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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611 - 챕터 2620

3895 챕터

2611장

허민설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하수진이 용옥에 갇힌 이후 하구천을 둘러싼 인물 중에선 그녀가 단연 여왕이었다.모두들 그녀가 장차 항도 하 씨 안주인이 될 사람이라 점치고 있다는 걸 그녀 또한 모르지 않았다.그녀의 가장 큰 위협이라면 오매 도관의 성녀 사비선 정도였다.하지만 오매 도관 성녀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결국 이러쿵저러쿵 계산해 보면 항성과 도성에서 항도 하 씨 안주인 자리를 빼앗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이런 연유로 허민설은 최근 스스로 항도 하 씨 안주인임을 자처했었다.항성과 도성에서 귀로 소식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어딜 가든 추앙을 받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터였다.하구천조차도 그녀를 높이 치켜세우며 언제나 곁에 두었다.감히 허민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지금 하현이란 놈이 감히 자신에게 싸우자고 덤빈다고?이럴 때 하현을 제대로 짓밟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항성과 도성에서 콧대를 세우며 돌아다닐 수 있겠는가?그녀 자신의 권위와 존엄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순간 허민설은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키가 큰 경호원 십여 명이 복도에서 뛰어들어오는 것을 보았다.이들은 더 이상 맨주먹이 아닌 무기를 하나씩 지니며 나타났고, 보아하니 오른손으로 허리춤을 매만지고 있는 두 사람은 분명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강옥연, 조심해요!”하현은 위엄 서린 얼굴로 조금도 위축되지 않으며 군중 속으로 뛰어들었다.순간 그는 가볍고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시야에 있는 사람들을 훑고 지나갔다.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여지없이 경호원 세 명이 맥도 추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세 명의 경호원들은 모두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 피를 토하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물러섰다.하현은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경호원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순식간에 그들의 총을 빼앗아 결연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탕탕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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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2장

강옥연은 허민설이 경찰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고 일이 커질까 봐 하현을 끌어당기며 말했다.“하현, 됐어요. 어쨌든 그들은 이미 대가를 치렀으니까요.”방금 하현이 총기의 지문을 닦긴 했지만 현장에는 하현의 지문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일이 계속 꼬이면 하현이 경찰서로 불러갈지도 모른다.그러면 손님을 잘못 접대한 것을 두고 강학연이 강옥연을 추궁하게 될 것이다.강옥연은 하현이 경찰서에 넘어가는 것보다 그냥 여기서 멈추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강옥연이 뭔가 고심하는 듯한 눈치를 보이자 허민설은 가소로운 듯 피식 웃었다.“왜? 무서워?”“강옥연, 지금 당장 나한테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도 늦지 않아!”허민설은 어디서 다시 기운이 솟아올랐는지 예의 그 의기양양함이 피어올랐다.“사과도 하지 않고 무릎도 꿇지 않으려면 그냥 가만히 서서 기다리든가!”“허민설, 당신...”강옥연은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자신은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하는데 허민설은 도리어 이 소란을 그만둘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강옥연,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내가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으니까.”하현은 강옥연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뺨을 맞아 보지 않고는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뻔뻔한지 잘 모르거든요!”“어떤 개들은 주인이 때려서 아픔을 줄 때까지는 주인이 얼마나 두려운 대상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법이죠!”오늘 일이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하현은 상황이 훨씬 더 명확히 보였다.허민설의 기세를 완전히 제압하지 않으면 강학연과의 흔들리지 않는 동맹관계를 손에 넣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렸다.허민설을 완전히 제압한다면 강학연은 완전히 자신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하현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제멋대로 날뛰는 허민설은 말할 것도 없다.스스로 날뛰며 얼굴을 들이미는 허민설을 어떻게 가만히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하 씨, 남의 권세를 빌어서 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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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장

