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311 - Chapter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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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내가 광고주라

옆에 서 있던 직원이 여배우들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뒷담화의 세계에 빠진 그녀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떠들고 있었다.결국 소은정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서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들을 바라보았다.“전 오늘 시상식 투자자 자격으로 참석한 겁니다. 제 좌석에 불만이 있다면 스태프들한테 말씀하세요.”담담한 말투였지만 단호했다. 이 사실이 도준호한테 알려진다면 별 인기도 없는 신인 여배우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그제야 소은정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여배우들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화려한 조명이 두 여배우의 얼굴을 더 창백하게 비추어 주었다.두 사람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섰다.“아, 소... 소은정 대표님이시군요. 고개를 숙이고 계셔서 못 알아봤습니다. 죄송합니다.”바로 태도를 바꾸는 두 사람의 모습에 소은정은 대충 눈을 흘긴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깟 센터는 결국 명분일 뿐, 괜히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소은정은 기회를 엿보아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했지만 두 배우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괜한 오기가 생겼다.소은정의 굳은 표정에 두 여배우는 더 가까이 다가가 사과를 건네려 했지만 바로 누군가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이제 곧 행사가 시작됩니다.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이한석이 젠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음 순간, 소은정의 오른쪽 좌석에 누군가 착석했다. 익숙한 은은한 향기가 소은정의 코끝을 자극했다.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소은정은 박수혁과 눈이 마주치고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짜증스러운 말투에 박수혁은 마음이 씁쓸해졌지만 최대한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나도 투자자 중 한 명이니까.”목소리만으로도 뭇 여성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중저음이었지만 소은정은 이 모든 게 가식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소은정이 고개를 홱 돌린 그때, 유준열이 그녀의 왼쪽 좌석에 앉았다. 소은정과 유준열의 투샷을 잡기 위해 도준호가 특별히 안배한 좌석이었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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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뻔뻔한

박수혁의 칭찬이 진심이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내가 이쁘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거든?하지만 그녀를 짜증 나게 만드는 건 주위 사람들더러 들으라는 듯 일부러 목소리를 높인 박수혁이 아닌 그 말에 순간 가슴이 떨린 그녀, 사탕 발린 말에 넘어갈 뻔한 그녀 자신이었다.생각지 못한 말에 소은정은 순간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 다시 고개를 돌렸다.이 여우 같은 남자를 봤나. 그딴 말에 내가 넘어갈 줄 알아? 휴, 정신 차리자. 소은정.별 수확 없이 끝난 두 사람의 대화에 사람들은 다시 자연스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잠시 후, 시상식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오늘 유준열은 신인상 수상자, 그리고 소은정은 그의 시상자로 낙점되었다. 무대 화면에 신인상 후보들의 사진이 뜨기 시작하자 소은정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물론, 유준열은 자신이 상을 받게 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베테랑 MC의 유창한 진행이 이어지고 수많은 조명들이 각 배우들의 얼굴을 하나둘씩 비추었다. 긴장된 분위기가 고조로 오른 순간, MC가 수상자를 발표했다.“신인 연기자상, 유준열, 반시연 씨, 축하드립니다!” 시상을 위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울리고 유준열은 깜짝 놀란 표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편, 백스테이지, 옷매무새를 정리한 소은정이 시상을 위해 무대로 나가려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그녀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돌린 순간, 박수혁의 완벽한 옆라인이 소은정의 시야에 들어왔다.또 무슨 꿍꿍이야? 소은정을 제외한 다른 시상자는 드라마국 국장, 이런 큰 행사에서 갑자기 시상자를 바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국 국장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박수혁을 향해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박수혁과 이렇게 가깝게 있다는 사실 자체가 소은정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 냄새에 두근대는 심장이 설렘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소은정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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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다른 길인데?

