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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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1화 내가 할 거야

소란스러운 소리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유라 목소리 아니야?”소은정의 말에 소은해가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병실 문을 연 순간, 한유라, 김하늘, 성강희까지 우르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세 사람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은정아...”한유라가 먼저 소은정에게 달려갔다.김하늘도 다가가려는 순간, 소은해가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한 명, 한 명씩 가. 아직 상처도 채 안 나았다고!”김하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다쳤어?”품에서 훌쩍이는 한유라의 등을 토닥이던 소은정이 싱긋 미소 지었다.“별거 아니야. 거의 다 나았어!”성강희도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핼쑥해진 얼굴이었다. 소은정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성강희는 털썩 주저앉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어색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찬식은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소호랑을 안고 병실을 나섰다. 소은해도 한참을 고개를 젓더니 그 뒤를 따라나섰다.김하늘이 성강희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야, 초상났어? 무사히 돌아왔잖아! 울긴 왜 울어!”성강희는 소은정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흐느꼈다.“난 진짜...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겨우 감정을 추슬렀던 한유라도 다시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이 나쁜 계집애야!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면서 어떻게 우리한테 말 한마디 없을 수 있어!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모습에 소은정의 코끝이 시큰해졌다.“미안... 다 낫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고 싶었어.”항상 차분하던 김하늘도 눈시울을 붉혔다.“괜찮아.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야.”눈물의 상봉을 마치고 세 사람은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묻기 시작했고 소은정은 모든 걸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흥미진진한 표정의 한유라, 김하늘과 달리 성강희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무용담을 자랑하 듯 괜히 더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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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야

영상이 업로드되고 며칠이 흘렀지만 그 화제성은 시들해지긴커녕 일파만파 퍼져나갔다.건강을 회복하고 퇴원 수속을 마친 소은정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가렸음에도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바로 기자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오직 소은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소은정 대표님, 영상 내용 전부 사실입니까?”“큰 사고를 겪고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으셨는데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가 정말 사고라고 생각하십니까?”“생사를 함께 한 박우혁 씨와 따로 연락을 주고받고 계십니까?”......경호원들이 바로 다가와 소은정과 소은해의 앞을 막아섰다. 점점 더 몰려드는 인파들에 소은해는 짜증이 치밀었지만 대중 앞에 서는 게 직업인 소은해는 이들이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소은해는 소은정을 품에 안은 채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이때 소은정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제 무사귀환을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비행기에 동승했던 30여 명의 승객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다른 승객분들의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사건으로 지나친 관심은 지양해 주시기 바랍니다.”목소리는 살짝 쉬었지만 말투만은 명확했다. 말을 마친 소은정은 기자들을 향해, 다른 승객들의 가족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방금 전까지 북적이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소은정의 발언에 대해 네티즌들은 칭찬 일색이었다.“이런 일에서 인성이 보이는 법. 자기도 힘들 텐데 다른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다니.”“언니, 저랑 결혼해 주세요!”“이번 비행기 추락 사고 피해자 가족입니다. 저희 엄마도 소은정 대표님처럼 어딘가에 조난당했다고... 언젠가 돌아오실 거라 믿습니다. 소은정 대표님, 어서 건강을 회복하세요. 당신은 저희들의 유일한 희망입니다.”......피해자 가족이 남긴 댓글에 좋아요가 가장 많이 클릭되고 역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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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누가 널 좋아하겠어

