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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모욕당하다

하지만 개처럼 싸우는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유라는 멍하니 한참을 서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민하준의 칼이 먼저 그녀의 가슴을 찔러버렸다.

민하준의 전 와이프, 민하준의 가족들.

한유라는 지금까지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 이유가 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어... 민하준... 민하준 저 자식 자체가 문제였어.

검은 하늘을 가르는 바람이 칼날처럼 한유라의 볼과 가슴을 베어내며 스쳐지났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최악의 수모를 당한 오늘 밤을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날 사랑하는 그 마음만은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한편, 두 남자는 다른 쪽에서 액션 영화를 찍고 있었다.

길바닥에서 구른 민하준의 주먹 하나하나는 비수처럼 날카로웠지만 어려서부터 복싱이며 태권도를 배운 심강열 역시 그에 밀리지 않았다.

5분 정도가 흘렀을까? 그제야 마음을 추스린 한유라가 한데 뒤엉킨 두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그만!”

차가운 목소리에 민하준도, 심강열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으로 다가간 한유라는 바닥에 엎어진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두 남자를 바라보다 결국 심강열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선택에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진 심강열은 한유라의 부축을 받고 일어선 뒤 날카로운 눈으로 민하준을 노려보았다.

한편, 버림받은 민하준도 이글거리는 눈으로 두 남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유라는 더 이상 민하준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가요, 강열 씨. 내가 약 발라줄게요.”

두 사람이 집으로 올라가려던 그때, 민하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래, 한유라, 심강열.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를 악문 민하준이 마음에도 없는 축복을 건넸다.

차라리 한유라가 이성을 잃고 그에게 달려들어 욕하고 때리길 바랐다.

그런다면 아직 그에게도 기회가 남아있다는 말일 테니까.

하지만 그가 던진 비수에 심장을 관통당한 한유라는 더 이상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심강열의 팔을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지만 한유라는 아무렇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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