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위면 될까?의 모든 챕터: 챕터 2621 - 챕터 2630

3671 챕터

2621장

”하현, 지금 해양공원 바깥 주차장에 있어요!”주시윤의 목소리에는 끝 모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컨테이너 뒤에 숨어 있는데 사람들이 날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어요...”“하지만 강옥연은 이미 끌려갔어요!”“어서 좀 와 주세요...”“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곧 갈 테니까.”하현은 서둘러 그 자리를 일어섰다.종업원에게 지폐 몇 장을 뿌리치듯 던져주고 계산을 한 후 택시를 불러 바람처럼 항성 해양공원으로 향했다.하현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길모퉁이의 어두운 구석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무전기를 입에 갖다 대고 말했다.“목표물, 적중!”...십여 분 만에 하현은 해양공원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 택시 요금을 지불한 후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하현은 얼른 구석진 곳을 찾았다.양복을 입은 몇 명의 남자가 하나같이 시가를 물고 한 남자를 구석에 몰아넣고 있었다.양복 입을 남자들은 모두 야구 방망이와 쇠 파이프를 손에 들고 있었고 위협적으로 휘두르는 방망이질에 구석에 몰린 남자는 완전히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지프 랭글러 보닛 위에는 달라붙는 옷을 입은 한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구경하듯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여자는 아주 매끈한 몸매에도 볼륨감이 살아있는 육감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그러나 어느 저격수 못지않은 살벌한 표정에,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주 능숙하게 총을 다루었다.하현이 걸어오는 것을 본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놀라지도 않고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눈빛은 예리한 칼날처럼 매섭고 험악했다.그녀가 들고 있는 총은 어느새 하현의 이마에 점을 찍고 있었다.여차하면 하현의 머리가 날아갈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여자의 오만하고 거침없는 행동에 하현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정말 이 사람들은 하현이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하현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는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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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2장

호통치는 듯한 누군가의 말소리에 예닐곱 명의 남자들은 모두 돌아서서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는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띠우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돌렸다.하현이 나선 것에 대해 그녀는 매우 흡족한 듯했다.“이 자식아! 우리 지금 영화 찍고 있는 거 몰라?”제일 앞에 선 남자는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다가 냉소를 띠며 내뱉었다.“꺼져!”“그리고 오늘 본 일은 잊어버려!”“그렇지 않으면 다음 주인공은 바로 네놈이 될 테니까! 명심해!”“미안한데 난 이대로는 못 갈 것 같은데.”하현이 느물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두들겨 맞고 있는 그 사람, 나랑 아는 사이거든. 나한테 구조 요청도 했으니 내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아니면 당신들이 내 체면을 좀 봐서 그 사람을 풀어 주든가, 응?”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의 말에 양복을 입은 남자들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사나운 미소를 입가에 드리우며 말했다.“인마, 너 지금 죽으려고 환장했어?”“우리가 누군지 알아?”“체면을 봐 달라고?”“네가 무슨 체면이 있어서 우리한테 봐 달라 말라야?”“지금 당장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저세상 구경시켜 줄 테니까!”말을 마치며 양복을 입은 남자가 손을 흔들었고 그의 부하들이 목을 좌우로 꺾더니 비열하게 웃으며 다가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한 걸음 내디뎠고 순식간에 그 양복 입은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하현의 동작이 너무 빨라서 양복 입은 남자는 미처 손쓸 틈도 없었다.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는 순간 얼굴빛이 일그러지며 소리쳤다.“조심해!”양복 입은 남자는 겨우 정신을 다잡았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남자가 아무리 빠르게 반응하려고 해도 하현을 이길 수는 없었다.순간 남자의 마음속에 서늘한 느낌이 밀려왔다.하현의 오른손이 이미 자신을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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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3장

