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황 대장은 허민설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손을 흔들며 말했다.“자, 철수!”중앙 경찰서 형사들은 순식간에 모두 룸 밖으로 나갔다.아까 들어올 때는 온갖 위풍당당한 기세는 다 풍기며 들어오더니 나갈 때는 부리나케 꽁무니를 뺐다.주시윤을 비롯해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시선을 주고받을 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당황스럽기는 손서기도 마찬가지였다.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도대체 하 씨 성을 가진 이 남자에게 무슨 내력이 있길래 이러는 걸까?간단한 전화 한 통만으로 황 대장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그것도 허민설에게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황 대장을 이곳에서 물러나게 만들다니!허민설은 낭패스러운 얼굴로 소리치며 발악했다.“황 대장! 이리 와서 당장 설명하세요!”“정확히 설명하라니까요!”“그렇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예요!”황 대장은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서둘러 자리를 뜨기 바빴다.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그는 줄행랑을 쳤다.“허민설, 부르는 사람이 안 올 건가 봐.”“아니면 전화를 해서 사람을 불러 보라구.”“한 번에 다 불러내는 게 좋겠군.”하현은 차분히 가라앉은 얼굴로 허민설에게 다가와 수치스러움에 온몸을 떨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항성 이인자인 당신 아버지, 그리고 하구천, 혹은 항도 하 씨 가문의 누군가라도 좋으니 데리고 와 봐!”“시간을 조금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하지. 난 아무 상관없으니까.”“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어서 걸어 봐!”하현은 허민설 앞에 천천히 핸드폰을 놓았다.반들거리는 핸드폰 화면이 허민설의 눈에 반사되어 그녀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그녀는 일그러진 눈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허민설은 하현의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결국 그녀는 손을 뻗쳐 올렸지만 그뿐이었다.허민설은 애써 흥분
하구천을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곰곰이 생각한 허민설은 결국 그를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다.그녀는 오늘 너무 쉽게 생각했다.너무 방심했고 급했다.그녀는 자신이 대충 경호원들 몇 명쯤 데리고 가면 가볍게 하현을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다.정말 손쉽게 원하는 대로 흘러갈 거라 생각했다.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보던 허민설의 마음속에 스멀스멀 음흉한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그녀는 다시 이를 악물었고 뭔가 결심이 선 듯 갑자기 강옥연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강옥연, 오늘 밤 일은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술김에 한 폭언이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용서해 줘!”“금옥루의 배당금에 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정산해서 보내줄게.”“그래. 당신 사과, 받아줄게.”강옥연은 일이 더 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짜증도 내지 않고 순순히 말했다.“이제 물러가도 돼.”허민설은 강옥연의 콧대 높은 태도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지만 죽을힘을 다해 분노를 억누르며 하현과 강옥연을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허민설이 등을 보이며 돌아서자 주시윤이 얼른 문을 닫았다.그러고 난 뒤 그는 하현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다가 강옥연 곁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옥연, 오늘 일은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허 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잖아. 만약 허민설이 주도면밀하게 뭔가를 궁리한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방에 쓸려 버릴 거야.”“그러니까 우리 지금 다 같이 하구천을 찾아가는 게 어때? 가서 일단 사과를 하자구.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배상도 좀 더 받아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자, 어때?”“그래! 그래! 그러는 게 좋겠어!”“방금 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허민설은 항도 하 씨 가문 안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야. 그러니 우리가 이대로 미움을 살 순 없어!”“지금 우리가 이득을 봤다고 해도 앞으로가 더 문제야!”허민설이 있을 때는 입도 벙긋하지 못하
이번 식사 자리는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강옥연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얼른 계산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집안에 보고해야 할 일도 있을 것 같아서 하현은 굳이 그녀를 잡지 않았다.용문 항도 도관 안.책상다리를 한 강학연은 느긋하게 호흡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맞은편에 앉은 강옥연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강옥연이 모든 세부 사항을 말하고 나자 강학연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겠지? 하현이 정말 하구천, 그러니까 항도 하 씨를 거론하며 부르라고 했다는 거야?”강옥연은 곰곰이 지난 일들을 되짚어 보며 말했다.“제대로 들었어요. 당시 하현이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재미있군!”강학연이 중얼거리듯 읊조렸다.“하구천이 왔으면 확실히 일이 정리되었을 텐데 왜 허민설은 그를 부르지 못했지?”“하구천은 앉아서 천리를 내다보며 전략을 세우는 사람이야. 그런데 부르지 않았다? 하구천이나 항도 하 씨 가문이 와도 하현이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지 않아서?”강학연은 미간에 주름을 잔뜩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어떤 가능성이든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하현은 항성과 도성에서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강학연이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이자 강옥연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우리 일단 허 씨 집안에 사람을 보내 좋은 말로 해결해 보는 건 어때요? 아니면 하현의 편에 서서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까요?”“하지만 문제는 집법당이 항도 하 씨 가문 편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하현의 편에 서면 분명 위험해질 수 있어요.”강학연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항성과 도성에는 지금 거대한 폭풍이 기다리고 있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거대한 폭풍 말이야.”“우리 강 씨 집안은 여러 해 동안 용문 항도 지회를 맡아 왔어. 지금까지 내 원칙은 오직 하나, 절대로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야. 절대로.”
