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11 - 챕터 1120

2631 챕터

제1111화 돌려보내

소은정의 말에 현장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솔직히 분위기를 이렇게 어색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윤시라가 먼저 선을 넘어온 이상 굳이 고상한 척 앉아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천한강이 신경 써서 만든 자리일 텐데... 마지막 기회를 차버린 것도 윤시라 스스로의 선택이니까.소은정이 싱긋 웃더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천한강을 바라보았다.“아저씨, 이런 분위기에서 식사는 힘들 것 같네요. 뭐 아저씨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어요. 오랜만에 언니, 오빠 얼굴 봐서 좋았고요. 잊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한숨을 내쉰 천한강도 십 년은 더 늙은 얼굴로 일어섰다.“은정아, 고맙다.”적어도 그룹이나 천진수, 천진아에게는 화가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임을 눈치챈 천한강이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건넸다.어차피 식사 한 번으로 윤시라와의 악연이 풀릴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끝내는 게 어쩌면 최상의 결과일지도.소은정은 창백한 얼굴로 앉아있는 윤시라를 힐끗 바라본 뒤 단호하게 돌아섰다.어휴, 속이 다 시원하네.그녀의 뒤를 따라나온 한유라가 웃음을 터트렸다.“알고는 있었지만 너도 참 막 나간다. 아저씨 표정 봤지?”“아저씨가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는지는 나도 알고 있지. 기회를 놓친 건 윤시라 탓이잖아?”소은정이 피식 웃었다.“다 자기가 자초한 거지 뭐. 여전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아저씨만 아니었으면 평생 우리랑 같은 테이블에서 밥도 같이 못 먹는 레벨이면서...”소은정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힐끗 올려다 본 뒤 한숨을 내쉬었다.“집에 가자. 피곤하다.”“그래.”한유라도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소은정과 한유라가 떠난 레스토랑.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중에서 안색이 가장 안 좋은 건 천한강이었다.소은정이 윤시라의 추접한 과거를 폭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드는 건 그녀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것이었다.평소 그의 앞에서는 착한 척, 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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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돈 받고 꺼지시지

무릇 재벌가에서 자식은 적으면 적을 수록 좋은 법.그나마 천진 남매는 어려서부터 우애가 좋기도 했고 천한강의 재산 역시 절반으로 나눠갖기로 오래 전부터 합의를 본 터라 딱히 부딪힐 일이 없었다.그런데 윤시라가 갑자기 나타나며 그 아슬아슬한 밸런스가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괜히 어렸을 때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그녀에게 더 많은 재산을 나눠주면 어떡하나 불안했으니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여동생의 존재가 결코 반갑지 않았다.이미 존재 자체로도 눈엣가시인 윤시라가 연이어 사고까지 쳐대니 천진수에게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처럼 느껴질 수밖에.우리가 평범한 집안이었어 봐. 저렇게 고분고분 우리 집으로 들어왔을까?남매고 뭐고 그녀를 내칠 것 같은 천진수의 말투에 윤시라는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빠, 내 말이 틀렸어요? 쟤 한 명 때문에 우리 집안 전부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는 없잖아요. 은정이는 뭐 괜찮다고 했지만 그쪽 집안이랑 나쁘게 엮인 거 소문 다 퍼져서 나랑 누나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진 줄 알아요? 거의 왕따나 마찬가지라고요.”천진수의 말에 천진아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아빠. 진지하게 고민해 보세요. 뭐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여기서 괜히 미움 받고 사는 것보단 낫잖아요?”“싫어요. 오빠, 언니, 나한테 도대체 왜 이래요? 언니, 오빠 말대로 회사에도 안 나가고 있는데 이젠 아예 한국을 뜨라고요?”윤시라가 다급하게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한국을 뜬다면 말 그대로 천씨 일가의 내놓은 자식이 될지도 모른다.내가 어떻게 손에 넣은 건데. 절대 빼앗길 순 없어.한편,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천한강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자식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자 참다 못한 천한강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그만들 해!”깊은 한숨을 내쉰 천한강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지팽이를 짚고 천천히 룸을 나섰다.그녀를 해외로 내보낸다는 말에 딱히 반대를 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 윤시라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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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하나가 아니라