”그래, 내가 풀어 주지.”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띠며 오른손을 세차게 휘둘러 남자를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풀썩!”남자는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순간 그는 피를 토하며 숨을 헐떡거렸다.그의 얼굴에 한차례 절망의 빛이 스쳐 지나더니 이제는 숨이 넘어갈 듯 입을 크게 벌리며 몇 번을 꺽꺽대었다.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아무리 입을 벌려도 숨을 쉴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남자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믿어지지가 않았다.놀랍도록 불쾌하고 복잡한 심경이 얼룩진 그의 얼굴은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지경이었다.“퍽!”하현은 남자를 발로 걷어찼고 그대로 나뒹군 남자는 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 앞으로 굴러갔다.담담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던 하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 풀어 줬잖아. 이제 만족해?”주시윤은 이를 보고 통쾌한 마음에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바로 그가 원하던 그림이었다.“이놈이! 그래, 어디 한번 덤벼 봐!”예닐곱 명의 남자들이 서로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으르렁거리며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우두머리가 저 지경이 되었는데 하현을 가만히 두면 그게 더 비참한 일인 것이다.“찰싹!”“찰싹!”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남자들의 공격에 맞섰다.뺨을 한 대 때렸다.두 번째 놈이 덤벼들자 또 뺨을 한 대 때렸다.덤비는 족족 남자들은 무자비하게 쓰러졌다.의기양양했던 남자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들이마시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얼굴은 푸르스름하고 코는 부어올라 주먹코가 되어 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어느새 남자들의 눈에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가득 차올랐다.눈앞의 남자가 이렇게까지 무서운 상대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수적으로 월등히 우세했던 그들은 실상 그와 맞서 보니 제대로 몸을 놀리지도 못하고 쓰러졌다.달라붙는 옷을 입은 여자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하현, 당신 큰 사고 친 거야!”“퍽!”하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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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4장

하현은 고아신이 기절하는 모습을 본 후 최문성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들을 데리고 해양공원으로 와서 마무리를 해 달라고 했다.원래 하현은 동리아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지만 이런 피비린내 나는 일을 동리아에게 맡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최문성에게 방향을 튼 것이다.얼마 후 주시윤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하현의 뒤에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최문성은 방금 기절한 사람이 고아신이라는 걸 알아차렸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최문성의 표정을 살피며 하현이 물었다.최문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좀 번거롭게 되었는데요. 이 고아신이라는 사람은 금옥클럽 사람이에요.”“금옥클럽은 항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허 씨 집안 구역이거든요.”최문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참, 확인해 보라는 일은 어떻게 되었어? 강옥연이 정말 끌려간 거야?”하현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최문성은 얼른 대답했다.“맞아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허 씨 집안이 화해의 대화를 하자는 구실로 강옥연을 금옥클럽으로 불러들인 다음 반강제로 끌고 간 거 같아요.”“그럼 강학연은? 그 사람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하현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강학연도 왠지 집법당 사람들한테 끌려간 것 같아. 지금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그와 연락이 안 돼.”“가장 중요한 건 허 씨 가문 사람이 강옥연을 금옥클럽으로 불러들였다는 거야. 정말 흉악한 사람들이야!”“그런데 강학연은 기회주의자예요. 감히 허 씨 가문 사람들에게 미움 살 일을 했을 리가 없는데.”최문성은 어제 일어난 일을 모르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문스러워했다.“나한테도 아무 언질도 없었거든요.”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일어섰다.“허 씨 가문이 강 씨 가문을 노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나를 노린 거야!”“가자구. 금옥클럽으로 같이 가 보자구.”“만약 강옥연을 무사히 데려오지 못한다면 앞으로 항성과 도성에서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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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5장

