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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여기서 살아요

한동안 눈을 껌벅이던 심강열이 무의식적으로 창가쪽을 바라보았다.

“한번만 좀 도와줘요. 소문은 안 낼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한유라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민하준 그 자존심에 설령 봤다 해도 남한테 떠벌릴 리가 없지.

말문이 막힌 심강열이 결국 어깨를 으쓱했다.

“유라 씨도 괜찮다고 하는 판에 여기서 제가 더 튕기면 매력 없는 거겠죠?”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심강열이 피식 웃었다.

창밖의 네온사인이 마침 그의 완벽한 이목구비를 비추었다.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던 한유라가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아까 갑자기 왜 그랬던 거예요? 얼굴도 다치고 이게 뭐예요.”

말은 그렇게 해도 방금 전 심강열이 민하준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 순간, 한유라는 그에게서 후광을 느꼈었다. 어쩌면 이 남자와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달까?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보니 항상 진중하던 심강열이 다짜고짜 주먹부터 들이밀었다는 게 왠지 믿기지 않았다.

“유라 씨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맘 편히 앉아만 있어요. 그쪽에서 유라 씨를 괴롭혔으면 그대로 돌려줘야죠.”

심강열이 보고 들은 한유라는 절대 손해를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군가 심기를 건드리면 배로 돌려주는 스타일인 그녀가 민하준의 말 한 마디에 눈물만 꾹 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심강열의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품에 약상자를 안은 채 생각에 잠겼던 한유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쪽팔리지만 솔직히 아까 조금 당황했거든요. 솔직히 강열 씨가 때리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알아서 복수했을 거예요.”

어느새 기운을 차린 한유라의 모습을 보니 심강열도 왠지 안심이 됐다.

“그랬겠죠. 그런데... 아까 제가 안 나섰고 엄마가 그걸 아셨으면 아마 제가 맞아죽었을 거예요.”

아... 시율 이모 때문이었어?

한유라를 혼란스럽게 만들던 궁금증이 풀리니 역시 속이 시원했다.

그렇게 모두가 마음이 어지러운 밤이 시작되었다.

안방 침대에 눕기 전 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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