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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잘 어울려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박수혁의 눈동자는 어둡기만 했다.

“아직 내 질문에 답 안 했잖아.”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래?

소은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무슨 질문?”

“왜 하필 저 자식이냐고. 왜 전동하는 되고 난 안 되냐고.”

전동하? 외모로 보나 재산으로 보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보다 나은 게 없는 남자잖아. 그런데 왜 난 안 되고 그 자식은 되는 건데...

박수혁의 말에 흠칫하던 소은정은 차분한 표정으로 박수혁의 얼굴을 다시 훑어보았다.

이혼할 때의 그 남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박수혁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항상 그녀에게 선을 긋고 그녀에게만큼은 잔인할만큼 차가웠던 남자였는데...

어쩌다 입장이 이렇게 바뀌게 된 걸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수혁이 바뀐 모습을 보여줄 수록 과거 그의 차갑던 모습만 더 뚜렷해졌다.

“이유 같은 건 없어. 나 동하 씨랑 있으면 행복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름 잘 맞고 잘 어울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이미 과거야.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소은정이 그를 지나치려 했지만 박수혁은 다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과거? 정말 너한테는 과거일 뿐이야?”

상처받은 야수 같은 박수혁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알아. 내가 잘못했던 거.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네 상처 다시 보듬어 주고 싶었어. 도대체...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해 줄 건데? 내가 아무리 해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더 잘해줄게. 그러니까 제발...”

박수혁의 말에 소은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서민영이 생각나서였다.

그녀에게 피를 뽑아줄 때마다 박수혁에 대한 사랑도 함께 빠져나간 걸까?

이혼 뒤 박수혁이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고 이제 와서 비굴하게 구는 박수혁보다 과거 사랑에 상처받았던 그녀 자신이 더 불쌍했다.

그러니까 우린 안 돼.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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