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61 - 챕터 1070

2631 챕터

제1061화 껌딱지

그런데 단 한 번도 결혼 생각은 안 했다고?사실 민하준은 결혼 여부에 딱히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면 인생의 유일한 기회를 거래의 조건으로 이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한유라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이혼을 결심했다.그런데... 쪽팔려서 결혼을 안 하겠다니?내가... 내가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실망 가득한 그의 모습에 한유라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갸느다란 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다.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남자의 마음을 현혹하는 요괴 같기도 했다.민하준의 품에 얼굴을 기댄 한유라가 주문을 걸 듯 속삭였다.“아니,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당신이 날 위해 한 모든 것... 영원히 기억할게. 하지만 우리...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법적 관계에 얽매이지 말자.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아. 하지만 우린... 지금 이대로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거잖아.”그녀의 말에 민하준의 가슴이 욱신거렸다.분명 한유라의 동작 하나하나는 그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글자 하나하나마다 그의 숨통을 틀어막 듯 치명적이었다.이 세상에 명분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그런데 그 명분이 한유라는 싫단다.애초에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속여 신뢰를 잃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왠지... 마음 속 한 구석이 불편했다.한유라를 품속에서 떼어낸 민하준이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살펴보았다.“유라야, 난 언젠가 다시 결혼을 해야 할지도 몰라... 너도 알겠지만...”어쩌면 언젠가 평범한 가족이 가지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갑게 식어가는 한유라의 표정을 보는 순간 목구멍이 꽉 막힌 듯 뒷말은 꺼낼 수 없었다.단호하게 그의 팔을 풀어낸 한유라가 팔짱을 꼈다.매혹적이던 눈동자는 날카롭게 변하고 사랑을 읊던 빨간 입술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다.“그럼 헤어지면 되는 거지 뭐. 걱정하지 마.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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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진심으로 사랑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진 한유라가 홱 돌아섰다.결혼을 원하는 거면 다른 사람한테로 가봐. 난 그 로망 영원히 이루어줄 수 없을 테니까...한유라는 민하준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만큼 민하준이 밉기도 했다.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은 영원히 안 돼...엄마의 기대를 져버리고 친구들의 실망까지 감수하며 그를 만나는 것, 그녀가 민하준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한유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왠지 모를 답답함에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았지만 민하준 앞에서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그런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민하준이 결국 성큼성큼 문을 나섰다.쾅!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제야 한유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차라리 잘됐어. 괜한 기대하는 것보다 미리 실망하는 게 나으니까.몇 분 뒤, 감정을 추스른 듯한 민하준이 다시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녀와는 아무런 말도 섞지 않은 채 바로 안방으로 향했다.안방 문이 닫히고 그제야 고개를 숙인 한유라가 피식 웃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깨진 그릇을 아무리 붙여도 그 자국을 지울 수 없듯이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두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언젠가 민하준이 결혼을 한다 해도 그 상대는 그녀가 아니라는 것을.천천히 한숨을 내쉰 한유라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그래. 어쨌든 다시 돌아왔으니까 내가 먼저 달래야지 뭐.티비를 끈 한유라가 사뿐사뿐 안방으로 걸어갔다.돌아누운 채 괜히 자는 척하는 남자를 바라보던 그녀가 천천히 옷을 벗었다...한편, 인터넷은 여전히 김하늘과 소은해의 열애설로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다음 날, 도준호 대표의 압박에 못 이겨 소은해는 결국 대중들에게 자신의 열애설에 대해 설명을 하기로 결정했다.사실 평소 소은해는 아무리 공인이라도 사생활까지 전부 밝혀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긴 했고 연예인이 아닌 김하늘이 괜히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이 앞섰다.게다가 며칠 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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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낯짝도 두껍지

