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61 - 챕터 1370

2631 챕터

제1361화 가모장주의

이에 전동하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지금 미국은 아침이에요.”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이 이마를 탁 쳤다.아, 아직 잠이 덜 깼나 보다. 시차가 있다는 걸 깜박했네.“꽤 오래 잤네요? 배고프겠다. 얼른 내려가서 밥 먹어요.”전동하의 달콤한 목소리에 소은정은 처음으로 이런 기분이 들었다.아,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다.“동하 씨는 언제 귀국할 수 있어요?”“은정 씨가 준 미션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잖아요.”한숨을 쉬는 전동하를 향해 소은정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지금 후회해도 이미 늦은 거 맞죠?”“당연하죠.”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소은정은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동하 씨한테 맡기지 말고 그냥 대충 아무한테나 맡길걸... 전인그룹이고 뭐고 그냥 다 때려치고 오라고 할걸...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소호랑이 두 발로 그녀의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꼬리를 흔들며 소은정의 발치에서 애교를 부렸다.잠시 후, 드디어 통화를 마친 소은정이 소호랑을 안고 1층으로 내려갔다.“아빠는 주무셔?”“아니요. 엄마가 뭐 먹는 거 보고 주무신댔어요.”소호랑의 말에 소은정이 발걸음을 재촉했다.역시나 소호랑의 말대로 소찬식, 소은호 모두 식탁 앞에 앉아있다.두 과묵한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니 왠지 주방 분위기가 축 처진 것처럼 보였다.“으아,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요. 저녁에 이렇게 많이 먹으면 살찌는데.”배가 고픈 건 맞았지만 소은정은 몸매 관리가 더 중요했다.그녀의 말에 소찬식이 눈을 흘겼다.“우리도 먹어야 할 거 아니야. 나랑 은호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 줄 알아? 무슨 잠을 그렇게 오래 자.”“그럼 깨우지 그러셨어요.”어깨를 으쓱하는 소은정을 향해 소은호도 한방 날렸다.“안 깨웠겠어?”뭐야. 깨웠는데 내가 못 들은 거야?이때 집사 아저씨도 다가왔다.“깨셨어요? 배고프시죠. 어서 식사하세요.”식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소은정은 주저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그녀가 국부터 한 술 뜨려던 그때, 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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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모범 빚쟁이

아버지의 말에 소은정이 두 눈을 깜박였다.뭐지? 내가 평소 쪼잔하게 굴었다는 말씀이신가? 그럴 리가 없는데.“솔직히 동하 씨는 전인그룹을 이어받는 거에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어요. 뭐 그 집안에서 좋은 꼴 못 봤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죠. 마이크를 내세우지 않았다면 진짜 저한테 넘겼을 걸요?”소은정의 말에 소찬식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명분으로 보나 뭐로 보나 마이크가 전인그룹을 이어받는 게 당연하긴 하지.”식사를 마친 소은호가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다.“어차피 지금은 전동하 대표 아들이고 전동하 대표는 가문에서 제발로 나온 사람 아닙니까? 당연할 것까진 아니죠. 뭐... 일단 이 정도에서 끝내도록 하죠. 은정이한테 보험 하나 둘어둔 셈 치고요. 전동하 대표가 처리를 하든 안 하든 전인국도 한동안은 조용할 겁니다.”소은호의 말에 소찬식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식사를 마친 소은정은 영화방으로 향했다.너무 자서 잠도 안 오네. 영화나 봐볼까...하지만 영화를 채 고르기도 전에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소은찬이 현관으로 들어섰다.예상치 못한 이의 등장에 소은호도 당황한 듯 눈이 커다래졌다.“너 연구소로 복귀한 거 아니었어?”“휴가냈어.”소은찬이 말없이 금테 안경을 치켜올렸다.“하, 1년에 휴가를 몇 번이나 낸 거야. 그런데 왜 안 잘리지? 설마 오빠 연구소 인수했어?”“나리가 부모님이랑 같이 식사하자더라.”소은찬의 짧은 대답에 소은호와 소은정 두 남매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남의 연애사에 별 관심이 없어 바로 2층으로 올라간 소은호와 달리 소은정은 바로 눈을 반짝이며 계단을 내려갔다.어이구, 여기 더 재밌는 영화가 있었네.“오빠, 진짜 달라지긴 했구나. 여자친구 부모님을 만나뵙기 위해 휴가까지 내? 전에 아빠가 입원하셨을 때도 안 나오던 사람이... 설마 나리 씨가 또 헤어지자고 했어?”따발총처럼 질문을 쏟아내는 소은정을 힐끗 바라본 소은찬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소은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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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부모님 출동