최대한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최문성은 이번에 동리아까지 마음대로 불러들였다.그는 항성에서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동리아를 불러들인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쪽의 무게를 올려놓을 수는 있는 것이었다.하현은 보디가드처럼 눈에 띄지 않게 최문성의 뒤를 따랐다.차량 행렬이 금옥클럽 앞에 도착했다.첨동 지대에 위치한 이 클럽은 항성에서도 아주 금싸라기 땅에 위치해 있었다.그러나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많이 안고 있는 듯했다.금옥클럽은 금싸라기 땅 안에서도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도심에 있는 건물이었지만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마저 들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곳은 항성과 도성 권력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였다.말하자면 권력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권력가들 외에도 수많은 명인들이 측근의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시절을 즐기는 곳이 바로 금옥클럽이었다.최문성은 차를 세우고 하현과 동리아 등을 데리고 입구로 걸어갔다.하지만 클럽에 들어가려고 하자 섬나라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환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와 말했다.“죄송하지만 여기 입장하시려면 회원 카드를 보여주셔야 합니다.”섬나라 여인은 방긋 웃으며 얼핏 보기로는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보였지만 이면에는 차가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회원 카드?”최문성은 어리둥절했다.“나 최문성이야. 내가 여기 들어가는 데는 회원 카드 따위 필요없다는 걸 잘 알 텐데.”그는 도성 일인자 집안의 아들이었고 예전에 부잣집 도련님으로 행세를 부릴 때는 일 년에도 수십 번 드나들던 곳이었다.게다가 그는 카드 따위 내밀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최문성의 얼굴 자체가 회원 카드인 셈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직원은 그에게 회원 카드를 보여 달라고 한 것이다.그야말로 최문성의 자존심을 확 건드린 꼴이었다.유카타를 입은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방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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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6장

임세인의 얼굴에는 이 직업을 하면서 닳고 닳은 미소가 가면처럼 걸려 있었다.이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도 진심 어린 미소를 잃어버린 그녀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하현은 최문성과 임세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왠지 지금 상황은 일부러 최문성을 난처하게 하려고 누군가 지시한 것 같았다.최 씨 집안 정도면 항성과 도성에서 최고 일류 가문은 아닐지라도 이런 곳에서 냉대 받을 가문은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항성과 도성 사람들은 다 안다.최 씨 가문이 앞뒤 이익을 가리지 않고 오직 사람 하나만 보고 하현 편에 섰다는 것을 말이다.그래서 최문성을 난처하게 만드는 건 솔직히 말해 결국 자신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최문성이 화가 나서 손을 쓰려는 찰나 동리아가 담담하게 그를 말렸다.“최문성, 여기서 이럴 필요 없어. 당신과 나 둘이서 소란을 피운다면 우리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오히려 상대방이 걸고넘어질지도 몰라.”“회원 카드, 나 있어요. 최고 등급으로.”말을 하면서 동리아는 자신이 들고 있던 에르메스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이 회원 카드는 예전에 허민설이 준 것이었다.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들고만 다녔는데 오늘 뜻밖에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이 카드는 예전에 허민설이 나한테 직접 준 거예요. 만약 이것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금옥클럽이 날 일부러 괴롭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문제없죠?”동리아는 차분한 얼굴로 야무지게 말했다.최문성은 속으로 고소해하며 차가운 미소를 흘렸고 다행히 화가 가라앉았다.최문성도 태생이 부잣집 도련님인데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임세인은 동리아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동리아가 회원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부잣집 도련님들이나 내로라하는 집 딸들은 평소에 자신의 얼굴만 들이밀고 이런 곳을 드나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회원 카드 같은 걸 들고 다니지 않는다.하지만 동리아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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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장