그리고 하루종일 마음속 한 구석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히는 기분이 들었다.그래. 공인인 오빠도 저렇게 당당한데 내가 뭐라고 시무룩해 있었던 걸까?은정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을 때는 딱히 실감이 안 났었는데 이제 알겠네. 나랑 오빠 사이의 장애는 사실 내가 상상으로 만들어냈던 거란 걸......별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소은정은 굉장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파티장 앞에 나타났다.성강희가 와달라고 조르지 않았더라면 전동하와의 약속을 미루면서까지 올 이유가 없는 파티였다.차에서 내린 소은정이 눈부신 조명에 눈을 살짝 찌푸리고 문앞에서 추위에 덜덜 떨던 성강희가 성큼성큼 다가왔다.“야, 너 20분이나 늦은 거 알아?”성강희의 불만섞인 목소리에도 소은정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러게 오기 싫다고 했잖아.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네 체면 세워준 거니까 징징대지 마.”순간 성강희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다른 여자였다면 5분이라도 늦으면 바로 손절했겠지만 소은정은 달랐다.어려서부터 그녀에게 양보하는 게 익숙해져서일까? 소은정 앞에서만큼은 왠지 작아지는 성강희였다.“그런데 무슨 파티인데?”비즈니스 파티면 그녀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의아했다.“심강열 생일 파티. 나도 심 대표랑 안면 튼지는 얼마 안 됐는데... 그래도 얼굴은 비춰야 할 것 같아서.”순간 발걸음을 멈춘 소은정이 얼굴을 찡그렸다.“왜 그걸 이제야 말해?”“왜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래?”성강희가 오히려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야, 아무리 그래도 유라 약혼남이잖아. 한유라... 정략결혼이라곤 하지만 약혼남 생일에 얼굴도 안 비추는 건 정말 너무하지 않냐? 그러니까 친구인 우리라도 참석해야지.”소은정의 마음이 착잡해졌다.‘아... 괜히 왔다. 성강희 이 바보 멍청이! 유라가 왜 안 왔겠어? 정말 아직도 모르겠냐고!’속으로 성강희를 향한 욕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심강열이 모습을 드러냈다.소은정을 발견한 그 역시 흠칫하더니 형식적인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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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딱히 중요하지 않아

박수혁의 뼛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소유욕이 활화산처럼 터지고 있었다.성강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참석한 파티에서 정말 소은정을 만나게 되다니.꾹꾹 눌러담았던 그리움이 통제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해외 지사에 출장갔다가 네 선물도 샀었어. 회사로 보냈었는데 왜 안 받았어?”박수혁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그녀의 취향에 따라 고르고 또 고른 선물인데... 왜? 마음에 안 들었나?박수혁의 질문에 소은정이 피식 웃었다.“아무 이유도 없이 선물 주고 받을 사이는 아니잖아?”차가운 목소리로 선을 긋는 소은정의 모습에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전동하 대표 아들은... 괜찮아?”“응.”고개를 끄덕이는 소은정의 눈빛에서는 그 어떤 고마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은정이도 나와 전기섭 사이에 뭔가 있다고 의심하는 건가?우연한 만남에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전동하 대표... 복잡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야. 너무 믿지 마.”“충고 고마워.”기가 막힌 박수혁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낯선 누군가가 다가왔다.“박수혁 대표님? 아이고, 오랜만이네요. 어, 사모님도 함께 오셨네요?”서산시에서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대표였다.3년 전 쯤에 태한그룹에서 하청을 맡았던 덕에 박수혁 대표와도 안면이 있었고 그의 부인이었던 소은정도 물론 알고 있었다.사모님이라는 단어에 소은정도 박수혁도 미간을 찌푸렸다.“누구신지...”“대표님, 3년 전에 만나고 오늘 다시 뵙네요. 그때 계획서를 드리려고 태한그룹 본사까지 갔었는데 휴게실에서 사모님을 만났죠. 사모님, 그때 기획서는 사모님께서 전해드릴 테니 놓고 가라고 하셨잖아요. 기억하십니까?”그때까지만 해도 김 대표는 왜 사모님이라는 사람이 일반 손님들과 함께 기다리는 건가 의아했지만 전해 주겠다는 기획서가 퇴짜를 맞고 오고 가는 소문을 듣고 나서야 소은정이 허울뿐인 와이프라는 걸 알게 되었다.이런 상황이 일어날 거라곤 예상치 못한 박수혁은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아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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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합리적인 해석

