적수는 되지 못해!”“빨

  • 재벌 사위면 될까?   2751장

    텐푸 쥬시로는 신당류의 검객, 섬나라 전신, 황실 궁중 어의, 하늘과 인간의 도리를 깨달은 도인으로 불리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런 추잡한 수를 쓰다니!그는 자신이 시대의 걸출이라고 불리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오늘 그는 많은 준비를 했었다.심지어 자신이 정성껏 훈련시킨 풍뢰팔자도 선보였다.그런데 결과는 무참했다.이런 상황에서 텐푸 쥬시로가 정말 용감하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어떻게 하현과 싸울 수 있겠는가?그래서 정의롭고 늠름한 척 아랫사람의 뺨을 때리고 닥치는 대로 아랫사람의 몸을 던져 요트 엔진을 부순 뒤 텐푸 쥬시로는 깔끔하게 달아난 것이다.게다가 그의 탈출 경험은 아주 풍부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빠른 속도로 해안가에 도달할 것이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요트에 남아 있는 섬나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지금까지의 신념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하현은 이 사람들과는 쓸데없이 뒤엉키고 싶지 않아서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낸 후 스스로 바다속으로 뛰어들어 텐푸 쥬시로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쫓아갔다.텐푸 쥬시로는 어쨌든 전신이었고 검객이었다.아무리 실력이 찌질하기로서니 그래도 전신의 위엄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하현은 오늘 여기서 끝장을 보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은신해 있던 전신이 언제 또다시 나타나 자신의 목에 칼끝을 들이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하현에게 칼날 정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 문제였다.하현이 자신을 놓치지 않고 쫓아온다는 것을 눈치챈 텐푸 쥬시로는 뭍에 오른 후 빠른 속도로 해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항성 태평산의 뒤쪽 기슭으로 상류층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함부로 개발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었다.이 숲에는 새와 짐승도 많다고 전해지며 항성에서 보기 힘든 청정 장소였다.안타깝

  • 재벌 사위면 될까?   2752장

    ’헉'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해내던 텐푸 쥬시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하현, 역시 대단하군.”“젊은 나이에 전신에까지 오르다니.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거야.”“이런 인제가 우리 섬나라 귀족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텐푸 쥬시로,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당신을 구해 줄 순 없어.”“요트에서 이미 이 지역 통신을 다 차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어.”“말하자면 당신이 나를 따돌린 뒤 방금 보낸 메시지는 영원히 아무도 받지 못할 거라는 거야.”텐푸 쥬시로는 얼굴빛이 흐려지며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십여 분 전에 도움 요청을 보낸 메시지 앞에 아직도 빨간 느낌표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았다!“이 빌어먹을 놈이!”텐푸 쥬시로는 버럭 화를 냈다.“젊은 놈이 섬나라 검객을 뭘로 보는 거야?! 진정 내 칼에 죽고 싶은 거야?!”“내가 오늘 갈기갈기 찢어 버릴 거야!”텐푸 쥬시로가 포효하며 양손에 들고 있던 칼을 앞으로 힘껏 내질렀다.칼날이 시리도록 날카로웠다.귀신이 곡하고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주먹을 불끈 움켜쥔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하현은 텐푸 쥬시로가 자신을 향해 돌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텐푸 쥬시로는 하현의 곁을 지나쳐 산꼭대기 쪽으로 계속 달려갔다.하현은 눈앞에 벌어진 일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섬나라 전신이 이 지경이 되어도 뻔뻔스럽게 시치미를 떼고 칼을 내리치는 시늉으로 눈을 속이며 도망치다니!“텐푸 쥬시로! 자꾸 도망쳐 봐야 소용없어!”하현이 냉랭하게 소리쳤다.“하현, 제발 쫓아오지 마!”텐푸 쥬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숲으로 달리며 하현을 따돌리려고 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텐푸 쥬시로를 노려보았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십여 미터 정도로 유지하며 사냥감과 사냥꾼처럼 빠르게 쫓고 쫓겼다.머지않아 두 사람은 산꼭대기 가까이 있는

