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강이한은 자기의 연기에 자기마저도 속아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나 이유영은 당신한테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야!”이유영은 이 한마디를 남긴 뒤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이유영이 강이한에 대한 태도는 예전에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지금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변했다.그랬다. 그녀는 기필코 절대 강이한에게 타협할 수 없었다.‘꼭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 그럼... 그렇게 하지 뭐! 서로 원수가 되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백산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이유영은 어디론 가에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반대편의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이유영이 전화에 대고 말했다.“지수 씨, 저예요.”“이유영 씨?”이유영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녀가 눈을 감으며 어떤 절망을 감추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강이한이 마지막에 그녀에게 했던 말들이 계속 떠올랐다.‘의논하는 것이 아니라니... 하, 감히 우리 월이로 이온유를 구하겠다고 하다니. 심지어 나랑 의논하는 것도 아니고 통보를 한다니.’“당장 파리로 와 주세요!”이유영은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전화에 대고 말했다.신지수가 물었다.“생각 정리를 끝낸 거예요?”“지금 생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예전에 그녀는 서주의 일에 전혀 휘말려 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무조건 휘말려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녀는 그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백산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집사는 그녀에게 정국진과 여진우는 회사로 갔고 임소미는 월이를 데리고 놀러 나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연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박연준이 왔다는 말을 듣자, 이유영의 눈빛은 조금 어두워졌다.눈을 잠시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뒷정원의 온실에서 박연준은 곱게 피어난 난초를 감상하고 있었고 이유영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마시고 있
‘괜찮다고?’전에 박연준은 이유영한테 강이한의 손에서 반쪽짜리 서류를 찾아오게끔 시키기 위해 강이한과 똑같이 여진우의 비참한 과거를 내세워 그녀를 협박했었다.‘그런데 방금... 괜찮다고 말했다고?’“...”이유영은 그저 조용하게 말없이 반대편에 앉은 박연준을 바라보았다.박연준은 손에 든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다가올수록 이유영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점점 더 짙어졌다.박연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아담한 손을 덥석 잡고는 말했다.“당신이 보기에는 이용과 배신, 어느 것이 더 가증스러워?”그 순간 이유영은 마치 자신의 세상에서 무언가가 쿵 하고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멍하니 박연준을 바라본 채, 자기 손을 박연준의 손에서 빼내는 것조차 까먹었다.‘이용과 배신!?’이건... 그동안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분노의 원천이었다.하지만 박연준이 어떻게...“박연준!”이유영은 입술을 벌름거리며 박연준의 이름을 불렀다.‘배신과 이용? 이 사람이 어떻게?’이유영을 바라보는 박연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이온유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용과 배신 이 두 단어는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유영에게 말했다.“유영아, 그때 너를 이용한 건... 더욱이는 당신에 대한 강이한의 사랑을 시험해 내기 위해서였어.”“...”이유영은 안 그래도 벌렁거리던 심장이 이 말을 듣고 난 뒤 마치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답답해졌다.자신을 이용한 박연준이 미운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박연준의 이용이 있었기에 이유영에 대한 강이한의 사랑도 시험해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만약 강이한의 사랑이 정말 바위처럼 든든했다면 그럼... 아무리 한지음이 10명 있다고 해도 두 사람은 오늘과 같은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었다.하필 그 시험 결과는 딱 마침 상반되는 것이었다.
그때 서주는 한창 아수라장이었다.정국진이든 아니면 박연준이든 다 이유영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엔데스 명우의 손에 잡혀있었다. 그때 엔데스 명우는 정말 정씨 가문에 붙어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그는 이로써 자신이 엔데스 가문을 계승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생각했다.그때 박연준은 용준에게 이유영을 서주로 데려오라고 시켰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경계심이 아주 심했다.그녀는 주변이 난장판인 상황에서 그녀에게 제일 위험한 엔데스 명우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하였다.게다가 더욱 의외였던 것은 그녀가 전기봉의 소식으로 엔데스 명우의 손에서 벗어나는 목적을 이루었다는 점이다.“...”박연준의 눈에 드러난 웃음기를 보며 이유영은 안색이 저도 모르게 창백해졌다.‘다 알고 있었네? 내가 전기봉을 팔아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당신...”“얼마나 되었어?”이유영이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박연준이 어두워진 눈빛으로 물었다.‘이렇게 경계심을 가진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냐고?’이유영은 침묵을 지켰다.‘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지? 도대체 왜지?'전기봉의 일에 대해 박연준은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는 이유영의 마음에 엄청 큰 충격을 주었다.그녀는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가슴속의 답답한 감을 억누르지 못했다.박연준은 일어서서 기다란 다리를 내디뎠다.“유영아. 지금 네 앞에 놓여있는 길은 딱 두 갈래뿐이야. 이용 아니면 배신...”박연준은 뒤의 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이유영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만약 내가 둘 다 선택하지 않겠다면?”그랬다. 이유영은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박연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고 입가의 미소는... 한 층 더 짙어졌다. 결국 그는 이유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떠났다.이유영은 창백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한참 동안 정신을 되찾지 못했다.다른 한
