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2631 챕터

제1121화 결혼하고 싶어요

능글맞은 미소로 대답하던 소찬식이 집사에게 좋은 술을 가지고 오라 분부했다.한편, 저택을 들어가려던 소은정은 여전히 정원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소은해와 김하늘을 바라보았다.반 년 이상 떨어져 지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쉽게 결정하기 힘들겠지...식사를 마친 방지숙은 호텔로 돌아갔다.집을 나서기 전 방지숙은 소은해에게 잘 고민해 보라며 다시 언질을 주었다.뭐, 고민을 위한 시간은 하룻밤뿐이었지만.내일 바로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더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가족들 중 누구도 소은해에게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김하늘, 소은해 두 사람이 결정해야 할 일이니까.“오빠, 난 기다릴 수 있어. 그러니까 선생님 따라서 가. 오빠가 바라던 기회잖아. 난 괜찮아, 진심이야.”오빠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지. 나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어...그녀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소은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방지숙과 함께 출국하기 위해 소은해도 공항으로 향했다.공항으로 가는 내내 소은해는 김하늘을 잘 보살펴야 한다며 소은정에게 당부 또 당부했다.같은 말도 여러 번 들으려니 짜증이 치밀고 소은정이 오빠를 홱 노려보았다.“아, 알겠다고! 그만 좀 해! 내가 내 친구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잠시 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전신무장을 한 소은해와 김하늘, 소은정이 공항에 도착했다.아쉬움 가득한 눈빛의 소은해와 달리 김하늘은 무덤덤하게 잘 지내라는 말만 건넬 뿐이었다.너무나도 차분한 그녀의 모습에 소은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할 수만 있다면... 떠나기 전에 너랑 혼인신고 하고 싶었는데.”그의 말에 흠칫하던 김하늘이 고개를 들었다.“오빠, 우린 아직 젊잖아. 뭐가 그렇게 급해.”“너 혼자 두고 가려니까 마음이 안 놓여서 그렇지... 결혼이라는 명분으로라도 널 붙잡아두고 싶으니까.”진심이 담긴 소은해의 말에 김하늘이 두 눈을 깜박였다.“오빠, 우리가 1, 2년 안 사이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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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신입의 열정

잠시 후,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소은해는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돌아오는 길.뒷좌석에 앉은 소은정이 김하늘을 힐끗 바라보았다.“오빠가 뭐라고 했는지 안 궁금해?”“아니.”“왜?”“어차피 오빠가 못 참고 나한테 다 말해 줄 걸? 오빠는 집착이 너무 심해. 뭐 싫은 건 아니지만... 오빠 사랑이 냄비처럼 확 끓었다가 식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 그래서... 일부러 조금 차갑게 군 것도 있고... 내가 울상으로 있어 봐. 오빠가 발걸음이 떨어지겠어?”“풉...”난 또 걱정했네... 밀당이었어? 은해 오빠 마음 고생 좀 하겠네.“촬영장 갈 거지? 내가 데려다줄게.”“됐어. 너 회사 들어가봐야 하잖아.”소은정의 제안에 김하늘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나도 촬영장 구경 가보고 싶어.”“그래?”김하늘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이번 드라마는 내가 제작자라 조금 더 떨리네. 참, 이글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 주연 배우기도 하니까... 너도 가보는 게 좋겠다.”이글 엔터 소속 연예인? 손호영인가? 요즘 꽤 잘 나가는 것 같던데... 내가 가서 힘 좀 더 실어줘야겠어. 곧 CF 촬영이기도 하고.잠시 후, 차량이 촬영장에 도착했다. 김하늘은 바로 감독에게로 가고 여기저기 둘러보던 소은정은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감사합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이때 안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그녀를 발견한 남자가 목소리를 더 높였다.“소은정 대표님...”유준열이었다.처음 봤을 때 앳됐던 얼굴과 달리 많이 성숙해진 모습이었다.가수 출신인 그는 얼마 전부터 배우로 전향하기 시작했는데 연기력도 나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유준열... 딱히 악감정은 없었지만 그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스폰을 받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 뒤로 저 순진한 얼굴에 위화감을 느끼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상대가 먼저 인사를 건넸으니 소은정도 고개를 끄덕였다.“준열 씨도 이번 작품 참여하는 거예요?”“네. 카메오긴 한데요... 전부터 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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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훔쳐 듣기

