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01 - 챕터 1110

2631 챕터

제1101화 놀랐지?

비명소리와 신음소리 욕설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옆 사람들이 보기에 잔인하다 느껴질 정도의 폭력이 이어졌다.처음에는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던 한유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뭐야. 저 남자 더럽게 못 싸우네. 그런데 뭘 믿고 그렇게 나댄 거래?”이 바닥에서 재벌 2세들은 어렸을 때 납치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게 태권도나 유도 같은 무술을 배우는 게 국룰이나 마찬가지였다.“전기섭은 어렸을 때부터 전문 경호원이 밀착 경호를 했거든. 그래서 필요없었던 거겠지.”“아... 그래서 지금 저렇게 맞기만 하는구나?”한유라가 피식 웃었다. 한편 소은정은 전기섭의 몸을 가로탄 채 주먹을 날리는 전동하를 가만히 지켜보았다.평소 부드럽고 젠틀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마치 오랫 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던 맹수가 사냥감을 유린하 듯 포악했다.살기로 번뜩이는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이러한 전동하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분명 같은 집에서 자랐는데 온실의 화초처럼 연약한 전기섭과 별다른 초식이 없는 말 그대로 길바닥 스타일의 싸움을 보여주고 있는 전동하...무엇이 저 두 사람의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알고 있기에 가슴이 저려왔다.짜증 나... 동하 씨가 이기고 있는데도...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섭은 반항할 힘도 없는지 바닥에 축 늘어졌지만 전동하는 기계적인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그만해요...”조용히 다가간 그녀의 목소리에 전동하가 드디어 행동을 멈추었다.고개를 든 전동하의 새카만 눈동자에 점차 빛이 들어왔다.그의 주먹을 잡아 어루만지던 소은정의 눈에 눈물빛이 서렸다.“됐어요. 이제 그만 가요.”자리에서 일어난 전동하가 조심스레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놀랐어요?”이 와중에 그녀를 걱정하는 전동하를 향해 소은정은 최선을 다해 웃어주었다.“아니요. 손 아프죠? 집 가서 내가 약 발라줄게요.”그제야 전동하의 입가에 늘 보이던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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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친한 사이

”주위에 지키는 사람 하나 없는데 미련하게 거기 갇혀있어? 대문은 잠겼어도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되잖아. 사내 새끼가 그것도 못 뛰어내려? 아무리 곱게 자랐어도 그렇지.”돌아온 그를 바라보던 전인권이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도망칠 기회가 수없이 있었음에도 고집스럽게 곰팡이 핀 빵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니...한심하다는 듯한 전인권의 눈빛에 전기섭이 느낀 건 끝없는 치욕이었다.주위에 보디가드를 둘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을 전동하의 오만함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전인권은 동네 창피하다며 복수는 생각도 하지 말라 했지만...바닥에 엎드린 전기섭이 몰래 주먹을 쥐었다.언젠가... 내 바지가랑이를 잡고 차라리 죽여달라 애원하게 만들어주겠어, 전동하...한편, 오피스텔 앞에서 전동하와 소은정은 누가 먼저 돌아서냐로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이걸로 한참 동안 고민할 일인가 싶어 두 사람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결국 전동하가 먼저 그녀의 등을 들이밀었다.“얼른 가요. 오늘은 푹 쉬어요.”“알겠어요. 내가 먼저 들어갈게요. 오피스텔 안에서 동하 씨가 가는 거 보면 되잖아요.”소은정의 고집에 피식 웃던 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냥 같이 올라갈래요?”“됐어요.”소은정이 손을 쏙 빼냈다.싱긋 미소 짓던 전동하가 다시 소은정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손목을 확 당겨 그녀를 품에 안았다.두 팔로 허리를 안으니 전동하의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지고 소은정도 왠지 마음이 착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언제면... 동하 씨가 상처를 모두 지워낼 수 있을까? 나와의 즐거운 추억으로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흔적도 없이 덮였으면 좋겠다...한참 뒤에야 전동하는 품에서 그녀를 풀어주었다.“들어가요.”안겨있던 그녀도 왠지 달라진 전동하의 신체 변화를 느끼고 도망치듯 오피스텔 안으로 사라졌다.문에 기댄 소은정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어른 대 어른으로 사귀는 마당에 너무 내숭을 버리는 것도 웃기고 소은정도 어느 정도 다음 단계 스킨쉽에 대해 마음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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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내 여자니까