박연준이 떠난 뒤 정국진은 제자리에 선 채 오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용하는 마음뿐이 아니라고? 그럼 설마...”마음속에 한 가지 답안이 떠오른 순간 정국진은 마음이 바짝 쪼여 들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이유영이 안색이 창백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아빠.”“그 사람이 너한테 찾아왔어?”“네.”박연준을 말하는 것이었다.원래는 모든 것이 까발려진 뒤에 이유영과 박연준의 사이도 철저하게 정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박연준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닌 것 같았다.“너는 연준이를 어떻게 생각하는데?”정국진은 심각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보며 물었다.‘어떻게 생각하냐고?’이 물음은 정말 이유영을 말문이 막히게 하였다.박연준은 비록 대놓게 체코에서 일었던 일에 관해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가 했던 ‘난 그런 방식으로 너와 선을 긋지는 않아’라는 말은 이유영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하긴 박연준의 말이 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그날 이유영을 만나려고 했었다.그래서 아무리 박연준이 이유영에게 마음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런 방식으로 이유영을 대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하지만 그는...“이번에 또 나한테 이용할 게 뭐가 남았는지 누가 알아요?”그랬다. 지금 그녀가 박연준에게 남은 인상은 그녀를 이용하는 것밖에 없었다.마치 지금 박연준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는 이제 이유영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중요한 것은 그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였다.이용, 그는... 길게 십 년에 달하게 그녀를 이용했다. 그러니 여기서 박연준의 심보가 어느 정도로 깊은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내가 보기에는 꼭 이용할 게 남아서 그러는 거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정국진은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조금 담겨있었다.어찌 됐든 전에 박연준이 그녀를 이용했던 것은 다 강이한과 서주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주가 어떤 꼴인지에 대해 정국진이 제일 잘
이유영의 대답을 들은 정국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로는 강이한이 그런 요구를 제기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강이한이 어떻게 감히... 아니면 사실 우리 유영이를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건가? 그런 게 아니면 왜...’“그럼 너는 다시 도원산으로 돌아갈 거야?”“당연히 안 가죠!”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이유영은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강이한이 한지음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한지음의 딸을 위해 계속 여진우의 일로 자신을 끊임없이 협박할 것인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서러워졌다.정국진도 미간이 톡톡 뛰었다.“너는 이 일이 연준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맞다, 박연준!‘예전에 박연준이 한지음의 일과 관련이 있었듯이 이번의 백혈병도... 설마 박연준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연준 씨는 관련이 없다고 했어요.”“넌 그 말을 믿어?”“당연히 안 믿죠!”이것이 바로 이유영이 지금 마음속으로 강이한을 멀리하고 있으면서도 박연준과 거리를 두는 이유였다.박연준은 그녀에게 이용당하는 것과 배신당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가증스러운지 물은 적이 있었다.이유영에게 있어서 이 두 가지는 피차일반이었다... 모두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정국진은 이유영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 기분이 조금 흐뭇해졌다.“지금의 네 모습이 보기 너무 좋아. 그런데 네 어머니가 걱정하셔.”정국진은 예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에 얽매여있던 정유라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렸다.반대로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이유영은 지금 가족에 대한 사랑 외에 어떤 감정도 믿지 않았다.강이한이든 박연준이든, 이유영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아빠, 그런 감정이 기필코 무덤으로 변한다면 저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이유영은 곁에 월이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황천길을 걷게 될 뻔