소은찬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은정의 눈이 커다래졌다.“그걸 왜 이제 말해. 진작 알았으면 선물이라도 준비했을 텐데.”하지만 소은찬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리네 친척들만 모인 자리고... 나도 그냥 잠깐 얼굴만 비추고 나왔어.”“음... 친척들 거의 다 모인 거 아니야? 그럼 나리 씨 남자친구라고 인사드렸어?”잠깐 고민하던 소은정이 물었다.“응. 나리가 그냥...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서 나리 남친구라고 했더니 어머님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 이상하지 않아? 그전에 내가 나리 남자친구였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거지?“저녁 내내 소은찬을 의아하게 만든 문제였다.인간관계는 참 너무 복잡하단 말이야...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은찬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웃음을 터트리다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잘했어, 오빠. 하마터면 진짜 결혼 못할 뻔했어, 알아?”이에 소은찬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경을 치켜올렸다.“그게 무슨 소리야?”“친척들한테 당당하게 소개를 한다는 건 나리 씨랑 정말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말이잖아. 그리고 오빠 스펙이 워낙 좋기도 하고. 미래의 장모님 체면 세워드린 거나 마찬가진데 당연히 기뻐하시지. 역시... 나리 씨가 현명하네. 부모님 쪽은 대충 해결된 것 같으니까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소은찬의 눈이 반짝였다.“아, 허영심 같은 거구나?”“윽, 굳이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소은정의 입꼬리가 살짝 떨려왔다.“아... 그래.”궁금증을 해소한 소은정은 미련없이 돌아섰다.“그럼 잘해 봐, 오빠. 나 간다.”“그래, 잘가.”그리고 소은찬은 고개도 들지 않고 한 마디 덧붙였다.“아, 내일 나리 부모님이 우리 집에 놀러오실 거야.”이에 문고리를 잡으려던 소은정의 손이 멈칫했다.“내일?”“응.”“왜 그걸 이제 말해?”소은정이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내일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이 우리 집에 오신다는데 뭐가 저렇게 침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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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허전해

다음 날 아침.아직 깊은 잠에 빠진 소은정의 방에 소호랑이 깡총깡총 뛰어왔다.“엄마, 일어나요!”잠결에 소은정이 소호랑의 팔을 내쳤지만 소호랑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이 짝퉁 호랑이를 그냥...!소호랑에게 응징을 날리기 위해 소은정이 일어난 순간, 집사 아저씨가 그녀의 방문을 살짝 노크했다.“아가씨, 깨셨습니까?”안쪽에서 대충 인기척이 들리자 집사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회장님께서 얼른 준비하고 내려오시랍니다. 너무 늦게 내려오면 손님들이 안 좋게 보신다고요.”결국 잠을 다 깬 소은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알겠어요, 아저씨.”정신이 맑아지니 그제야 소호랑도, 집사 아저씨도 왜 이렇게 부산스럽게 구는지 이해가 갔다.아, 오늘 나리 씨 부모님이 오신다고 그랬지. 아빠... 신경 많이 쓰이시나 보네.세수를 마친 소은정은 캐주얼하면서도 조신한 옷을 고르기 위해 옷방을 한참 뒤졌다.결국 그녀가 고른 건 베이지색 원피스였다.은은한 컬러가 그녀의 피부색을 더 밝게 부각시켜주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녀가 계단을 내려갔다.한편, 소찬식은 아침부터 뭔가를 구시렁대고 있었다.“아니, 지금 회사가 문제야. 은호 얘도 은근 고지식하다니까. 지금 자기 동생 인생이 걸린 일인데.”집사 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소찬식을 달랬다.“그래서 새벽 일찍 나가셨습니다. 급한 일만 처리하고 바로 들어오신답니다.”계단을 내려온 소은정은 완전히 탈바꿈한 거실을 둘러보며 입을 떡 벌렸다.비록 전에도 깔끔하긴 했지만 지금 거실은 광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화가라는 두 사람의 직업을 인식한 건지 인테리어 소품들도 우아하고 심플한 걸로 교체되어 있었다.저쪽에 있었던 꽃병은 경매에서 10억으로 낙찰받았던 거 아니었나? 도대체 어디에 치운 거야.감탄을 이어가던 소은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이럴 거면 아예 다른 집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아요? 제가 지금 사는 오피스텔 정도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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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통제 불가