비록 스폰을 받았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굳이 유준열의 앞길을 막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도준호 대표도 이런 흑역사 하나 때문에 황금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리가 없고 말이다.유준열의 하얀 얼굴에 막연함이 스쳤다.“하지만... 회사 분위기도 묘하게 달라진 것 같아요. 다들 호영 선배만 신경 쓰고 전... 매니저도 바뀐데다 행사 스케줄도 몇 개나 취소됐다고요...”그제야 소은정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그럴 리가요?”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하지만 초조한 유준열의 표정을 보아 하니 거짓말을 아닌 듯했다.깊은 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옆에 서 있는 유준열을 힐끗 바라보던 그녀가 스피커폰을 켰다.“도 대표님, 지금 뭐 하세요?”“뭐 하긴요. 손호영 씨 관련 미팅 중이에요. 이번 드라마 반응 나쁘지 않더라고요. 곧 대박 날 것 같은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그런데 유준열 씨 쪽은 어떻게 된 거예요?”손호영의 언급에 유준열의 표정이 점점 더 굳자 그녀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요즘 스케줄도 적어지고 매니저도 바뀌었다던데.”그녀의 질문에 유준열이 잔뜩 긴장한 듯 귀를 쫑긋 세웠다.“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요. 준열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격한 댄스음악만 할 순 없으니까 배우로 전향 중이고요. 실력파 배우로 이미지를 바꿀 생각인데... 너무 갑자기 바뀌면 대중들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일단 잠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좋은 감독님들 영화 있으면 특별 출연이나 카메오로 얼굴은 조금씩 비추고요. 연기 연습도 할겸.”도준호의 합리적인 설명에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매니저는 왜 바꾼 거예요?”“아, 그 매니저? 물어오는 건 싸구려 CF뿐인데다 갑질은 어찌나 심한지... 소문이 안 좋은 사람이었거든요. 새롭게 이미지를 바꾸기로 했으면 싹 다 바꾸는 게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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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치솟는 열정

“그러니까. 내가 그런 일을 당했으면... 어우, 난 집 밖에도 못 나올 것 같은데. 그런데 저 여자는 뭐가 저렇게 당당한 걸까? 수치심 같은 것도 못 느끼나?”“뭐 합성이라는 소문도 있던데...”“그 말을 믿어? 이 바닥에 그 사진이 김하늘 본인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전에 파티에서 남자들이 그 사진 보면서 쑥덕대는 걸 내가 직접 들었다고. 나름 삭제한 것 같지만 이미 저장한 사진이야 뭐 어쩔 수 없는 거지. 뭐, 몸매가 예술이네. 꼴리네 어쩌네 하면서 떠드는데... 어휴.”“그래도 김하늘 그 여자 운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소은정 대표가 절친에 은해 선배랑 연애까지... 선배가 아주 김하늘이라면 껌벅 죽는다잖아. 싸구려 여자 뭐가 좋다고...”“그러니까. 이 드라마 김하늘이 제작자인 거 알았면서 출연도 안 했을 거야. 괜히 나까지 더러워지는 거 같잖아.”......한편, 대화를 듣고 있던 소은정의 얼굴이 무겁게 일그러졌다. 아직도... 그 사진으로 쑥덕대는 사람들이 있다니...사건이 터진 뒤 절망에 잠겼었던 김하늘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아니지. 아까... 하늘이 옷자락을 본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본 건가?뭐 어찌 되었든 저 여자들이 추잡한 말을 계속 입에 담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고개를 돌린 소은정의 시야에 새 향수 한 병이 들어왔다.한정판 향수? 주제에 비싼 건 알아가지고.소은정은 망설임없이 팔을 휘둘렀고 쨍그랑 소리와 함께 향수병이 산산조각 났다.짙은 향수 냄새가 순식간에 공기 중에 퍼지고 그 소리에 여자들도 대화를 멈추더니 그들 중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이 향수가 얼마 짜리인 거 알아? 눈을 도대체 어디에 달고 다니는 거야!”일어섬과 동시에 고개를 돌린 그녀가 차갑게 굳은 표정의 소은정을 발견하고 흠칫 뒤로 물러섰다.다른 배우들도 다가오더니 역시나 소은정을 발견하고 몸을 움찔거렸다.“소... 소 대표님? 여긴 어떻게...”소은정은 여자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이번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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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돈 뿌려

