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681 - 챕터 2690

3665 챕터

2681장

다음날 오후 2시, 하현은 항성 용문 도관에 모습을 드러내었다.오늘 용오행이 항성에 온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용문 도관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이전에 청소를 담당하던 아주머니도 오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하현은 도관 뒷산에 있는 정자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그의 앞에 마주할 대상은 폭풍이 아니었다.그저 제멋대로 날뛰는 어릿광대일 뿐이다.그곳에는 그를 제외하고는 최문성과 공송연 두 사람뿐이었다.공송연은 어젯밤 내내 치료를 받은 뒤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다.하현을 바라보는 공송연의 눈에 불꽃이 일렁거리고 있었다.“하현, 이제 아무 소용없어. 오늘 용당주가 오시면 당신은 끝이야. 이미 당신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구!”“당주 외에도 섬나라 음류 검객 미야타 신노스케도 곧 올 거야!”“그분은 섬나라 전신이니 당신이 아무리 깝죽거려도 그에겐 못 당할 거야!”“그러게 누가 섬나라 음류를 건드리래?!”“당신 같은 건방진 놈은 이제 끝났어!”“하하하!”공송연은 미친 사람처럼 웃어 젖혔다.어제 하현의 손에 참혹하게 죽은 용정재를 생각하며 그녀는 자신의 숙명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되새겼다.하현이 죽든 말든 그녀는 반드시 용정재의 복수를 감행하고 말 것이다.공송연은 지금 자신의 생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오직 하현이 수많은 사람들의 총칼에 무참히 찢어지고 발겨지는 걸 보고 싶을 뿐이었다.하현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말했다.“공송연,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나 본데 마지막에 누가 죽는지 어디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당당한 대하인도 섬나라 음류 앞에선 피라미에 불과해. 당신은 오랜 세월 동안 길바닥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먹던 사람일 뿐이잖아.”최문성은 앞으로 나서서 공송연의 뺨을 세차게 내려쳤다.얼마나 세차게 내려쳤던지 공송연의 이빨이 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최문성은 하현의 심리를 자꾸 자극하는 공송연의 말을 가만히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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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2장

”용오행, 어떻게 죽고 싶은지 말씀해 보십시오!”서슬 퍼런 눈빛이었으나 그 누구보다 침착하고 결연한 말투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주위는 싸늘한 기운이 유랑하듯 유유히 감돌고 있었다.“개자식! 당신이 어떻게 당주한테 그런 말을 해?!”“우리 당주 앞에서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사는 게 지겨워!?”“용문에서 우리 당주가 누구보다 위대한 애국지사요, 충직인지 몰라서 이래?”“감히 당주께 함부로 불손한 누명을 뒤집어씌우다니! 당장 내가 널 죽여 버릴 것이야!”한 무리의 용문 집법당 정예들이 발끈하며 하현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집법당이 있은 뒤로 그들은 항상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뒤집어씌웠다.그런데 오늘 하현이란 놈이 용오행에게 그런 불명예를 뒤집어씌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자신들이 하면 로맨스요,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하현, 역시 기세가 대단하군!”“실력이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날카롭고 재빠른지는 몰랐어. 정말 대단해!”용오행은 이마에 핏대를 세웠지만 순간 자신의 감정을 애써 추스렸다.“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재주가 좋다고 해도 오늘은 아무 소용이 없을 거야.”“당신은 섬나라 음류 귀인을 잔인하게 죽였어. 섬나라 음류 검객 미야타 신노스케가 이미 항성에 와 있어!”“그가 직접 나섰다니 당신의 몸이 산산조각 나는 건 시간문제야. 당신은 그 오만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용오행의 말에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가 죽으러 왔다니 힘을 아낄 수 있게 되었군요. 그렇지 않았으면 내가 일부러 섬나라까지 가서 그를 멸망시켜야 했으니 그 무슨 시간 낭비 돈 낭비겠습니까?”“그런 점에선 집법당이 나한테 오히려 좋은 일을 해 준 셈이죠.”“뭐라고? 이놈이!”용오행은 무심하게 내뱉은 하현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를 악물고 억눌렀다.“하현, 그만 날뛰지 그래? 입버릇이 아주 고약하구만!”“곧 알게 될 거야. 섬나라 전신, 음류 검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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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3장