트렁크를 들고 그 뒤를 따르던 이한석은 쓸쓸한 박수혁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 기사 휴대폰은 이만...”이 기사는 박수혁이 이대로 휴대폰을 바닥에 부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이한석 번호도 소은정이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건데...어쩌저찌 해도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니 통화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다니.박수혁은 통화기록을 지우고 이한석에게 휴대폰을 던져주었고 이 기사에게 휴대폰을 돌려준 이한석이 바로 그 뒤를 따랐다.“대표님, 오늘 밤 윤 화백님의 미술 전시 레스토랑 개업 파티가 열립니다. 대표님도 초대되셨는데...”한편, 소은정의 본가.소은정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 파티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사고 후 처음 공식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니 옷차림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박수혁의 전화를 매정하게 끊어버린 소은정은 자신이 정확한 선택을 한 것이라 마음을 다잡았다.목숨을 구해준 건 고마운 일이었지만 그걸 빌미로 재결합? 꿈 개!소은해는 스타일리스트처럼 소은정에게 신상 드레스들을 추천해 주었고 소찬식도 상자에 고이 간직해 둔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한바탕 방구석 패션쇼 치른 끝에 소은정은 연핑크톤의 드레스를 픽했다. 타이트한 라인이 완벽한 소은정의 몸매를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고 싱그러운 연핑크톤이 소은정의 청순한 얼굴에 러블리함을 한 스푼 더 얹어주었다.이때, 소찬식이 꺼낸 목걸이를 발견한 소은해의 눈빛이 흔들렸다.“아빠, 그건 우리 집안 며느리한테 주실 거라면서 똑같은 걸로 세 개 사신 거잖아요!”소은해의 질문에 소찬식이 괜히 눈을 흘겼다.“아무리 생각해도 너 좋다는 여자는 없을 것 같아서.”뭐야? 그러니까 내 거라는 거지?또 투닥대는 부자의 모습에 소은정은 소은해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오빠, 좀 더 분발해야겠어...”어깨를 으쓱하던 소은해가 옷을 갈아입으려던 그때,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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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내 마음대로 할 건데?

당황한 소은정이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박수혁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는지 다시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낸 박수혁은 사진과 그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런 일이...”“그 사진 자네가 가지고 갔나?”창백해진 박수혁을 향해 윤 화백이 물었다.박수혁은 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지만 소은정은 일부러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연핑크 원피스를 입은 소은정은 평소의 도도한 분위기와는 달리 훨씬 더 러블리한 모습이었다.“윤 화백님, 이 사진은...”“그래, 내가 찍은 거네. 저 아이가 자네를 구할 때 내가 바로 그 거리 맞은편에 있었거든. 내 인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지. 자네 이 그림 사지 않겠나?”윤 화백의 말에 사진과 그림 속 여자가 소은정이란 사실은 이미 밝혀진 거나 마찬가지, 게다가 박수혁에게 그림을 팔겠다고 하니 소은정이 다급하게 소리쳤다.“제가 먼저 사겠다고 했잖아요!”아까까지 절대 안 팔겠다고 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게 무슨 변덕이란 말인가?“글쎄 난 그림의 주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윤 화백이 껄껄 웃었다.“윤 화백님, 얼마면 되겠습니까?”박수혁의 새카만 눈동자가 살짝 반짝였다.“500억. 지금 바로 입금해.”윤 화백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500억이라니!직장인인 이한석은 이 상황이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아무리 윤 화백님의 작품이라지만 그림 한 장에 500억이라니...윤 화백은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았다.“돈은 얘한테 입금해. 어차피 주인공은 저 아이니까.”이 영감탱이가 갑자기 노망이 났나. 왜 이래!화가 치민 소은정이 당장 자리를 뜨려던 그때, 박우혁이 다가왔다.“누나, 여기 있었어? 한참 찾... 어? 삼촌!”박우혁의 애교 넘치는 누나 소리에 박수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박우혁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은정의 팔짱까지 끼면서 말했다.“우리 밥 먹고 심야영화 보러 갈까?”“이쪽은...”묘한 삼각관계에 윤 화백의 눈빛이 의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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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박수혁의 포스에 박우혁은 저도 모르게 한발 물러섰지만 입만 살아서는 반박을 멈추지 않았다.“누... 누나도 내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따라온 거겠죠. 삼촌, 나 하나 떼어낸다고 누나가 삼촌한테 돌아갈 것...”박우혁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성큼성큼 다가간 박수혁이 조카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콱 밀쳤다.모험가로서 생활 잔근육을 키워온 박우혁이지만 박수혁 앞에서는 힘 한 번 쓸 수 없었다. 아, 누나가 이 꼴을 안 봐서 다행이다...박수혁은 차가운 눈동자로 조카를 노려보았다. “박우혁, 너 정말 죽고 싶어?”상황을 살피던 이한석이 다급하게 다가갔다.“대표님, 말로 하시죠, 말로. 우혁 도련님도 장난하신 거겠죠. 은정 씨가 우혁 도련님을 좋아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기가 확 눌린 박우혁이지만 이한석의 말에 바로 발끈했다.“이 비서, 말 이상하게 하네? 내가 뭐 어때서? 지금까지 누나랑 스캔들 난 사람들 보니까 다 나 같은 스타일이더구만! 사랑도, 이상형도 바뀌기 마련이거든. 누나는 이제 무게만 잡는 남자 안 좋아해. 어리고 애교 넘치는 연하남 취향이라고!”하, 이 건방진 조카 자식을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박수혁은 화가 난 나머지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박우혁, 다시 경고하는데 은정이한테서 떨어져. 자꾸만 선 넘으면 아무 여자랑 확 결혼시켜버릴 테니까.”압도적인 포스와 경고가 아닌 통보에 박우혁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가뜩이나 집안에서도 정략결혼이네 약혼이네 떠들어대는 차에 박수혁까지 거든다면 정말 기정사실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그 말을 마지막으로 박수혁은 잡고 있던 멱살을 풀고 돌아섰다. 이한석은 방금 전 구매한 그림까지 야무지게 챙기고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박우혁을 바라보았다.그러게 왜 하필 대표님 여자를 건드려서는...한편, 소은정은 혼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이 연락처를 달라며 다가왔고 괜히 거절했다간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싶어 연락처를 건넸다.그런데 한 사람이 성공하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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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전 남편과의 데이트

