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51 - 챕터 1460

2631 챕터

제1451화 둘 다 죽여야지

이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십의 냄새?한유라가 눈을 반짝였다.“그래서요? 시율 이모가 어떻게 했는데요? 너 따위가 어디서 내 아들을! 이 대사 했어요 안 했어요? 물따귀는요?”한유라의 말에 웃음이 터진 심강열의 눈이 이쁘게 휘어졌다.“현실은 드라마랑 다르더라고요. 돈 받고 그냥 떠났어요.”이에 한유라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에이, 생각이 짧았네요. 강열 씨랑 결혼하면 강열 씨 돈 전부를 가질 수 있는데. 푼돈이나 받고 떨어지다니. 나였으면 절대 안 넘어가요.”그녀의 말에 한유라를 바라보는 심강열의 얼굴에 흥미롭다는 표정이 실렸다.“유라 씨였으면 안 떠났을 건가요?”“당연하죠. 대어를 낚으려면 작은 유혹 같은 건 떨쳐버릴 줄 알아야 한답니다.”“역시 유라 씨는 다르네요...”이에 한유라가 흠칫했다.아니, 왜 나랑 비교하고 그런대? 다른 얘기. 다른 얘기하자.“그런데 강열 씨는 왜 하나도 안 슬퍼 보여요? 시율 이모랑 안 싸웠어요?”한유라의 질문에 심강열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애도 아니고 그렇게 막 나갈 나이는 이제 지났죠. 그리고 그 사람이 떠나려는 마음을 이미 굳힌 이상 제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엄마가 제시한 조건이 그만큼 유혹적이었다는 거겠죠.”별로 슬프지 않다는 건 심강열의 진심이었다. 오히려 어딘지 모르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던 사랑이 끝났음에 홀가분함을 느꼈다.어쩌면 사랑은 진작 바래지고 오랜 시간 만났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을 수도... 하시율이 아니었다면 심강열은 당연히 결혼을 했을 테고 아마 조용히 이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온통 물욕뿐인 여자를 향해 도저히 더 이상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으니까.오히려 가뭄의 비처럼 나서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심강열이었다.다른 사람이 본다면 현실속에 신데렐라 따위는 없다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강열에게 그 관계는 재산의 차이와 상관없이 너무 무거웠고 내려놓으니 오히려 홀가분했다.한편, 심강열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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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거대한 금액

한유라는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만약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용돈 정도만 받으면서 살았을 테고 한 달에 몇 천만원 정도 쓰는 게 다겠지? 아니다. 시율 이모가 그 여자를 별로 마음에 안 들어했다고 했으니까 한 푼도 안 줄지도? 그래. 눈치 보면서 평생 부잣집 사모님 소리 들으면서 사느니 그 돈 받고 나가서 건물주 소리를 듣는 게 백 번, 천 번 더 낫지.뭐, 이렇게 좋은 남자를 놓친 건 좀 아깝지만.그러던 한유라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만약 민하준 어머니였다면 500억? 하, 5천만 원도 안 줄 거야!한편, 심강열은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얼굴을 찡그렸다 웃었다 한숨을 쉬었다 말았다 하는 여자를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다 문득 물었다.“아, 그 민하준 대표랑은...”그 사람을 언급하자 한유라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끝났어요.”“아.”심강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는데 엄마가 안 믿으시더라고요. 유라 씨 성격에 남자친구 있으면 이런 자리에 안 나올 거라고. 아니, 현숙 이모도 애초에 이런 자리를 만들지 않으셨을 거라고요.”어느새 어둠이 드리우고 차가운 밤바람에 한유라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강열은 그저 말없이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다.약 10분 뒤...너무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끝이 보이지 않던 수다가 드디어 끝났다.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려던 그때, 하시율이 심강열의 팔을 툭 건드렸다.“얘는 뭐가 그렇게 급해? 난 현숙이랑 쇼핑 좀 할 거니까 네가 유라 집까지 데려다줘.”심강열이 당황한 표정으로 한유라와 김현숙을 바라보았다.“아니에요, 이모. 시간도 많이 늦었고... 쇼핑은 다음에 같이 하시는 게 어떠세요?”이에 김현숙이 딸을 노려보았다.“늦긴. 은정이랑 놀 때는 새벽이 돼도 안 들어오던 애가. 엄마랑 이모 말대로 해.”한유라가 다급하게 뭔가 덧붙이려 했지만 김현숙의 매서운 눈초리에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네, 유라 씨 안전하게 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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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1원도 안 돼