박수혁의 주위에 차가운 아우라가 피어올랐다.차가운 눈빛으로 소은정의 허리에 감긴 손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이를 악물었다.할 수만 있다면 저 손을 잘라버리고 싶었다.한편, 갑작스러운 전동하의 등장에 가장 놀란 건 바로 김 대표였다.“사모님이 아니라고요? 제... 제가 잘못 봤을 리가...”김 대표는 소은정의 얼굴을 다시 훑어보았다.비록 분위기가 살짝 바뀌긴 했지만 저런 아름다운 얼굴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잘못 봤을 리가 없는데...싱긋 웃은 전동하가 차가운 목소리로 해명을 이어갔다.“지금은 제 여자친구입니다. 박수혁 대표님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죠.”박수혁을 힐끗 바라보던 전동하가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친구도 왔던데 인사 안 해도 되겠어요?”전동하의 턱끝이 가리키는 쪽을 돌아본 소은정은 그녀를 향해 손을 젓고 있는 추하나를 발견했다.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그녀에게는 나이스 찬스였다.“인사해야죠. 얼른 가요.”박수혁과 김 대표를 향해 고개를 까딱한 소은정이 돌아섰다.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성강희가 혀를 찼다.하, 두 사람 언제 저렇게 가까워진 거야? 갓 사귈 때만 해도 곧 헤어질 것 같더라니...김 대표 또한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정말 내가 잘못 본 건가?그가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제... 제가 정말 잘못 본 겁니까?”차가운 시선으로 소은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자꾸 고개를 내미는 짜증을 애써 누르며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요. 제대로 보신 거 맞습니다.”말을 마친 박수혁이 쿨하게 돌아섰다.어차피 소은정 얼굴도 봤겠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전동하... 이제 아예 대놓고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내가 정말 네가 이뻐서 가만히 내버려 두는 줄 알아? 이제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네...드디어 혼자 남겨진 김 대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을 껌벅이고 있었다.박수혁 대표 와이프가 다른 남자의 여자친구라니... 내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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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달래줘요

전동하가 자리를 뜨고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추하나가 소은정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축하해요.”“고마워요. 그런데 우혁이는요?”아직 열애 사실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이런 자리에 추하나를 혼자 보낼 성격이 아닐 텐데...“우혁이 요즘 새 프로그램 기획 중이거든요. 아까 그냥 얼굴만 잠깐 비추고 바로 갔어요.”다행이네. 두 사람 여전히 좋아보여서.잠시 후, 다시 돌아온 전동하가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 바로 그 눈빛에 담긴 뜻을 눈치챈 소은정이 일어섰다.“하나 씨, 그럼 저도 이만 가볼게요. 만나서 반가웠어요.”“그래요. 이제 또 봐요.”호스트인 심강열에게도 인사를 한 뒤 파티장을 나선 두 사람은 자연스레 전동하의 차에 탑승했다.왠지 숨막히는 분위기에 소은정이 살짝 창문을 열었지만 전동하가 다시 창문을 닫아버렸다.“아직 밤바람이 차요. 옷도 이렇게 얇게 입었으면서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요?”꾸짖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걱정은 감출 수 없었다.“화 다 풀린 거예요?”소은정의 질문에 전동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어차피 은정 씨가 날 달래줄 리도 없으니까 알아서 풀어야줘.”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은 죄책감이 밀려들면서도 왠지 의아했다.달래달라니. 애도 아니고...곁눈질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던 전동하가 물었다.“왜 처음부터 해명 안 했던 거예요?”아... 아직도 그 사모님이라는 단어가 신경 쓰이는 거구나.“사실 처음엔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서... 해명하려던 참에 동하 씨가 온 거고요...”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전동하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그럼 어떻게 달래줄까요?”두 사람의 연애에 더 적극적인 건 항상 전동하였고 소은정도 어느새 그의 사랑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상태였다.하지만 순간 이런 관계가 전동하에겐 불공평하다는 기분이 들었다.소은정의 진지한 눈빛에 전동하의 가슴이 콩닥거렸다.안정적으로 운전을 하던 그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에 당장이라도 브레이크를 밟고 싶었으니까.그제야 살짝 굳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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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가족들과의 만남

