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민족은 특히 대하 문화를 숭상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하는 방법을 선호한다.섬나라 사람들은 그들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대하에서부터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대하의 일부라도 점령할 수만 있다면 섬나라는 진정으로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하현은 대구와 항성에서 잇달아 섬나라의 이런 시도를 뭉개버렸다.이것이 바로 미야타 신노스케와 텐푸 쥬시로 같은 검객들이 직접 하현을 죽이러 온 근본적인 이유였다.그들은 대하에 2대 총교관이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섬나라의 우두머리들을 무참히 뭉개버리는 전설의 2대 총교관.하현이 잠시 생각에 잠긴 틈을 타 여덟 명의 검객들은 얼굴빛이 차가워지며 천천히 하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들은 천천히 숨을 조여오듯 하현을 에워싸기 시작했다.마치 천둥과 우레가 번갈아가며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텐푸 쥬시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바람과 천둥, 번개가 합쳐진 건곤 한 방!”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섬나라 검객들은 그 자리에서 한 발 살짝 물러섰다가 섬나라 장도를 들고 하현을 향해 매섭게 겨누었다.하현이 이를 보고 순간적으로 뛰어오르자 두 검객은 좌우로 흩어져 하현이 도망갈 퇴로를 봉쇄했다.뒤이어 두 검객은 뒤로 돌진해 하현이 움직일 공간을 미리 막아서며 동시에 칼을 빼들어 하현을 향해 내리쳤다.“흥! 제법이군!”하현은 감탄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야!”“음류보단 신당류가 한 수 위인 걸걸!”소위 말하는 풍뢰팔자의 위력은 섬나라 음류 고수보다는 훨씬 강하다고 인정받는다.이 여덟 명은 모두 최고의 병왕이고 여덟 명이 함께 모이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평범한 전신이었다면 벌써 포위당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칭찬과 동시에 하현은 이미 달려드는 섬나라 검객 한 명을 되받아쳐 저 멀리 날려버렸다.하현이 간단하고 수월하게 섬나라 검객을 물리치는
”어서 해치워!”하현이 다시 그들의 습격을 피하자 네 명의 섬나라 검객들은 다시 손을 잡고 동시에 전방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갑판에 박힌 검을 뽑아 들고 오른손을 치켜들었다.마치 검은 바다에 비추는 한 줄기 달빛처럼 칼날이 번쩍이며 허공을 갈랐다.텐푸 쥬시로는 이 광경을 보고 얼굴빛이 갑자기 일그러졌다.“풍뢰화문! 절대로 우릴 침범할 수 없어!”순간 네 명의 섬나라 검객들이 들고 있던 장도가 겹쳐지며 동시에 앞을 막아섰다.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구도였다.텐푸 쥬시로가 고수라는 것은 가르친 솜씨를 보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창창창!”하현이 가지고 있던 검이 섬나라 장도에 부딪혀 떨어지며 불꽃이 튀었다.네 명의 공격을 깨뜨릴 방법이 없었다.그와 동시에 널브러져 있던 네 명의 섬나라 검객들도 비릿한 향이 나는 알약을 삼키고는 눈이 벌개져서 다시 죽일 듯한 눈빛으로 일어섰다.분명 이 알약은 부상을 지연시키고 순간적으로 온몸을 자극해 벌떡 일어서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바람과 천둥은 비로 변하고 천둥과 번개는 천지를 흔들지어다!”하현이 궁지에 몰린 듯하자 텐푸 쥬시로는 눈빛이 음흉하게 변하며 거침없이 명령을 내렸다.하현을 향한 살기가 텐푸 쥬시로의 눈에서 넘쳐흘렀다.여덟 명의 검객들은 다시 하나가 되었고 그들의 손에 있던 섬나라 장도는 동시에 칼집으로 들어갔다가 동시에 칼집에서 튀어나왔다.“죽여!”섬나라 발도술!이것은 섬나라 검도술 중 가장 강력한 권법이라고 할 수 있다.여덟 명의 절정의 병왕들이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칼을 겨누었고 죽일 듯이 살기를 띠며 덤벼들었다.여덟 개의 칼이 하나로 합쳐져 어떤 전신도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전해졌다.누구도 쉽게 물리칠 수 없는 막강한 형세였다!이를 본 텐푸 쥬시로의 얼굴에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이런 묘수는 텐푸 쥬시로도 막을 수 없다.그러니 홀몸인 하현은 어떠랴?텐푸 쥬시로는 이 재미난 광경을 혼
