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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631 - 챕터 2640

3892 챕터

2631장

”화해?”“그게 가당키나 해?”맹인호는 최문성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한껏 비꼬다가 갑자기 수류탄을 꺼내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당신이 이걸 삼켜 버리면 허민설을 대신해 내가 약속하지. 당신이랑 화해한다고!”막무가내인 맹인호의 행동을 지켜보던 하현의 눈 밑이 소리 없이 파동을 일으켰다.이어 그의 시선은 포도송이처럼 수류탄이 매달려 있는 맹인호의 허리춤에 떨어졌다.흑주에서 돌아왔으니 맹인호의 몸에 이런 물건이 달려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긴 했다.맹인호는 모든 사람들을 화염 속에 빠뜨리는 것도 모자라 자신도 그 불구덩이 속에 허우적거릴 것이 정녕 두렵지도 않는 것인가?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들도 이런 맹인호의 행동에 놀라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몇 명 아리따운 여자들은 핏기를 잃은 얼굴로 맹인호의 비위를 거스를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살기를 띠고 있는 이런 남자는 아무 생각 없는 여자들에게는 몹시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오는 모양이다.여자는 항상 강한 남자에게 끌리게 마련이다.최문성은 맹인호가 그런 행동을 보이건 말건 무시하며 시선을 허민설에게 던졌다.“내가 말했잖아. 화해를 청하러 왔다고.”“듣자 하니까 강옥연을 납치했다던데. 그래서 내가 그녀를 구하러 온 거야.”“내 체면을 봐서 강옥연을 좀 풀어줬으면 좋겠어.”“뭐? 강옥연?”“지금 당신 강 씨 집안의 그 강옥연 말하는 거야?”허민설이 냉랭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제 발로 돌아다니는 강옥연이 어떻게 나한테 있을 수 있겠어?”“게다가 뭐? 강옥연을 풀어줘?”“최문성. 말을 할 때는 머리를 잘 써서 해야 해. 먹는 음식은 함부로 먹어도 되지만 말은 함부로 해선 안 되는 거야.”“허민설,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알 거야.”최문성은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였다.“고아신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어. 우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알고 왔다고...”허민설의 눈동자에 매서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고아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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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2장

최문성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허민설에게 뺨을 맞았다.찰진 소리가 귓전에서 쟁쟁거렸다.그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떠올랐고 이를 악물고 참아왔던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허민설!”최문성은 분노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때 갑자기 사방팔방에서 십여 명의 허 씨 가문 경호원들이 달려들었다.경호원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총기가 들려 있었고 모두 최문성의 이마를 가리키고 있었다.그가 경거망동하는 순간 이 경호원들은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하현과 동리아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었다.“내 이름, 당신이 함부로 부를 수 있는 게 아니야!”“가당키나 해?”허민설이 마뜩잖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당신네 최 씨 집안은 단지 평범한 상류층 가문에 불과해. 당신 누나가 용전 항도 지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세상을 다 가진 줄 아는 모양이지?”“당신네 최 씨 가문은 화 씨 가문의 비호를 받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니야. 분수를 알아야지!”“예전에는 화 씨 가문을 등에 없고 기고만장하더니 이제는 하현이야? 하현이 뒤에 딱 있다 생각하니까 없던 용기도 생기고 그래?”“최 씨 집안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이 난리야?”“잘 들어. 예전에 당신 집안과의 정을 생각해서 이 정도로 봐 주는 거야. 안 그랬으면 벌써 당신은 총 맞아 죽었어!”“아직도 내가 당신 체면을 세워 주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야 해?”“말 같지도 않은 소리!”어젯밤 하현에게 뺨을 맞은 후 허민설은 울분에 가득 차 있었다.오늘 허지강과 함께 이런 판을 벌인 건 하현을 수세로 몰아넣어 어떻게든 칠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그런데 하현은 뒷전에 있고 최문성이 쓸데없이 나서서 이런 소란을 피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허민설의 마음속엔 분노로 가득 찼다.만약 뒷일이 걱정되지 않았다면 당장에라도 최문성을 죽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얼굴을 찡그리며 옆에 서 있던 동리아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허민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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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장