박수혁의 성의 없는 말에도 모두들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소은정도 속으로는 온갖 욕설을 내뱉고 있었지만 카메라 앞인지라 어쩔 수 없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곧이어 시상이 이어졌고 박수혁이 건넨 트로피를 받는 반시연의 손이 살짝 떨렸다. 박수혁, 엔터업계는 물론 대한민국 재계를 꽉 잡고 있는 대기업의 대표이사, 게다가 잘생긴 외모까지.아무리 진정하려 애써도 콩닥대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저 남자 눈에만 든다면 앞으로 배역을 위해 오디션을 볼 필요도, 기획사 대표의 손에 이끌려 이런저런 접대 자리에 나갈 필요도 없겠지.반시연은 불긋한 뺨을 어루만지며 용기를 내 한 마디 건넸다.“박 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반시연의 눈빛에도 박수혁은 그저 고개를 까닥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곧 이어진 기념촬영. 예정대로라면 박수혁은 반시연 옆에, 소은정은 유준열 옆에 서야 했으나 박수혁이 소은정 곁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덕에 두 수상자가 함께 서고 시상자가 함께 서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그 모습에 관객석에 앉은 연예인들도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제멋대로인 박수혁의 모습에 소은정은 속에서 천불이 일었지만 기자들 앞에서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아 몰래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뭐야. 유준열을 띄워주려고 겨우 시간 빼서 온 건데. 박수혁 이 능구렁이 같은 자식...시상식이 끝나고 기분이 상한 소은정은 뒤풀이 파티도 마다한 채 바로 식장을 나섰다. 박수혁도 바로 그 뒤를 따르려 했지만 그에게 어떻게든 잘 보이려는 기획사 대표들과 연예들에게 둘러싸여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박 대표님...”이때 달콤한 목소리가 그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 반시연이었다.등을 시원하게 노출한 얇은 드레스 차림의 반시연은 추운지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여리여리한 몸매, 반짝이는 눈동자... 웬만한 남자라면 예의상이라도 재킷을 벗어 건넸겠지만 박수혁은 여자가 누군지 기억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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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악몽이겠지

한유라, 김하늘과 함께 스키 여행을 가려던 소은정에게 예상치 못한 문자가 날아왔다.박우혁이 그녀를 새로 제작하는 웹 예능에 초대한 것이다. 스키 여행과, 모험 콘텐츠... 소은정이 관심이 가는 쪽은 당연히 전자였다.이미 섬에 조난당한 경험이 있는 소은정은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박우혁은 문자로 조르는 것도 모자라 아예 소은정의 집까지 찾아와 드러눕기 시작했다.처음에는 펄쩍 뛰며 반대하던 소찬식과 소은해마저도 저렇게까지 조르는데 못 이기는 척 나가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그래도 걱정이 되긴 했는지 소은해는 자신의 매니저, 코디,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모두 소은정에게 내주었다. 섬에 도착한 소은정은 흔들의자에 누워 따스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매니저가 미리 준비한 디저트와 커피를 건네고 소은정은 정교하게 꾸며진 쿠키들을 맛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박우혁이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누나, 우리 콘텐츠는 모험, 도전이야. 우리 지금 휴가 온 거 아니라고!”눈을 감은 채 흔들의자에 누워있던 소은정은 스르륵 눈을 떴다.“나도 알아. 어차피 아직 촬영 시작도 안 했잖아?”여유로운 소은정의 태도에 박우혁은 그녀 옆에 앉더니 애원하기 시작했다.“누나, 나 이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면 정말 지사로 출근해야 할지도 몰라...”그제야 소은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야... 뭘 또 그렇게 심각하게 말해.”박우혁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정교한 디저트들을 우적우적 먹기 시작했다.“누나가 준 돈 덕분에 겨우 제작한 프로그램이야. 여기서 무너지면 삼촌이 다시 기회를 줄 것 같아? 이번 회차에 팬들 마음을 꽉 잡아야 한다고. 1회 만에 떨어지면 어떡해!”차라리 탈락했으면 좋겠다. 나 좀 편히 쉬게!그의 말에 반박하려던 소은정은 멀리서 다가오는 반시연과 유준열을 발견하고 물었다.“다른 연예인들도 섭외한 거야?”“누나가 준 돈으로 겨우 급한 불만 끈 거라 유명한 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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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기분 나빠?