하백진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비아냥거리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하현이 난도질당하는 장면을 놓칠까 봐 걱정일 지경이었다.텐푸 쥬시로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백진, 내가 하현을 죽일 테니 똑똑히 봐. 그리도 당신과 하구천이 나와 약속한 거, 절대 잊지 마!”하백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어. 당신이 하현을 죽이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특별 외교 신분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이제부터 당신들은 우리 항성에서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야!”“당신이 항성의 법을 어겨도 하구천이 도와줄 테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감히 왈가왈부하지 못할 거야!”“자, 이제 조용히 입 다물어. 내가 잘 볼 수 있도록 방해하지 마!”텐푸 쥬시로는 흡족한 듯 소리 없이 웃었다.그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팔 수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너무나 통쾌하고 즐거웠다.하백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의 풍뢰팔자의 칼날이 하현의 온몸을 에워쌌다.하현은 칼날 속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공세 속에서도 하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텐푸 쥬시로가 풍뢰팔자를 가르치다니, 정말 대단하군.”“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나 하현을 만났어.”“내 앞에서는 전신도 땅강아지처럼 맥을 못 추는데 하물며 가짜 전신이라, 흥!”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검객들 속으로 뛰어들어 손바닥을 마구 휘갈겼다.표정은 냉담하고 결연했지만 몸동작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다.풍뢰팔자의 눈에는 평범했던 하현이 갑자기 부채만 한 손바닥을 들고 자신을 향하는 것은 착각이 들었다.하현의 손바닥은 천지를 뒤흔들고 하늘을 뒤덮어 버리는 것 같았다.“어서 죽여 버려!”약을 먹은 섬나라 검객들은 순간적으로 손에 든 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촥!”낭랑한 소리가 공중에서 울려 퍼졌다.풍뢰팔자는 하나같이 온몸을 흠칫했다.사람 그
텐푸 쥬시로는 하백진과 연결된 영상 통화를 꺼버렸다.그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 듯 허둥지둥거렸다.“이 정도면 거의 나의 실력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군.”“전신의 정점에 다가설 만한 실력이야.”“그 정도 실력이 아니라면 어찌 우리 풍뢰팔자를 해치울 수 있겠어?”텐푸 쥬시로는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감탄하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하현, 당신은 정말 비밀스러운 사람이야. 젊은 나이에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젊은데 유능하기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해.”“당신 같은 사람이 왜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야?”“자랑을 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준비하기 어렵잖아!”“준비가 부족해서 아마 오늘 이렇게 당신한테 당한 거 같은데, 우리가 누굴 찾아가서 이 억울함을 따질 수 있겠어?”텐푸 쥬시로는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다행히 내가 오랫동안 은거하면서 하늘과 사람이 하나 되는 도를 터득했지. 은거하기 전보다 훨씬 더 깊은 도를 터득하게 된 거야.”“그렇지 않았으면 이번에 정말 당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지도 몰라.”“안타깝게도 오늘 대하에서는 군신 한 명을 또 잃게 될 운명이로군!”텐푸 쥬시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짐짓 안타깝다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섬나라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마주 보며 비아냥거렸다.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졌다고 생각했다.하현의 실력이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몰아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러나 텐푸 쥬시로가 직접 나서자 다시 기가 살아난 것이다.신당류 전설의 검객! 명불허전!지금 이 순간 섬나라 사람들은 전설이 되돌아온 것마냥 기고만장해졌다!“저놈을 죽여 버려! 우리 텐푸 쥬시로 전신이 하는 말 못 들었어?!”“자신이 전신이라도 된 줄 착각하겠지만 우리 텐푸 쥬시로 앞에서 감히 찍소리나 할 줄 알아?”“이 자식아! 젊은 놈이 어디 함부로 덤벼!”“네놈이 태어나서부터 무학을 수련했다고 해도 텐푸 쥬시로의 적수는 되지 못해!”“빨