동하는 분명 돈도 있고 재능도 있지만 우리 가문의 지지 없이는 그저 자수성가한 젊은이에 불과해. 그런 수준으로 소은정 대표와 결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이미 결혼을 경험해 본 전인권이었기에 더 확신이 갔다.그제야 전기섭의 표정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아직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건 여전했다.“그러니까 더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해야지. 지금 문제는 소은정 그 계집애가 날 싫어한다는 건데... 어쨌든 동하랑 계속 만나는 꼴은 난 못 봐.”“조급해 한다고 될 일이 아니야. 문전박대나 당하는 주제에. 넌 도대체 밖에서 어떻게 하고 다니는 거니?”전인권도 어느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어렸을 때는 나름 영리한 아이였는데 전인그룹 대표로 취임하면서 점점 더 성격이 안하무인으로 변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얼굴이 살짝 일그러진 전기섭이 복잡한 시선으로 전인권을 바라보았다.“형, 지금 동하가 형 아들이라고 두둔하는 거야? 어차피 동하랑 소은정이 결혼해도 전씨 일가에 얻는 건 마찬가지니까 누구든 상관없다 이거야?”형이라고 부르는 전기섭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전인권의 눈동자에도 어느새 분노가 피어올랐다.그 동안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동생 밖에 모르는 멍청한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네 편을 들었어. 그런데 네가...!하지만 무작정 전동하에게 덤벼드는 전기섭의 행동에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전기섭이 광기 어린 눈으로 전인권을 노려보았다.“어찌 어찌 해도 자기 핏줄이라 이거야? 게다가 친손주인 마이크까지 키워주고 있으니까 왜 마음이 흔들려? 다시 우리 집안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전인권의 침묵을 묵인으로 받아들인 전기섭은 더 화가 치밀었다.“동하도 밖에서 나름 잘 나가니까 왜 애초에 내친 게 후회라도 돼? 내가 아니라 동하한테 회사 물려줄 걸 후회라도 하는 거냐고!”“전기섭, 그만해!”고개를 든 전인권이 소리쳤다.다른 건 몰라도 형까지 전동하 그 자식한테 빼앗기면 난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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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생각을 바꿔

여느 때처럼 박수혁과 함께인 이한석이 조용하게 그의 곁을 지켰다.올 때까지만 해도 기분 나쁘지 않으셨는데... 그런 얘기는 제발 집에서 하라고...이한석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이때 비서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오래 기다리셨죠. 들어오세요...”역시 프로라 그런지 방금 전까지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박수혁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전인권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전인권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그를 맞이했다.“죄송합니다. 박 대표님, 오래 기다리셨죠... 갑자기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실례 많았습니다.”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온 박수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닙니다. 전기섭 대표가 풀려났으니 걱정거리가 없으시겠어요. 요즘 바쁘게 지내고 있죠?”“아닙니다. 기섭이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진중한 멋이 없어요.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입니다.”“말씀드린 건 다 준비하셨나요?”박수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묻고 전인권이 부랴부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전인그룹은 A시에 첫 한국지사를 지을 예정입니다. 착공식도 이미 진행했고요. 태한그룹과의 계약서는 이미 작성했으니 확인해 보세요.”비록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전인권이 훨씬 더 우위였지만 워낙 다가기 어려운 박수혁의 포스에 왠지 기가 죽는 전인권이었다.게다가 전기섭을 찾아주는 조건으로 진행된 계약이라 일단 한수 접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계약서를 확인하던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생각이 바뀌었어. 전인그룹... 그냥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결심을 내린 박수혁이 고개를 들었다.“계약이야 뭐... 언제든지 사인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전인그룹이 한국에 자리를 잡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시죠.”전기섭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모든 게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 년안에 새 건물로 옮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준공식에 박 대표님도 꼭 와주세요.”“아, 저까지 갈 필요가 있나요.”피식 웃던 박수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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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무덤을 파네