지척에서 허민설을 바라보는 최문성의 눈꺼풀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그의 오른손이 움찔움찔했지만 끝내 손을 쓰지는 않았다.그는 어떻게 해서든 감정을 억누르려고 안간힘을 썼다.“찰싹!”최문성이 손을 쓰지 않고 화를 꾹 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허민설은 다시 손바닥을 휘둘러 이번에는 최문성의 다른 쪽 뺨을 때렸다.“쓰레기 같은 놈! 천하의 쓸모없는 놈! 당신은 전설의 병왕이 아니라 그냥 종이호랑이일 뿐이야!”“여자한테 맞아도 아무것도 못하면서!”“감히 체면은 무슨 체면?”“체면이란 게 당신한테 있기나 해?”허민설은 눈앞에 있는 최문성을 향해 극도로 경멸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항성과 도성을 이끄는 젊은 세대 중 한 명이었지만 자신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하는 것이었다.이런 사람을 어디까지 몰아붙여야 속이 시원할까?죽어야 이 분통이 사그라질까?최문성은 입가에 흐르는 핏자국을 무심히 닦으며 얼굴을 가렸다.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처참한지 얼마나 낭패스러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현장에 있던 남녀들은 이 장면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고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술잔을 마주치며 재미난 구경거리를 보듯 흥미로워했다.일부는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기도 했다.누군가 처참히 당하는 꼴은 인터넷에 올라오기만 하면 바로 핫이슈감이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동리아가 입을 열었다.“허민설, 너무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참는 수밖에 없었다.허민설의 횡포와 맹인호의 세력을 보니 도저히 자신이 가진 힘과 인맥으로는 그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진정 허민설의 기세는 대단했다.그녀의 세력과 역량이 대단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문성도 감히 맞받아치지 못하고 온전히 당하고만 있는 것이다.“허민설, 우리 말로 풀어 보자고.”“당신은 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허 씨 집안 아가씨이자 미래에 항도 하 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잖아?”“나 최문성이 배짱을 부리는 날이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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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장

”그리고 그건 강 씨 집안의 지분이지 당신네 최 씨 집안 지분이 아니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설득한다는 거야?”“아니면 당신 뒤에 있는 배후가 이미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다른 사람한테 욕을 먹을망정 모든 것을 스스로 내걸었단 말이야?”허민설은 냉랭한 눈빛으로 최문성을 노려보았다.자신에게 달콤한 뭔가를 던져 주고 뒷일을 도모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며 그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알아채려고 유심히 최문성의 표정을 살폈다.그러나 최문성은 아무런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 그저 무덤덤한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허민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다시 한번 묻겠어. 당신 도대체 나와 이 거래를 이어갈 의향이 있는 거야?”허민설은 최문성에게 천천히 다가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이렇게 좋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하지만 아쉽게도 난 정말 강옥연을 감금하지 않았어!”“감금했더라도 당신 뒤에 있는 배후가 이렇게 통 크게 선심을 써서 강옥연을 데리고 가려는데 내가 직접 그 배후와 담판을 짓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당신 배후에 있는 그 사람, 아무리 총명하고 배포가 크다고 해도 이 항성과 도성 바닥에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걸!”“그러니까 내 말은 그 사람, 너무 순진하다는 거지!”“나오지도 못하고 당신을 앞세워 담판을 지으려 하다니! 그냥 다른 사람 다 필요 없고 그 사람 나오라고 해!”허민설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오늘 이 모든 것은 결국 하현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다.하지만 하현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쉽게 최문성과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녀는 하찮은 최문성 따위는 그녀와 직접 담판을 지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최문성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허민설, 당신은 내 체면 따위 봐 줄 마음이 없다는 거지?”“당신 체면은 당연히 세워 줘야겠지.”허민설은 샴페인 잔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당신 체면을 봐서 고아신 일은 내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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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5장

”체면을 안 봐 주면 어쩔 건데?”“내가 또 당신 얼굴 때리면 어쩔 거냐고?”허민설은 천천히 소파로 돌아와 치마 사이로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며 앉았다.그녀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최문성을 바라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굴욕을 계속 참아오던 당신이, 평화로운 담판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본색을 드러낼 준비라도 되어 있는 건가?”“아니면 이제 날 건드릴 작정이라도 한 거야?”“자자, 건드려 봐!”“최문성, 당신이 날 어떻게 건드리는지 똑똑히 볼게!”“당신 정말...”최문성이 앞으로 나서려고 할 때였다.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제복 차림에 총을 멘 수십 명의 남녀가 나타나 장내를 가득 채웠다.제복을 입은 사람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모습으로 긴 다리를 움직이며 최영하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허민설, 우리 최 씨 집안사람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고 있는데 혹시 나 최영하한테 물어보고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거야?”“혹시 뒷일을 생각해 본 적 있어?”최영하는 말을 하면서 최문성에게 천천히 다가왔다.붉게 부풀어 오른 얼굴과 너덜너덜해진 그의 몸을 바라보며 최영하의 얼굴에 겨울바람 같은 매서운 기운이 흘렀다.“오호! 최영하, 최 씨 집안 아가씨가 오셨군!”“왜? 요즘 용전 항도 지부를 맡더니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머리에 총 맞았어?”“감히 금옥클럽에 와서 소란을 피울 생각을 하다니!”“감히 나 허민설과 대적하려 하다니 말이야!”허민설은 한껏 비꼬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하구천이 하 씨 가문 안주인 생신 일 때문에 잠시 바빠서 당신을 혼내주지 못했을 뿐이야.”“꼬리를 감추고 잠자코 웅크리고 있지는 못할망정 감히 내 앞에 와서 위세를 부리려 해?”“사는 게 지겨워?”“꺼져!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 얼굴 가죽을 싹 다 벗겨 버릴 테니까!”옆에 있던 맹인호도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거들었다.“최영하,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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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6장