텐푸 쥬시로는 신당류의 검객, 섬나라 전신, 황실 궁중 어의, 하늘과 인간의 도리를 깨달은 도인으로 불리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런 추잡한 수를 쓰다니!그는 자신이 시대의 걸출이라고 불리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오늘 그는 많은 준비를 했었다.심지어 자신이 정성껏 훈련시킨 풍뢰팔자도 선보였다.그런데 결과는 무참했다.이런 상황에서 텐푸 쥬시로가 정말 용감하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어떻게 하현과 싸울 수 있겠는가?그래서 정의롭고 늠름한 척 아랫사람의 뺨을 때리고 닥치는 대로 아랫사람의 몸을 던져 요트 엔진을 부순 뒤 텐푸 쥬시로는 깔끔하게 달아난 것이다.게다가 그의 탈출 경험은 아주 풍부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빠른 속도로 해안가에 도달할 것이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요트에 남아 있는 섬나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지금까지의 신념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하현은 이 사람들과는 쓸데없이 뒤엉키고 싶지 않아서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낸 후 스스로 바다속으로 뛰어들어 텐푸 쥬시로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쫓아갔다.텐푸 쥬시로는 어쨌든 전신이었고 검객이었다.아무리 실력이 찌질하기로서니 그래도 전신의 위엄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하현은 오늘 여기서 끝장을 보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은신해 있던 전신이 언제 또다시 나타나 자신의 목에 칼끝을 들이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하현에게 칼날 정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 문제였다.하현이 자신을 놓치지 않고 쫓아온다는 것을 눈치챈 텐푸 쥬시로는 뭍에 오른 후 빠른 속도로 해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항성 태평산의 뒤쪽 기슭으로 상류층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함부로 개발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었다.이 숲에는 새와 짐승도 많다고 전해지며 항성에서 보기 힘든 청정 장소였다.안타깝
’헉'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해내던 텐푸 쥬시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하현, 역시 대단하군.”“젊은 나이에 전신에까지 오르다니.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못했을 거야.”“이런 인제가 우리 섬나라 귀족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텐푸 쥬시로,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당신을 구해 줄 순 없어.”“요트에서 이미 이 지역 통신을 다 차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어.”“말하자면 당신이 나를 따돌린 뒤 방금 보낸 메시지는 영원히 아무도 받지 못할 거라는 거야.”텐푸 쥬시로는 얼굴빛이 흐려지며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십여 분 전에 도움 요청을 보낸 메시지 앞에 아직도 빨간 느낌표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았다!“이 빌어먹을 놈이!”텐푸 쥬시로는 버럭 화를 냈다.“젊은 놈이 섬나라 검객을 뭘로 보는 거야?! 진정 내 칼에 죽고 싶은 거야?!”“내가 오늘 갈기갈기 찢어 버릴 거야!”텐푸 쥬시로가 포효하며 양손에 들고 있던 칼을 앞으로 힘껏 내질렀다.칼날이 시리도록 날카로웠다.귀신이 곡하고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주먹을 불끈 움켜쥔 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섰다.하현은 텐푸 쥬시로가 자신을 향해 돌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텐푸 쥬시로는 하현의 곁을 지나쳐 산꼭대기 쪽으로 계속 달려갔다.하현은 눈앞에 벌어진 일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섬나라 전신이 이 지경이 되어도 뻔뻔스럽게 시치미를 떼고 칼을 내리치는 시늉으로 눈을 속이며 도망치다니!“텐푸 쥬시로! 자꾸 도망쳐 봐야 소용없어!”하현이 냉랭하게 소리쳤다.“하현, 제발 쫓아오지 마!”텐푸 쥬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숲으로 달리며 하현을 따돌리려고 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텐푸 쥬시로를 노려보았다.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십여 미터 정도로 유지하며 사냥감과 사냥꾼처럼 빠르게 쫓고 쫓겼다.머지않아 두 사람은 산꼭대기 가까이 있는