  • 재벌 사위면 될까?   2753장

    ”퍽!”텐푸 쥬시로는 순식간에 몸이 날려 바위에 세게 부딪혔고 입에서 튀어나온 피가 바위 위에 점점이 흩어졌다.텐푸 쥬시로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고 눈동자는 매서운 칼날처럼 빛났다.그는 처음부터 온갖 계략을 써서 하현을 일생일대의 적처럼 두고 싸웠지만 하현은 결코 교만하거나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공격을 막아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반나절을 넘게 계략에 계략을 더하며 끌어왔지만 결국 텐푸 쥬시로는 하현을 죽이지 못하고 되레 그의 공격에 맥을 추지 못했다.하현, 이 자는 정말 치밀하고 강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챙!”텐푸 쥬시로는 이를 악물고 다시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그는 피범벅이 된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몸을 솟구쳐 허공에서 칼을 내리쳤다.마치 별똥별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하현도 단호한 얼굴로 칼을 휘둘렀다.“쨍그랑!”양측의 칼날이 부딪힘과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엇갈렸다.하현은 벼랑 끝에 섰고 텐푸 쥬시로는 숲이 펼쳐진 쪽에 서 있었다.“영웅이 될 만한 젊은이군.”텐푸 쥬시로는 자신의 칼날을 어루만지며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당신 같은 사람이 몇 년만 더 세월의 경험을 쌓는다면 정말 무시무시할 것 같은데. 나조차도 당신을 상대하지 못하겠는 걸.”“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죽일 수 있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정말로 자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자꾸 잔꾀를 부리는 거야?”“당신네 섬나라 사람들은 전신의 경지에 올라도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힘들 거야.”“당신이 바다에 뛰어들어 도망치던 순간부터 당신은 영원히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당신을 바로 죽이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어떤 후수를 준비했는지 보고 싶어서일 뿐이야.”“그런데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의 후수가 날 무척 실망시켰다는 거야.”“실망

  • 재벌 사위면 될까?   2754장

    ”성녀?!”“오매 도관?”“당신은? 사비선?!”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목욕 타월을 두른 여자를 쳐다보았다.하현을 똑바로 바라보는 여자의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져 있었다.절체절명의 순간 몸을 피한 곳이 오매 도관 성녀 사비선의 노천탕일 줄은 몰랐다.티끌 하나 묻지 않은 흡사 선녀 같은 사비선의 얼굴을 보면서 하현은 처음으로 왜 이 여자가 사비선인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자신을 성녀의 노천탕에 떨어뜨려 목숨을 살릴 수 있게 한 것이 텐푸 쥬시로의 큰 그림에 있었던 계략이었을까?만약 그렇다면 텐푸 쥬시로는 하구천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부터 단단히 해야 할 판이었다.하현의 기억이 맞다면 하구천은 성녀 사비선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사비선의 유리 같은 눈동자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후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 그녀도 자신의 노천탕에 불쑥 나타난 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현?!”“뭐? 그 쳐죽일 하현?!”“오매 도관의 얼굴에 몇 번이나 먹칠을 한 그놈? 경매장에서 난동을 부려 행사를 망치게 한 그놈?”“사송란을 죽이고도 감히 우리 오매 도관 사람들에게 3일 안에 해명하라고 했던 그놈이란 말이야?”“이놈이 어떻게 뻔뻔하게 이곳에 얼굴을 들이민단 말이야?”“성녀님, 이놈이 여기에 나타난 건 성녀님께 엄청난 모욕입니다. 죽어 마땅한 놈이죠!”오매 도관의 여제자들은 화가 난 얼굴로 달려들어 단칼에 하현을 찔러 죽이려고 했다.“솩!”사비선은 오른손을 내저으며 칼을 물리라는 손짓을 했다.이어 그녀는 병풍 뒤로 몸을 돌려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항성에 몇 안 되는 천연 온천이야. 피를 묻히고 망쳐서야 되겠어?”칼을 든 오매 도관 여제자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우리가 경솔했습니다. 지금 당장 이놈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

최신 챕터

  • 재벌 사위면 될까?   4260장

    진홍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눈꺼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자신이 한없이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이렇게 강한 자였다니?!그리고 자신이 의지했었던 남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얼굴이 부어터지도록 만신창이가 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던 진홍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일어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장천중과 장용호의 태도를 보고 잠자코 있던 하현이 결국 나서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다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풍수술을 배우는 것은 겉치레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만약 오늘 자신이 마침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장용호의 서툰 솜씨에 황보정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장용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꼭 명심할게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지금부터 그 말을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장용호에겐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장천중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자결은 확실히 황보정의 체내에 있는 나쁜 기운과 사악한 기운을 없앨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그녀의 두 눈을 뜨게 할 수는 없습니다!”“작은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려면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배의 능력이 충분히 좋아야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화자결은 황보정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아! 화자결로도 해결 못 하는 건가?”장천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난 하 대사의 방법으로 하면 황보정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 재벌 사위면 될까?   4259장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 재벌 사위면 될까?   4258장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