용오행의 손놀림에 뒤쪽에 있던 집법당의 제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그들은 업무용 차 뒷좌석에서 금사남목으로 만든 관을 들었다 놓으며 ‘꽝'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리쳤다.“하현, 잘 봤지? 이건 내가 큰돈을 들여 주문 제작한 관이야!”용오행의 얼굴이 음흉하게 일그러졌다.“당신이 죽으면 내가 직접 여기에 눕혀 줄게!”“그런 다음 강남에도 가고 대구에도 갈 거야.”“당신 마누라뿐만 아니라 온 집안을 다 풍비박산 만들어 버릴 거라고!”“당신 18대 조상 무덤까지 다 파헤쳐 버릴 테니까 똑똑히 두고 봐!”“걱정하지 마. 내가 당신 가족을 위해 특별히 풍수가 좋은 곳에 묻어 줄게. 다음 생에 좋은 자손들을 낳을 수 있도록 말이야!”“아하하하하!”“개자식! 감히 나 용오행의 아들을 죽이다니!”“당신 가족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조상들의 무덤을 다 파혜쳐 갈기갈기 찢어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니까 각오해!”용오행은 이미 인간으로서의 냉정과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광기와 음흉한 기운에 사로잡힌 괴물이 따로 없었다.주위에 있던 집법당의 제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모두 몸서리를 치며 두려움에 떨었다.당주가 이렇게까지 분노한 적은 처음이었다.하현은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태연스럽게 찻잔에 차를 따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말대로라면 당신이야말로 오늘 어디 갈 필요 없어.”“금사남목 관이 아주 좋으니 매국노나 다름없는 당신과 섬나라 검객을 함께 묻어 버리기 딱 좋은 날인 것 같은데.”“당신이 아주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서 말이야.”하현이 말을 마치며 태연스럽게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개자식!”“하 씨, 당주께 함부로 굴지 마!”“이건 어디서 나오는 배짱이야?!”이때 또 다른 차량 몇 대가 도관 입구에 꼬리를 물고 멈춰 섰다.그리고 한 무리의 젊은 남녀들이 섬나라 복장으로 차 문을 박차고 기세등등하게 내렸다.이들은 다른 재벌 가문 2세들과 달리 경호원이나 수행원 대신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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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4장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송란을 바라보았다.사람을 보내 알아보지 않아도 알 만한 일이었다.그녀가 이번에 나타난 것은 하구천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그리고 그녀의 뒤에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사람들은 소위 무학 성지를 대표해 온 사람들일 것이다.위세를 부리며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둘 뿐만 아니라 심판을 자처하며 하현을 괴롭히려 들 것이 뻔했다.하현은 사송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심드렁하게 말했다.“사송란, 용오행의 머리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면 당신 머리에 구멍이라도 난 거야?”“용오행이 지금 관짝을 가지고 와서 입만 열면 우리 집안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떠들어 대는데.”“나더러 지금 그에게 용서를 빌라고?”“당신은 어떻게 용오행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먼저 용오행이 나한테 용서를 빌어야 하는 거 아닌가?”“이거랑 그거랑 같아?”사송란이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당신은 제멋대로 날뛰고 섬나라 귀인을 도륙 냈어. 지금 미야타 신노스케가 섬나라 음류를 대표해서 그 죄를 물으려고 오고 있어!”“당주께서도 당신이 대하인이라는 걸 알고 특별히 금사남목 관을 만들어 오신 거야!”“이 얼마나 큰 선의야?”“은혜에 감사할 줄도 몰라?!”“우리 대하인 중에 당신같이 파렴치한 소인배들이 너무 많아서 자꾸 도덕성이 추락하는 거라구!”사송란은 짐짓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카이 나오토 일가를 죽였을 때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해 보지 않았어?”“당신이 어느 정도 물건인지 생각도 안 해 봤냐고, 어?”“강남 하 세자? 용문 지회장?”“웃기지 말라고 해!”“그 정도 실력으로 감히 섬나라 음류에게 도발하다니! 이제 최고의 음류 검객이 오고 있으니 당신은 죽은 목숨이야!”하현이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미야타 신노스케가 내 적수가 된다고 확신해?”“뭐!?”사송란은 하현의 말을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하 씨, 그게 무슨 말이야?”“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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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장

