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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일부러 여섯째 아주버님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하는 소은지에 엔데스 명우의 표정은 바로 굳어졌다.

이상하리만치 거슬리는 두 단어에 그는 소은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가 감히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닐 텐데.”

“난 이미 일곱째 도련님의 와이프가 된 몸이에요. 예의를 갖춰서 부르면 여섯째 아주버님이라는 호칭이 당연한 거죠.”

“그런데요 아주버님, 한 사람한테 가장 소중했던 걸 망가뜨리고 또 똑같은 걸 보상이라고 주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그래서?”

거절의 의사를 비치는 소은지에 엔데스 명우가 못마땅한 듯 묻자 소은지가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전에 내가 파트너 변호사의 자리에 앉은 건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리여서예요. 그거랑 아주버님이 준 게 어떻게 같겠어요?”

소은지가 본인의 힘으로 올라간 파트너 변호사라는 자리는 단순히 지위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신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무패의 변호사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가 만들어 준 변호사 소은지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엔데스 명우가 아무리 높은 자리를 준다 해도 자신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강경한 소은지의 태도에 머리가 아파온 엔데스 명우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그의 말이 뱉어지기도 전에 소은지가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온기에 순간 긴장해버린 엔데스 명우는 아무것도 못 하고 소은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것들을 빼앗을 때, 이렇게 다시 보상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겠지 너도.”

감히 제 앞에서 이딴 도발을 해오는 소은지에 엔데스 명우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지금의 그녀는 어떤 제안에도 넘어가지 않을 듯했다.

그래서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에 엔데스 명우는 손을 뻗어봤지만 그때는 비웃음만을 남겨놓은 소은지가 이미 등을 돌려버린 뒤였다.

그녀가 떠난 뒤에도 귓가에 맴도는 치욕스러운 조롱에 엔데스 명우는 주먹을 들어 벽을 그녀의 머리라 생각하고 힘껏 내리찍었다.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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