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701 - 챕터 2710

3665 챕터

2701장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남양 무도복을 입은 노인이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등장했다.말할 수 없이 소탈하고 담담한 얼굴이었다.그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싸늘한 시선으로 온 장내를 훑으며 말했다.“모두 한 손을 끊고 물러가. 다행히 당신들을 죽이진 않을 것이야.”남양의 전신, 양제명!“양제명?!”백발의 노인을 보자마자 항성에서 온 몇몇 구경꾼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전설의 그 남양 전신?그가 어떻게 여기에?그의 모습을 보니 예전의 전력을 완전히 회복한 것 같았다!동남해를 종횡무진 누비던 남양의 전신이 이곳에 나타나다니!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양제명? 남양의 전신?”용오행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아, 이제 생각났어. 당신이 전설의 그 폐인?”“고작 다 죽어가는 폐인을 데리고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참, 이건 우리 집법당 일이야. 우리 용문의 일이고. 그런데 외부인이 이렇게 나서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바로 용당주가 나서서 북쪽의 법이 어떤지 톡톡히 알려줄 테니까!”집법당 정예들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그들의 눈에 백발의 노인은 아무리 전신이었어도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한 손을 끓고 물러가라고?무슨 자격으로 그런 건방진 말을 하는 거야?꿈이라도 꾸고 있는 모양이지?양제명은 어릿광대들의 말장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현은 중요한 순간에 양제명이 자신을 위해 나서줄 줄은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고마움을 표할 상황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 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광경을 본 사송란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얼른 앞으로 나섰다.“양 어르신, 오랜만입니다.”“이곳은 우리 오매 도관이 관할하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어르신이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지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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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2장

텐푸 다이토는 남양국 사람들을 아예 무시했다.비록 양제명이 남양의 전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만 텐푸 다이토의 눈엔 지금 이 늙은이는 자신보다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양제명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검을 내려놓은 십 년 동안 사람들은 남양 전신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잊어버린 모양이지.”“뭐라고?”말을 마치며 양제명은 한 발 내디뎠다.하룻밤 푹 쉰 뒤 그는 이미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순간 섬나라의 전신이나 음류 검객보다 훨씬 막강한 기운이 사람들의 심장을 움찔하게 만들었다.사방의 바닥에는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있었다.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소름이 쫙 돋았고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갔다.“헉!”그때 허공에 떠 있던 섬나라 음양사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섬나라 음양사는 미처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양제명의 기세에 눌려 그 자리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몸이 되었다.닌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흠칫 놀라며 몸을 공중으로 도약했으나 힘도 써 보지도 못하고 바로 땅바닥에 부딪히며 피를 토했다.순간 텐푸 다이토 일행은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텐푸 다이토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으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무릎을 꿇고 싶어서 꿇은 게 아니라 양제명이 십 년 동안 쌓아온 기세에 눌려 꼼짝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이것은 도저히 감당할 만한 수준의 무력이 아니었다.무적!최강이었다!텐푸 다이토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용오행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양제명에게 직접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 나니 입이 바짝바짝 말라 할 말을 잃었다.사송란 일행들도 사색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입을 가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이를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도무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방금 하현이 음모와 술수를 써서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였다.그녀들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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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3장

”아, 죄송합니다. 전신!”텐푸 다이토가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제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섬나라 음류 체면을 봐서라도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당장 꺼져! 당장 꺼져! 어서!”텐푸 다이토는 비위를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는 십 년 동안 누워 있었던 양제명이 종이호랑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직접 대면하고 보니 그는 전쟁의 신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는 걸 알게 되었다.신당류에서는 아마 자신의 아버지만이 양제명과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스스로 양제명과 대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며 죽음을 향해 몸을 던지는 꼴이었다.텐푸 다이토는 방자하고 오만하게 굴긴 했지만 어리석지는 않았다.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이제 와서 빌기엔 좀 늦은 거 아닌가?”양제명은 시큰둥한 목소리로 한 걸음 내디뎠다.“촤랑!”바닥의 자갈들이 무섭게 튀어나왔다.“퍽퍽퍽!”섬나라 음류 고수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피바다를 이루었다.이 광경을 본 사송란 일행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남양의 전신은 전해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렇다 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개미 몇 마리 죽이는 것처럼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다.텐푸 다이토는 온몸이 저릿저릿해졌고 눈꺼풀은 마구 경련을 일으켰다.지금에서야 그는 깨달았다.오늘 여기서 양제명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 된다는 것을.순간 구원을 바라는 듯한 그의 시선이 용오행과 사송란에게 향했다.용오행은 못 본 척 그의 시선을 피했다.사송란은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오늘 여기 온 목적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앞으로 걸어갔다.“양 어르신, 우리 오매 도관의 체면을 좀 세워 주십시오!”“섬나라와 우리 대하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왕래가 잦고 친밀한 사이입니다. 섬나라의 미움을 산다는 것은 우리 대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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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4장