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말했는데 당신이 잘 못 들은 모양이니 내가 한 번 더 말해 줄게!”“이 관은 당신과 미야타 신노스케가 함께 써야 하니 남겨둬!”“어찌 되었건 당신 같은 매국노가 섬나라 음류 검객과 함께 누울 수 있는 것은 대대손손 영광인 거지!”“뭐라고?!”하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사송란을 바라보았다.“당신의 그 고명하신 성녀도 나한테서 체면을 잃었는데 하물며 사송란 당신이 날 어쩌겠다고?”“그냥 가서 하구천 발바닥이나 핥아 줘!”“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이 참견할 몫은 없으니까!”“어서 멀리 꺼져!”“뭐? 말이면 다인 줄 알아!”사송란은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오매 도관에서는 줄곧 칭송과 존경만 받아오던 사송란이었다.그녀가 하구천의 편에 서 있는 건 맞지만 누구나 이 일을 입 밖을 꺼내서는 안 될 일이었다.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하 씨, 감히 내 명예를 훼손하고 하구천의 명성까지 깎아내리려 하다니! 정말 사는 게 지겨운 모양이지?”“내 전화 한 통이면 넌 여기 엎드려 손이 발이 되도록 용서를 빌어야 할 거야!”“허풍은 여전하군!”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그럼 전화해 보든가! 누가 날 여기에 엎드리게 만들 수 있는지 두고 보자구!”“당신 정말...”온몸이 분노로 타들어가는 듯 사송란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성녀의 번호를 찾았다.그러나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벌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감히 전화번호를 누르지 못하고 멈칫했다.“못 걸겠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지도 못하겠으면 어서 썩 물러나. 사송란 당신은 아직 내 앞에서 위세 떨 자격이 못 돼!”“뭐!?”사송란은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이때 무도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걸음을 옮기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송란,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우리 무학 성지의 존귀한 지위를 모르는 소인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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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6장

육건우가 번쩍이는 칼을 들자 매서운 칼바람이 사방에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그는 마치 강호의 협객이라도 된 양 자신만만했다.“육건우, 정말 멋져! 그 검으로 한 번 휘두르기만 하면 저놈은 바로 쪼그라들 거야!”“감히 사송란의 얼굴을 때리다니! 죽는 게 뭔지 모르는 모양이지?!”“육건우가 검을 들면 모두가 덤벼들 용기를 잃고 칼을 놓아버리지!”무학 성지 2세들은 호들갑을 떠느라 바빴다.그들의 호들갑에 육건우는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하현 앞으로 다가와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솩!”소름 돋을 만큼 예리한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검이 허공을 갈랐다.날카로운 칼날이 매섭게 번쩍였다.많은 용문 집법당 제자들은 번쩍이는 칼날에 흠칫 놀라며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용오행은 눈을 가늘게 뜨며 코웃음을 쳤다.“하 씨, 육건우의 검에 아주 그냥 기가 팍 죽었군! 이러면서 감히 도발하기는!”“그동안 제멋대로 날뛰었던 건 순전히 그가 진정한 고수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야!”사송란도 거들었다.“무학의 성지인 천문채는 대하 서남지역의 패권을 가진 곳이야!”“아무리 일류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천문채 앞에선 머리를 조아리며 존경을 표하지!”“서남지역에서 천문채의 위상은 강남지역에서 우리 오매 도관의 위상이랑 비슷해.”“육건우는 육 씨 가문 직계 계승자야!”“그는 십팔 년 동안이나 검법을 수련했어. 매서운 칼날에 큰 돌도 한방에 자른다더군.”“하 씨 성 가진 저놈이 태어나서부터 무학을 수련했다고 하더라도 육건우의 적수가 될 순 없을 거야!”용오행은 안타까운 척하며 말했다.“하 씨 성 가진 저놈이 육건우의 검에 죽는 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영광이야!”“이렇게 되면 미야타 신노스케가 헛걸음하는 꼴이 되는 건가? 허허허!”용오행 일행은 음류 검객의 실력을 볼 수 없게 되어서 안타깝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퍽!”이때 정자 한가운데서 있던 하현의 눈앞에 육건우의 검이 꽂혔다.차를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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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7장

