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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후회라는 단어를 들은 이유영은 조롱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연준 씨 그런 조언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어?”

“...”

옛일을 상기시키는 이유영의 말에 박연준은 머리가 아파왔다.

살면서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던 박연준이었지만 이유영한테 했던 짓만은 후회스러웠다.

“근데 조언 필요 없어. 나도 충분히 많이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야. 서주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난 괜찮아. 그러니까... 후회도 안 해.”

마지막 한마디를 하기 전 이유영은 잠시 뜸을 들였지만 결국 말을 마무리 지었다.

피하는 것 만으론 일을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의 근본이 되는 것부터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결심한 일에 대해 더 이상의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유영아, 난 네 생각처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이유영이 내뱉었던 첫마디에 대한 답을 이제야 한 박연준이었지만 이유영은 새콤한 레몬주스를 마시고는 박연준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 말도 없이 구름만 바라보고 있는 이유영에 박연준은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이유영은 월이가 보고 싶었다.

강이한이 아이를 데리고 갔던 그 며칠을 떠올리자 이유영은 강이한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또다시 차오르는 것 같았다.

...

그 시각 반산월에 있던 소은지는 정말 오랜만에 엔데스 현우를 만나게 되었다.

엔데스 현우가 코트를 벗는 것을 본 소은지는 옷을 받아들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엔데스 현우는 소은지의 두 손을 보더니 바로 표정을 굳히며 코트를 소파 위로 던져버리고는 소은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말했다.

“왜...”

“이런 일 안 해도 돼요.”

무거운 엔데스 현우의 말투에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까지 더 해지니 한없이 차가워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소은지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에 소은지의 얼굴도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옷을 받아드는 것 따위는 엔데스 명우에게 잡혀있을 때 가장 하기 싫어했던 일이었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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