”퍽!”양제명은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은 텐푸 다이토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린 뒤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텐푸 쥬시로에게 전해. 오늘부터 하현 이 사람 곁에는 양 아무개가 지키고 서 있다고!”“하현을 건드리는 건 바로 날 건드리는 일이라고!”“알아들었어?”텐푸 다이토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둥지둥 떠났다.그는 양제명이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어서 가서 텐푸 쥬시로에게 이 사실을 고하라는 것이었다.그가 바로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양제명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하현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는 돌아가서 아버지와 상의하면 된다.그는 아버지인 텐푸 쥬시로가 반드시 자신을 대신해 이 설욕을 갚아줄 거라고 믿었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텐푸 다이토는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피맺힌 원한이여! 잠시 기다려라! 반드시 갚아주고 말리라!섬나라 사람들이 허둥지둥 그 자리를 떠난 뒤 용문 도관 입구에는 또 다른 무리들이 나타났다.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 남양파 사람들, 그리고 용문 항도 지회 사람들이었다.최영하, 양유훤, 동리아, 강옥연 등도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었다.하현이 무사한 것을 본 그녀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만 그녀들은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가 오갈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두 상류층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녀들은 하현 같은 인물이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터였다.말하자면 그들은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어색하고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본 하현은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섬나라 검객들을 상대할 때도 느껴 보지 못했던 오싹한 감정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하현의 주변으로 여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이를 본 용오행과 사송란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용오행과 사송란은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양제명의 등장으로 하현은 뒤로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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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5장

”오매 도관에서 왔다고 함부로 날뛰다니!”“하늘은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어!”사송란은 얼굴을 한껏 찡그렸다.“양 어르신, 몇 번이고 말씀드렸지만 이 일은 어르신과 상관없는 일 아닙니까?”“어르신은 전쟁의 신입니다. 예, 맞습니다. 하지만 남양국의 전신입니다!”“우리 대하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는 아니잖아요?”양제명은 담담히 말했다.“당신들이 개를 때려잡든 사람을 잡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하지만 하현을 모욕하고 괴롭히는 건 내가 절대 가만 놔둘 수 없어!”사송란은 이를 악물고 양제명의 말을 받았다.“대하의 대의를 위해서 하는 일에 어르신이 끼어들겠다고요?”“정말 우리 오매 도관, 나아가 우리 대하와 맞서겠다는 거예요?”“사송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군.”양제명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당신처럼 외부와 결탁해서 자신의 나라를 욕보이게 하려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오매 도관과 대하를 입에 올리는 거야?”“여기서 그런 말 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아?”“무학 성지 사람들은 같은 대하인에게는 끊임없이 총칼을 들이대고 탄압하더니 외부에는 허리가 끊어져라 굽신거리고 있어!”“유라시아 전투에서 당신네 대하 총교관은 혁혁한 공을 세웠어. 그리고 대하를 세계 민족 반열에 우뚝 올려놓았지!”“그런데 당신들은 대하인으로서 어떻게 이렇게 망신스러운 일을 저지를 수 있어?”“오매 도관이 어찌 당신 같은 제자를 원하겠는가 말이야?!”“만약 남양국 사람이었다면 내 벌써 당신을 죽였을 거야!”사송란은 눈을 부라리며 성을 냈다.“우리 대하가 어떤 행동을 할지 남양인의 가르침 따위는 필요없어요!”“어르신은 그럴 자격이 없다구요!”양제명은 이 말을 듣고 헛웃음을 터뜨렸다.더 이상 사송란과 입씨름을 하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일인 듯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서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사송란, 양 어르신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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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6장