웃으며 집으로 들어온 한시연이 소찬식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아버님, 좋은 아침이에요.”고개를 끄덕이던 소찬식의 표정이 훨씬 더 환해졌다.“왔어? 네가 아들보다 낫다.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어디서 뭘 하는지.”으이그, 아빠도 진짜 주책이야.“아빠, 지금 8시인 건 아시죠? 요즘 회사도 바쁘단 말이에요.”“하, 걔 하루 없다고 회사가 파산이라도 해? 걔도 하여간 강박증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소찬식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구시렁대고 소은정은 한시연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했다.“아빠가 좀... 흥분을 많이 하셨네요.”그런 소은정을 싱긋 웃던 한시연이 물었다.“그런데 왜... 저렇게 긴장하셨죠?”이에 소은정이 큰 비밀이라도 얘기하려는 듯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이게 다 자격지심 때문이죠.”소찬식은 누가 뭐라 해도 능력있는 사람이었지만 결코 가방끈이 긴 사람은 아니었다.어린 시절 집안 사정 때문에 고등학교까지만 나온 게 지금까지도 소찬식에게는 상처이자 한으로 남아있었다.한시연이 챙겨온 디저트를 먹으며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우리 아빠 맨손으로 SC그룹을 설립하고 대표님, 회장님 소리를 들으면서도 고졸 출신이라고 다른 기업 회장님들한테 무시를 당하셨나 봐요.”“아이고... 상처를 많이 받으셨겠네요.”“물론이죠. 그래도 나름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뒤에선 고졸 출신이라고, 무식하다고 뒷담화나 하고 있었으니...”소찬식의 역사에 대해 말하다 보니 소은정은 왠지 서글퍼지기 시작했다.그게 어찌나 상처였으면 지금 누가 봐도 부러운 삶을 살고 있으면서 아직도 저렇게 전전긍긍하는 걸까?소은정을 비롯한 네 남매 모두 어떻게든 명문대에 유학까지 보낸 것도 자신의 한을 자식들이 대신 풀어주었으면 하는 소찬식의 작은 이기심이자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그중에서도 아인슈타인 뒤를 잇는 물리학 천재라고까지 불리는 소은찬은 누가 뭐라 해도 소찬식의 가장 자랑스러운 자식이었다.반면, 소은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소찬식은 그 누구보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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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직장인 기본템

한시연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뭐 이젠 그냥 워커홀릭 그 자체지만요...”지나가다 마침 그녀의 말을 들은 소찬식이 바로 거들었다.“걔가 글쎄 그렇다니까. 이제 결혼하면 가정도 좀 돌보고 그래야 할 텐데. 내가 참 걱정이 많다 많아. 시연이 네가 좀 뭐라고 해 봐.”“아버님, 이 디저트 좀 드셔보세요. 이제 겨우 아침이에요. 나리 씨 부모님이 오시려면 아직 한참도 더 걸릴 거예요.”“아니 난 아직 배가 안...”“꼬르륵...”배가 안 고프다는 말과 달리 배에서는 우렁찬 소리가 울리고 소찬식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그제야 한시연이 준비한 디저트 하나를 챙겨든 소찬식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이렇게 이쁜데 먹어도 되려나?”혈당 때문에 너무 단 건 안 되는데...이런 생각을 하며 디저트를 한 입 베어문 순간,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폭신한 촉감에 소찬식은 게 눈 감추 듯 하나를 전부 해치우고 말았다.그리고 멍하니 이 광경을 바라보는 소은정에게 괜한 화풀이가 시작되었다.“너도 좀 배워!”하, 아빠는 왜 나한테 그러신대...이때 한시연이 웃으며 소은정의 편을 들어주었다.“그래요. 아가씨도 같이 배워요. 남자친구한테 해주면 좋아할 것 같은데요.”그 말에 흠칫하던 소찬식이 괜히 툴툴거렸다.“됐어. 여자애라고 무조건 요리를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 좋아하는 거 해. 아니다. 그룹 일만으로도 바쁜데 이런 거 배울 시간이 어디 있겠어! 뭐니 뭐니해도 머니야. 돈이나 많이 벌어.”말을 마친 소찬식이 다시 집안 정리를 하러 거실로 나가고 한시연이 소은정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방금 전까지 왜 뜬금없이 전동하를 언급하나 싶었던 소은정은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세상에... 우리 새언니... 눈치 되게 빠르네.잠시 후, 소은호와 소은찬이 선후로 저택에 도착했다.이미 집에 와있는 한시연을 발견하고 흠칫하던 소은호가 두 팔을 벌리고 한시연도 자연스레 그 품에 안겼다.옆사람은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두 사람의 애정행각에 소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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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마지막 타깃