”휙!”하현이 손을 움직이자 방금 육건우의 손을 벗어난 장검이 순간 날아올랐다.장검은 육건우의 이마를 가까스로 스쳐 지나가며 그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 놓았다.하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예전에 유라시아 전쟁 때 당신네 천문채에서도 사람을 파견했었지. 난 당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야.”“하지만 다음번엔 나도 이렇게 좋은 말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둬.”육건우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생사의 순간이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가는 아찔함이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하현이 하는 말을 듣고 육건우는 독한 말로 퍼부어 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빌어먹을!”“전부 쓰레기 같은 것들이야!”사송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튕겨져 나간 육건우를 향해 눈을 흘겼다.바보 멍청이 같은 녀석이 제대로 된 솜씨 하나 없이 나서서 감히 망신을 당하다니!사송란은 자신이 나서서 하현을 확실히 밟아 놓지 않으면 구겨진 체면을 되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무도령, 아마도 당신이 나서야 할 것 같아.”사송란은 군중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아무 흔들림 없이 침착한 얼굴로 서 있는 젊은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젊은 남자는 실눈을 뜨고 하현을 쳐다보다가 한 걸음 나아가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나서는 건 문제없지만 우리가 나서게 되면 우리 무궁은 더 이상 당신들 오매 도관에게 진 빚은 없는 거야.”“우리가 이놈을 잘 가르쳐 놓을 테니, 잘 보라고.”무도령이 밖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 도관 입구에 도요타 센추리가 몇 대 멈춰 섰다.차를 몰고 길을 안내하는 사람들은 용문 집법당 제자들이었다.그들은 공손하게 가운데 차량의 뒷문을 열었다.흰머리에 유카타를 입은 채 무덤덤한 기색의 섬나라 노인이 차에서 내렸다.네모난 얼굴의 섬나라 노인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말끔한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허리춤에는 삼나라 칼 두 자루가 장승처럼 걸려 있었다.별다른 특별할 것이 없는 섬나라 노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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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8장

항성에 처음 온 미야타 신노스케는 그야말로 스타 중의 스타였다.모두가 그들 앞에 허리를 숙이고 굽신거리던 그때 뒤뜰 정자에 있는 하현 곁에는 최문성만이 남았다.휠체어에 앉아 있던 공송연조차 얼른 휠체어 바퀴를 돌리며 달려가 아첨하기 바빴다.하지만 미야타 신노스케는 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오로지 무덤덤히 서 있는 하현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 훑어본 후에야 미야타 신노스케는 입을 열었다.“당신이 하현인가?”“당신이 섬나라 무학의 얼굴을 연거푸 때린 장본인인가 말이야?”“이번에 항성에서 내 제자와 무카이 나오토 일가를 무참히 살해했다고?”하현은 찻잔을 집어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무카이 나오토 일가는 나쁜 짓을 일삼았어. 죽어 마땅했지.”“그런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해 미야타 신노스케 당신이 검객으로서 나에게 복수하러 왔다고?”“복수?”미야타 신노스케는 눈초리를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내 제자들이 죽든 말든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듯 대하의 왕법이 어떻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나 미야타 신노스케의 말이 곧 법이지!!“당신들 사이의 원한이 옳든 그르든 난 상관하지 않아. 그러나 감히 섬나라 음류 제자를 죽이면 그건 내가 직접 나서야지!”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텐푸 다이토에게 시선을 돌렸다.“당신은 어때? 당신도 역시 신당류를 대표해서 여기에 온 건가?”“내 기억이 맞다면 당신 아버지 텐푸 쥬시로도 대구에서 날 죽이겠다고 아우성쳤었지?”“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아무 소식이 없는지 모르겠군, 응?”“보아하니 당신네 신당류는 여전히 음류보다 못한 모양이야!”“하 씨, 여기서 이간질할 생각은 하지 마!”텐푸 다이토가 싸늘한 기색으로 말했다.“아버지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마침 중요한 수련 시기여서 당신 같은 하찮은 인물을 위해 시간을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야!”“이번에 아버지는 나에게 똑똑히 당부하셨지.”“미야타 신노스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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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9장