한편 태한그룹.사무실로 돌아온 이한석은 의아할 따름이었다. 분명 전인그룹에 계약 체결 문제로 가신 건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뀌신 걸까? 설마 그 대화를 듣고...? 그리고 전기섭 그 사람도 소은정 대표님을 노리고 있을 줄이야... 앞으로 관계가 묘해지겠는데?의자에 앉은 박수혁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전인그룹... 지사 설립으로 절차 받고 있지?”“네. 아마 반년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비를 꽤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고개를 끄덕인 이한석의 설명에 박수혁이 코웃음을 쳤다.“흥, 준비? 쓸모없는 발악을 하는군.”고개를 든 이한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전인그룹과는 계약하지 않으실 생각인 겁니까?”“그래. 어차피 한국 지사 설립도 쉽게 진행되지 않을 거야. 내가 순조롭게 진행되게 두지 않을 거니까.”박수혁의 차가운 표정에 이한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이고... 화가 단단히 나셨나 보네. 그러니까 말을 조심해야 한다니까...“그럼 관련 부서에 미리 언질을 주는 게 좋을까요?”고개를 살짝 끄덕인 박수혁이 입을 열었다.“너무 타이트하게 잡진 말고... 될 것 같은 희망을 줘야 더 깊숙히 들어올 테니까.”함정을 파시겠다는 건가?박수혁의 뜻을 눈치챈 이한석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SC그룹.회의를 마친 소은정과 소은호가 회의실을 나섰다.사무실로 올라가려던 그때, 소은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은정아, 내 사무실로 와.”흠칫하던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랜만에 들어온 소은호의 사무실을 둘러보던 소은정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왠지 취향이 점점 아빠랑 비슷해지는 것 같은데...한편, 의자에 앉은 소은호가 서랍장에서 봉투를 하나 꺼넸다.“자.”봉투 안에 든 건 파티 초대장이었고 초대자의 이름은 천한강이었다.천한강은 윤시라 생부잖아?소은정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내 쪽으로 오긴 했지만 저쪽에서 널 지명했어. 천 회장은 아버지랑도 사이가 좋으니까 얼굴이라도 비춰. 어르신 기분 상하게 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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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오늘 밤만은 즐겁게 보내길

흠칫하던 소은호가 고개를 저었다.“나 오늘 시연이랑 데이트하기로 했단 말이야.”“...”잠시 후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소은호가 말했다.“전인그룹은 A시에 지사를 세울 예정이야. 어쩔 수 없이 고객들을 빼앗기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경계심을 늦추지 마. 아, 저번에 전기섭이랑 좀 사건이 있었다면서? 무슨 일 있었어?”소은정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사건까지는 아니고. 내가 혼 좀 내줬어.”“조심해. 뭐 일방적으로 참아줄 필요는 없고.”어깨를 으쓱하던 소은정이 대답했다.“내가 참을 성격이야? 참나... 나 간다.”소은정이 돌아서려던 그때 뭔가 생각난 듯한 소은호가 그녀를 불러 세우더니 서랍장에서 코발트 블루 상자를 꺼냈다.“자.”의아한 눈빛으로 상자를 연 소은정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와, 이쁘다. 루비 팔찌네.소은정의 담담한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고마워, 오빠.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별말씀을.”“그런데 갑자기 웬 선물이야?”“시연이가 출장 갔다가 사온 거야. 스위스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거라나? 네 스타일인 것 같아서 가지고 온 거래. 음... 오늘 건투를 빈다.”하, 새언니가 사온 거였어? 그러면서 뻔뻔하게 고맙다는 인사는 넙죽 받은 거야?만족스러운 눈빛으로 팔찌를 바라보던 소은호가 말했다.“새언니한테 고맙다고 전해 줘. 그리고 이런 선물은 앞으로도 환영이라는 말도 전하고.”어이가 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여동생을 흘겨보던 소은호가 말했다.“나가.”“그래.”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소은정은 자세히 팔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티끌 하나 없는 맑은 보석을 바라보니 가고 싶지 않은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조금 가벼워지는 듯했다.역시...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금융치료가 최고라니까.잠시 후, 소은정이 한유라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저녁에 시간 돼?”“뭐 재밌는 일이라면 언제든지.”다른 의미로 그녀만을 위한 파티니 초라하게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소은정은 일찍 퇴근하고 한유라와 함께 편집샵으로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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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누구 카드지?

