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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껌딱지

그런데 단 한 번도 결혼 생각은 안 했다고?

사실 민하준은 결혼 여부에 딱히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면 인생의 유일한 기회를 거래의 조건으로 이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유라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이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쪽팔려서 결혼을 안 하겠다니?

내가... 내가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실망 가득한 그의 모습에 한유라는 싱긋 미소를 짓더니 갸느다란 팔로 그의 목을 휘감았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남자의 마음을 현혹하는 요괴 같기도 했다.

민하준의 품에 얼굴을 기댄 한유라가 주문을 걸 듯 속삭였다.

“아니,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당신이 날 위해 한 모든 것... 영원히 기억할게. 하지만 우리... 결혼이라는 형식적인 법적 관계에 얽매이지 말자.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아. 하지만 우린... 지금 이대로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거잖아.”

그녀의 말에 민하준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분명 한유라의 동작 하나하나는 그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들었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글자 하나하나마다 그의 숨통을 틀어막 듯 치명적이었다.

이 세상에 명분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그 명분이 한유라는 싫단다.

애초에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속여 신뢰를 잃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왠지... 마음 속 한 구석이 불편했다.

한유라를 품속에서 떼어낸 민하준이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살펴보았다.

“유라야, 난 언젠가 다시 결혼을 해야 할지도 몰라... 너도 알겠지만...”

어쩌면 언젠가 평범한 가족이 가지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갑게 식어가는 한유라의 표정을 보는 순간 목구멍이 꽉 막힌 듯 뒷말은 꺼낼 수 없었다.

단호하게 그의 팔을 풀어낸 한유라가 팔짱을 꼈다.

매혹적이던 눈동자는 날카롭게 변하고 사랑을 읊던 빨간 입술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럼 헤어지면 되는 거지 뭐. 걱정하지 마.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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