”퍽!”텐푸 쥬시로는 순식간에 몸이 날려 바위에 세게 부딪혔고 입에서 튀어나온 피가 바위 위에 점점이 흩어졌다.텐푸 쥬시로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졌고 눈동자는 매서운 칼날처럼 빛났다.그는 처음부터 온갖 계략을 써서 하현을 일생일대의 적처럼 두고 싸웠지만 하현은 결코 교만하거나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이런 상황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공격을 막아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반나절을 넘게 계략에 계략을 더하며 끌어왔지만 결국 텐푸 쥬시로는 하현을 죽이지 못하고 되레 그의 공격에 맥을 추지 못했다.하현, 이 자는 정말 치밀하고 강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챙!”텐푸 쥬시로는 이를 악물고 다시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그는 피범벅이 된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몸을 솟구쳐 허공에서 칼을 내리쳤다.마치 별똥별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하현도 단호한 얼굴로 칼을 휘둘렀다.“쨍그랑!”양측의 칼날이 부딪힘과 동시에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엇갈렸다.하현은 벼랑 끝에 섰고 텐푸 쥬시로는 숲이 펼쳐진 쪽에 서 있었다.“영웅이 될 만한 젊은이군.”텐푸 쥬시로는 자신의 칼날을 어루만지며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당신 같은 사람이 몇 년만 더 세월의 경험을 쌓는다면 정말 무시무시할 것 같은데. 나조차도 당신을 상대하지 못하겠는 걸.”“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죽일 수 있지.”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정말로 자신이 있다면 왜 이렇게 자꾸 잔꾀를 부리는 거야?”“당신네 섬나라 사람들은 전신의 경지에 올라도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힘들 거야.”“당신이 바다에 뛰어들어 도망치던 순간부터 당신은 영원히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당신을 바로 죽이지 않는 이유는 당신이 어떤 후수를 준비했는지 보고 싶어서일 뿐이야.”“그런데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의 후수가 날 무척 실망시켰다는 거야.”“실망
”성녀?!”“오매 도관?”“당신은? 사비선?!”하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목욕 타월을 두른 여자를 쳐다보았다.하현을 똑바로 바라보는 여자의 안색이 말할 수 없이 일그러져 있었다.절체절명의 순간 몸을 피한 곳이 오매 도관 성녀 사비선의 노천탕일 줄은 몰랐다.티끌 하나 묻지 않은 흡사 선녀 같은 사비선의 얼굴을 보면서 하현은 처음으로 왜 이 여자가 사비선인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자신을 성녀의 노천탕에 떨어뜨려 목숨을 살릴 수 있게 한 것이 텐푸 쥬시로의 큰 그림에 있었던 계략이었을까?만약 그렇다면 텐푸 쥬시로는 하구천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부터 단단히 해야 할 판이었다.하현의 기억이 맞다면 하구천은 성녀 사비선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사비선의 유리 같은 눈동자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후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 그녀도 자신의 노천탕에 불쑥 나타난 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그녀는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현?!”“뭐? 그 쳐죽일 하현?!”“오매 도관의 얼굴에 몇 번이나 먹칠을 한 그놈? 경매장에서 난동을 부려 행사를 망치게 한 그놈?”“사송란을 죽이고도 감히 우리 오매 도관 사람들에게 3일 안에 해명하라고 했던 그놈이란 말이야?”“이놈이 어떻게 뻔뻔하게 이곳에 얼굴을 들이민단 말이야?”“성녀님, 이놈이 여기에 나타난 건 성녀님께 엄청난 모욕입니다. 죽어 마땅한 놈이죠!”오매 도관의 여제자들은 화가 난 얼굴로 달려들어 단칼에 하현을 찔러 죽이려고 했다.“솩!”사비선은 오른손을 내저으며 칼을 물리라는 손짓을 했다.이어 그녀는 병풍 뒤로 몸을 돌려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항성에 몇 안 되는 천연 온천이야. 피를 묻히고 망쳐서야 되겠어?”칼을 든 오매 도관 여제자들은 모두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우리가 경솔했습니다. 지금 당장 이놈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