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난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잠시 후 얇은 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은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군.”“당신이 다 알아챘으니 나도 더 이상 숨기지 않겠어.”“십 년 전 아들을 낳았지. 그렇지만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요절하고 말았어.”“내 생애 가장 큰 고통이었지!”“수년간 항도 하 씨 가문에서는 아무도 그 일을 거론하는 사람이 없었다네.”“어디서 들었든, 짐작에 불과하든 한 가지만 묻겠네. 내 병을 어떻게 치료할 생각인가?”“내 아들을 다시 살려낼 수 있겠는가?”어느새 당난영의 얼굴에는 자조하는 빛이 역력했다.그녀는 죽은 아들을 되살려야만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써도 모두 허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말씀드렸다시피 부인께서 내 요구를 들어주신다면 분명히 부인의 병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당난영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약 내가 허락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하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부인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반드시 해결할 것입니다.”“항도 하 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가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부인을 속이고 이런 일을 감행하고자 한다면 부인은 얼마든지 제 목숨을 끊어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어쨌든 현재까지 부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당난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가 나지막이 말했다.“하현, 내가 당신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하구천과, 아니 심지어 항도 하 씨 가문과 맞서겠다는 의미야!”“그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해?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겁니다.”“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당난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약속하지. 하지만 자네의 치료
”그만, 아무도 건드리지 마!”바로 그때 당난영은 비틀거리며 벌떡 일어났지만 안색은 이미 평소와 다름없이 회복되어 있었다.“하현은 내 병을 고치고 있는 거야.”“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해선 안 돼!”하운빈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부인, 저놈이 부인께 이리 무례한 짓을 하다니...”“무례를 범한 것이 아니야. 그는 정말 날 치료해 주었어.”당난영도 처음에는 하현이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살짝 미심쩍게 생각했었다.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검붉은 피를 내뿜고 있었고 지금은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돌덩이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처럼 한결 편안해졌다.하운빈 일행은 당난영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핏기 하나 없이 서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당난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고 그제야 인간 세상을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믿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방금 뺨 몇 대와 찻물을 부은 것 외에 한 일이 없는데 당난영의 표정이 이렇게 변하다니!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인가?하운빈 일행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눈앞의 장면을 주시했다.항성 10대 명의도 북유럽 명의도 섬나라 황궁 명의도 부인의 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은 손바닥 몇 대와 찻물로 해결하다니!이 모든 것은 불가사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부인, 저는 방금 부인의 뺨을 때림으로써 부인 마음속에 묵은 오랜 분노를 끌어냈습니다.”“십 년 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그 한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지요.”“앞으로 한 달 동안 푹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밤마다 보이던 악몽도 사라질 것이고 아들을 잃었던 그날로 돌아갈 것입니다.”하현은 탁자 위의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다만 이 모든 것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며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닙니다.”당난영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그야말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이제 그녀는 하현에 대한 의심과 의문을 거두
”일은 그때 당시에 일어났지만 알아내려면 오늘이라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일이지요.”“십 년이 흘렀지만 알아내고자 한다면 분명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이 사건에 대해 제가 증거를 찾아드릴까요?”“제가 제시한 증거를 부인과 문주께서 믿을 수 있겠습니까?”당난영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그녀는 힘겹게 심호흡을 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현, 오늘은 내가 더 이상 당신을 대접할 여력이 없네. 미안해.”“대신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주겠네.”“만약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이 제시한 요구가 없더라도 하구천은 절대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가 없을 거야!”하현은 일어나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 한 통을 한 후에 최영하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운빈 일행은 하현과 최영하가 떠나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하운빈 일행은 그제야 깨달았다.