왜 굳이 날 집까지 데려다주려는 걸까?나한테 반해서? 그건 아닐 테고...역시 이모 말 때문에 그런 거겠지. 마마보이가 아니긴... 쯧쯧.집으로 가는 동안 한유라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휩싸였다.그곳에 그녀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비껴가는 일이 없다고 했던가.저택 앞에 익숙한 차 한 대가 멈춰서 있었다.얼마나 그 앞에 있었는지 어둠과 혼연일체가 된 것 같은 차,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남자.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에 심강열도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차에서 그 남자, 민하준이 내렸다.꽤 많이 화가 난 듯 차갑고 무시무시한 표정.어, 뭐지? 바람 피다 들킨 것 같은 이 모습은?묘하게 느껴지는 죄책감에 어색한 헛기침을 뱉던 심강열이 물었다.“끝났다면서요.”이에 한유라가 피식 웃었다.“전 끝냈어요. 그리고 저쪽은...”살짝 멈칫하던 한유라가 말을 이어갔다.“제가 알 바 아니고요.”어차피 미래가 없는 관계,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이어가야 할 이유가 없는데. 미련한 자식.“도와줄까요? 500억 정도면 되겠어요?”웃고 있지만 슬퍼 보이는 한유라를 어떻게든 달래주고 싶어 실없는 농담을 던진 심강열은 스스로의 생각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내가... 왜 이러지?한편, 한유라는 점점 다가오는 민하준을 노려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저딴 자식한테는 1원도 아까워요.”그 말에 심강열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민하준에게 가시가 되어 가슴이 콕 박혔다.한유라가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심강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정말 도움 안 필요한 거 맞아요?”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눈빛에 한유라는 알 수 없는 따뜻함에 사로잡혔다.“네, 제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요.”한유라가 차에서 내렸음에도 심강열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유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심강열과 민하준은 한동안 침묵의 대화를 나누었다.먼저 고개를 돌린 민하준은 여전히 심강열의 재킷을 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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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다음 파트너

입술을 꽉 다문 민하준이 한동안 차가운 기운을 내뿜다 드디어 입을 열었다.“한유라, 투정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목소리를 낮춘 민하준의 눈동자가 늑대처럼 번뜩였다.“이미 일어난 일은 다시 돌릴 수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왜 그렇게 과거에 집착해? 나도 널 위해 최선을 다했어. 내 입장도 좀 이해해 주면 안 돼?”이에 한유라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최선을 다해? 내가 이혼하라고 시위라도 했니? 네가 싫어서 네가 정 떨어져서 한 걸로 내 핑계대지 마. 나야말로 하고 싶은 말이야. 나도 최선을 다했어. 네 엄마에 네 전 와이프가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날 불여시네 상간녀네 입에도 담지 못할 말을 했을 때도 다른 사람들이 날 욕했을 때도 난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내가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해?”민하준이 입을 열려던 그때, 한유라가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이제 널 이해하는 것도 모자라서 동생까지 이해하라고? 너도 그렇고 너희 가족들도 그렇고 참 뻔뻔하다. 내가 언제까지 그 말도 안 되는 사랑에 빠져있을 줄 알았어? 내가 영원히 네 앞에서 네 가족들 앞에서 죄인처럼 굽신대길 바랐던 거야?”한유라가 참았던 말을 쏟아내고 어느새 더 날카로워진 민하준의 시선이 찬 공기를 갈랐다.“그래서? 이제 와서 후회돼? 명분 같은 거 필요없다고 한 건 너였어.”“명분, 그래 필요없어. 내가 왜 너랑 결혼 안 하겠다고 한 줄 알아? 너랑 결혼하면 난 영원히 네 전처 다음이 되는 거니까. 평생 첩처럼 살고 싶지 않았으니까.”민하준의 정교한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그래서...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왜? 이제 와서 배신감이라도 느껴? 난 그래도 우리가 서로에게 공평한 사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도 네 가족들도 나한테는 짐밖에 안 되네? 미안한데 난 인내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 더 못 버티겠다.”모든 걸 놓은 듯 홀가분하게 웃는 한유라의 모습에 민하준이 이를 악물었다.“하, 며칠 잠수타더니 이제 제정신이 들었나 보지?”“제정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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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모욕당하다

