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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훔쳐 듣기

비록 스폰을 받았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긴 했지만 굳이 유준열의 앞길을 막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도준호 대표도 이런 흑역사 하나 때문에 황금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리가 없고 말이다.

유준열의 하얀 얼굴에 막연함이 스쳤다.

“하지만... 회사 분위기도 묘하게 달라진 것 같아요. 다들 호영 선배만 신경 쓰고 전... 매니저도 바뀐데다 행사 스케줄도 몇 개나 취소됐다고요...”

그제야 소은정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럴 리가요?”

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

하지만 초조한 유준열의 표정을 보아 하니 거짓말을 아닌 듯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도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옆에 서 있는 유준열을 힐끗 바라보던 그녀가 스피커폰을 켰다.

“도 대표님, 지금 뭐 하세요?”

“뭐 하긴요. 손호영 씨 관련 미팅 중이에요. 이번 드라마 반응 나쁘지 않더라고요. 곧 대박 날 것 같은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그런데 유준열 씨 쪽은 어떻게 된 거예요?”

손호영의 언급에 유준열의 표정이 점점 더 굳자 그녀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스케줄도 적어지고 매니저도 바뀌었다던데.”

그녀의 질문에 유준열이 잔뜩 긴장한 듯 귀를 쫑긋 세웠다.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대요. 준열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이잖아요. 그런데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격한 댄스음악만 할 순 없으니까 배우로 전향 중이고요. 실력파 배우로 이미지를 바꿀 생각인데... 너무 갑자기 바뀌면 대중들이 거부감이 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일단 잠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좋은 감독님들 영화 있으면 특별 출연이나 카메오로 얼굴은 조금씩 비추고요. 연기 연습도 할겸.”

도준호의 합리적인 설명에 소은정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매니저는 왜 바꾼 거예요?”

“아, 그 매니저? 물어오는 건 싸구려 CF뿐인데다 갑질은 어찌나 심한지... 소문이 안 좋은 사람이었거든요. 새롭게 이미지를 바꾸기로 했으면 싹 다 바꾸는 게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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