범상치 않은 젊은이가 뺨 몇 대, 몇 마디 말로 항도 하 씨 가문, 심지어 항성과 도성 두 도시에 칼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탁!”하현이 가든 별장을 떠나던 그 시각.빅토리아 항 오피스텔에서 하백진은 뭔가 언짢은 듯 탁자를 내리쳤다.누군가 핸드폰으로 보내온 사진을 보며 그녀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하구천, 너희 사람들은 점점 더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되어 가고 있어!”“임세인 같은 것한테 우리 얘기가 새어나가게 만들다니!”“그뿐만 아니라 항도 하 씨 가문까지 가는 것도 막지 못했어!”“임세인이 당난영의 심복이란 걸 몰랐어?”“임세인이 살아 있는 한 우리가 한 얘기는 모두 당난영에게 전해질 거야!”“그렇게 되면 네가 윗선으로 올라서는 데 분명 문제가 생길 거라구!”“하구천, 요즘 너무 편하게 사는 거 아니야?!”“아랫사람들 기강도 제대로 못 잡아!?”하민석, 곽영준, 허지강 세 사람은 맞은편에 서서 눈만 멀뚱멀뚱 마주칠 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하은수는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백진은 하구천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임세인은 사람이 가벼워서 아무도 그 여자 말은 믿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런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도 분명 문제야.”“기회를 봐서 섬나라 사람들한테 그 여자를 처리하도록 해.”하백진의 냉정한 말 몇 마디가 임세인의 운명을 이미 결론내어 버렸다.바로 그때 하민석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구석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받았다.그러나 한눈에 보기에도 안색이 많이 일그러지는 것이 역력했다.하민석은 하구천에게 다급하게 달려와 말했다.“하구천, 큰일 났어!”“당난영이 친위대를 기용해 십 년 전 일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대!”“하현이 옆에서 부추겼다는군!”“임세인의 증언이 이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커.”“촤랑!”하백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손에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하구천도 사나운 얼굴로 씩씩거렸고 무릎을 꿇은 하은수에게 다가가 그대로 발로 걷어차 버렸다.“멍청이 같은 놈!”“쓰잘데기 없는 놈!”“바로 쓰레기 같은 이놈들 때문이야! 그래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라구!”“안 돼! 절대 당난영이 십 년 전 사건의 진상을 알아서는 안 돼! 절대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내 자리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일에 연루된 사람들은 모두 죽을 거야!”하백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겨우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구천아, 흥분하지 마. 그때 일은 우리가 아주 깨끗하게 처리했어.”“아무리 당난영이 대단하다고 해도 절대 단서 하나 찾지 못할 거야.”“이미 이 일에 연루된 사람들은 다 죽었으니까.”말을 마치며 하백진은 곽영준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어디서도 본 적 없는 살벌한 눈빛이 곽영준을 쏘아보고 있었다.만약 필요하다면 그녀는 이 사람들을 모두 쓸어버리는 것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하구천은 눈앞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훑어보며 극도로 안색
”내가 방법을 강구해서 하현을 설득해 볼게.”“그가 겸손의 겸자도 모르는 인간이라면 바로 손을 써서 죽여 버려야지!”하백진은 결심이 선 듯 결연한 얼굴로 하구천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안 그래도 이전에 하현에게 당한 일로 벼르고 벼르던 참이었다.하지만 하현이 한발 물러선다면 하백진은 용전 항도에 대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아도 상관없었다....삼계호텔.이슬 같기도 안개 같기도 한 가랑비가 대지를 소리없이 적시며 삼계호텔을 신비롭게 감싸고 있었다.토요타 프라도에서 내린 하현이 로비에 들어서려던 순간 갑자기 거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하현의 옆에 사납게 멈춰 섰다.차창이 열리자 그림으로 그려 놓은 듯한 이목구비와 매끈한 얼굴이 하현의 시야에 들어왔다.게다가 샤넬의 검은 치마와 명품 선글라스로 멋을 낸 그녀는 더없이 세련되고 아름다웠다.인형의 세상에서 툭 튀어나온 것만 같은 여인을 보고 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항도 하 씨 가문, 하백진.이 여인의 출현은 하현에게 뜻밖이면서도 한편으론 뜻밖이 아니기도 했다.하민석이 그런 큰 판을 벌였으니 분명 당난영이 십 년 전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하구천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볼 때 하백진이라는 여인이 하현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다만 하현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이 여자가 사람을 몰고 칼부림을 시전한 것이 아니라 우아하게 페라리를 몰고 찾아왔다는 것이다.왜?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하현은 무심코 서쪽 하늘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의아해하는 것을 눈치챈 하백진은 운전대를 잡고 태연하게 차창에 기대어 하현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하현, 얘기 좀 나눌까? 차에 타!”“이렇게 안개 같은 비가 내리는 날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달리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줄게.”담담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슬쩍슬쩍 내비치는 고혹적인