하지만 개처럼 싸우는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유라는 멍하니 한참을 서있었다.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민하준의 칼이 먼저 그녀의 가슴을 찔러버렸다.민하준의 전 와이프, 민하준의 가족들.한유라는 지금까지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이유가 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아니었어... 민하준... 민하준 저 자식 자체가 문제였어.검은 하늘을 가르는 바람이 칼날처럼 한유라의 볼과 가슴을 베어내며 스쳐지났다.사랑하는 남자에게 최악의 수모를 당한 오늘 밤을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그래도... 날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진짜라고 생각했는데...한편, 두 남자는 다른 쪽에서 액션 영화를 찍고 있었다.길바닥에서 구른 민하준의 주먹 하나하나는 비수처럼 날카로웠지만 어려서부터 복싱이며 태권도를 배운 심강열 역시 그에 밀리지 않았다.5분 정도가 흘렀을까? 그제야 마음을 추스린 한유라가 한데 뒤엉킨 두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그만!”차가운 목소리에 민하준도, 심강열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무표정으로 다가간 한유라는 바닥에 엎어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남자를 바라보다 결국 심강열 쪽으로 다가갔다.그녀의 선택에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진 심강열은 한유라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뒤 날카로운 눈으로 민하준을 노려보았다.한편, 버림받은 민하준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두 남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한유라는 더 이상 민하준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가요, 강열 씨. 내가 약 발라줄게요.”두 사람이 집으로 올라가려던 그때, 민하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그래, 한유라, 심강열. 잘 먹고 잘 살아라!”이를 악문 민하준이 마음에도 없는 축복을 건넸다.차라리 한유라가 이성을 잃고 그에게 달려들어 욕하고 때리길 바랐다.그런다면 아직 그에게도 기회가 남아있다는 말일 테니까.하지만 그가 던진 비수에 심장을 관통당한 한유라는 더 이상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심강열의 팔을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한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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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여기서 살아요

한동안 눈을 껌벅이던 심강열이 무의식적으로 창가쪽을 바라보았다.“한번만 좀 도와줘요. 소문은 안 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요.”한유라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민하준 그 자존심에 설령 봤다 해도 남한테 떠벌릴 리가 없지.말문이 막힌 심강열이 결국 어깨를 으쓱했다.“유라 씨도 괜찮다고 하는 판에 여기서 제가 더 튕기면 매력 없는 거겠죠?”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심강열이 피식 웃었다.창밖의 네온사인이 마침 그의 완벽한 이목구비를 비추었다.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던 한유라가 웃으며 물었다.“그런데 아까 갑자기 왜 그랬던 거예요? 얼굴도 다치고 이게 뭐예요.”말은 그렇게 해도 방금 전 심강열이 민하준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 순간, 한유라는 그에게서 후광을 느꼈었다. 어쩌면 이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달까?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보니 항상 진중하던 심강열이 다짜고짜 주먹부터 들이밀었다는 게 왠지 믿기지 않았다.“유라 씨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맘 편히 앉아만 있어요. 그쪽에서 유라 씨를 괴롭혔으면 그대로 돌려줘야죠.”심강열이 보고 들은 한유라는 절대 손해를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심기를 건드리면 배로 돌려주는 스타일인 그녀가 민하준의 말 한 마디에 눈물만 꾹 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심강열의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품에 약상자를 안은 채 생각에 잠겼던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쪽팔리지만 솔직히 아까 조금 당황했거든요. 솔직히 강열 씨가 때리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알아서 복수했을 거예요.”어느새 기운을 차린 한유라의 모습을 보니 심강열도 왠지 안심이 됐다.“그랬겠죠. 그런데... 아까 제가 안 나섰고 엄마가 그걸 아셨으면 아마 제가 맞아죽었을 거예요.”아... 시율 이모 때문이었어?한유라를 혼란스럽게 만들던 궁금증이 풀리니 역시 속이 시원했다.그렇게 모두가 마음이 어지러운 밤이 시작되었다.안방 침대에 눕기 전 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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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혼인신고부터