”하현, 이 건방진 놈!”“우리 오매 도관은 너 같은 놈이 함부로 모욕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사송란의 얼굴이 분노로 타올랐다.“당신은 비겁하게 요리조리 몸이나 피하고 온갖 음모와 계략에 의지해 미야타 신노스케 일행을 죽였어!”“그게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야?”“무적이라도 된 것 같아?”“언젠가 당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섬나라 전신을 격파할 때까지 기다려 줄게. 그때 다시 찾아와!”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사송란, 당신 머리에 총 맞았어?”“피하지는 말고 맞서기만 해라? 누가 그런 규칙을 만들었어?”“피할 수 있는 게 능력이 아니라고 누가 그랬냐고?”“당신의 이론대로라면 섬나라 사람들은 누가 이마에 총을 들이대어도 피하면 안 되겠네, 안 그래?”“그런데 그들도 피했어. 그럼 그들도 음모와 계략에 의지한 건가?”“당신은 이런 말을 함으로써 당신 자신의 지능을 깎아내리고 싶은 거야, 아니면 섬나라 사람들의 지능을 깎아내리고 싶은 거야?”“당신은 오매 도관 전수자야. 오매 도관의 가장 기본적인 천하무공이 뭐야? 아무리 견고한 것도 다 부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빠르면 부수지 못한다는 이치도 잘 알 텐데.”“속도는 무학의 기본이야. 피할 수 있는 것도 무공의 한 방법이고 난 그 방법에 탁월한 것뿐이야.”“그런데 어째서 나의 그런 재주를 자꾸 깎아내리려 하지?”“무술을 배운 지 한두 해가 아닐 텐데 그것도 몰라? 무술을 개한테 배운 거야?”“그게 당신들이 오매 도관을 대표하는 수준이라면 돌아가서 오매 도관 간판을 부숴 버리는 게 나아!”“창피하지도 않아?”하현은 담담한 표정과는 달리 거침없이 오매 도관을 비꼬았다.“물론 당신이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잘 알아!”“만약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 얼른 언론을 찾아 나를 폭로해. 인터넷에서 댓글 부대를 동원해 날 공격하고 모함할 수도 있어!”“기다릴게!”“하지만 3일 안에 오매 도관에서 적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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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7장

”하 씨. 두고 봐!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우리 집법당은 반드시 돌아올 거니까!”“장로회가 이 일을 알면 당신은 이제 끝장이야!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 딱 기다려!”한 무리의 집법당 정예들은 떠나려는 발걸음을 돌아세워 끝까지 분통을 털어놓았다.눈을 가늘게 뜬 채 이 사람들을 보고 있던 하현의 얼굴에 스산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하현은 한 발짝 내디디며 용오행 앞에 다가서서 뺨을 후려갈겼다.“찰싹!”용오행은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일격을 당했다.비명을 지르며 눈알을 부라리던 그는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내가 가도 된다고 말했어?”하현은 두 손을 뒷짐진 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용오행은 화가 나서 이를 갈며 일어섰다.“하 씨. 당신이 뭐라도 된 줄 알아?”“양제명이 당신을 지지한다고 이렇게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거야?”“똑똑히 들어!”“지금은 양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 더 이상 따지지 않는 것뿐이야!”“정말로 내가 작정하고 당신한테 덤빈다면 감당할 수 있겠어?”“찰싹!”하현은 또 한 걸음 내딛더니 다시 용오행의 뺨을 후려갈기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잘 들어. 당신 같은 헐랭이가 덤빈다면 난 백이면 백 다 이길 자신 있어!”“뭐? 이 자식이!”용오행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현, 당신이 아무리 용문 서른여섯 지회장 중 한 명이라 하더라도 집법당 규칙도 무시하고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면 무사하지 못할 거야. 뒷감당할 수 있겠어?”“집법당 규칙?”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당신이 집법당 당주로서 이렇게 규칙을 따지니 나도 한 마디 하지!”“문규에 따르면 집법당 당주의 신분으로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나쁜 짓을 범하는 것도 모자라 외부와 내통해 이유 없이 용문 지회장을 잡아 가두는 일은 죽어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는 짓이야!”“모두 다 중죄에 해당한다고! 알아?”하현은 휴지를 꺼내 손가락을 닦으며 계속 말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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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8장

”풀썩!”용오행은 온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 바닥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쳤다.“보아하니 당신의 후원자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용문 집법당의 당주로서 오늘부터 나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당신은 죽을 수밖에 없단 얘기지.”말이 끝나자마자 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무표정한 얼굴로 용오행의 목을 졸랐다.온전히 사체를 보전하는 것이 용오행에 대한 하현의 마지막 호의였다....용오행은 항성을 장악하려고 친히 항성에 왕림했다.섬나라 음류는 복수를 자처하며 당당하게 항성에 발을 들였다.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은 마치 떠나버린 밤배처럼 흔적도 남지 않고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에서 조용히 막을 내렸다.용문 집법당을 장악한 하현은 명령을 받고 집법당 내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했다.비록 그는 항성에 있었지만 전화 한 통으로 용문 대구 지회에 있는 심복들이 모두 집법당으로 들어가 그를 도왔다.다만 집법당의 모든 기관들을 물갈이하고 인수하는 것은 철저히 기밀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했다.용문 대구 지회 쪽에서는 왕화천이 드디어 실권을 잡았다.하지만 왕화천은 자신이 어떻게 권력을 잡게 되었는지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대구 쪽에는 하현이 집법당에게 미움을 샀다는 소식만 전해졌다.그러자 하현에 대한 특별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용문 대구 사람들 대부분이 왕화천에게 아첨하기 바빴다....하현이 사람들을 보내 집법당 인수에 여념이 없던 그때 빅토리아 항 근처 사무실에서는 사송란이 원망 가득 서린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었다.그녀는 손에 든 자료를 신경질적으로 탁자 위에 내리치고는 맞은편에 앉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하구천에게 시선을 돌렸다.“무슨 근거로 날!?”“아니, 무슨 근거로 용오행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냐고?!”“섬나라 검객, 용문 집법당주, 무학의 성지가 다 함께 나섰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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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9장