어떻게든 아버지 얼굴을 뵙고 직접 사과드려야 해.당황한 얼굴의 윤시라가 허둥지둥 집안으로 쳐들어가려고 했으나 집사가 그런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시라 아가씨, 그만하세요. 회장님의 결정은 바뀌지 않으실 겁니다.”울먹이던 윤시라가 한이 맺힌 듯 절규했다.“왜? 어렸을 때 한 번 버린 것도 모자라서 이제 와서 또 날 버린다고?”바로 코앞에 보이는 호화로운 저택을 바라보는 윤시라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아버지를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겠어요.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미안하다면서. 그 마음의 빚 살면서 천천히 갚아나가겠다면서... 이제 와서 날 버린다고요?”이성을 잃은 윤시라의 모습에 집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시라 아가씨, 회장님께 자식은 아가씨 한 명뿐이 아닙니다. 진수 도련님과 진아 아가씨는 우애도 좋으시고 지금까지 회장님을 실망시킨 적 한 번도 없으세요... 그에 반해 아가씨는... 그 동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아가씨 본인이 더 잘 아시겠죠. 아가씨가 저지른 잘못이 회장님의 체면은 물론 다른 두 자식의 앞길까지 망쳐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을 겁니다.”온몸이 경직된 채 부들부들 떨던 윤시라가 집사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내가 두 사람 앞길을 망쳐놔요? 그 두 사람은 몰라요. 내가 그 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평생 호의호식 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뭘 알겠어? 나도 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살고 싶어서!”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윤시라가 거칠게 집사의 손을 뿌리치더니 눈물을 쓱쓱 닦아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 얼굴 뵙고 갈 거예요. 안 그럼 여기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건 그녀의 인생에 있어 로또나 마찬가지였다.그 꿈 같은 사실을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쫓겨날 순 없었다.이제 겨우 다른 사람들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서 살게 됐는데... 안 돼...모르면 몰라도 재벌가 자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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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보상