황 대장은 항성 중앙 경찰서의 형사들을 데리고 2층 룸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올라갔다.그는 붐비는 사람들 틈을 헤집고 허민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물었다.“허민설, 누가 감히 금옥루에서 소란을 피운다구요? 누가 당신 얼굴을 때렸다고요?”“농담이죠!”“어느 눈 먼 놈이 그런 짓을 한답니까?”“허민설이 항성의 여왕인 걸 모르는 놈이 있나?”황 대장은 온몸에 살기를 띠며 눈을 부릅떴다.“누구인지 어서 말해 봐요. 내가 아주 그놈 제대로 혼쭐낼 테니까! 항성의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가르쳐 줄 거예요!”주시윤은 몸을 벌벌 떨면서 하현의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그냥 순순히 꼬리를 내려요!”“저 황 대장이란 사람은 허 씨 집안 앞잡이 같은 놈이에요. 이 구역에서는 당해낼 사람이 없다니까요. 못할 게 없는 사람이라구요!”“그리고 인맥은 또 얼마나 넓고 깊다구요. 모든 관직은 물론이고 병부까지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어요!”“위풍당당한 그의 기세에 눌러 여기 졸부 2세들은 모두 저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한다구요!”“그러니 단단히 조심해야 할 거예요. 정 안 되겠다 싶으면 바로 꼬리를 내려요!”하현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일 참 재미있게 돌아가는군!”총기를 장착한 형사들을 앞세운 황 대장의 모습을 보고 허민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황 대장, 마침 잘 왔어요!”“강 씨 집안 아가씨가 키우는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여기 와서 감히 소란을 피우고 총까지 쏴 대잖아요!”“우리 경호원들이 그를 막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한번 보세요!”“어서 저놈을 잡아다가 법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세요!”“내가 신고했다는 이유로 날 무겁게 처벌하면 안 돼요. 그렇지만 강옥연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저 사람의 죄를 가볍게 대하지는 말아요!”“내 말은 그러니까, 법대로 제대로 처벌해 줘야 한다는 얘기예요!”“우리는 상류층 시민으로서 경찰의 권위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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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4장

”퍽!”하현은 손바닥을 뒤로 젖혔다가 그대로 황 대장의 얼굴에 후려갈겼다.황 대장은 순간 눈앞에 별이 번쩍거렸다.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자신이 놈의 이마에 총기를 갖다 대었는데 어떻게 자신을 향해 손바닥을 날릴 수가 있는가?설마 자신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것인가?설마 이놈이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단 말인가?황 대장은 얼른 정신을 차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똑똑히 봐! 난 항성 중앙 경찰서 황 대장이야!”“당신은 항성의 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어. 난 항성의 법에 따라 당신을 여기서 즉사 시킬 수도 있어!”“죽기 싫으면 무릎 꿇어!”“퍽!”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또 한 번 손바닥을 후려쳤다.손바닥이 황 대장의 뺨에 맞으며 찰진 소리를 내었고 장내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특히 허민설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하현이란 놈은 대체 저런 용기와 담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녀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황 대장의 총은 이미 발사가 준비되어 있었다.방아쇠를 당기는 손이 살짝 꺾이기만 해도 총알은 사정없이 하현의 이마를 뚫어버릴 것이다.그렇게 된다면 하현의 목숨은 그 자리에서 끝난다.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오늘 거나한 식사나 즐기려고 온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그러나 감히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겁을 먹고 눈만 껌뻑껌뻑할 뿐이었다.하현이 겁도 없이 손바닥을 휘두르다니!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때려? 날?”“감히 날?”“두 번씩이나?”이 광경이 어이없기는 황 대장도 마찬가지였다.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하현을 노려보았다.“내가 총을 쏘지 못할 것 같아?”“사는 게 귀찮다는 거지? 어?”총부리를 움직이며 황 대장은 하현의 몸통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마치 자신은 언제라도 하현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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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5장

황 대장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항성에서는 누구도 자신에게 함부로 할 수 없었다.총기를 지닌 채 부하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들어온 그에게 내륙에서 온 겁도 없는 놈이 함부로 손바닥을 휘두르다니!얼굴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코에서 피가 터질 줄 황 대장이 상상이나 했겠는가?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만약 이런 상황에서 그가 진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자신의 위엄을 지킬 수 있겠는가?어떻게 허민설에게 낯을 들 수 있겠는가?수십 명의 부하들은 분노에 휩싸인 얼굴로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걸어갔다.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이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그러자 하현은 탁자 위에 놓인 휴지로 손바닥을 유유히 닦기 시작했다.“황 가죽이라 불린다는 그 황 대장이신가?”“당신이 남을 돕고 싶어서 여기 온 건 내가 탓할 일이 아니야.”“하지만 죽기 전에 누가 당신 얼굴을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아야겠지, 안 그래?”“지금 동리아에게 전화해 봐. 그건 내가 허락해 주지.”“그러고 나서 나와 계속 싸울 건지 말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이 여자 때문에 나한테 계속 덤빌 것인지 아닌지 말이야!”“이 개자식!”“동리아는 네가 함부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아니야!”하현의 말에 황 대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무 이름도 없는 주제에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 해?”“뭐? 동리아한테 전화해 보라고? 이놈이 미쳤나? 그런 말이 네 입에서 나오다니, 가당키나 해?”황 대장은 요즘 동향을 읽는 데 무딘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하현이라는 인물이 최근 항성에서 어떤 일을 벌였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했다.하현은 심드렁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동리아에게 전화를 걸어 황 대장 앞에 놓았다.“자, 동리아한테 말해. 지금 당신이 부하들에게 하현을 쏴 죽이라고 명령을 내릴 참이라고.”끄덕도 하지 않던 황 대장은 하현의 핸드폰에 동리아라는 이름이 뜨는 것을 보자 눈이 번쩍 뜨이며 안색이 급변했다.동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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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6장