“수다? 그렇게 추잡한 얘기로 수다를 떠나? 배우들 출연료 많이 받아가는 거 내가 다 아는데 뒤에서 제작자 뒷담화나 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그렇게 싫으면 지금이라도 관둬요. 하기 싫은 일 억지로 할 필요 있나요?”설령 저 여자들의 빈자리를 메꿀 다른 배우들을 찾는 게 어렵다 해도, 그것 때문에 영화가 적자가 난다고 해도 김하늘을 모욕한 저딴 배우들을 계속 쓸 순 없었다.그녀가 당장 꺼지라고 소리치려던 그때, 익숙한 치맛자락이 옷걸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김하늘이 그녀를 향해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은정아, 그만해...”갑작스러운 김하늘의 등장에 배우들의 표정이 더 복잡하게 일그러졌다.저 여자가 왜 여기에...옷걸이 뒤쪽에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몸을 숨겼나 보다.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건 소은정도 마찬가지였다.뒤에서 다... 듣고 있었던 거야? 아까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처음부터... 다 듣고 잇었던 거냐고... 나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넌 어떻게 참았던 거야?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고개를 돌린 소은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니, 난 이대로 못 넘어가. 이 바닥에 여배우가 저 사람들뿐인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계약 해지할 거야. 아니, 앞으로 당장 연예계에서 퇴출시킬 거야. 앞으로 그 누구도 널 비웃지 못하게 할 거라고!”소은정의 말에 표진아와 하신예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내가...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대로 무너질 순 없어.게다가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면 소속사 측에서 지금까지 그녀들을 띄워주는 데 들였던 돈까지 전부 내놓으라고 하는 건 물론이고 거액의 CF 위약금까지...이때 표진아가 한 발 앞으로 다가가더니 소은정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거칠게 뿌리쳤다.“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연예계 퇴출만은... 막아주세요!”“네. 김 대표님, 소 대표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하지만 소은정은 그녀들의 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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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용서가 안 돼

소은정의 말에 김하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한참 뒤에야 김하늘은 다시 입을 열었다.“오빠한테는 비밀로 해줘. 오빠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할 때인 거 네가 더 잘 알잖아.”“그래서 네가 저런 얘기나 듣고 있는 거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고? 앞으로 이런 일 또 없으라는 보장 있어? 그때마다 참고 넘어갈 거야?”항상 차분하던 소은정이 평소답지 않게 씩씩거리기까지 했다.이때 그녀의 팔을 잡은 김하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 참기만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내가... 내 방식대로 하고 싶어서 그래.”이에 흠칫하던 소은정이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방법?”이상하리만치 차분한 표정이 왠지 마음에 걸렸었는데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오빠 핑계를 대긴 했지만 설령 오빠가 아무 말도 안 했다고 해도... 절대 가만히 있진 않았을 거야. 이 모욕... 난 못 견뎌.소은정의 질문에 김하늘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나도 나름 이 바닥에서 꽤 오래 뒹굴었어. 저런 여배우들한테 뒷담화나 듣고 다닐 수는 없지. 하지만 복수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 네 말대로 한방에 끝내주는 건... 너무 쉽잖아. 게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연예계에서 퇴출당하면 오히려 팬들의 악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왜 그런 모험을 해? 앞으로 평생 촬영장에서 감독이나 스태프들 눈치나 보면서 일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약점을 잡아서 언제 기사가 터질까 평생 불안에 떨면서 살게 만들 수도 있어.”그제야 표정이 살짝 풀린 소은정이 괜시리 그녀를 흘겨보았다.“넌... 왜 그런 생각을 말을 안 하니. 괜히 나만 흥분했잖아. 난 네가 정말...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 참아주는 거라고 생각했잖아.”불만 섞인 그녀의 목소리에 김하늘이 웃음을 터트렸다.“해명할 기회는 줬고? 다짜고짜 화부터 냈으면서? 너도 이럴 때 보면 은근 다혈질이라니까. 누가 소은해 동생 아니랄까 봐.”아니지. 자본가들에게는 그게 가장 쉽고 깔끔한 방법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패션업계에서 오랫 동안 일을 해온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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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좋아해?