소은정이 전혀 믿지 않는 눈치자 박우혁도 눈을 질끈 감고 차에서 내렸다.범퍼가 찌그러진 박수혁의 차와 달리 박우혁의 차는 멀쩡한 모습에 박우혁은 속이 부글거렸다.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밑지는 장사인 것 같은데...평소라면 대충 보험사에 맡길 테지만 상대가 박수혁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박수혁이 피식 웃더니 물었다.“어떻게 할래?박우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삼촌 하고 싶은 대로 해요.”“그래? 그럼 너희 아버지한테 연락한다?”박수혁의 덤덤한 말투에 박우혁의 낯빛이 창백해지더니 바로 고,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우리끼리 해결해요.”그제야 박수혁은 휴대폰을 내리고 차 키를 던져주었다.“그럼 지금 바로 내 차부터 수리해.”“지금이요?”차 키를 받은 박우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누나랑 영화 보기로 했는데...망설이는 박우혁의 모습에 박수혁이 다그쳤다.“안 가고 뭐해? 형한테 전화한다?”그제야 박우혁은 돌아서서 소은정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소은정은 의아한 얼굴로 박우혁이 박수혁의 차에 타는 걸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옷매무새를 정리한 박수혁이 운전석에 탔다.“뭐야? 왜 여기 타?”방금 전까지 일그러져 있던 박수혁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했다.“굳이 내 차를 수리해 주겠다고 해서. 영화 보러 간다며? 나랑 가지?”말을 마친 박수혁은 바로 영화관으로 차를 돌렸다.소은정과 안 지 몇 년이나 되지만 두 사람은 영화 한 번 함께 본 기억이 없었다. 연인으로서, 부부로서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 해봤다는 생각에 박수혁의 마음이 착잡해졌다.한편 소은정도 이 상황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됐어. 이혼한 부부가 영화관 데이트라니.”박수혁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그게 뭐? 이혼했다가 다시 재결합하는 부부도 많아.”박수혁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소은정은 아무 감정 없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운전 중인 박수혁의 시선은 계속 앞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소은정의 차가운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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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내가 투자한 거야