얇은 슬립만 걸친 한유라를 차마 쳐다보지 못한 채 바로 안방 화장실로 들어간 심강열이 안방 화장실을 둘러 보았다. 여긴 훨씬 화려하네.그리고 구석에 벗어둔 한유라의 속옷이 눈에 들어오고...빠르게 고개를 돌린 심강열이 수도꼭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흠... 좀 헐렁해졌네.“집에 공구함 같은 거 있어요?”“아... 아, 네.”여전히 멍한 표정의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창고로 들어가 한참을 뒤지던 한유라가 가격표도 뜯지 않은 공구함을 들고 나타났다.“여기요.”그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손만 뻗은 심강열의 손가락이 순간 한유라의 가슴을 스쳤다.이 세상에서 가장 폭신한 물질과 닿은 듯한 촉감에 심강열은 감전이라도 된 듯 다시 팔을 접었다.당황한 건 한유라도 마찬가지.두 사람 모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침묵은 한동안 이어졌다.다시 공구함을 받아든 심강열은 방금 전 그 터치는 잊고 수도꼭지에만 집중하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이상하네. 여자랑 관계를 안 가져본 것도 아니고... 왜 이러는 거야. 다 큰 어른이 돼서는...하지만 한참 스스로를 설득해 봐도 방금 전 그 전율은 다시 심강열의 가슴을 두근거리기 만들었고 피가 꺼꾸로 솟듯 온몸이 뜨거워졌다.평소 친구들이 누가 몸매가 좋더라, 속궁합이 어떻더라는 말을 할 때면 심강열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젓는 타입이었다.사람들은 남자가 하반신으로 생각하는 동물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심강열은 자신만큼은 성적인 욕구에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내가 경험이 너무 적었던 걸까?머릿속의 기억을 지울 수 없으니 심강열은 최대한 한유라의 존재를 잊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한유라도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중이었다.아까 도망쳤어야 했나? 아니지. 그럼 너무 유난떠는 것 같잖아. 그냥 실수인데.그럼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는 게 맞나? 아니지. 그럼 내가 너무 닳고 닳은 여자 같잖아.또 뭘 더 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대로 도망치면 강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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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아이 이름은?

이에 김현숙의 눈이 동그래졌다.“그건 너무 이르지 않아? 유라가 결혼이 급할 나이도 아니고.”하지만 하시율도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결혼하고 나서 연애하는 것처럼 살면 되지... 현숙아,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유라가 정말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래. 내 딸처럼 끼고 살거니까 걱정하지 마. 오후에 우리 애들 신혼집이나 보러 갈까? 애들 첫 집은 무조건 내가 살 거니까 넌 가만히 있어!”머릿속에 이미 두 사람의 결혼생활을 그리기 시작한 하시율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애 낳으면 내가 다 길러줄 거야.”...한편 방금 전 두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한유라와 심강열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마법처럼 방금전까지 분수처럼 터져나오던 수도꼭지도 물 뿜기를 멈추고 두 사람이 어색하게 떨어졌다.잠깐의 침묵 후 한유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어떡하죠?”심강열도 착잡하긴 마찬가지였다.어제 자고 가라고 할 때 그냥 갈걸. 그럼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그냥 수도꼭지 조금 조이면 되는 거였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정신을 어디 두고 있었던 거야, 심강열...이때 뭔가 다짐한 듯 한유라가 벌떡 일어서더니 얼굴에 묻은 물을 쓸어내렸다.“내가 직접 나가서 말씀드릴게요. 우리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렇게 오해받는 건 아니잖아요?”한유라가 나가려던 그때, 심강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하얗고 가는 손목이 닿으니 또다시 묘한 전율이 심강열의 온몸을 휘감았다.“잠깐만요.”다시 후다닥 손을 놓은 심강열이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씀드릴게요. 유라 씨는 옷 갈아입고 나와요.”그제야 자신의 꼴을 살펴보던 한유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다 젖은 슬립... 이 꼴로 나갔다간 아무리 해명해도 변명으로 들릴 게 분명하니 한유라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대충 수건으로 몸을 닦은 심강열이 심호흡을 길게 하고 거실로 나갔다.“엄마, 이모. 좋은 아침이에요.”헐벗은 아들의 모습에 하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리 곧 가족이 될 사이라지만 기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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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할게요