허민설은 오늘도 몸매를 한껏 드러내는 옷을 입고 박꽃 같은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었다.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혹적인 자태였다.기품 있고 대담한 모습이 항도 하 씨 안주인이 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현에게 뺨을 맞고도 규방에 틀어박혀 자포자기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녀의 심성과 패기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알 만했다.최문성은 허민설 옆에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맹인호 저놈이 언제 항성으로 왔지? 난 왜 아무 소식도 못 들은 거야?”“이놈이 흑주에서 용병 놀이를 하면서 최근에는 금광을 몇 개 차지했다던데, 그렇죠?”“왜 갑자기 돌아왔을까요? 맹인호답지 않은데요!”최문성이 나직하게 입을 열자 하현의 시선이 까무잡잡한 살갗을 띤 남자에게 향했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전쟁터의 용맹한 용병처럼 살기를 띠고 있어 영 이런 자리엔 어울리지 않았다.다만 맹인호를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어느 한 사람도 허투루 무시하는 눈빛이 없이 매우 고분고분한 눈빛이었다.허민설은 맹인호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술잔을 부딪히다가 귓속말을 하는 등 아주 사이가 좋아 보였다.하현은 맹인호를 바라보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저놈이 인물은 인물인가 본데 무슨 이유라도 있어?”“항성 4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맹 씨 집안, 맹인호예요. 항성 S4 중 한 명이죠.”“하지만 맹인호는 다른 젊은 실세들과는 달리 정치하는 것도 사업하는 것도 싫어해요. 오직 칼끝에서 나는 피비린내에만 정신이 쏠려 있죠.”“그동안 흑주에 여러 용병대를 만들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을 많이 했어요.”최문성은 표정이 굳어졌다.부잣집 도련님이 그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생각만해도 꺼림칙하고 소름이 돋았다.이때 잠자코 있던 동리아가 입을 열었다.“맹인호라는 사람은 항상 중립파였어요. 우리 같은 젊은 세대들과도 그럭저럭 지냈고요. 하구천이라고 덮어놓고 체면을 세워 주는 일도 없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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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8장

”맹인호, 너무 하는 거 아니야?”동리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 모두 아는 처지에 오자마자 총을 들이대는 건 아니지 않아?”“한 판 해 보자는 거야?”최문성도 싸늘한 기색으로 맹인호를 쏘아보며 말했다.“맹인호, 너 머리에 총 맞았어? 총으로 날 협박하고 있는 거야, 지금?”“재주가 있으면 어디 한번 쏴 보든가!”“네가 안 죽이면 내가 널 죽여 버릴 거야!”역시 당도대를 나온 병왕급 인물은 달랐다.맹인호가 흑주에서 맹위를 떨쳤다고 해도 최문성 역시 이에 뒤질 사람이 아니었다.남들이 맹인호 앞에서 찍소리도 못 내고 있었지만 최문성은 그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오늘 밤은 조용히 평화적으로 담판을 하러 온 것이었다.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최문성이 아마도 먼저 맹인호를 어떻게 했을지도 모른다.최문성의 곁에는 오직 한 명의 수하뿐이었고 맹인호가 도발하자 그 수하도 무의식적으로 몸을 쓰려고 했다.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허리춤에 총기를 지닌 예닐곱 명의 검은 가죽을 입은 남자들을 보고 머뭇거렸다.이 남자들은 분명 맹인호가 흑주에서 데려온 용병들일 것이다.그들은 모두 피에 굶주린 흡혈귀 같았다.허리춤에 둘러찬 총은 전장에 나가는 용사의 훈장처럼 위용을 드러내었다.살기 어린 기운에 피비린내가 진동했다.다른 경호원들도 얼른 태세를 갖추며 하현 일행을 빈틈없이 살벌하게 에워쌌다.이 모든 사람들의 주인인 듯한 허민설은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는 듯 유유히 샴페인 잔을 입에 갖다 대었다.그녀가 원하던 장면인 듯 아주 흡족한 미소가 입에 걸렸다.“최문성, 정말 내가 당신 하나 못 죽일 것 같아?”이때 장내의 모든 무력을 장악하고 있던 맹인호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아버지가 도성 일인자라고 해서 감히 내가 당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접어 두는 게 좋을 거야!”“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 아버지, 누나 할 것 없이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어!”“우리 구역 사람이 뜻밖에 내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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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9장

