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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고작 이번 한 번으로 그동안 이용해먹은 걸 퉁치자는 박연준이 이유영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박연준은 오히려 더 능청스럽게 이유영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그 냄새를 맡았다.

은은히 풍겨오는 샴푸 향이 맘에 들었는지 박연준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러면 안 되나?”

이런 다정함이면 당해낼 여자가 없겠지만 이유영은 달랐다.

“그럼 나보다 백배, 천 배는 더한 고통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 거야?”

강이한과 이유영 사이가 이렇게 된 데는 강이한의 잘못이 무엇보다 컸지만 박연준도 그 배후이기에 책임이 없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들 때문에 받은 고통이었기에 이유영은 이렇게 쉽게 퉁쳐줄 생각이 없었다.

이유영이 혼자 힘들어할 때도 모른 척하던 사람들인데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으면 용서받을 자격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영은 자신의 불행에 조금이라도 가담한 사람은 그게 누구라도 용서해줄 마음이 없었다.

“네가 그러라면 얼마든지 감수할게.”

눈을 진득하게 맞춰오며 진심을 다해 말하는 것 같은 박연준의 모습에 처음에는 본인의 눈을 의심했던 이유영도 이내 그것 또한 박연준의 수많은 모습 중 하나임을 깨닫고는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박연준과 함께 서주로 가는 것도 자신을 마음껏 이용해먹은 남자를 빌미 강이한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진심인 척하지마, 너 그런 사람 아니잖아.”

이유영의 말에 박연준의 눈가에는 실망이 어렸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아직 자신에 대한 이유영의 경계가 심해서 아무리 애를 써봐도 쉽게 허물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용당하는 처지라도 함께 서주에 가는 건 맞으니 그동안에 노력만 잘한다면 승산이 없진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럼 월이는 두고 갈 거야? 그럴 수 있겠어?”

이유영을 알고 그에게 딸이 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유영이 소월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번에 서주로 가면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 텐데 박연준은 이유영이 정말 그동안 소월이를 안 보고 살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당연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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