예상치 못한 결과에 반시연도 흠칫 놀라는 듯했지만 카메라 앞에라 감정을 드러내진 못했다.하지만 다른 세 남자는 추첨 결과가 꽤 마음에 드는 듯했다.소은정, 반시연. 하나는 재벌 2세 아가씨에 다른 하나는 여배우. 체력도 별로일 테고 망가지는 것도 원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미션 수행에는 방해만 될 게 분명했다.그런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었으니 남성팀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어차피 정해진 결과, 물릴 수도 없으니 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우승을 노리고 예능에 출연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서바이벌 모험 콘텐츠다 보니 매니저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동행 금지, 오직 촬영 담당 VJ만 함께할 수 있었다. 소은정은 미션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 백팩에 넣었다.미션이 시작되고 소은정은 지도의 지형을 살펴보며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던 반시연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소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반시연은 중고 신인이었다. 데뷔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에서야 신인상을 탔고 그 덕분에 웹 예능에 출연하게 된 그녀와 달리 소은정은 집안 배경과 아름다운 외모로 별다른 노력 없이도 톱 여배우 못지않은 화제성과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반시연은 그런 소은정이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나 미칠 것만 같았다.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그때, VJ의 카메라가 그녀를 향하는 걸 발견한 반시연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소은정의 뒤를 따랐다.“소 대표님, 뭐 좀 알아내셨어요?”그녀의 질문에 소은정이 고개를 돌리더니 싱긋 웃었다.“대표님은 무슨. 말 편하게 해요. 대충 방향은 알 것 같네요. 어차피 촬영이니까 막다른 길로 몰지는 않겠죠?”재벌집 아가씨라 도도하고 콧대 높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에 반시연은 살짝 당황하는 듯했지만 바로 미소로 응했다.“네, 언니. 저 평소에도 익스트림 스포츠 진짜 좋아하거든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꼭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거 있죠?”뜬금없는 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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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여긴 편집해

숲은 온갖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햇빛을 가렸지만 나뭇잎 틈새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숲에 조그마한 생기를 더해주었다.소은정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텐트를 포함한 보급품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만약 그것마저 실패한다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야외 취침뿐. 그 꼴이 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걸어도 부족할 텐데 반시연은 지치지도 않는지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언니, 전 우혁 씨랑 언니가 단둘이 섬에서 시간을 보냈으니까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서 물은 거예요. 다른 뜻은 없어요. 정말이에요...”조심스럽게 소은정의 눈치를 살피는 꼴이 소은정의 신경을 거슬리가 만들었다.소은정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멈춰 서더니 고개를 돌렸다.소은정이 갑자기 멈출 거라 예상치 못했던 반시연은 살짝 휘청거리다 겨우 중심을 잡았다.소은정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시연 씨, 제가 시연 씨보다 2살 어려요. 그냥 은정이라고 부르세요.”언니는 무슨. 누가 봐도 내가 더 어려 보이는구만!소은정의 말투에서 언짢음을 느꼈는지 반시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어, 은정아... 미안... 내가 나이가 더 많았구나...”“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은 연애 콘텐츠가 아니잖아요? 시청자들도 제 개인적인 사생활보다는 미션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원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소은정은 확실히 평범한 여자 연예인과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 싱긋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을 줄 수 있는 포스가 바로 그것이었다.그녀의 눈동자는 얄팍한 술수를 그대로 꿰뚫어 보듯 맑고 깊었다.한편 라이브 방송으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반응이 댓글창을 바로 채웠다.“역시 걸크러시. 불만은 바로바로 말하고 넘어가야지!”“반시연 저 여자 뭐야?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아까부터 거슬렸는데 바로 짚어주시네. 내 속이 다 시원하다.”“나름 친해지려고 다가간 것 같은데 저렇게까지 선 그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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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팀 바꿀래