  • 재벌 사위면 될까?   4257장

    장용호는 진홍민의 눈빛을 알아듣고 헛기침을 하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다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친한 사이일수록 돈 관계는 확실히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요즘 그런 소문이 들리더라고요.”“누군가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이 집복당을 무료로 준다고요, 사실입니까?”황보동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홍민을 쳐다본 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당신이 내 손녀를 구해 줄 수만 있다면 이 집복당을 가져도 돼.”“게다가 우리 황보 집안을 잇게 되는 거야.”황보동의 말을 듣고 진홍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용호, 걱정하지 마. 우리 이모할아버지는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지키는 사람이야!”“그래도 당신이 안심을 못 하겠다면 내가 나서서 보증할게!”“퍽!”황보동은 다른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귀찮아 서가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장용호 앞에 내던지듯 내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계약서까지 다 준비해 두고 있었어.”“누구라도 내 손녀를 구해 낸다면 바로 이 계약서를 가져갈 수 있어.”진홍민은 흥분된 표정으로 계약서를 얼른 낚아채 눈을 반짝이며 살펴보았다.“맞아. 이 계약서는 원본이고 유효해. 양측이 여기 서명만 하면 돼.”“좋아요. 황보대사님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저도 모든 걸 다 쏟아 보겠습니다!”“여러분들에게 주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수술과 화자결을 보여드리죠!”말을 마치며 장용호는 호탕한 웃음을 보인 뒤 들고 있던 꾸러미에서 은침 한 개와 붉은 주사 광물을 꺼냈다.“우선 황보정의 온몸에 가득 찬 살기를 제거하여 그녀의 몸을 회복시킨 다음 기력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하현은 장용호의 말을 듣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장용호는 바로 은침을 쥐고 소독한 후 약간의 주사 광물을 묻힌 후 천천히 황보정의 눈썹 위에 찍었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작부터 틀렸어.”장용호는 이 말을 듣고 미간

  • 재벌 사위면 될까?   4256장

    서류 뭉치에는 하현의 사진과 철인도 완벽하게 찍혀 있었다.진홍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허! 가짜 증명서인 게 틀림없어!”그녀는 냉소를 연발했다.“이모할아버지, 정말로 이 사기꾼을 믿기로 하신 건 아니죠?”“야! 사기 치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나!”진홍민의 비아냥거림에 줄곧 입을 열지 않았던 장용호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이며 앞으로 나왔다.“황보대사님, 어디서 이런 사기꾼을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요.”“왜 이런 사기꾼을 믿게 된 거예요? 도저히 모르겠어요.”“전 단지 지금 황보정의 상황은 우리 만세당 말고는 절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실히 말해 두고 싶어요.”황보동은 자신감 넘치는 장용호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유가 뭔가?”“이유요?”장용호는 팔짱을 진 채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주역의 ‘화자결’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죠.”“세상의 모든 재앙을 다 물리칠 수 있다고요!”‘화자결’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황보동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주역?”“그럴 리가 없는데. 주역은 오래전에 전수가 끊겼는데.”“자네 날 속일 셈인가?”황보동이 의아한 눈빛으로 몰아붙이자 장용호는 더욱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는 얼마 전 진정한 고수에게서 가르침을 받으셨죠. 쉬쉬하며 음성적으로 전해지던 주역의 ‘화자결’을 몽땅 전수해 받았다고요!”“이걸 전수받은 풍수지리사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가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장용호는 세상을 발아래 둔 사람처럼 기고만장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내가 보기엔 황보정은 천기를 누설한 죄로 이런 벌을 받은 거예요!”“내가 그녀를 그 업보에서 벗어나게 해 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이 말을 듣고 진홍민이 재빨리 끼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어서 장 대사님을 오라고 하세요!”“그는 명문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절대로 남을 속이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주역의 화자결?하현은 이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

  • 재벌 사위면 될까?   4255장

    진홍민이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자 하현은 그녀를 상대하기조차 싫어졌다.하지만 진홍민은 여전히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하현을 문밖으로 내쫓을 태세를 보였다.그때 황보동이 황급히 그녀를 가로막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홍민아, 진정해. 함부로 이러지 마!”황보정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 괜찮아.”“괜찮다니?”“마침 내가 왔기에 망정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야!”진홍민은 거만한 얼굴로 황보동의 손을 뿌리치며 하현 앞으로 걸어갔다.뺨이라도 한 대 때릴 듯 그녀의 행보는 거셌다.“개자식! 지난번 일은 아직 계산도 안 했어!”“우리 오빠의 일을 다 망쳐 놓고 이제는 감히 내 사촌동생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해?”“흥! 사는 게 귀찮아?”“퍽!”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민효가 갑자기 한 발짝 내디디며 손바닥으로 진홍민을 후려갈겼다.“하현한테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 죽고 싶어?”간민효의 노기 어린 말투와 간 씨 가문이라는 신분에 진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간민효를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방금 진홍민의 관심은 온통 하현에게 쏠려 있어서 옆에 있던 간민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간민효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거친 숨을 씩씩거렸지만 진홍민은 감히 간민효에게 뭐라고 대거리를 할 수가 없었다.진홍민은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럽게 말했다.“이모할아버지, 보셨죠?”“감히 내가 한마디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이런 사람을 가만히 두면 안 되잖아요?!”지금 진홍민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초조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만약 정말로 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한다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눈독을 들이던 집을 엄한 놈이 차지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정말로 이백억 집을