소은정의 질문에 한유라가 피식 웃었다.“걔야 내가 파혼하길 원하지. 자기랑 결혼하자고 말했는데... 내가 싫다고 했어. 불륜으로 시작했다가 결혼에 골인했다는 소문에 평생 시달리면서 살고 싶지 않아. 어차피 결혼까지 갈 것 같지도 않고. 만나다 질리면 헤어지면 되는 거지. 결혼 같은 거에 억매이고 싶지 않아.”항상 밝은 척해도 유라도 속이 말이 아니겠네. 그래도 어쩌겠어. 자기가 선택한 길인데... 내가 옆에서 뭐라 해도 딱히 들을 애도 아니고.깊은 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한유라의 팔짱을 꼈다.“됐어.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마음에 드는 거 다 사. 이 언니가 쏜다.”소은정의 화통한 제안에 한유라가 눈을 반짝였다.“정말?”“당연하지. 내가 뭐 그런 걸로 거짓말하는 애니?”유라 기분이 좋아진다면 이 정도쯤이야...한유라가 잔뜩 신난 얼굴로 그녀의 팔을 끌더니 밖으로 나갔다.“그럼 진짜 마음껏 고른다.”잠시 후, 고급 주얼리 가게 들어온 두 사람은 본격적인 쇼핑을 시작했다.화려하게 반짝이는 보석들을 바라보던 한유라가 침을 꿀꺽 삼켰다.“은정아, 뭐가 괜찮을 것 같아? 오늘 파티에 입을 드레스랑 어울리면 좋겠는데.”“어차피 드레스는 집에 있고... 마음에 드는 거 다 사자. 천천히 매치해 보지 뭐.”“헐, 이걸 다?”소은정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오늘 파티도 같이 가주기로 했잖아. 뭐 출연료라고 생각해.”소은정의 목을 확 끌어안은 한유라가 냅다 뽀뽀를 날렸다.“은정아, 우리 평생 친구하는 거다? 절대 나 버리면 안 돼!”“얘가, 징그럽게 왜 그래?”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밀어냈다.한편, 직원은 오랜만의 횡재에 싱글벙글 웃으며 제품들을 포장하기 시작했다.소은정이 자연스럽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고 잠시 후 결제를 마친 직원이 카드를 그녀에게 돌려주었다.“15억 3000만원 결제되었습니다. 카드 돌려드릴게요.”이때 다른 보석을 훑어보던 한유라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물었다.“어?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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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우리 자기

카드를 다시 받은 소은정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동하 씨 카드면 안 쓰는 건데... 돌려주면 괜히 더 이상하게 보이려나?“두 분 조심해서 나가세요...”한유라가 소은정이 선후로 가게를 나서고 직원들이 바로 수군대기 시작했다.“부럽다. 도대체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하면 SC 집안 딸로 태어날 수 있을까? 15억을 한 번에 긁네... 부럽다.”“그러게...”가게를 나선 소은정은 바로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바로 전화를 받은 전동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기야...”옆에서 휴대폰에 귀를 착 붙이고 있던 한유라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하하하하하하, 자기야래. 동하 씨 진짜 사랑꾼이시네요...”한유라도 옆에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수화기 저편에서 끝없는 침묵이 이어졌다.소은정도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아니, 이 남자 요즘따라 정말 왜 이래? 자기라니... 나 혼자 있을 때면 몰라. 하필 유라도 있을 때...결국 소은정이 먼저 어색한 헛기침으로 침묵을 깨트렸다.“동하 씨.”“아, 네.”전동하가 바로 대답했다.아직도 눈치없이 웃고 있는 한유라를 흘겨보던 소은정이 물었다.“지갑에 동하 씨 카드 넣었어요?”당황한 듯한 전동하의 모습에 소은정이 설명을 이어갔다.“아, 유라랑 쇼핑 나왔는데 결제하고 보니까 처음 보는 카드더라고요. 카드 뒤편에 적힌 이름 보니까 동하 씨 이름이던데.”이에 전동하가 쿡쿡 웃었다.“네. 내 카드 맞으니까 마음껏 써요. 한도 같은 것도 없으니까.”“그런 말 아닌 거 알잖아요. 나한테 카드를 왜 줘요? 나도 돈 있어요.”“누가 은정 씨 돈 많은 거 몰라요? 그냥 내가 주는 용돈? 뇌물?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내 돈이라도 써야 마음이 편할 것 같으니까.”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한유라가 다시 끼어들었다.“에이, 동하 씨도 참. 연인사의 신뢰가 돈으로 쌓을 수 있는 건가요 뭐... 그런데 어떡하죠? 아까 결제된 그 돈... 은정이가 나한테 선물 쏘면서 쓴 거거든요.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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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파티장으로