집사가 교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소은지는 비로소 엔데스 현우가 다른 사람이 함부로 이곳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사전에 당부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들여보내세요.”소은지는 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그녀는 엔데스 명우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집사가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 말을 듣자 도우미는 마치 죽을죄를 면하기라도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 방금 도우미는 거실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제대로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소문에 듣던 것보다 더 무서운 사람인 게 분명했다....5분 후, 딱 봐도 위험한 분위기에 겁을 먹은 도우미가 전전긍긍하며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에게 커피를 올렸다.소은지는 파르르 떨고 있는 도우미의 손을 보고 말했다.“먼저 내려가 있어요.”“네!”이 말을 듣자 도우미는 부리나케 도망갔다.도우미는 엔데스 명우가 너무 무서웠다. 특히 위험한 기색이 아른거리는 그의 눈빛은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무서웠다.거실에는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만 남았다.엔데스 명우의 위험한 시선 속에서 소은지는 무덤덤하게 앞에 놓인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내가 내린 커피보다 못하지만, 그냥 있는 거 마셔.”그랬다. 소은지가 내린 커피는 맛이 아주 좋았다.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엔데스 명우의 곁에 있기 전에 소은지는 사업적인 것 이외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매우 서툴렀었다.심지어 집에서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먹으려면 이유영이 시간 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곁에 묶여있었던 뒤로부터 그녀는 커피도 끓일 줄 알고 차도 제법 잘 우리게 되었다. 그녀는 예전에 지루하다고 느꼈던 일들을 지금 아주 잘하게 되었다.“왜 대충 때워야 하는데?”남자의 말투에는 매서움이 가득했다.안 그래도 위험하던 분위기는 지금 썰렁함의 극치에 도달했다.소은지는 웃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엔데스 명우는 말하면서 손에 힘을 더 꽉 주었다.마치 소은지는 그의 손안에 있는 작은 개미인 것처럼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가 소은지를 잡아 문지르는 것은 정말 쉬운 죽 먹기였다.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보며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당신은 당연히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지.”“네가 봤을 때 내가 너를 이렇게 죽여버리면 나랑 현우는 형제를 계속할 수 있을까?”“어디 한번 그렇게 해 보든가.”소은지는 전혀 대수롭지 않았다.마치... 그녀는 자신의 목숨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엔데스 명우랑 맞서 싸우고 있는 것만 같았다.지금 이 순간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눈에서 한치의 두려움도 읽어내지 못했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지금의 소은지가 전형적인 그런 상황이었다.두 사람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엔데스 명우 손의 힘도 점점 더 세졌다. 소은지가 정말 이대로 질식해서 기절할 것 같다고 생각되었을 때 결국 엔데스 명우가 손을 놓았다.“수술에 대해 한번 잘 생각해 봐!”“허!”‘수술? 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있네?’엔데스 명우는 싸늘하게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수술해 줄 거 아니면 다시는 병원으로 찾아가지 마.”지금 설유나의 몸 상태는 아주 허약했으며 소은지의 성질을 받아줄 만큼의 기력도 없었다. 더군다나 소은지는 대쪽 같은 성격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악독한 마음씨도 갖고 있었다.아무리 설유나가 그 정도로 몸이 편찮다고 해도 소은지는 눈 깜짝 안 하고 상대방의 얼굴에 물을 뿌릴 수 있었다.“내가 지금 제일 하고 싶어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소은지는 똑바로 서서 벌겋게 단 자신의 목덜미를 주무르면서 엔데스 명우를 보며 입가에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난 그 여자의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싶어!”“당신 죽고 싶어 안달 났어?”아니나 다를까 엔데스 명우의 분노는 순간 극치에 도달했다.“내가 아니라 당신이 지금 그 여자 때문에 죽으려고 달려드는 거잖아!”‘내가 죽고 싶어 안달 났다고? 청하시에서 잘
소은지와 엔데스 현우가 한편이 된 것은 다 이 거래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연히 자신이 내놓은 정보가 엔데스 현우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거래인 이상, 변호사인 소은지는 자연스럽게 공평성을 따지게 되었다.“잘됐네요. 당분간 저도 최대한 당신을 도와서 엔데스 명우를 붙잡아 두고 있을게요!”소은지는 아주 구구절절 매섭게 말을 내뱉었다.그랬다. 그녀가 병원에서 분수없이 난리를 피웠던 것도 결국 엔데스 명우의 분노를 끌어내서 그를 병원에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원래도 깊숙했던 엔데스 현우의 눈빛은 지금 소은지를 바라볼 때 더욱 깊어졌다. 그는 입을 열었다.“더는 그 사람을 건드리지 말아요!”어찌 됐든 엔데스 명우는 위험한 사람이었다. 만약 소은지가 계속해서 이렇게 난리를 피웠다가는 정말 사달이 날지도 모른다.소은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저는 그냥 일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어요.”그녀가 원한 건 자기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엔데스 명우를 하루빨리 끝장내게 만드는 것이었다.정말이지 소은지는 진짜로 건드리면 안 되는 여자였다. 지금까지 그녀가 한 모든 것들은 다 엔데스 명우를 뒤엎어 버리기 위한 것들이었다.예전에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든 권력 때문에 소은지는 반격할 틈이 없었고 벗어날 길도 없었다. 마치 그것들은 자물쇠가 되어서 그녀를 묶어두는 것만 같았다.엔데스 명우가 그녀의 전부를 망가뜨린 이상 그녀는... 그의 손에 든 자물쇠를 망가뜨리기로 했다.소은지는 갑자기 뒤통수에서 손힘이 느껴졌다. 엔데스 현우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살 어루만졌다.“전기봉의 정보로 이미 충분해요. 당신은 더 이상 무엇을 할 필요가 없어요.”“당신...”소은지가 발버둥을 쳤지만 엔데스 현우의 힘은 점점 더 세졌다.순간...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졌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내려졌으며 그녀는 그저 가슴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심장 박동도 따라서 저도 모르게 빨라졌다.소은지가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엔데스 현우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