말을 마친 황 대장은 허민설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말했다.“자, 철수!”중앙 경찰서 형사들은 순식간에 모두 룸 밖으로 나갔다.아까 들어올 때는 온갖 위풍당당한 기세는 다 풍기며 들어오더니 나갈 때는 부리나케 꽁무니를 뺐다.주시윤을 비롯해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시선을 주고받을 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당황스럽기는 손서기도 마찬가지였다.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하 씨 성을 가진 이 남자에게 무슨 내력이 있길래 이러는 걸까?간단한 전화 한 통만으로 황 대장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그것도 허민설에게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황 대장을 이곳에서 물러나게 만들다니!허민설은 낭패스러운 얼굴로 소리치며 발악했다.“황 대장! 이리 와서 당장 설명하세요!”“정확히 설명하라니까요!”“그렇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예요!”황 대장은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서둘러 자리를 뜨기 바빴다.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는 줄행랑을 쳤다.“허민설, 부르는 사람이 안 올 건가 봐.”“아니면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불러 보라구.”“한 번에 다 불러내는 게 좋겠군.”하현은 차분히 가라앉은 얼굴로 허민설에게 다가와 수치스러움에 온몸을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항성 이인자인 당신 아버지, 그리고 하구천, 혹은 항도 하 씨 가문의 누군가라도 좋으니 데리고 와 봐!”“시간을 조금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지. 난 아무 상관없으니까.”“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어서 걸어 봐!”하현은 허민설 앞에 천천히 핸드폰을 놓았다.반들거리는 핸드폰 화면이 허민설의 눈에 반사되어 그녀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그녀는 일그러진 눈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허민설은 하현의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결국 그녀는 손을 뻗쳐 올렸지만 그뿐이었다.허민설은 애써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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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7장

하구천을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곰곰이 생각한 허민설은 결국 그를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녀는 오늘 너무 쉽게 생각했다.너무 방심했고 급했다.그녀는 자신이 대충 경호원들 몇 명쯤 데리고 가면 가볍게 하현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다.정말 손쉽게 원하는 대로 흘러갈 거라 생각했다.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보던 허민설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음흉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다시 이를 악물었고 뭔가 결심이 선 듯 갑자기 강옥연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강옥연, 오늘 밤 일은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술김에 한 폭언이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용서해 줘!”“금옥루의 배당금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정산해서 보내줄게.”“그래. 당신 사과, 받아줄게.”강옥연은 일이 더 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짜증도 내지 않고 순순히 말했다.“이제 물러가도 돼.”허민설은 강옥연의 콧대 높은 태도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분노를 억누르며 하현과 강옥연을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허민설이 등을 보이며 돌아서자 주시윤이 얼른 문을 닫았다.그러고 난 뒤 그는 하현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다가 강옥연 곁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옥연, 오늘 일은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허 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잖아. 만약 허민설이 주도면밀하게 뭔가를 궁리한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방에 쓸려 버릴 거야.”“그러니까 우리 지금 다 같이 하구천을 찾아가는 게 어때? 가서 일단 사과를 하자구.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배상도 좀 더 받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자, 어때?”“그래! 그래! 그러는 게 좋겠어!”“방금 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허민설은 항도 하 씨 가문 안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야. 그러니 우리가 이대로 미움을 살 순 없어!”“지금 우리가 이득을 봤다고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야!”허민설이 있을 때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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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8장

이번 식사 자리는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강옥연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얼른 계산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집안에 보고해야 할 일도 있을 것 같아서 하현은 굳이 그녀를 잡지 않았다.용문 항도 도관 안.책상다리를 한 강학연은 느긋하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맞은편에 앉은 강옥연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강옥연이 모든 세부 사항을 말하고 나자 강학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겠지? 하현이 정말 하구천, 그러니까 항도 하 씨를 거론하며 부르라고 했다는 거야?”강옥연은 곰곰이 지난 일들을 되짚어 보며 말했다.“제대로 들었어요. 당시 하현이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재미있군!”강학연이 중얼거리듯 읊조렸다.“하구천이 왔으면 확실히 일이 정리되었을 텐데 왜 허민설은 그를 부르지 못했지?”“하구천은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며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야. 그런데 부르지 않았다? 하구천이나 항도 하 씨 가문이 와도 하현이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지 않아서?”강학연은 미간에 주름을 잔뜩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어떤 가능성이든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하현은 항성과 도성에서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강학연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이자 강옥연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우리 일단 허 씨 집안에 사람을 보내 좋은 말로 해결해 보는 건 어때요? 아니면 하현의 편에 서서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까요?”“하지만 문제는 집법당이 항도 하 씨 가문 편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하현의 편에 서면 분명 위험해질 수 있어요.”강학연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항성과 도성에는 지금 거대한 폭풍이 기다리고 있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거대한 폭풍 말이야.”“우리 강 씨 집안은 여러 해 동안 용문 항도 지회를 맡아 왔어. 지금까지 내 원칙은 오직 하나, 절대로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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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9장