  • 재벌 사위면 될까?   4254장

    간민효 일행은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회랑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 중 무도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선두에 서 있는 것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체구가 약간 왜소했지만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가득 묻어났다.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장천중과 비슷했다.황보동을 본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안녕하세요.”다만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만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진홍민, 만세당 사람들을 데려왔구만?”황보동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젊은 남자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당신이 장 대사의 손자, 장용호인가?”장용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황보대사님, 기억력이 아주 좋으십니다. 그저 몇 년 전에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절 기억하시다니요!”그러자 진홍민이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입을 열었다.“이모할아버지, 장용호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그는 풍수지리로는 금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예요!”“무엇보다 최근 내공이 훨씬 더 강하고 깊어졌어요!”“내가 정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모셔온 사람이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진홍민의 눈동자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이 친구한테 정이를 한번 보라고 해 보세요.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황보동은 오만한 미소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장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할아버지가 이미 손을 써 보았다네.”“하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더는 어떻게 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네.”“그리고 자네, 할아버지의 재주를 90% 이상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아마 내 손녀를 치료할 수는 없을 거야.”황보동은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이미 하 대사를 불렀거든.”“하 대사가 나서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야.”황보동은 분명 만세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금정 제일의 풍수사라 불리는 장천중은 아무것도

  • 재벌 사위면 될까?   4253장

    ”돈 한 푼 안 들이고 우리 집을 산다고요?”황보정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에요?”황보동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아무리 총명한 황보정이라고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반신반의하던 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숨결과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 이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제압한 풍수대사라고?무슨 그런 농담을?!하지만 황보정은 평소 도도한 할아버지의 성품으로 봤을 때 하현이 정말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할아버지의 눈에 들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보정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더 이상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황보정은 하현에게 말했다.“하 대사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다만 하 대사님은 절대 부담 가지지 마세요. 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저는 천기를 누설해서 이런 벌을 받았어요.”황보정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기누설? 그래서 벌을 받았다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부담 느끼지 않으니까요.”황보정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하현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업보나 벌이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황보동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대사, 정말 할 수 있겠는가?’예전 같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무당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국내외 내로라하는 대사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에게 방법이 있다고?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하지만 하현이 조금 전까지 보인 행동으로

  • 재벌 사위면 될까?   4252장

    집복당 후원과 앞뜰을 잇는 긴 회랑.회랑 양옆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꽃 사이를 숨바꼭질하는 금붕어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이곳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유명한 정원과도 맞먹는 유려한 풍광과 격조가 느껴졌다.아름드리나무가 테두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고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즈넉한 정자, 단단한 선비의 기상이 넘치는 바위 정원, 그 사이를 유유히 유람하는 맑고 고요한 물줄기.더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상쾌하고 서늘한 바람이 일렁거려서 무릉도원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가운데 있는 정자에는 흰색 긴 치마를 입고 단정하게 하나로 머리를 묶은 화장기 없는 여자가 있었다.그녀는 손에 나침반을 들고 있었는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곁에는 오래된 죽간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촉감으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칼로 빼곡하게 글자를 새겨 놓았다.눈이 멀고 온몸에 힘이 빠져도 글과 그림을 향한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현의 눈에서는 절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요즘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겉모습을 꾸미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 미인이란 미인은 도처에 널렸다.하지만 이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여자는 찾기 어렵다.“할아버지, 정말 우리 집복당을 팔 생각이세요?”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뭔가를 눈치챈 황보정이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을 말했다.“저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천기를 누설한 업보로 이렇게 된 거라고 말했잖아요?”“조상님들이 물러주신 이 집복당을 판다고 해도 내 병을 고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다 헛수고라고요.”“그러니까 할아버지, 나중에 죽어서 조상님 뵐 낯도 없어서 전전긍긍하시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제발 부탁이에요.”황보정은 글과 그림에 대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착한 마음씨와 효를 심성에 장착하고 있었다.그래서 하현은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정아, 넌 내 하나밖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