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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불가사의한 결혼식

화장실을 가겠다는 건 그저 한유라가 몰래 도망치기 위해 대충 둘러댄 핑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목소리에 한유라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니에요. 아침에 홀딱 젖었더니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하시율 옆에 서 있는 심강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건지, 어쩌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실 아까 한유라가 조용히 자리를 뜰 때 심강열은 당연히 한유라가 도망치는 줄 알았다.

그가 아는 한유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결혼을 고분고분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왜 돌아온 거지?

이때, 하시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이제 우리 차례야.”

하시율이 심강열과 한유라의 등을 떠밀었다.

서류를 제출하고 사인하고 그 흔한 서로를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까라는 대사 한 마디 없이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인 부부가 되어버렸다.

하시율은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김현숙의 손을 잡았다.

“이제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오후에 바로 집 보러 가야겠어. 식은 다음 달로 정하는 게 어때? 걱정하지 마. 우리 유라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화려한 신부로 만들어줄 거니까. 네 딸 억울하지 않게.”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그리고 결혼식도 너무 성대하게 말고...”

“안 돼! 요즘 스몰웨딩이니 뭐니 해도 한 번밖에 없는 결혼식, 나 결혼해요 세상에 떠벌리고 다니면 뭐 또 어때?”

...

두 엄마의 수다 속에서 심강열은 한유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어딘가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이미 체념한 듯하기도 한 묘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심강열은 달랐다.

이 갑작스러운 결혼이 불쾌할만도 한데 그의 마음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감정은 놀랍게도 기대감이었다.

한편, 한유라는 끝없는 소용돌이에 떠밀려가는 기분이었다.

아직 전 연애를 제대로 정리도 못했는데 다음 날 바로 결혼이라니.

요즘은 막장드라마 스토리도 이렇게 안 쓰겠다.

이게 지금 현실이 맞긴 한 걸까?

한유라 역시 심강열을 힐끗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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