잠시 후, 손님이 도착했다는 집사의 말과 동시에 차량 한 대가 천천히 정원에 들어섰다.어느새 문 앞으로 마중 나간 소찬식은 화창한 하늘을 올려다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 오늘은 날씨도 도와주는군.집사가 차문을 열자 뒷좌석에서 남녀가, 조수석에서 신나리가 내렸다.미중년인 남자는 조선시대였으면 사대부 집안 선비라 해도 믿을 정도로 얌전한 분위기였는데 신나리와 비슷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고 여자 쪽은 우아한 기품이 흘러넘쳤지만 호화로운 저택을 훑어보는 눈빛에서 조금의 긴장감이 느껴졌다.물론 순식간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되돌아 왔지만 말이다.한편, 신나리는 문 앞에 온가족이 다 나와있는 걸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다 엄마, 아빠의 팔짱을 낀 채 다가갔다.“아버님, 안녕하세요. 이쪽은 저희 부모님이세요.”서로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지고 소찬식은 긴장했는지 어딘가 굳은 표정으로 모두를 저택으로 안내했다.한편, 신나리의 아버지 신수학은 소은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긴장한 듯 식은땀을 훔쳤다.소 씨 일가 사람들은 재벌 2세의 고정 이미지와 달리 친절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보였으나 소은호에게서만큼은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졌다.한시연을 돌아볼 때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과 미소를 띠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시 고개를 돌리면 방금 전 봤던 모습이 착각인가 싶을 정도로 다시 굳은 얼굴이었다.저 애가 장남이라고 했던가... 그에 비하면 은찬이가 낫긴 하네.반면, 신나리의 엄마 윤혜정은 소은정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미소와 함께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나리 엄마 윤혜정이라고 해요. 은정 씨 맞죠?”“네, 어머님. 말씀 편하게 하세요.”신나리의 성격이 누구한테서 유전되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쾌활한 목소리에 소은정도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어머 그래도 돼나? 내가 은정 씨 팬이야. 그런데 정말 연기할 생각 없나? 데뷔만 하면 내가 팬클럽 회장 할 생각도 있는데.”윤혜정의 말에 소은정은 물론이고 다른 가족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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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인자하신 어머님

“회장님께서 이렇게 깨어있는 분이신 줄 몰랐습니다...”신수학의 말에 소찬식이 손사래를 쳤다.“솔직히 저희 때야 다 어렵게 자랐죠. 날 때부터 재벌인 사람이 몇이나 있었습니까? 저도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SC그룹을 설립했었죠. 그리고 회장님이 뭡니까. 사돈이라고 부르세요. 아, 저희가 준비한 예단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 볼까요?”호칭에서 바로 예단으로 화제가 넘어가니 신수학도 윤혜정도 얼떨떨할 따름이었다.“일단 현금 30억에 신혼집은 양평에 있는 300평짜리 별장으로 하죠. 아, 평소 출퇴근할 때 지낼 빌라도 100평 정도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액세서리로는...”잔뜩 신난 소찬식이 말을 이어가려던 그때, 신수학이 어색한 기침이 들려왔다.“회장님, 벌써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별말씀을요. 이런 건 미리미리 정해 둬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들 모두 진심으로 나리가 마음에 들거든요.”소찬식이 인자한 미소로 신나리를 돌아보고 신나리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소찬식의 진심어린 칭찬에 신수학과 윤혜정의 묘하게 실려있던 긴장감이 자취를 감추었다.솔직히 올 때까지만 해도 소 씨 일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거만하게 나온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더 화려한 저택 규모에 조금 압도당한 상태였다.하지만 소찬식을 비롯한 가족들의 열정은 그들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고 오히려 그런 마음을 지닌 채 이곳을 찾은 자신들이 옹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는 칭찬이 있으면 가는 칭찬도 있어야 하는 법.신수학이 입을 열었다.“은찬이도 훌륭한걸요. 우리 나리랑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것도 마음에 들고요. 아, 물론 아드님이 훨씬 더 대단한 과학자지만 말입니다. 해마다 내는 논문에 받는 상만 세어봐도... 웬만한 학자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닿지 못할 수준입니다. 저희 나리도 그 동안 아드님을 롤모델로 생각해 왔고요. 솔직히 아드님 같은 남자를 또 어디서 만나겠습니까.”아들 칭찬에 소찬식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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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피식피식