2억, 누군가에겐 평생 만져보지 못할 돈이지만 재벌가 사람들에겐 쇼핑 한 번 정도에 쉽게 쓸 수 있는 돈이다.지켜주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껌값이나 다름없는 돈 몇 푼 쥐어주고 쫓겨나는 신세가 기막혔지만 이 돈이라도 챙기는 게 이득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입술을 깨문 채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빼앗 듯 수표를 낚아채고 돌아섰다.윤시라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쯤 다시 휴대폰을 든 집사가 천한강에게 전화를 걸었다.“돈 받고 떠나셨습니다.”집사의 말에 흠칫하던 천한강의 얼굴에 실망감이 피어오른다.솔직히 남아서 어떻게든 혼자 살아보겠다고 했다면 몰래 도와줬을 것이다. 결국 눈앞의 돈을 선택했구나... 그래. 이것도 그 아이 팔자라면 팔자겠지.“그래. 정말 떠난 게 맞는지 지켜봐.”“네.”어젯밤 천한강 역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동이 틀 때까지 고민한 끝에 그가 내린 결정이 바로 이것이었다.다른 가족과 평생 일궈온 사업을 지키기 위해 포기할 건 포기하고 내칠 건 내치자.말 그래도 두 번 자식을 버리게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밀려왔지만 윤시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 워낙 실망스럽기도 했고 잠깐의 죄책감보다는 가지고 있는 걸 잃게 될 거란 두려움이 더 컸으니까.생각외로 부모 자식간의 정이라는 것도 시간을 들여 키워가야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죄책감의 무게는 가벼웠고 어느새 그 자리에 남은 건 실망감뿐이었다.그래. 지금까지 시라가 없어도 잘 살아왔잖아. 이 나이에 자식 때문에 골치 아프고 싶지 않아. 이게 최선이야...한편, SC그룹.한유라의 전화를 받은 소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너 일 안 하니? 요즘 아줌마 회사로 출근 안 하시나 봐?”그녀가 알고 있는 한유라의 어머니라면 출근 시간에 친구와 전화로 수다나 떨고 있는 걸 보면 분명 된통 혼내실 게 분명했으니까.소은정의 말에 푸흡 웃음을 터트린 한유라가 말을 이어갔다.“빅뉴스 알려주려고 전화한 건데 이럴래? 아저씨가 결국 윤시라 그 여자를 내쳤대. 오늘 바로 해외로 출국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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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는 거성 프로젝트의 유럽 진출 사안으로 전동하는 유럽 출장을 떠나야 했다.애초에 유럽 진출은 그가 먼저 제안한 거기도 했으니까.이른 저녁, 소은정은 배웅을 위해 전동하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분명 별마음 없이 온 건데 정작 떠나보내려니 왠지 모를 아쉬움이 앞섰다.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전동하가 소은정의 코트를 잘 여며주었다.“곧 돌아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동안 매일 내 생각하는 거 잊지 말고요.”하여간, 느끼하다니깐.미소로 대답을 대신하는 소은정의 모습에 전동하가 그녀의 잔머리를 정성껏 넘겨주었다.“전화도 문자도 자주 해요. 시차가 있긴 하지만 보면 바로 답장할 거니까.”“알겠으니까 얼른 가요.”소은정이 그의 등을 떠밀고 피식 웃던 전동하가 홱 돌아서더니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갑작스럽게 안긴 소은정도 살짝 흠칫했지만 굳이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두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이 순간만큼은 북적거리는 공항에 두 사람뿐인 듯 싶었다.“사귀고 나서 이렇게 오래 떨어져있는 건 처음이네요.”전동하가 한숨을 푹 내쉬자 소은정이 괜히 퉁명스럽게 말했다.“마이크보다 더 어리광쟁이네요.”싱긋 웃던 전동하가 소은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말이 나와서 말인데 마이크한테는 너무 자주 가지 말아요. 괜히 더 들러붙을 거니까.”이미 오는 내내 수없이 들었던 당부라 소은정은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이 남자 이렇게 잔소리가 심했던가?공항에 “전동하 고객님 얼른 탑승해 주세요”라는 공지가 퍼질 때쯤에야 전동하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소은정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전동하를 향해 손을 저었다.VIP 통로라 망정이지 다른 곳이었으면 사진이 찍혀도 백 번은 찍혔을 거란 생각에 소은정도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은정, 사랑꾼 다 됐네.몇 분 뒤, 전동하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비행기 탔어요. 얼른 가요.”문자를 확인한 뒤에야 돌아서던 소은정의 미소가 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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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잘 어울려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박수혁의 눈동자는 어둡기만 했다.“아직 내 질문에 답 안 했잖아.”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래?소은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무슨 질문?”“왜 하필 저 자식이냐고. 왜 전동하는 되고 난 안 되냐고.”전동하? 외모로 보나 재산으로 보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보다 나은 게 없는 남자잖아. 그런데 왜 난 안 되고 그 자식은 되는 건데...박수혁의 말에 흠칫하던 소은정은 차분한 표정으로 박수혁의 얼굴을 다시 훑어보았다.이혼할 때의 그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박수혁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항상 그녀에게 선을 긋고 그녀에게만큼은 잔인할만큼 차가웠던 남자였는데...어쩌다 입장이 이렇게 바뀌게 된 걸까?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수혁이 바뀐 모습을 보여줄 수록 과거 그의 차갑던 모습만 더 뚜렷해졌다.“이유 같은 건 없어. 나 동하 씨랑 있으면 행복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름 잘 맞고 잘 어울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이미 과거야.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아.”말을 마친 소은정이 그를 지나치려 했지만 박수혁은 다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과거? 정말 너한테는 과거일 뿐이야?”상처받은 야수 같은 박수혁의 눈동자가 일렁였다.“알아. 내가 잘못했던 거.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네 상처 다시 보듬어 주고 싶었어. 도대체...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해 줄 건데? 내가 아무리 해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더 잘해줄게. 그러니까 제발...”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의 말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었다.서민영이 생각나서였다.그녀에게 피를 뽑아줄 때마다 박수혁에 대한 사랑도 함께 빠져나간 걸까?이혼 뒤 박수혁이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인간은 결국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고 이제 와서 비굴하게 구는 박수혁보다 과거 사랑에 상처받았던 그녀 자신이 더 불쌍했다.그러니까 우린 안 돼.“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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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신고할 거야