차갑게 얼어붙은 최영하의 눈에는 맹인호를 향한 분노로 들끓었다.맹인호의 행동은 이미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은 행동이었다.그녀는 용전 항도 지부를 대표하는 사람이었고 하현의 뜻을 이행하는 사람이었다.그런 그녀에게 누가 감히 함부로 뺨을 때릴 수 있는가?순간 최영하는 허리춤에 있던 총기를 빼내며 서릿발 같은 눈초리로 맹인호를 쏘아보았다.“맹인호, 당신이 보기엔 용전 항도 지부장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내가 당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최영하의 말소리에 사방에 있던 십여 명의 부하들이 일제히 앞으로 다가와 손에 든 총기의 안전장치를 풀고 맹인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그러나 무력으로 위협하는 것은 맹인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최영하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무단으로 금옥클럽에 침입해서 허민설 앞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최영하!”“용전 항도 지부장님, 당신은 다른 사람을 이렇게 위협할 수는 있어. 하지만 날 어떻게 할 수는 없어. 지금 최문성 하나 살려 보겠다고 이렇게 나선 거야?”“허세 좀 그만 부려!”최영하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당신 나랑 한번 해 보자는 거로군.”“왜? 사람도 많고 총도 많으니 날 한번 건드려 보시지?”맹인호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자! 총으로 어디 날 한번 쏴 봐!”“날 쏘지 못하면 당신네 최 씨 집안은 대대로 나의 노예가 되고 여자는 대대로 남자들의 노리개가 될 거야!”말을 마치며 맹인호는 자신의 외투를 풀어헤쳤다.그러자 그의 옷 안에 거무스름한 수류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이게 터진다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날한시에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다.저런 위험한 것을 몸에 달고 다니다니!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순간 얼어버렸다.수십 명의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과 경호원들은 모두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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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7장

”하하하하!”“쓰레기는 쓰레기야!”“찌질하기는!”“당신들 지금 어떤 모습인지 좀 봐!”최문성을 비롯해 낭패한 얼굴로 얼어붙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맹인호는 험상궂게 웃었다.“이러면서 아직도 내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어?”“뭐? 나한테 그대로 돌아온다고?”“난 수류탄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겁먹은 모습들이라니!”“정말로 내가 수류탄을 던지기라도 한다면 당신들은 울기라도 할 모양이군, 하하하!”“당신들 정말 못 쓰겠구만!”“최 씨 가문? 동 씨 가문?”“웃기지들 마!”“당신과 경쟁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거야.”“당신들이 우리와 대적할 만한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야?”맹인호는 말할 수 없는 오만함을 앞세워 최문성의 얼굴을 때리며 패악을 부렸다.임세인을 비롯한 여자들은 모두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거렸다.오늘 밤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동 씨 집안이든 최 씨 집안이든 항성과 도성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최문성은 사나운 맹수 같은 눈빛으로 맹인호를 노려보았다.오늘 밤 현장에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면 벌써 맹인호와 죽기 살기로 한 판 붙었을 것이다.“오늘 밤 당신들한테 충분히 기회를 주었는데도 당신들이 돌아가지 않고 이렇게 버틴다면 정말 국물도 없어. 나중에 우리한테 걸리기만 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맹인호는 한껏 비웃으며 말했다.“길에서 날 보거나 허민설을 보면 멀리서라도 도망쳐. 우리가 있는 곳에 동 씨 집안이나 최 씨 집안사람들이 나타날 자격 없으니까!”“안 그러면 나한테 혼쭐이 날 줄 알아!”“나 맹인호, 똑똑히 말했어!”“어서 고아신을 풀어주고 돈이나 보내!”“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여 버릴 거야, 알겠어?”말을 하는 동안에도 맹인호는 탁자 위에 놓인 샴페인 병을 집어 들고 최문성의 머리를 탁 쳤다.맹인호는 최문성에게 시선을 옮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항성 이 바닥에서 감히 나한테 정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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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8장