허민설의 뒤편으로 항성 S4 중 하나인 허지강이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찻잔을 기울이고 있었다.허민설은 화가 나서 미칠 듯이 씩씩거렸지만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냐구?”“자, 생각해 봐. 진홍두, 하수진, 공송연 이 사람들도 그놈한테 당했어.”“당신이 나선 이상 이 정도 당한 건 정상 아니야?”“분하고 억울하면 혼자 또 찾아가서 건들지 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면 되잖아?”“내가 당신한테 여러 번 말했잖아. 우리 허 씨 집안은 무력으로 사람을 혼내는 가문이 아니라고. 때리고 죽이는 건 홍성 쪽에서나 하는 일이야.”“우리는 머리를 써야 해.”“촤랑!”허민설은 허지강이 들고 있던 커피잔을 툭 건드려 땅바닥에 엎어버렸다.“내가 안 갈 수 있었겠어?”“하구천이 이미 나한테 강옥연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암시했고 금옥루는 우리 허 씨 집안 자산인데,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섰겠냐구?”“당신이 나설 거야?”“감히?!”허지강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커피잔을 바라보았다.에르메스에서 일억 이상 써야 받을 수 있는 사은품이었는데 이렇게 깨지다니 그의 마음도 와장창 무너지는 것 같았다.허지강은 고개를 돌려 허민설을 바라보며 말했다.“흥분하지 마. 우리가 하현에게 당하긴 했지만 사실 우리의 태도는 확실히 보여줬잖아. 우리 허 씨 집안은 언제나 하구천 그의 편에 설 것이라는 걸 하구천에게 확실히 보여준 거라구.”“그러니 어찌 보면 좋은 투자를 한 셈이지.”“하구천이 이 일을 알고 우리 허 씨 집안이 쓸모없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리 허 씨 집안의 충성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거야”허민설은 차갑게 비꼬며 말했다.“당신한테는 그게 괜찮겠지!”“하지만 나한테는?”“하구천이 날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날 어떻게 더 높은 자리로 올려 주겠냐고?”“하수진이 없어져서 이제 나한테도 기회가 오는가 싶었는데!”“내가 이렇
허민설의 얼굴빛에 미세한 균열이 보이자 허지강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오른쪽 뺨을 두드리며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허민설. 이제 맹인호를 항성으로 불러들여야 할 때가 왔어.”“그가 이기면 우리 허 씨 집안은 잃어버린 체면을 다시 되찾을 수 있어!”“만약 그가 져서 목숨을 잃는다면 너한테는 고민 하나 줄어드는 셈이 되는 거야.”“일이 어떻게 되든 너한테는 다 좋은 일 아니야?”허민설은 번뜩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설마 하구천이랑...”“쉿!”허지강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검지를 코에 갖다 대었다.“항도 하 씨 가문 하구천이 뭣 때문에 항성 S4를 짓누르려고 하겠어?”“예전의 항성 S4는 이미 하구천에게 제압당한 지 오래야. 사실 따지고 보면 맹인호의 자리를 하민석이 대신하게 된 거지.”“만약 나와 곽영준이 이렇게 어리숙했다면 몇 년 동안 항성 S4가 전부 바뀌지 않았을까?”허민설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맹인호는...”허지강이 허민설의 말을 잘랐다.“맹인호가 우리를 도우러 이곳으로 온다면 우리 편에 설 의향이 있다는 뜻이야.”“만약 맹인호가 오지 않는다면 그도 버려야 할 카드지!”“이 항성은 나와 곽영준이 손을 잡아야만 하구천과 맞설 수 있어, 안 그래?”“그러니까 당신과 곽영준은 누구의 앞잡이로만 살지는 않겠다, 그 뜻이야?”“대장부로 태어나서 어떻게 계속 남의 밑에서만 있을 수 있겠어?”뒤쪽에서 곽영준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문을 밀고 들어왔다.그의 등장에 허민설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얼른 아닌 척 표정을 바꾸었다.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은 도저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허지강과 곽영준이 손을 잡는다면 확실히 하구천과 대적할 만하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하현은 핸드폰을 검색해 가까운 식당을 찾아 차와 아침 식사를 즐겼다.그와 항성 경찰서와의 약정에 의하면 당분간 그는 항성을 떠날 수 없는 몸이었다.하지만 하현은 이 약정이
”하현, 지금 해양공원 바깥 주차장에 있어요!”주시윤의 목소리에는 끝 모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컨테이너 뒤에 숨어 있는데 사람들이 날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하지만 강옥연은 이미 끌려갔어요!”“어서 좀 와 주세요...”“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곧 갈 테니까.”하현은 서둘러 그 자리를 일어섰다.종업원에게 지폐 몇 장을 뿌리치듯 던져주고 계산을 한 후 택시를 불러 바람처럼 항성 해양공원으로 향했다.하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길모퉁이의 어두운 구석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무전기를 입에 갖다 대고 말했다.“목표물, 적중!”...십여 분 만에 하현은 해양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 택시 요금을 지불한 후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하현은 얼른 구석진 곳을 찾았다.양복을 입은 몇 명의 남자가 하나같이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에 몰아넣고 있었다.양복 입을 남자들은 모두 야구 방망이와 쇠 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고 위협적으로 휘두르는 방망이질에 구석에 몰린 남자는 완전히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프 랭글러 보닛 위에는 달라붙는 옷을 입은 한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구경하듯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매끈한 몸매에도 볼륨감이 살아있는 육감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그러나 어느 저격수 못지않은 살벌한 표정에,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주 능숙하게 총을 다루었다.하현이 걸어오는 것을 본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놀라지도 않고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눈빛은 예리한 칼날처럼 매섭고 험악했다.그녀가 들고 있는 총은 어느새 하현의 이마에 점을 찍고 있었다.여차하면 하현의 머리가 날아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여자의 오만하고 거침없는 행동에 하현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정말 이 사람들은 하현이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하현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누가