“은정 씨, 나 강서진이에요. 여기 잠깐 와줄 수 있어요? 형이 많이 취했어요. 근데 굳이 운전해서 은정 씨 만나러 가겠다고 난리라... 기사도 이미 퇴근했고 저희도 전부 술을 먹어서 운전을 못해요. 그러니까 은정 씨가 와주면 안 돼요?”강서진의 급박한 목소리에 방금 전까지 피곤하던 마음이 싹 가셨다.잔뜩 굳은 표정의 소은정이 한숨을 푹 내쉬었고 옆에서 통화 내용을 전부 듣고 있던 우연준도 그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지금 어디예요? 거시서 기다려요.”순간 강서진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아. 지금...”주소를 들은 소은정이 침착하게 통화를 마치자 우연준이 차키를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지금 가시려는 겁니까? 제가 운전하겠습니다.”“아니에요.”대답과 동시에 소은정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여보세요? 경찰이죠. 지금 음주운전을 시도하려는 현장을 목격해서요. 네, 지금 당장 와주세요. 여기 주소가...”이에 우연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세상에... 대표님 꽤 세게 나가시네.한편 통화를 마친 강서진은 꽤 취한 박수혁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형,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나머지는 형이 알아서 해. 차에 타. 은정 씨 오면 바로 시동 걸겠다고 협박을 하든 애원을 하든 하라고...”강서진의 말에 박수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소은정이 온다는 소식에 기쁘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하지만 알코올 때문에 이미 이성이 마비된 그는 더 고민하지 않고 고분고분 강서진에 의해 차에 탑승했다.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던 강서진이 말했다.“너무 고마워하지 마. 여자들은 워낙 마음이 약하잖아? 게다가 형이 전동하 그 자식보다 못한 게 뭐야. 난 형 응원해.”20분 뒤, 혼자 운전석에 앉아있는 박수혁은 왠지 모르게 손바닥에 식은 땀이 났다.이때 저 멀리 도로 끝에서 차량 조명이 반짝이고 그제야 잔뜩 경직되어 있던 그의 몸에 힘이 풀렸다.그리고 혹시나 술 냄새가 덜 나지 않을까 싶어 미리 준비해 둔 술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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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스스로를 알라

잠시 후, 이한석이 도착하고 경찰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곧 상황이 종료되고 이한석이 다시 차쪽으로 다가갔다.“대표님,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릴까요?”눈을 꼭 감고 있던 박수혁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참 매정하다...”주어는 없었지만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천하의 박수혁에게 이렇게 허탈함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은 소은정뿐일 테니까.이한석이 정색하며 말했다.“대표님, 여긴 보는 눈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띄기라도 하면 괜히 시끄러워질지도 모릅니다. 제가 모셔다 드리죠?”드디어 눈을 뜬 박수혁의 눈동자가 순간 번뜩이고 곧 아무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그러자 이한석이 부랴부랴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SC그룹.소은정과 우연준이 차례로 사무실을 나섰다.먼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에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할 말 있으면 해요.”소은정의 솔직한 질문에 우연준이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요? 박수혁 대표가 알기라도 하면...”“당연히 알게 되겠죠. 아니, 차라리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계획은 안 통한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차가운 미소를 짓는 소은정의 모습에 우연준이 다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한때 박수혁에게 그렇게나 일편단심이던 소은정이 이렇게 매정하게 변하다니... 시간이 나름 많이 흐르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차키를 누른 소은정이 우연준을 돌아보았다.“내가 직접 운전할 거니까 우 비서님은 어서 퇴근해요.”고개를 끄덕인 우연준은 그녀의 차량이 떠나는 걸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자신의 차에 탑승했다.오피스텔에 도착한 소은정은 바로 전동하의 전화를 받았다.시차에 따르면 전동하가 있는 곳은 아마 아침 9시일터.“아직 안 자고 있을 줄 알았어요.”소은정이 피식 웃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새 프로젝트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은정 씨라면 무조건 야근할 것 같아서요.”스쳐지나가듯 말한 건데 그걸 기억하다니.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그쪽은 어때요? 잘 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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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내 마음대로