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우연준을 향해 소리쳤다.“맛있는 거 나 혼자만 먹는 건 반칙이죠. 촬영팀 스태프 모두에게 미슐랭 디저트 쏘겠습니다.”소은정의 말에 모두가 환호했다.워낙 열악한 촬영 환경에서 베이커리 빵이라도 감지덕지할 판에 미슐랭 디저트라니.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사람들의 환호성에 어깨를 으쓱하는 소은정의 모습을 바라보던 김하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하이고... 잔뜩 신났네.그 뒤로 촬영장을 나설 때까지도 김하늘의 뒷담화를 하던 여배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일부러 그녀를 피하는 듯했지만 어느 쪽이든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하늘이가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믿고 맡길 수밖에.늦은 저녁, 소은정은 왠지 하루가 긴 것 같은 기분에 일단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샤워를 마친 그녀가 가운을 입고 나오던 순간, 전동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고개를 갸웃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지금 동하 씨 쪽은 새벽 2시 아니에요? 아직도 안 잤어요?”소리를 죽여 웃는 전동하의 목소리에서 숨기지 못할 피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이제 겨우 시간이 났네요. 오늘 하루 종일 은정 씨 목소리 못 들었잖아요. 이대로 자면 잠 설칠 것 같아서요.”전동하의 솔직함에 소은정이 얼굴을 붉혔다.소파 쪽으로 걸어가던 소은정이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동하 씨 진짜 많이 변한 거 알아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안 이랬는데 말이야.”“이런 모습 싫어요? 난 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보여주는 건데. 적응할 수 있겠어요?”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동하 씨는 정말 내가 좋은가 보다.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묘했다.“그럼요. 적응해야죠.”솔직히 친절하지만 왠지 벽을 치는 듯한 과거의 전동하보다 지금의 전동하가 훨씬 더 친절하고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졌으니까.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에 소은정의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그쪽 일은 잘 풀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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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스캔들

호텔 방에 서 있는 전동하는 창문 너머 먼 곳을 바라보았다.유럽의 밤은 왠지 더 차갑고 휑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러나왔다.1초, 2초... 5초.한참을 망설이던 소은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좋아요. 동하 씨만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만나보죠.”순간 물에 빠진 사람이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은 듯한 기분이 들며 온몸에 힘이 쫙 풀렸다.어두운 밤, 그의 무거운 웃음소리가 더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그럼 약속한 거예요. 프로젝트만 끝내면 바로 만나뵙는 거예요. 절대 후회하면 안 돼요.”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그럼요. 일단 프로젝트나 다 끝내요.”지금 전동하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짧으면 3년 길만 5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는 것이었다.그 정도 시간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끝내거나 헤어지거나 뭐 상관없겠지.그녀와의 미래를 그리는 모습이 고마워 조금의 희망을 안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노력할게요.”미소를 짓던 전동하가 잠깐 생각하다 말을 이어갔다.“참, 전에 유럽 매장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몇십 억을 쓴 적 있었다면서요?”갑작스러운 과거 언급에 소은정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왜 전동하의 입으로 들으니 그 행동들이 바보 같이 느껴지는 걸까?“그게 왜요?”지금까지도 가끔씩 또 쇼핑할 생각 없냐며 묻는 쇼호스트를 떠올리며 넌지시 물었다.“아니에요. 그냥... 혹시나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하라고요. 그런 심부름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전동하가 그녀의 심부름으로 명품 매장을 누비는 모습...생각만 해도 왠지 웃겼지만 전동하가 원한다니 기회를 줘볼까 싶기도 했다.“큼큼, 필요한 거 적어줄 테니까 부탁 좀 할게요. 잘못 사면 안 돼요!”각 브랜드에서 정기적으로 신제품을 보내고 그녀의 몸에 맞춘 드레스나 화장품까지 마련해 주곤 했지만 꼭 마음에 드는 몇 개를 제외하고 보통은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곤 했다.쇼핑은 직접 하는 게 더 재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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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반전의 반전