”섬나라 검객들조차 하현한테 큰 손해를 입었으니 다른 사람은 뭐 말할 것도 없지.”“그래서 우린 지금 이 상황에서 더 큰일을 도모해야 해. 그것도 아주 은밀히!”“어떻게 하든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든 아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까딱하다가는 우리도 그놈한테 당할 수 있어!”“지금은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어. 우리에게는 골칫거리가 생긴 셈이고!”하구천은 일련의 싸움 끝에 하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이 분명했다.사송란은 지금 하현을 목 졸라 죽이지 못한 것이 분하고 원통한 듯 씩씩거리고 있었지만 하구천은 그녀가 진정하고 냉정을 찾길 바랐다.하구천은 지금 무엇보다 냉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사송란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암암리에 그놈을 치지 못한다면 대놓고 그놈을 칠 거야!”“항성과 도성은 항도 하 씨 가문이 지배하는 곳이야. 내륙에서 온 놈이 아무리 대단한들 어떻게 우리를 뛰어넘을 수 있겠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하구천, 당신은 하현을 죽일 수 있을 거야. 난 그렇게 믿어.”“정 안 되면 항도 하 씨 가문 고수들을 시켜 하현을 죽여 버려!”“우리는 그놈한테 거듭 망신을 당했어!”“이대로 가다간 하구천 당신 지위도 위태로울 수 있어. 난 그게 두려워!”“잊지 마! 하현도 항도 하 씨 가문 사람이라는 걸!”사송란의 말에 하구천은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떠올렸다.하구천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렇지. 그도 항도 하 씨 사람이긴 하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친척이니까!”“하지만 그의 위치와 나의 위치는 지구와 태양의 거리만큼 멀다고 할 수 있지!”“그는 나의 지위를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지만 닿을 수는 없어!”“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하구천은 사송란을 안심시켰다.“그리고 오늘 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하현의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도 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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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0장

”운이 좋은 게 아니라 희멀건하고 반반한 얼굴만 믿고 여자 치마폭에서 여자 덕만 보고 있는 거야!”하구천이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일찍이 남양파의 첩자한테 소식을 들었는데 하현이란 놈이 양 씨 집안에 빌붙어 기둥서방 노릇을 한다더군.”“양제명이 집안에서 하도 하현을 추켜세우니 그놈이 양 씨 집안에서 주인처럼 행세한다나 뭐라나!”“아무튼 이놈은 천성적으로 여자 덕만 보는 놈이라니까!”“잘 생각해 봐. 최영하, 동리아, 강옥연. 항성에 내로라한 여자들이 다 그놈한테 미쳐 있어. 그를 위해 나서 싸우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안타깝게도 여자 치마폭에 둘러싸인 남자는 영원히 권세와 지위를 손에 쥐지 못해!”“반반한 얼굴만 믿고 쉽게 손에 얻으려다간 결국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지!”하구천은 하현을 계속 비하하며 업신여겼고 사송란은 하구천의 말을 듣고 마음속의 울분이 씻겨 내리는 것 같았다.사송란이 흐뭇한 표정을 짓자 하구천의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하현이 정말 여자 치마폭의 힘만 믿었다면 어떻게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안타깝게도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전혀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이 여자는 이런 식으로 다독이지 않으면 자칫하다 하구천 자신의 일을 망칠지도 모르니 잘 구슬려야 했다.사송란은 심호흡을 하고 차를 한 잔 마신 뒤 입을 열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설마 그놈이 떵떵거리는 꼴을 그냥 보고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하구천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뜬 뒤 말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야. 하현이 용문 도관을 지배하고 있다는군. 이놈이 정말로 용문 도관을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 하는 건가?”“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야!”“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고? 설마 당신이 직접 나서겠다는 얘기야?”사송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하구천이 나서면 하현은 틀림없이 송장이 될 것이다.하구천은 손을 뻗어 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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