소찬식의 말에 흠칫하던 소은정이 눈을 반짝였다.“선생님이요? 귀국하셨다고요?”소은해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방 선생님이요?”방지숙은 국내 톱 아티스트로 해외 공연이 끊이지 않는데다 업계에서는 거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물론 소씨 일가 남매들에게 방지숙은 평범한 아티스트 그 이상이었다. 그녀는 소은정 어머니의 선생님이었으니까.그녀의 어머니가 세상을 뜨고 나서 방지숙은 자주 아이들을 보러 오는 등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 메꿔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그리고 소은해를 연예계로 데뷔시켜준 것도 방지숙이나 다름 없었고 방지숙의 인지도 덕분에 소은해는 신인 시절부터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적어도 선배 눈치를 살피면서 굽신거릴 필요는 없었으니까.뭐 다들 대학교로 입학하고 각자 일 때문에 바쁘게 지내면서 얼굴을 못 본 지 꽤 되었지만 말이다.벌써 7년 전이네... 선생님 얼굴 마지막으로 뵌 게...“너희들 다 방 선생님이랑 친해? 부럽다...”김하늘이 미간을 찌푸렸다.고개를 끄덕이던 소은정이 대답했다.“너도 방 선생님 팬이었지? 오늘 성덕 된 거네?”소은호와 한시연 역시 서로를 마주보다 싱긋 미소를 지었다.잔뜩 흥분한 표정의 소은해가 바로 주방으로 달려나갔다.“지금 어디까지 오셨는데요? 내가 직접 모시러 가야겠어요!”아들의 호들갑에 소찬식이 눈을 흘겼다.“지금 이미 오시는 중이야. 곧 도착하시니까 조용히 앉아있어!”잔뜩 신난 소은해는 소찬식에게 욕을 먹어도 좋기만 한지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그를 구박만 하는 소찬식과 달리 방지숙은 네 남매 중 소은해를 가장 아꼈다. 예술 재능이 뛰어나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그에게 높은 기대를 걸었으니까.20분 뒤, 방지숙이 도착했는지 조용하던 정원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인기척을 들은 소은해가 버선발로 현관을 뛰쳐나갔다.역시나 방지숙이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50이 넘는 나이임에도 방지숙은 여전히 우아하고 꼿꼿했으며 기품이 흘러넘쳤다.그런 방지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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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기회는 많지 않아

역시 선생님! 내 선물을 빼먹을 리가 없지!순간 소은해가 눈을 반짝였다.“역시, 선생님은 날 가장 아끼신다니까. 제 선물이 가장 좋은 거죠?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주시는 거 맞죠?”소은해는 어이 없다는 표정의 소은정을 애써 무시한 채 싱글벙글 웃으며 선물을 열어보았다.그리고 안에 든 물건을 확인한 순간, 표정이 어색하게 굳더니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선물 상자 안에 든 건 대본이었다.“돌려서 말하지 않으 마. 요즘 연예계에서 나름 잘 나간다는 얘기는 들었다. 뭐 세계적인 톱스타께서 연극 따위에 관심을 가져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내가 준비 중인 연극이 하나 있거든? 그 중에 서생 역할을 맡을 배우가 아직 캐스팅이 안 됐네. 오디션 한 번 봐봐.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디션 기회를 주는 것까지야. 역할을 따낼 수 있을지 말지는 네 능력에 달렸겠지. 물론, 연극에 관심 없으면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고.”방지숙의 말에 소은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볼게요. 무조건 볼게요.”방지숙이 추천하는 배역이라면 얼마나 좋은 역할일지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연예계에서 이미 톱을 찍은 그에게 더 이상 비싼 출연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인기란 거품과 같아서 언제든지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니까.그가 원하는 건 좋은 작품의 좋은 배역을 만나는 것이었다. 원하는 작품만 하기 위해 직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그가 가장 원하는 무대, 진정한 예술의 전당이 그의 앞에 펼쳐졌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방지숙의 제안을 듣던 소찬식이 코웃음을 쳤다.“쟤는 이미 연예인 물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 그 동안 돈을 너무 쉽게 번 거지. 연기하는 법은 진작 잊어버렸을 걸요? 차라리 다른 사람을 찾는 게...”“아빠, 저 누군지 아시잖아요.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소은해예요. 기회 한 번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 연기할게요.”다급해진 소은해는 급기야 발까지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아빠, 오빠 겁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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