애써 화를 참고 있는 최문성을 보며 맹인호는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의기양양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오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자, 최문성. 내 앞에서 감히 건방지게 굴지 못하겠지? 내가 다시 한번 물을게.”“무릎 꿇고 말해, 싫어?”맹인호의 말을 들은 동리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버럭했다.“맹인호, 사람을 함부로 업신여기지 마!”“뭐? 사람을 함부로 업신여기지 말라고?”맹인호는 동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눈을 희번덕거렸다.“동리아, 네 아버지가 항성 최고 책임자라서 내가 너한테 함부로 못 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당신이 내 일을 방해하면 당신까지도 당장 없애버릴 수가 있어! 알겠어?”말을 하면서도 맹인호는 왼손을 뻗어 동리아의 얼굴을 꼬집으며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그러다가 그는 최문성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셋을 셀 테니 무릎 꿇어. 그러면 허민설과 이야기할 기회를 주겠어.”“무릎 꿇지 않으면 죽여 버릴 거야!”“물론 당신이 반항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디 그랬다가는 당신들 모두 깡그리 저세상으로 갈 줄 알아!”말을 마친 맹인호는 더없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셋, 둘, 하나...”맹인호가 살기를 띠며 숫자를 세자 최문성은 이를 악물고 무릎을 꿇었다.부잣집 도련님이었던 최문성이 원래의 성격대로 했다면 절대 굴복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밤 여기에 온 목적을 생각하며 그는 꾹 참았다.동리아는 최문성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최문성?”최문성의 행동에 놀라기는 하현도 마찬가지였다.놀랄 뿐만 아니라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이 그의 눈에 가득했다.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는 법이다.최문성이 목적 달성을 위해 얼마든지 비굴한 모습을 각오했다는 것이 하현에게는 뜻밖이었다.그러나 그는 철저하게 그런 기색을 감추고 잠자코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아이고, 최문성. 어떻게 이렇게 무릎을 꿇었어?”“방금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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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0장

”더구나 지금 최문성의 누나는 용전 항도 지부를 장악하고 있어!”“최 씨 가문은 지금 항성과 도성에서 무시하지 못할 위치에 있다고. 그 집안에 미움을 사서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후환이 두렵지 않는다 쳐도 만약 최문성을 죽이면 최영하가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 금옥클럽을 건드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구?”허민설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오늘 밤 최문성이 여기까지 와서 사과하고 나랑 말로 잘 해결해 보려고 하잖아. 그런데 당신이 총을 들이대고 무릎을 꿇게 했어. 사람이 어떻게 더 성의를 보일 수 있겠어?”허민설의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말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어제 일어난 일이 아직도 허민설의 마음속에 불쾌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최문성이 하현의 사람이니 최문성을 밟아 무릎을 꿇리게 하는 것에는 그녀도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최문성을 짓밟아 죽이기 전에 최문성이 무슨 말을 할 건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을 뿐이다.“좋아, 허민설 당신 얼굴을 봐서 오늘 밤은 이 정도로 하지!”맹인호가 손짓을 하자 부하들은 깍듯이 다가와 삼페인 한 잔을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맹인호는 삼페인 잔을 손에 들고 그대로 최문성의 머리에 부어 버렸다.“그래, 잘 사과해야지. 무릎을 꿇어야 하면 꿇고, 머리를 조아리라고 하면 조아려야지.”“그렇게 하지 않고 버티다가 우리 허민설 심기 불편하게 만들면 내가 제일 먼저 당신을 죽여 버릴 거야!”말을 하면서 맹인호는 소파에 털썩 앉았지만 검은 가죽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은 물러서지 않고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최문성과 하현 일행을 노려보았다.그 자리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난무했다.최 씨 가문이 하현의 편에 섰다는 건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다.이런 마당에 최문성이 허민설에게 화해를 청하러 왔다고?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게다가 하현을 대신해서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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