박수혁에게 손목이 잡힌 소은정이 겨울 칼바람 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재결합? 꿈 깨라고 해!그딴 제안은 농담이라고 해도 싫었다. 박수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왜 거짓말했어? 사진 속 그 여자 너 맞잖아.”왜 인정하지 않았던 걸까?하지만 그럼에도 소은정이 맞다는 걸 확인한 순간, 박수혁의 마음이 가벼워졌다. 실낱같은 인연이라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하지만 소은정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어 보였다.“나면 뭐가 달라져? 이제 와서 그 여자가 나라는 걸 알았다고 뭐가 달라지냐고?”소은정의 질문에 박수혁은 말문이 막혔다. 박수혁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곧 인내심이 바닥날 것 같은 모습에 소은정은 도발을 이어갔다.“내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정말 몰라서 물어? 난 당신이랑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고. 난 한 번 끊어낸 관계는 다시 돌아보지 않아. 재결합? 그건 불가능해. 당신도 나한테 집착하지 말고 다른 여자 만나. 이제 각자 갈 길 가자고. 당신이 앞으로 누구랑 사귀든 누구랑 재혼을 하든 진심으로 축복할 테니까.”웃으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못처럼 가슴에 박혀버렸다.정말 이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건가? 말을 마친 소은정이 다시 차에서 내리려 했다.“소은정, 네 목숨은 내가 구한 거야. 정말 이대로 입 싹 닫고 넘어갈 거야?”치사하다는 것 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녀를 잡고 싶었다.과연, 그의 말에 소은정이 다시 박수혁을 돌아보았다.박수혁의 맑은 미소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섞여있었다.“그래. 재결합에 대한 얘기 다시 안 꺼낼게. 네 말대로 우리 결혼은 이제 끝났어.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러니까 평범한 친구로 지낼 수도 있는 거 아니야?”그의 말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박수혁은 소은정의 표정 하나하나를 눈에 담으려 애썼다.하, 정말 생명의 은인만 아니었어도 그냥 무시하고 가는 건데...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고개를 돌린 박수혁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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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원 플러스 원

박수혁이 바로 키오스크로 다가갔다. 보기 드문 미남의 등장에 직원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바로 집중되었다.박수혁은 가장 빨리 시작되는 영화를 고른 뒤 결제를 마쳤다. 고개를 돌린 그때, 커플세트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한편, 소은정은 지루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스키여행에 대해 의논하고 있는 단톡방의 대화를 훑어보던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 이 밤에 박수혁과 단둘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걸 알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까?그런데 이때,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저기, 혹시 한국대 학생이세요?”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은정이 흠칫했다.아, 이 근처에 한국대가 있었지?“전...”소은정이 해명하려던 순간, 남학생이 불쑥 휴대폰을 내밀었다.“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연극 동아리에서 여주인공 배우를 찾고 있거든요...”남학생의 질문에 소은정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별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미소에 남학생이 넋을 잃은 그때, 박수혁이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고급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손목 사이로 보이는 파텍필립 시계... 딱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포스에 남자는 미안하다는 말만 남긴 채 서둘러 도망쳤다.멀어져 가는 남학생을 아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소은정의 눈빛에 박수혁의 마음도 무거워졌다.하지만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콜라에 커다란 콤보 팝콘까지. 한정판 코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의아한 눈빛을 느꼈을까?박수혁이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이, 이벤트라고 해서.”소은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수혁이 직접 커플세트를 살 만큼 유치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영화관 입장 전, 티켓을 확인한 소은정은 다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뭐? 공포영화?추운 겨울 개봉한 공포영화가 인기를 끌 리가 없었고 커다란 영화관에는 커플을 제외하고 박수혁, 소은정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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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떨어져

