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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9장

맹인호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그에게 있어 말할 수 없는 치욕이었다.

흑주를 종횡무진 누비며 항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그였다.

하지만 오늘 뜻밖에도 하현 일행에게 제압당하고 만 것이다.

눈앞에 있는 놈은 자신보다 더 지독해 보였다.

터지면 당장이라도 모두가 죽을 수 있는 수류탄을 앞에 두고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상대했기 때문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놈 때문에 자신의 마음속에는 여태 가져본 적 없던 두려움이 마구 용솟음쳤다.

과거에 그가 광적으로 드러내었던 오만과 광기의 전제에는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의 통제 범위에서 벗어난 듯한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도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도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는 일개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맹인호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절망에 가까운 우울이 밀려왔다.

“이놈아! 너 배짱 한번 좋구나! 죽음을 각오한 최 씨 가문 군대라도 돼? 감히 어디라고 함부로 날뛰는 거야?”

“내가 내일 어떻게든 당신의 온 집안사람들을 죽여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어 버릴 테야. 조상의 위패는 다 없애버리고 무덤은 다 파헤쳐 버릴 거라구!”

맹인호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속의 두려운 심경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더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퍽!”

하현은 손바닥을 한 대 후려치더니 담담하고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그렇게 말이 많아?”

“같이 죽든지, 아니면 무릎 꿇고 사과하든지.”

하현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몇 년 동안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 온몸을 굴린 그가 용병들 데리고 전쟁놀이나 일삼은 맹인호 같은 인물을 두려워하겠는가?

맹인호의 얼굴은 서서히 벌겋게 달아올랐다.

생전 처음 당한 굴욕에 맹인호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악!”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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