어느새 소은정은 한 동굴 앞에 도착했다. 동굴은 맵에 기록되지 않은 지형, 그렇다면 분명 뭔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 소은정은 확신했다.그녀는 나무막대기로 동물 입구를 막은 잡초를 걷어냈고 반시연도 눈치껏 거들었다.동굴은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고 바닥에는 정체 모를 물기가 가득한 데다 냄새도 고약했다.소은정은 깊이 숨을 들이쉰 뒤 조심스럽게 손전등을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여배우로서 저렇게 더러운 곳에 발을 들인다는 게 내키지 않았던 반시연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은정아, 그쪽에는 카메라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런 곳에 단서가 있을까? 괜히 힘만 빼는 거 아니야?”예능에서 단서를 숨겨둔 곳에 카메라가 있는 건 이 바닥의 불문율,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 적이 있었던 반시연도 당연히 그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소은정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그럼 언니는 밖에서 기다려요.”설령 들어간다 해도 진짜 단서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동굴의 상태가 엉망인 것도 사실이었으니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소은정과 담당 VJ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밖에는 반시연과 담당 VJ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하지만 곱게 자란 재벌 2세도 털털하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신인 연기자 주제에 몸을 사리면 또 괜히 안티팬들만 늘어날 거란 생각에 내키지 않았지만 반시연도 발걸음을 옮겼다.“아!”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못한 채 반시연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소은정이 다급하게 다가가며 물었다.“왜 그래요?”발목을 접지른 반시연은 터져나오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억지 미소를 지어보였다.“발목을 다친 것 같아. 미안, 괜히 나 때문에.”“얼른 스태프들한테 연락하고 언니는 베이스캠프에서 쉬는 게 좋겠어요.”발목 상태를 살피던 소은정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아니... 나도 끝까지 버틸래.”반시연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발목에서 전해지는 고통보다 이대로 아무런 방송분량도 얻지 못하고 연예계에서 사라지는 게 훨씬 더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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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넌 못 미더워

소은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반시연은 눈에 띄게 실망한 눈치였다. 길을 잘못 들어선 소은정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소은정의 신분과 팬덤이 두려워 결국 위로 전법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막혔네? 그럼 다시 돌아갈까?”소은정이 고집만 부리지 않았어도 여기로 들어올 필요도 없었을 테고 발목을 접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반시연은 짜증이 밀려왔다.하지만 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지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분명 이쪽이 맞는데 왜 갑자기 막힌 걸까?“지도가 정확하다면 출구는 바로 이 동굴 안에 있을 거예요.”소은정은 막힌 출구로 다가가더니 손으로 바위를 옮겨보려 했다. 하지만 꽉 막힌 출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진지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단서를 찾던 소은정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가끔씩 정체 모를 물방울이 번쩍 떨어지는 바위에는 이끼가 잔뜩 자라있었다.손전등으로 불빛을 비추며 이끼 하나하나를 관찰하던 소은정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손바닥 자국이야!위쪽에 손바닥 자국이 있다는 건 이곳을 짚고 무언가를 했다는 뜻. 소은정은 옆에 있는 바위를 딛고 올라서 위쪽의 바위를 더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미끌미끌한 진흙이 잔뜩 묻어있었지만 소은정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었다. 바위 틈 사이로 미약하게나마 빛이 보였기 때문이다.소은정이 손을 틈 사이에 가까이 가져다 댄 순간, 차가운 바람이 살짝 느껴졌다. 몇십센치 정도의 너비 한 번에 겨우 한 사람만 빠져나갈 수 있는 좁은 틈이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소은정은 훌쩍 뛰어내려 반시연에게 다가왔다.“출구는 바로 위쪽이에요. 언니가 먼저 갈래요? 아니면 제가 먼저 갈까요?”저렇게 좁은 틈새가 출구라고?“또 네 판단이 틀린 거면 어떡해?”반시연의 태클에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시도조차 안 해보면 틀렸는지 아닌지 영원히 알 수 없어요. 뭐 지금 더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요?”오는 내내 쓸데없는 소리만 해대다 발목까지 풀쳐 민폐를 끼쳐 놓고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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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이 바보