소은정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지려던 그때, 전동하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놓아주었다.살짝 달아올라 빨개진 뺨, 거칠어진 호흡,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 꿀을 바른 듯 반짝이는 입술...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전동하가 다시 그녀의 입술에 쪽 뽀뽀를 했다.하마터면... 정말 큰일날 뻔했어.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욕정을 누른 전동하가 말했다.“난 이렇게 달래주는 게 좋아요. 앞으로 기억해 둬요.”능글맞은 그의 말에 소은정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배워온 거야...입술을 꼭 깨문 소은정은 전동하를 홱 밀치더니 바로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풉... 역시 귀엽다니까.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전동하가 피식 웃었다.다음 날 아침, 부스스 눈을 뜬 소은정은 바로 휴대폰부터 확인했다.우연준과 처음 번호의 부재중 통화로 가득한 통화목록을 확인한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지?의아함과 함께 소은정은 먼저 우연준에게 콜백을 했다.“아, 대표님. 아까 마이크 학교 측에서 전화가 왔는데... 대표님더러 학교에 왔다 가시라는데요?”소은정의 비서로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던 우연준 또한 이번에만큼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소은정과 전동하가 사귀는 건 사실이지만 마이크의 선생님이 왜 전동하가 아닌 그녀에게 연락을 해왔는지... 이해가 안 갔다.욕실로 향하던 소은정도 발걸음을 멈추었다.“네? 아,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소은정이 전동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알림음에 전화를 끊은 그때 문자가 도착했다.“회의 중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중요한 회의인가 보네. 웬만하면 내 전화는 받을 텐데.잠깐 망설이던 소은정이 답장했다.“아니에요.”어차피 마이크는 그녀에게 이미 가족이나 마찬가지, 전동하 대신 학교를 가는 것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그녀가 학교에 도착하고 선생님이 공손한 태도로 그녀를 빈 교실로 안내했다.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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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딸이니까요