자연스레 윤혜정의 팔짱을 끼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소은정은 윤혜정이 정원에 핀 꽃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고 멈춰 섰다.정원 중간에 배치된 그네에 차를 마실 수 있는 의자와 탁자.꽃향기를 맡으며 즐기는 티타임이라... 생각만 해도 로맨틱해.소녀처럼 신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윤혜정을 바라보던 한시연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어머님, 저 그네도 굉장히 편하답니다... 한 번 앉아보세요.”앉아보라는 말만 기다리고 있었던 윤혜정은 마다하지 않고 바로 착석했다.최근 이렇게 마음이 편한 적이 있었던가?여유롭게 정원 경치를 즐기는 윤혜정의 모습에 소은정과 한시연도 안심하고 옆에 배치된 의자에 앉았고 집사가 눈치껏 꽃차와 디저트를 내왔다.“아가씨, 이 꽃차는 올해 저희 정원에서 딴 꽃으로 만든 겁니다. 한 번 드셔보세요.”소찬식을 비롯한 가족들이 워낙 친절하게 대해 주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이 집에서 일해서일까?집사는 어느새 이곳을 정말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가꾸고 있었다.“고맙습니다, 아저씨. 어머님도 같이 드세요.”소은정이 조심스럽게 세 잔에 차를 따랐다.가장 먼저 한 모금 마신 한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향이 너무 좋네요. 끝맛도 달달하고요.”한시연의 칭찬에 집사가 자랑스러운 듯 호탕하게 웃었다.“첨가제, 방부제 하나 없이 일일이 다 제 손 거쳐서 만든 겁니다. 그러니 맛이 좋을 수밖에요.”소은정도 거들었다.“집사 아저씨가 워낙 부지런하시거든요. 이 정원의 꽃들도 농약 한 번 안 쳤는데 이렇게 벌레 한 번 안 나오고 이렇게 예쁘게 자란다니까요. 새언니, 어머님, 이따 가실 때 제가 따로 포장해 드릴게요.”“어머, 이렇게 귀한 걸. 고마워.”한시연도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그네놀이를 즐긴 윤혜정이 정원 주위를 찬찬히 훑어보았다.“어쩜 집에 이렇게 예쁜 정원이 있을까? 아버님이 은정 씨 위해서 만든 거겠지?”설마 무뚝뚝한 세 아들을 위해 만든 건 아닐 테고...윤혜정의 질문에 살짝 표정이 굳은 소은정의 입가에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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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후회할까 봐

“나리 씨도 이쁘잖아요. 은찬 도련님이랑 결혼해서 낳은 아이는 분명 더 귀여울 거예요. 이렇게 좋은 유전자 대가 끊어지면 너무 아깝잖아요. 게다가 두 사람을 닮으면 머리는 또 얼마나 좋겠어요.”한시연의 장난어린 목소리에 윤혜정도 장단을 맞추며 손뼉을 쳤다.“어머, 듣고 보니 그러네. 나 그럼 이제 할머니 소리 들어야 되는 거야? 어우, 그건 좀 싫은데...”“하하하...”그렇게 세 여자는 한동안 웃음꽃을 피웠다.시간은 빠르게 흐르고.두 가족이 점심 식사를 마쳤을 쯤, 더 이상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처음 왔을 때의 긴장감과 어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심지어 신수학은 소은호와의 바둑 대결에서 연속 몇 판이나 이긴 뒤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인자함으로 가득했다.처음 봤을 때 무섭게만 느껴졌던 첫인상은 이미 까맣게 잊혀진지 오래였다.늦은 오후쯤, 문을 나서는 두 사람을 위해 집사가 차문을 열어주고 그제야 특별한 상견례는 무사히 막을 내릴 수 있었다.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소은찬을 보며 소은정은 혀를 찼다.장인, 장모가 무섭긴 한가 보네. 일 년에 세 번 웃을까 말까 한 사람이 어쩌면 하루종일 웃고 있냐? 입꼬리에 경련나겠다...하지만 잠시 후, 배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은찬이 뜬금없이 말했다.“아빠.”“왜.”하루종일 잔뜩 경직되어 있던 근육을 풀기 위해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 소찬식이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저 나리랑 바로 혼인신고 하려고요.”단호한 소은찬의 목소리에 순간 집안 분위기가 싸해졌다.방금 전까지 휴식을 즐기던 소찬식이 벌떡 일어섰다.“사돈들이 널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만은... 일단 약혼식부터 올리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는 완곡히 거절하시더라. 나리랑 몇 년 좀 더 함께 지내고 싶으시다고. 그런데 혼인신고라니. 너 혼자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니?”하지만 소은찬의 표정은 단호했다.“일단 혼인신고부터 하고 약혼식을 올리든 결혼식을 올리든 하려고.”“야, 너 이거 사기결혼인 거 알아? 사돈들이 이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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