호통치는 듯한 누군가의 말소리에 예닐곱 명의 남자들은 모두 돌아서서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는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띠우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하현이 나선 것에 대해 그녀는 매우 흡족한 듯했다.“이 자식아! 우리 지금 영화 찍고 있는 거 몰라?”제일 앞에 선 남자는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다가 냉소를 띠며 내뱉었다.“꺼져!”“그리고 오늘 본 일은 잊어버려!”“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인공은 바로 네놈이 될 테니까! 명심해!”“미안한데 난 이대로는 못 갈 것 같은데.”하현이 느물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두들겨 맞고 있는 그 사람, 나랑 아는 사이거든. 나한테 구조 요청도 했으니 내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아니면 당신들이 내 체면을 좀 봐서 그 사람을 풀어 주든가, 응?”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의 말에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사나운 미소를 입가에 드리우며 말했다.“인마, 너 지금 죽으려고 환장했어?”“우리가 누군지 알아?”“체면을 봐 달라고?”“네가 무슨 체면이 있어서 우리한테 봐 달라 말라야?”“지금 당장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저세상 구경시켜 줄 테니까!”말을 마치며 양복을 입은 남자가 손을 흔들었고 그의 부하들이 목을 좌우로 꺾더니 비열하게 웃으며 다가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한 걸음 내디뎠고 순식간에 그 양복 입은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하현의 동작이 너무 빨라서 양복 입은 남자는 미처 손쓸 틈도 없었다.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는 순간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조심해!”양복 입은 남자는 겨우 정신을 다잡았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남자가 아무리 빠르게 반응하려고 해도 하현을 이길 수는 없었다.순간 남자의 마음속에 서늘한 느낌이 밀려왔다.하현의 오른손이 이미 자신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자식아..
”그래, 내가 풀어 주지.”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오른손을 세차게 휘둘러 남자를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풀썩!”남자는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순간 그는 피를 토하며 숨을 헐떡거렸다.그의 얼굴에 한차례 절망의 빛이 스쳐 지나더니 이제는 숨이 넘어갈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몇 번을 꺽꺽대었다.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아무리 입을 벌려도 숨을 쉴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남자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놀랍도록 불쾌하고 복잡한 심경이 얼룩진 그의 얼굴은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퍽!”하현은 남자를 발로 걷어찼고 그대로 나뒹군 남자는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 앞으로 굴러갔다.담담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던 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 풀어 줬잖아. 이제 만족해?”주시윤은 이를 보고 통쾌한 마음에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바로 그가 원하던 그림이었다.“이놈이! 그래, 어디 한번 덤벼 봐!”예닐곱 명의 남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으르렁거리며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우두머리가 저 지경이 되었는데 하현을 가만히 두면 그게 더 비참한 일인 것이다.“찰싹!”“찰싹!”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남자들의 공격에 맞섰다.뺨을 한 대 때렸다.두 번째 놈이 덤벼들자 또 뺨을 한 대 때렸다.덤비는 족족 남자들은 무자비하게 쓰러졌다.의기양양했던 남자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얼굴은 푸르스름하고 코는 부어올라 주먹코가 되어 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어느새 남자들의 눈에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눈앞의 남자가 이렇게까지 무서운 상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수적으로 월등히 우세했던 그들은 실상 그와 맞서 보니 제대로 몸을 놀리지도 못하고 쓰러졌다.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하현, 당신 큰 사고 친 거야!”“퍽!”하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