”둘째, 당신이 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스스로 뺨을 열 대 때리고 사과할 만큼 사과해. 그러면 오늘 일은 그냥 과거의 일로 묻을 거야.”“어떻게 할지는 당신이 선택하는 거야. 내가 끝까지 함께해 줄게. 어때?”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맹인호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맹인호는 순간 넋이 나간 듯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당, 당신 도대체 누구야?”그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발로 걷어차 버리고 싶었지만 안전장치가 뽑힌 수류탄이 자신의 손에 있었고 그 손을 하현이 쥐고 있었다.만약 하현이 힘을 주기라도 한다면 맹인호의 손에 있던 수류탄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그 이후엔...모두가 가루가 되어 함께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맹인호는 감히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겠지, 안 그래?”하현은 담담하게 말을 하면서 손에 힘을 지그시 주었다.“정 못 고르겠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하현이 손에 힘을 주자 맹인호의 손가락뼈에서 찌직 소리가 났고 그의 손은 더욱 헐거워졌다.수류탄이 당장이라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았다.“미친놈! 당신은 미친놈이야! 미쳤다구!”오만하기 그지없었던 맹인호는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하현에게 손목이 잡혀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맹인호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터질 듯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소파 뒤에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어 이 광경을 지켜보던 허민설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극도의 공포가 가득 들어찼다.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극도의 공포감이 그녀를 압도했다.그녀는 누가 나타난 것인지 똑똑히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맹인호의 손이 풀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점령했다.죽음까지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 있더라도 사지 멀쩡한 채로는 살지 못할 것이다.“자! 다 같이 죽자구!”하현이 계속 힘을 주며 소리쳤다.맹인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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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9장

맹인호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에게 있어 말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흑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그였다.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하현 일행에게 제압당하고 만 것이다.눈앞에 있는 놈은 자신보다 더 지독해 보였다.터지면 당장이라도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수류탄을 앞에 두고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상대했기 때문이다.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놈 때문에 자신의 마음속에는 여태 가져본 적 없던 두려움이 마구 용솟음쳤다.과거에 그가 광적으로 드러내었던 오만과 광기의 전제에는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자신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난 듯한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도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결국 자신도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는 일개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맹인호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절망에 가까운 우울이 밀려왔다.“이놈아! 너 배짱 한번 좋구나! 죽음을 각오한 최 씨 가문 군대라도 돼? 감히 어디라고 함부로 날뛰는 거야?”“내가 내일 어떻게든 당신의 온 집안사람들을 죽여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 버릴 테야. 조상의 위패는 다 없애버리고 무덤은 다 파헤쳐 버릴 거라구!”맹인호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의 두려운 심경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더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퍽!”하현은 손바닥을 한 대 후려치더니 담담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뭘 그렇게 말이 많아?”“같이 죽든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지.”하현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몇 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온몸을 굴린 그가 용병들 데리고 전쟁놀이나 일삼은 맹인호 같은 인물을 두려워하겠는가?맹인호의 얼굴은 서서히 벌겋게 달아올랐다.생전 처음 당한 굴욕에 맹인호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아악!”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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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장

맹인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는 이미 칼날을 드러냈건만 하현한테는 속수무책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자식! 너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무서워.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어?”하현은 무표정하게 말했다.“다만 난 일개 무명 싸움꾼일 뿐이야. 한데 넌?”“넌 항성 S4 중 한 명이고 흑주를 종횡무진 누빈,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잖아!”“우리 둘이 껴안고 같이 죽으면 내가 손해 볼 건 없지 않아?”“죽고 나면 사람들은 그냥 날 잊겠지.”“그렇지만 사람들은 당신을 그렇게 기억하겠지. 체면 차리다가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듯 목숨을 잃었다고.”두 사람의 말투는 무겁지 않았지만 듣고 있던 임세인은 간담이 서늘해졌다.미치광이는 한 명이면 족했다!그런데 두 명의 미치광이라니!사람들은 밀려오는 공포와 두려움에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맹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의 얼굴에서 두려운 기색을 찾으려고 애써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하현의 표정은 생사에는 아무런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세상 평온한 얼굴이었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기개를 가질 수 있는지 맹인호로서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설마 이놈도 전쟁터에 나간 적이 있을까?그것도 죽은 사람 더미에서 기어 나온 극도의 공포를 맛본?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보통 사람이 이런 저력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절대 그럴 수 없다!이런저런 생각 끝에 맹인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이, 그래. 당신이 거만하고 강하다는 거 인정. 인정해. 그런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당신이 이렇게 허세를 부리니 내가 승복하지!”“사과할게!”“아까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맹인호, 그건 승복하려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지!”“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강옥연을 풀어 줘!”“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안 돼.”“하나라도 빠지면 다 죽는 거야!”맹인호는 눈썹을 한껏 치켜세워 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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