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라는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만약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용돈 정도만 받으면서 살았을 테고 한 달에 몇 천만원 정도 쓰는 게 다겠지? 아니다. 시율 이모가 그 여자를 별로 마음에 안 들어했다고 했으니까 한 푼도 안 줄지도? 그래. 눈치 보면서 평생 부잣집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사느니 그 돈 받고 나가서 건물주 소리를 듣는 게 백 번, 천 번 더 낫지.뭐, 이렇게 좋은 남자를 놓친 건 좀 아깝지만.그러던 한유라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만약 민하준 어머니였다면 500억? 하, 5천만 원도 안 줄 거야!한편, 심강열은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얼굴을 찡그렸다 웃었다 한숨을 쉬었다 말았다 하는 여자를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아, 그 민하준 대표랑은...”그 사람을 언급하자 한유라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끝났어요.”“아.”심강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는데 엄마가 안 믿으시더라고요. 유라 씨 성격에 남자친구 있으면 이런 자리에 안 나올 거라고. 아니, 현숙 이모도 애초에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으셨을 거라고요.”어느새 어둠이 드리우고 차가운 밤바람에 한유라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강열은 그저 말없이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약 10분 뒤...너무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끝이 보이지 않던 수다가 드디어 끝났다.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려던 그때, 하시율이 심강열의 팔을 툭 건드렸다.“얘는 뭐가 그렇게 급해? 난 현숙이랑 쇼핑 좀 할 거니까 네가 유라 집까지 데려다줘.”심강열이 당황한 표정으로 한유라와 김현숙을 바라보았다.“아니에요, 이모. 시간도 많이 늦었고... 쇼핑은 다음에 같이 하시는 게 어떠세요?”이에 김현숙이 딸을 노려보았다.“늦긴. 은정이랑 놀 때는 새벽이 돼도 안 들어오던 애가. 엄마랑 이모 말대로 해.”한유라가 다급하게 뭔가 덧붙이려 했지만 김현숙의 매서운 눈초리에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네, 유라 씨 안전하게 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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