”미인이 이렇게 초대하시는데, 그럼 재미있게 놀아 볼까요?”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을 띠며 하백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그래서 하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일단 차 문을 당겨서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하현이 앉는 것을 보고 하백진은 싱긋 웃으며 액셀을 밟았다.그러자 페라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굉음을 내며 들짐승처럼 도시 순환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차는 비 내리는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가 해안선이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하현은 옆에 앉은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부인, 정말 나랑 비 오는 날 드라이브나 하자고 온 건 아니죠?”“나이 든 여자랑 드라이브하는 거 별로 관심 없거든요.”“이 시간에 나를 찾아온 걸 보면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왔을 테니 이제 그만 솔직히 말씀하시죠.”하백진은 하현의 말을 듣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당신이 조건을 내걸고 당난영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는 얘기 들었어.”하현은 느물대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역시 소식 한번 빠르시군요. 혹시 당난영이 하구천을 양자로 들이지 않는 게 내 조건이라는 것도 아시려나.”하현의 말을 듣고 하백진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빛이 살짝 일그러졌다.하현은 아무렇지도 않는 듯 무심히 말했지만 이 말은 무시무시한 말이었다.결국 하현은 하구천이 당난영의 양자로 들어가는 걸 막겠다는 것이었다.이 조건대로 된다면 하구천은 당난영의 양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하 씨 가문 문주 후계자가 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다.하현은 간단한 듯 보이는 조건으로 하구천을 단번에 쳐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하현,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어.”“당신도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야. 그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강을 건너 온 맹룡이라고 해도 항도 하 씨 가문의 일에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하백진은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붉은 입술을 움직였
’쓰레기'라는 말에 하백진의 눈 밑이 살짝 실룩거렸다.“하현, 당신 말대로 우린 모두 명성이 높은 사람들이야.”“그러니 당신이 그런 일을 하는 것도 당연하지.”“전에 당신을 건드린 건 하구천이 잘못한 거야. 내가 돌아가서 하구천을 야단치고 꼭 사과하도록 할게.”“하지만 당신도 조금 성의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어.”“이렇게 해야 양측이 오해를 풀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지 않겠어? 그게 당신한테도 좋은 일이잖아, 안 그래?”“어쨌든 당신이나 하구천이나 젊은 세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고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어. 만약 누구라도 죽는다면 이득을 보는 이는 따로 있을 거야.”하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성의를 보여라?”“멀리 갈 필요도 없어요. 어제 용문 도관에서 있었던 일 어떻게 된 겁니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냐구요?”“한밤중에 오매 도관의 사송란이 대열을 이끌고 날 습격했어요. 정말 몰랐던 일입니까?”“말로는 평화롭게 지내자면서 당신들은 한 발짝 한 발짝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수작 아닙니까?”“내가 당난영의 처소에 가게 된 것도 다 당신들이 판을 짜놓고 날 끌어들인 거잖아요?”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핸드폰을 꺼내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를 보여주었다.“끼익!”메시지의 내용을 본 순간 하백진은 허둥대며 브레이크를 밟았고 빗속을 달리던 페라리는 요동치며 스키드 마크를 그으며 멈춰 섰다.하백진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이 메시지 누가 당신한테 보낸 거야?!”하백진은 화가 나서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아마도 하구천의 측근일 가능성이 컸다.그렇다면 항도 하 씨 가문 내에 또 다른 세력이 하구천을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순간 하백진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오늘 마침 하현을 찾아온 것이 뜻밖의 성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하현은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메시지를 보낸 사람, 하구천 아닌가요?”“내
”하구천 곁에 첩자가 잠복해 있는 게 분명해. 이 일은 우리가 확실히 조사해서 당신한테 설명할게.”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일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하백진의 얼굴에는 어느새 매섭고 사나운 기운은 종적도 없이 사라지고 부드럽고 살뜰한 미소만 남았다.“하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믿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하지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당난영한테 양자를 들이지 말라는 그 조건 철회하면 안 될까?”“하구천은 당난영의 든든한 아들이 될 수 있어.”“당난영은 지금처럼 들어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편안하게 살 수 있어.”하현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부인, 당신은 도대체 자신의 매력에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나라는 인간이 여자를 본 적도 없어서 여자라면 침이나 흘리는 색마처럼 보여요?”“진한 향내를 풍기고 너른 바다를 보여주고 말 몇 마디 하면 날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원하는 게 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손도 안 대고 코 풀려는 도둑놈 심보 아니냐고요?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보셨군요.”하현의 말을 들은 하백진은 사뭇 애처롭고 가엾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현, 내가 절대 헛수고가 되지 않게 할게.”“당신은 가서 당난영한테 말만 해 주면 돼.”“그리고 당신, 다시는 하구천과 맞서지 않겠다고 맹세해!”“그렇게 한다면 당신과 우리 사이의 모든 원한은 이걸로 청산되는 거야. 약속해!”“앞으로 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은 우리의 귀빈이 되는 거야. 당신이 가고 싶은 대로 가면 돼. 아무도 당신을 방해하지 않을 거야!”“또한 천억 줄게!”“그리고 별장도 한 채 줄게!”“용전 항도의 모든 비밀 커넥션 다 당신한테 넘겨줄게. 당신이 철저히 용전 항도를 장악할 수 있도록 말이야.”“돈, 지위, 권세, 다 줄 수 있어!”“하현, 제발 도와줘.”“심지어 당신이 다른 것을 원한다면 그것도 기꺼이 해 줄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