”하, 표진아, 평소에는 친근한 이미지 아니었나? 그런데 그게 다 연기였다고?”“매니저는 사람 아니라 이건가? 울 것 같은 표정이네... 불쌍하다...”“표진아, 정말 제대로 떴네. 다른 의미로...”“배우면 다야? 뭐가 대단하다고 갑질이야? 어이가 없다...”“도시락 멀쩡하기만 하구만... 사람 먹을 음식이 아니라고? 하, 고귀하신 배우님들은 평소 도대체 무슨 음식을 드시나 몰라...”“바닥에 떨어진 걸 먹으라고? 표진아, 이 정도면 매장돼야 하는 거 아니야?”역시나 대중들은 표진아의 갑질에 분노했고 해당 사실의 진위를 묻는 전화가 촬영팀 사무실로 쏟아졌다.비록 촬영팀은 현재 조사 중이라고 일관되게 대응했지만 워낙 확실한 증거에 조사할 필요도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대중들의 눈이 먼 건 아니니까.촬영팀의 입장 전달에 대중들은 더 분노했고 표진아의 SNS는 악플로 도배되었다.2시간 뒤, 표진아의 소속사가 내놓은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그날 표진아는 컨디션이 안 좋아 도시락을 엎었고 촬영에 들어가야 해서 매니저에게 치워달라 부탁한 것뿐이다. 영상에 나오는 목소리는 따로 녹음된 것이니 무분별한 악플을 자제해 달라.입 모양이 딱히 보이지 않는 영상이라 정말 후시 녹음을 딴 것인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하지만 30분 뒤, 매니저의 인터뷰가 기사로 게재되었다.“표진아 씨가 갑질을 한 게 사실인가요?”기자의 질문에 매니저는 눈시울을 붉혔다.“괜찮아요. 이미 익숙해졌어요.”익숙해졌다라...표진아의 갑질을 완전히 사실로 만들어버린 한 마디였다.“그 음식들 정말 다 드셨나요?”매니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더 이상 묻지 말아주세요. 저희 어머니가 보시면... 속상해 하실 거예요...”새롭게 나온 인터뷰는 표진아 소속사의 주장을 보기 좋게 밟아주었다.공정하고 당당한 듯한 해명문이 오히려 우스운 농담처럼 느껴졌다.30분 뒤, 매니저는 슬그머니 공식 성명을 지웠고 촬영팀도 여주인공을 새로운 배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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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일만 열심히 해

“뭘 믿고 나대는 거야? 설마 스폰이라도 받는 거야?”“양심 있으면 매니저한테 사과해라. 하, 연예인들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는 거 진짜 짜증 나.”“같은 직장인으로서 진짜 화난다. 매니저가 노예냐?”각양각색의 댓글들이 가리키는 바는 단 하나, 사과하고 연예계를 은퇴하라는 것이었다.그리고 오후 쯤, 촬영팀 스태프라고 주장하는 이가 사진 몇 장을 업로드했다.심플한 차림의 소은정이 김하늘과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열심히 도시락을 먹는 사진이었다.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빠르게 퍼져나갔다.“표진아, 저게 진짜 스타인 거야.”“소은정 대표의 몸값이 얼마더라? 하, 인간성도 완벽하네.”“저렇게 소탈한 모습까지... 은정 언니는 도대체 부족한 게 뭘까?”“도시락이 부러울 지경이다.”“소은정 대표도 먹는 밥을 표진아 네가 뭔데 못 먹어?”“소은정 대표가 이제 연기까지 하는 거야? 응원해요, 언니!”“은정 언니가 밥 먹는 모습을 보니까 사람이구나 싶다...”한편 SC그룹, 자신의 사진이 업로드될 거라곤 예상치 못한 소은정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표진아를 비난하는 댓글들을 보며 기뻐하며 나도 모르는 척 댓글 하나 남겨볼까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그녀의 사진이 업로드되다니.무슨 상황인가 싶던 그때 김하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던 소은정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직감이 분명 인터넷에 뜬 그녀의 사진 때문일 거라 말해 주고 있었다.역시나 전화를 받자마자 김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정아, 사진 봤어?”“설마 네가 올린 건 아니지?”소은정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굳이 촬영장에 남아 밥차를 먹으라던 김하늘의 모습이 떠올라서였다.잠깐 침묵하던 김하늘이 피식 웃었다.“뭐래. 나도 기발하다 싶었어. 현장에서 누군가 사진을 찍었더라고. 올려도 되냐고 묻길래 올리라고 한 거고. 표진아 그 여자... 막타는 내가 날리고 싶었으니까.”뭐, 김하늘에게 도움이 되었다니 이용당했지만 기분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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