하지만 언제까지 허리에 타올만 두른 채 돌아다닐 순 없으니 심강열은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한편, 역시 옷을 갈아입은 한유라는 침대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내 생에 이렇게 창피한 순간이 있었던가? 그것도 어른들 앞에서.혀 깨물고 죽은 척이라도 하고 싶은 한유라였다.방금전 힐끗 밖을 내다보니 주방에서 아침을 만드느라 시끌벅적한 두 엄마는 누가 봐도 가족의 모습이었다.하... 이걸 어떡하지.요리엔 젬병인 김현숙은 힐끔힐끔 방 쪽을 쳐다보았고 한유라의 등장에 바로 눈을 반짝였다.하지만 그녀보다 먼저 달려간 건 바로 하시율이었다.“유라야, 많이 피곤하지. 아줌마가 이것저것 만들어봤어. 주방에 들어오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여전히 열정적인 하시율의 태도에 한유라는 어리둥절했다.강열 씨가 제대로 해명 안 한 건가...“이모, 저...”“됐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 너도 지금 얼마나 창피하겠니. 이래 봬도 네 엄마도 이 이모도 젊었을 때가 있었고 다 이해해. 그리고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다. 네가 헤픈 애라고 생각하거나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다 우리 강열이 탓이지 뭐.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무조건 책임질 거니까.”흐뭇한 미소를 짓는 하시율의 눈이 심강열처럼 예쁘게 휘어졌다.하지만 한유라는 여전히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강열 씨가 설명 안 드렸나요?”“설명했지. 너랑 결혼하겠다던데?”하시율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마침 심강열이 작은 방에서 나오고 하시율이 더 목소리를 높였다.“유라 같은 애 어디서 못 만난다 너. 이런 애가 너랑 결혼하겠다고 하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심강열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충격적인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얼렁뚱땅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시율은 두 사람더러 당장 혼인신고하러 구청으로 가자며 부산을 피웠다.두 사람이 아무리 해명해도 하시율도, 김현숙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렇게 두 사람 모두 출근도 하지 못한 채 구청으로 “압송”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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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불가사의한 결혼식

화장실을 가겠다는 건 그저 한유라가 몰래 도망치기 위해 대충 둘러댄 핑계에 불과했다.하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한유라는 마음이 착잡해졌다.“아니에요. 아침에 홀딱 젖었더니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하시율 옆에 서 있는 심강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지, 어쩌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사실 아까 한유라가 조용히 자리를 뜰 때 심강열은 당연히 한유라가 도망치는 줄 알았다.그가 아는 한유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결혼을 고분고분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었으니까.그런데 왜 돌아온 거지?이때, 하시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 이제 우리 차례야.”하시율이 심강열과 한유라의 등을 떠밀었다.서류를 제출하고 사인하고 그 흔한 서로를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까라는 대사 한 마디 없이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인 부부가 되어버렸다.하시율은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김현숙의 손을 잡았다.“이제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오후에 바로 집 보러 가야겠어. 식은 다음 달로 정하는 게 어때? 걱정하지 마. 우리 유라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화려한 신부로 만들어줄 거니까. 네 딸 억울하지 않게.”“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그리고 결혼식도 너무 성대하게 말고...”“안 돼! 요즘 스몰웨딩이니 뭐니 해도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 나 결혼해요 세상에 떠벌리고 다니면 뭐 또 어때?”...두 엄마의 수다 속에서 심강열은 한유라를 힐끗 바라보았다.어딘가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이미 체념한 듯하기도 한 묘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심강열은 달랐다.이 갑작스러운 결혼이 불쾌할만도 한데 그의 마음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감정은 놀랍게도 기대감이었다.한편, 한유라는 끝없는 소용돌이에 떠밀려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전 연애를 제대로 정리도 못했는데 다음 날 바로 결혼이라니.요즘은 막장드라마 스토리도 이렇게 안 쓰겠다.이게 지금 현실이 맞긴 한 걸까?한유라 역시 심강열을 힐끗 바라보았다.저 사람도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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