하지만 곧 바위틈 사이에 낙하산 2개가 준비되어 있는 걸 발견한 소은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그래, 다 왔어.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낙하산 안전 로프를 단단히 묶은 소은정은 담당 VJ가 장비를 착용하는 것도 도와주었다.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뜨겁지도 쌀쌀하지도 않은 바람. 이렇게 좋은 날, 이게 무슨 짓일까...소은정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바로 뛰어내렸다. 바람이 그녀의 볼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났지만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왜냐? 비명을 지르면 카메라에 못생기게 나올 테니까.이런 프로그램인 줄 알았으면 박우혁이 그녀의 집 앞에서 텐트를 치든 노숙을 하든 내버려 두는 건데...기압이 그녀의 고막에 충격을 주고 바람 소리가 수십 배는 확대된 듯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영겁 같은 몇 분이 흐르고 소은정은 드디어 발이 무언가에 닿았음을 인지했다.그리고 바로 사람들이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아, 살았구나.“누나, 괜찮아?”멍하니 앉아있는 소은정에게 다가온 박우혁이 그녀의 얼굴 앞에서 손을 흔들어댔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소은정은 바로 박우혁을 노려보았다.“오늘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출연 안 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오늘은 체력 테스트라 좀 힘든데 다음 회차는 지력 테스트라 괜찮을 거야. 그리고 아직 이번 회차 촬영도 채 안 끝났다고. 누나, 누나가 먼저 도착했으니까 팀원 교체를 선택할 수 있어. 어떻게 할래?”오는 내내 짐만 되던 반시연.. 어떻게 한다?소은정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그래!”박우혁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 중에서 고르라면 경험도 가장 풍부하고 친분도 있는 그를 고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누구로 바꿀 건데?”박우혁이 두 눈을 반짝였다.“원한빈으로 바꿀래.”박우혁은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한참 뒤에야 소리쳤다.“왜? 왜 원한빈인데?”“유준열은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을 테고 넌 못 미더워...”“뭐? 누나 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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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기분 좋아

주위를 둘러보던 소은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방금 전까지 동굴에 있다가 바다로 나가야 한다니.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파도가 철썩이고 요트가 흔들거리자 원한빈의 손을 잡은 소은정의 손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얼마 전 조난되었을 때 섬에서 바라보던 그 망망대해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한 치 앞도 모르고 한없이 구조만 기다리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소은정은 한참 동안 지도를 들여다보았지만 도통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누나, 어차피 초보들은 그 지도 알아보지도 못해요. 저한테 맡기세요.”원한빈이 싱긋 웃었다.그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안 다는 거네요?”“글쎄요. 뭐 확실한 건 여기는 아니라는 거죠. 누나, 꽉 잡아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트는 굉음과 함께 앞으로 튕겨나갔고 당황한 소은정은 바로 옆에 있는 난간을 꼭 부여잡았다. 튀어 오르는 바닷물의 그녀의 입, 코로 마구 들어갔다.사레가 들린 소은정이 기침을 시작하자 잠시 속도를 늦춘 원한빈이 고개를 돌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꽉 잡으라니까요...”맑은 눈동자에는 그녀를 향한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것 같으니 넘어갈 수밖에.한편, 귀엽고 어딘가 서툰 원한빈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저 표정 좀 봐. 한빈 오빠 너무 귀여워요!”“은정 언니 일생일대의 앙숙을 만난 것 같은 표정인데?”“한빈 오빠는 워낙 리얼 생존 다큐만 찍는 사람이니까 이런 예능이 오히려 어색할지도?”......소은정은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겨우 목구멍으로 삼켰다. 원한빈은 알아서 속도를 늦추었지만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요트는 육지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도착했다.“누나, 우혁이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던데요?”말과 달리 그녀를 훑어보는 원한빈의 눈빛에는 의아함과 의심이 가득했다. 아무리 봐도 연약한 여자인 것 같은데. 뭐가 다르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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