그 모습에 박수혁은 몰래 옆에 앉은 소은정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잔뜩 집중한 표정으로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었다. 부드러운 옆라인, 오똑한 코... 박수혁은 그렇게 한참 동안 소은정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조용히 영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으스스한 음향효과와 툭툭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에도 소은정은 놀라는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일부러 조성하는 공포 분위기와 조잡한 CG를 비웃는 듯 가끔씩 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했다.다시 고개를 돌려 앞자리에 앉은 커플을 바라보았다. 좌석 하나를 주어도 될 만큼 꼭 붙어있는 커플을 바라본 박수혁은 마음이 복잡했다.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특별히 공포영화를 선택한 건데... 그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팝콘과 콜라에는 손도 안 대는 소은정의 모습에 박수혁은 짜증이 치밀어 애꿎은 콜라만 벌컥벌컥 마셨다.어느새 영화가 막바지로 흘러가고 소은정이 고개를 돌려 박수혁에게 물었다.“영화 보고 싶다고 해서 왔더니. 왜 영화는 안 보고 나만 봐?”소은정의 목소리에 앞자리에 앉은 커플이 후다닥 스킨십을 멈추었다.뭐야? 뒤에 사람이 있었나?“널 보면 안 된다는 법도 있나?”박수혁의 덤덤한 대답에 소은정은 말문이 막혔다.“그런데... 안 무서워?”“저건 가짜잖아. 며칠 전 내가 겪었던 일들... 그게 진짜 공포지.”저급한 CG, 개연성 없는 스토리보다 더 무서운 건 점점 스킨십이 짙어지는 두 커플이 영화관에서 19금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었다.뭐,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소은정의 덤덤한 말에 박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잠시 후 영화가 끝나고 커플들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후다닥 영화관을 나섰다. 소은정도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시간이 많이 늦었네. 이제 가봐야겠어.”“데려다줄게.”박수혁도 바로 일어섰다.영화관에서 나온 소은정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집사를 확인하곤 고개를 돌렸다.“내 목숨을 구해줬으니까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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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정략결혼이라면

박수혁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잔인함이 스쳐지났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고고함과 폭풍 같은 감정들이 소은정을 압도했다.말을 마친 박수혁이 소은정의 어깨를 풀어준 순간, 마침 집사가 다가왔다.“아가씨... 어? 박 대표님이 어떻게 여기에...”집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박수혁은 어느새 평소와 같은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상태였다.하지만 소은정은 화가 난 건지 창백한 안색이었고 그 모습에 집사는 바로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 소은정이 덮고 있는 재킷을 발견한 집사는 따로 챙긴 숄을 그녀에게 건넸다.“아가씨,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소은정은 심호흡을 한 뒤 박수혁의 어깨를 밀쳐냈다. 그리고 정장 재킷을 거칠게 벗어 바닥에 내팽개친 뒤 집사가 건넨 숄을 걸쳤다.차가운 눈빛으로 박수혁을 노려보던 소은정은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돌렸고 집사가 바로 그 뒤를 따랐다.하, 젠틀한 척하더니 겨우 그 정도로 인내심이 바닥난 거야? 감히 날 협박해? 내가 아니라 박우혁을 건드리겠다? 양아치 같은 자식.화가 난 소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놀라게 한 건가?잠시 고민하던 박수혁이 휴대폰을 꺼냈다.“이 비서, 박우혁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폐쇄하고 내일부터 서진 지사로 출근하라고 해.”“네, 대표님.”한편, 소은정의 본가.소은호는 일찍 퇴근해 서재에서 소찬식과 회사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소은해는 소호랑을 씻겨주겠노라 애쓰고 있었다. 물론 소호랑은 강력하게 거부하는 상태였지만 말이다.집으로 돌아온 소은정을 발견한 소은해가 물었다.“뭐야?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인기척에 소은호와 소찬식도 서재에서 나왔다.“오늘 재밌었어?”소은호가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가족들을 보니 방금 전까지 언짢던 기분이 눈 녹 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아빠, 오빠, 어서 태한그룹 쪽에 선물을 보내주세요. 어쨌든 박수혁이 절 구해준 건 사실이니까요. 저희를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어요.”생명의 은인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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