허민설의 뒤편으로 항성 S4 중 하나인 허지강이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허민설은 화가 나서 미칠 듯이 씩씩거렸지만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냐구?”“자, 생각해 봐. 진홍두, 하수진, 공송연 이 사람들도 그놈한테 당했어.”“당신이 나선 이상 이 정도 당한 건 정상 아니야?”“분하고 억울하면 혼자 또 찾아가서 건들지 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면 되잖아?”“내가 당신한테 여러 번 말했잖아. 우리 허 씨 집안은 무력으로 사람을 혼내는 가문이 아니라고. 때리고 죽이는 건 홍성 쪽에서나 하는 일이야.”“우리는 머리를 써야 해.”“촤랑!”허민설은 허지강이 들고 있던 커피잔을 툭 건드려 땅바닥에 엎어버렸다.“내가 안 갈 수 있었겠어?”“하구천이 이미 나한테 강옥연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암시했고 금옥루는 우리 허 씨 집안 자산인데,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섰겠냐구?”“당신이 나설 거야?”“감히?!”허지강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에르메스에서 일억 이상 써야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이었는데 이렇게 깨지다니 그의 마음도 와장창 무너지는 것 같았다.허지강은 고개를 돌려 허민설을 바라보며 말했다.“흥분하지 마. 우리가 하현에게 당하긴 했지만 사실 우리의 태도는 확실히 보여줬잖아. 우리 허 씨 집안은 언제나 하구천 그의 편에 설 것이라는 걸 하구천에게 확실히 보여준 거라구.”“그러니 어찌 보면 좋은 투자를 한 셈이지.”“하구천이 이 일을 알고 우리 허 씨 집안이 쓸모없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리 허 씨 집안의 충성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거야”허민설은 차갑게 비꼬며 말했다.“당신한테는 그게 괜찮겠지!”“하지만 나한테는?”“하구천이 날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날 어떻게 더 높은 자리로 올려 주겠냐고?”“하수진이 없어져서 이제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가 싶었는데!”“내가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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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0장

허민설의 얼굴빛에 미세한 균열이 보이자 허지강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오른쪽 뺨을 두드리며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허민설. 이제 맹인호를 항성으로 불러들여야 할 때가 왔어.”“그가 이기면 우리 허 씨 집안은 잃어버린 체면을 다시 되찾을 수 있어!”“만약 그가 져서 목숨을 잃는다면 너한테는 고민 하나 줄어드는 셈이 되는 거야.”“일이 어떻게 되든 너한테는 다 좋은 일 아니야?”허민설은 번뜩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설마 하구천이랑...”“쉿!”허지강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검지를 코에 갖다 대었다.“항도 하 씨 가문 하구천이 뭣 때문에 항성 S4를 짓누르려고 하겠어?”“예전의 항성 S4는 이미 하구천에게 제압당한 지 오래야. 사실 따지고 보면 맹인호의 자리를 하민석이 대신하게 된 거지.”“만약 나와 곽영준이 이렇게 어리숙했다면 몇 년 동안 항성 S4가 전부 바뀌지 않았을까?”허민설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맹인호는...”허지강이 허민설의 말을 잘랐다.“맹인호가 우리를 도우러 이곳으로 온다면 우리 편에 설 의향이 있다는 뜻이야.”“만약 맹인호가 오지 않는다면 그도 버려야 할 카드지!”“이 항성은 나와 곽영준이 손을 잡아야만 하구천과 맞설 수 있어, 안 그래?”“그러니까 당신과 곽영준은 누구의 앞잡이로만 살지는 않겠다, 그 뜻이야?”“대장부로 태어나서 어떻게 계속 남의 밑에서만 있을 수 있겠어?”뒤쪽에서 곽영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의 등장에 허민설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얼른 아닌 척 표정을 바꾸었다.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도저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허지강과 곽영준이 손을 잡는다면 확실히 하구천과 대적할 만하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하현은 핸드폰을 검색해 가까운 식당을 찾아 차와 아침 식사를 즐겼다.그와 항성 경찰서와의 약정에 의하면 당분간 그는 항성을 떠날 수 없는 몸이었다.하지만 하현은 이 약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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