여학생이 먼저 울었다니 선생님 입장에서는 여학생이 피해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는 상태.게다가 평소 그렇게나 귀엽고 착한 마이크가 누군가를 괴롭혔을 리가 없다고 소은정은 생각했다.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선생님이 휴대폰을 확인했다.“아, 한별이 아버님이 교문 앞에 도착하셨다네요. 전 마중 좀 나가볼게요.”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는 이 사실을 전동하에게 알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이때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마이크가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누나 혼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니까 아빠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요. 저도 이렇게 사소한 일로 아빠 도움까지 받고 싶지 않다고요!”마이크의 말에 소은정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그래. 애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쩔 수 없지 뭐.잠시 후, 선생님이 한별이라는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교실로 들어왔다.한별은 동그란 얼굴에, 동그란 눈을 가진 누가 봐도 귀여운 여자아이였고 아버지는 50대쯤 되어 보이는 점잖은 중년 남자였다.물론 딸이 괴롭힘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이쪽은 마이크 누나분이시고. 이쪽은 고한별 학생 아버님이세요.”선생님의 소개에 소은정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지만 고한별 아버지라는 남자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코웃음을 쳤다.애매한 분위기에 어색한 미소를 짓던 선생님이 말을 이어갔다.“그럼 일단 두 분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볼까요?”선생님이 두 아이를 향해 말하고 고한별은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바라보더니 바로 눈시울을 붉혔다.“괜찮아. 아빠가 있는데 뭐가 무서워. 다 말해!”훌쩍이던 고은별이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마이크한테 물었는데 나더러 유치원부터 다시 다니라고 했어요...”고한별의 말에 마이크가 코웃음을 쳤다.“내 말이 틀렸어? 그런 것도 모르니까 유치원부터 다시 다니라고 한 거지!”“하, 얘 좀 봐봐?”고한별의 아버지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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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전동하는 당황스러웠다.뭐? 딸?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물으려던 그때 전동하의 머릿속이 번뜩였다.마이크는 항상 소은정을 “누나”라고 부르는데다 소은정은 워낙 동안이니 친누나라고 오해를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통화를 마친 전동하는 한숨을 내쉰 뒤 유창한 프랑스어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예정보다 일찍 회의를 끝마쳤다.학교로 향하는 내내 전동하는 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명하면 좋을지, 그리고 왜 소은정이 그 대신 학교로 간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30분 뒤, 교실에 도착한 전동하는 심상치 않은 교실 분위기에 미간을 찌푸렸다.쓰러졌다는 여자아이 아버지는 정신을 차린 모습이었지만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아이는 아빠의 품에 안겨 세상 서글프게 울고 있었다.그리고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듯한 소은정과, 이 모든 사달을 일으킨 범인임에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마이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아버님 오셨어요?”가장 먼저 그를 발견한 선생님이 부랴부랴 일어서고 전동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를 전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마이크가 또 말썽을 일으킨 모양이네요.”어렸을 때부터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마이크 덕분에 학교에 호출을 당하는 것에 익숙해진 전동하 나름대로의 처세술이었다.그의 시선이 소은정을 휙 스치고 그녀는 괜히 가슴이 찔려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고 마이크도 소은정의 뒤에 몸을 숨겼다.하, 이 자식... 아빠 오니까 무섭다 이거야?선생님이 최대한 침착한 말투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전동하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IQ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을 향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라고 생각하는 전동하라 마이크의 행동이 더 실망스러웠다.은정 씨도 나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결국 마이크를 두둔한 것 같고...사건의 전말을 들은 전동하가 겸허한 태도로 여자아이 아버지에게 사과를 건네고 여기에 선생님의 설득까지 더해지자 그제야 아버지의 표정도 조금 풀어지기 시작했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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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기선제압

순간 전동하도, 소은정도 당황하던 그때, 먼저 정신을 차린 전동하가 소은정의 손을 꼭 잡았다.하, 부녀?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했다.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손깍지라니... 부녀라기보다 커플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아까 교실에서도 아빠라는 말은 안 했지...한편, 전동하에게 손을 잡힌 채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기던 소은정이 어색하게 웃었다.“내가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네요.”“이렇게 호출받은 게 처음은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 같아요. 뭐, 워낙 적응력 하나는 뛰어난 자식이라 곧 괜찮아질 거예요.”전동하의 가벼운 목소리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아, 회의 중이라면서요? 괜찮아요?”“어차피 거의 막바지였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요. 이쪽으로는 나름 배테랑이랍니다.”전동하가 그녀의 손을 더 꼭 잡았다.얼굴을 붉히던 소은정이 변명했다.“아, 학교 쪽에서도 동하 씨가 전화를 안 받으니까 저한테 한 것 같아요.”하지만 그녀의 말에 전동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뭐라고요?”전화를 안 받아? 많은 부재중 통화 중에 학교나 마이크가 걸어온 건 단 한 통도 없었다.마이크 이 자식, 일부러...화가 난 듯한 전동하의 모습에 눈을 껌벅이던 소은정이 바로 마이크 편을 들었다.“아, 마이크가 동하 씨 번호를 깜박했나 봐요.”하지만 다음 순간 소은정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아빠 번호를 까먹었다니... 핑계를 대도 참...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이없다는 듯 웃던 전동하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럼 절대 잊지 못하게 해야겠네요. 됐고 우린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생각보다 쉽게 화가 풀린 그의 모습에 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SC그룹 근처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각자 회사로 돌아갔다.며칠 뒤.우연준이 그녀에게 파티 초대장을 건넸다.“파티 초대장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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