미야타 신노스케의 마음속에선 이미 하현은 죽음을 맞이하고 대하의 무학계는 무참히 짓밟혀 있었다.그러나 하현이 자신의 검을 피할 줄은 몰랐다.미야타 신노스케는 고수였다.고수답게 당황한 마음을 얼른 추스른 그는 연달아 발길질을 했다.“퓌익퓌익!”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그의 몸놀림은 빠르고 예리해서 어떤 수로도 상대의 머리를 쉽게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이런 미야타의 위세에 사송란 일행들은 이미 기가 눌려 버렸다.특히 곱상한 여자들은 벌써부터 얼굴이 빨개지며 주먹을 쥐고 호들갑을 떨었다.그들은 미야타 신노스케가 얼른 하현을 제압해 영웅의 면모를 마음껏 보여주길 고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의자에 앉아 찻잔을 손에 쥐고 입으로 가져갔다.이런 여유로운 자세로 하현은 살짝살짝 몸을 돌려 미야타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연이은 허사에도 미야타 신노스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칼날을 휘둘렀다.“차장!”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부서진 돌들이 정자 곳곳에 날아다녔고 마른 나뭇잎들이 하늘에 흩뿌려졌다.그러나 하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기색으로 두려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했다.그저 느릿느릿 미야타의 칼을 피할 뿐이었다.그는 저항도 공격도 하지 않고 느릿느릿 찻잔을 쥔 채 미야타의 칼을 피하고만 있었다.마치 미야타 신노스케의 칼날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무심해 보이기까지 했다.“솩솩솩솩!”미야타 신노스케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거침없이 빠르고 쉴 새 없는 칼날이 허공을 가루로 만들 태세였다.하지만 하현은 여전히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하현이 느릿느릿 피하는 모습을 보고 미야타 신노스케는 포효하며 갑자기 공중으로 몸을 돌리며 하현 앞에 있는 탁자를 향해 발을 튕겼다.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돌로 만든 탁자가 산산이 부서져 자갈더미로 변했다.미야타 신노스케가 손을 흔들자 갑자기 한 무더기의 자갈들이 앞을 향해 날아올라 하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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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0장

지금 이 순간 용오행, 사송란, 텐푸 다이토 등은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그들의 생각대로라면 미야타 신노스케의 칼날이 하현의 몸을 몇 번 가르고도 남았어야 했다.하현을 죽이는 데는 고작 몇 번의 칼날이면 족할 거라 자신했었던 그들이었다.하지만 미야타 신노스케가 미친 듯이 칼날을 휘둘렀음에도 하현은 어디 하나 손상된 곳이 없었다.심지어 하현은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다.그런데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리지 못했다니!이것은 과학으로도 무학으로도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미야타 신노스케가 대하의 체면을 세워 주느라 그런 거 같군!”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자 사송란은 문득 뭔가 깨달은 척하며 말했다.“한방에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대하인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일부러 이런 방법을 쓰시는군요.”“정말 섬나라 무학계의 겸손과 선의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미야타 신노스케, 우리 대하 무학계를 대표해 나 사송란이 섬나라 무학계에 이렇게 감사드립니다.”“섬나라 무학계가 이렇게 대하 무학계의 명성을 생각해 주시는 걸 보니 정말 대하인으로서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앞으로 양국은 한 옷을 입은 것처럼 영원히 함께 협조할 것입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현을 죽인 후에 난 그의 가족과 그의 무리들을 모두 상부에 보고해 합당한 벌을 받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맹세코 앞으로 우리 대하 무학계가 섬나라의 존엄을 함부로 훼손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사송란은 일부러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이렇게 함으로써 미야타 신노스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맹세한 것이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해명을 늘어놓은 것이다!그래야 하현이 계속해서 미야타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얼굴이 일그러져 있던 텐푸 다이토도 그제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사송란, 별말씀을 다하는군!”“대하와 우리 섬나라는 예로부터 한 가족처럼 지냈지. 그러니 대하의 체면을 우리 섬나라가 당연히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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