잔뜩 억울한 표정의 윤시라는 방금 전에 울고 나온 듯 눈시울이 빨개진 모습이었다.그 모습에 왠지 웃음이 튀어나왔지만 딱히 먼저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우리 사이에 서로 안부나 물을 사이는 아니지.천한강도 반가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은정아, 왔구나. 유라는 정말 오랜만에 보네. 평생 철부지 소녀일 것 같더니 이제 숙녀가 다 됐네.”한유라는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라 천한강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으므로 허물없이 농담을 건넸다.“아저씨, 저희가 요즘 얼마나 바쁜데요. 얼굴 보려면 미리 예약하셔야 하는 거 알죠?”살짝 우쭐하는 한유라의 표정에 천한강이 껄껄 웃었다.“그래. 이제는 너희 젊은이들이 일할 차례지. 워낙 바쁘니까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아저씨가 특별히 자리 마련했다.”천한강의 장남 천진수가 넉살좋게 말을 건넸다.“은정아, 유라야. 앉아. 음식은 우리가 알아서 주문하긴 했는데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아니에요, 오빠. 맛있어 보이는데요 뭐.”소은정이 싱긋 웃었다.전체적인 화목한 분위기와 달리 우중충한 표정의 윤시라는 누가 봐도 어우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다 잠깐 정적이 감돌던 그때,갑자기 윤시라가 훌쩍이기 시작했다. 쟤가 눈치없이 울긴 왜 울어.천진아가 여동생을 흘겨보았다.천한강과 윤시라를 번갈아 훑어보던 천진수도 살짝 고개를 저었다.윤시라는 천씨 일가에게 결코 자랑스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게다가 온갖 사고까지 친 탓에 천진수, 천진아에게 갑자기 나타난 여동생은 골칫거리 그 자체였다.뭐, 천한강은 여전히 윤시라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처한 표정의 천한강이 술잔을 들더니 소은정을 향해 말했다.“은정아, 아저씨가 말 한 마디 할게. 우리 시라 30년만에 되찾은 딸인 건 이미 알고 있을 테고. 그 동안 혼자 억척같이 살면서 안 좋은 것도 많이 겪은 모양이야. 그 동안 너한테도 SC그룹에게도 폐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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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이미 망했어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천한강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래. 시라야, 사과해. 네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감당해야지.”또다시 침묵이 이어지고 소은정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와인잔을 바라보았다.샹들리에 불빛이 술을 비추어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한편, 소은정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윤시라에게 꽂히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는 말 그대로 가시방석이었다.한때 회사에서 처세술로 지사장 후보까지 올랐던 윤시라는 지금으로서 최선의 방법이 사과라는 걸 물론 알고 있었다.비록 자존심은 좀 상하겠지만 자존심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바닥에서 생존하는 것이었으니까.지금 그녀가 소은정과 척을 졌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웬만한 재벌 2세들은 그녀와 연락은커녕 얼굴을 보면 피하기에 바빴다.천한그룹에 출근하는 건 욕심많은 오빠, 언니는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막고 있었고 재벌집 딸씩이나 되어서 다른 회사에 직원이 되는 것도 자존심에 내키지 않았다.진퇴양난인 그녀의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사과뿐인데...하지만 이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며칠 전 신호민이 파혼을 하겠다며 그녀의 집에까지 와서 깽판을 치고 갔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그런데 내가 왜? 난 이미 벌을 받을 만큼 받았어. 그런데 내가 왜 또 소은정의 눈치를 살펴야 해?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고 천한강은 물론 두 남매의 표정마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겠다고? 도대체 뭘 망설이는 거야...잠시 후, 입꼬리를 씩 웃은 소은정이 담담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됐어요. 하기 싫은 사과 억지로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리고 제가 이 정도까지 물러서는 건 어디까지나 아저씨 체면을 봐서지 윤시라 씨 본인과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누가 와도 안 통할 테니까 알아두세요.”친절한 듯하지만 단호한 그녀의 말에 윤시라가 붉어진 눈시울로 고개를 들었다.“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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