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이유영은 줄곧 자신의 성질을 참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당신이 생각한 그런 병이 아니야.”‘그런 병이 아니라니? 그럼 무슨 병이지!?’이유영은 마음속으로 이온유가 그저 감기에 걸려 열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설마 숨겨진 질병이 있었던 거야?’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아이가 백혈병에 걸렸어.”“...”‘백혈병이라고!?’근 몇 년 동안 이 병에 걸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그래서 안 보내겠다는 거야?”이유영은 눈을 감았다. 이 순간 그녀의 말투는 결연하기 그지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기 시작했다.다들 이유영이 이 정도로 매정한 줄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 전에는 그렇다고 쳐도 지금 아이가 병에 걸려 아프다는 데도 그녀는 자신의 이익 밖에 신경 쓰지 않았다.‘아이를 보내게 해서 자기를 방해하지 말라는 거잖아? 이 세상에 어떻게 이토록 매정한 여자가 있을 수 있지?’모든 사람이 보기에 이유영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이런 매정함은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 순간 강이한의 마음속도 끊임없이 들끓고 있었다. 그의 반응도 현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강이한도 이유영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그는 입술을 벌름거리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유영은 발걸음을 떼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강이한은 로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 순간 그는 온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유영의 그 쌀쌀함을 몰아낼 길이 없었다.이유영은 정말 쌀쌀맞았다!방안에서 이유영의 핸드폰에는 박연준의 전화가 반짝거렸다. 아마도 일 보는 중인지 전화가 거의 끊길 무렵에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유영아.”“진짜야?”이유영은 쌀쌀한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뭐가?”‘뭐가 진짜지
다른 한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설유나였다.소은지는... 결국, 병원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얼굴이 창백한 설유나를 보았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수술 동의서에 사인만 해준다면 수술이 끝나고 바로 청하시로 돌려보내 줄게!”청하시는 소은지의 고향이었다.그곳은 또한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 무거운 아픔이 담겨있는 곳이었다. 그동안 감히 그의 앞에서 청하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소은지에게... 청하시라고 말했다.그러니 설유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소은지는 입가에 비웃는 미소를 지으면서 엔데스 명우를 보며 말했다.“보아하니 이 여자가 정말로 죽게 생겼네!”“...”이 말을 들은 엔데스 명우의 눈빛에는 순간 분노가 차올랐다.그의 반응을 본 소은지는 오히려 웃었다. 그 웃음은 그토록 싸늘해 보였다.소은지가 입을 열었다.“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네요!”“...”“여섯째 도련님은 혹시 자기가 하나님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건가요?”‘나쁜 짓을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그런데 저 사람이 나한테 보복할 권리는 없잖아.’“설선비 그 여자는 멀쩡한 자기 혼인 생활을 파탄 내더니 결국 벌받아 죽은 거였네요!”“닥쳐!”설선비의 얘기가 나온 순간, 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더욱 위험하게 변했다. 만약 다른 여자였으면 이미 엔데스 명우한테 겁먹고 말도 못 했을 것이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일도 없었다.심지어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일을 너무 매정하게 해서 그래. 근데 당신의 명줄이 너무 질기다 보니 그 업보들이 다 당신 곁의 사람들에게 내려졌나 봐. 물론...”여기까지 말한 소은지는 잠시 멈칫했다.이때 엔데스 명우 몸의 위험한 기운은 이미 살벌한 정도를 뛰어넘었다.소은지는 병상에 누워있는 설유나를 보더니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
예전에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얼마나 모욕했으면 지금 이런 장면을 마주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후련했다.소은지는 침대 옆에 놓인 물컵을 들어 자는 설유나의 얼굴에 매몰차게 뿌렸다.“소은지!”엔데스 명우는 순간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소은지는 아니꼽게 그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서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은 위험한 기운이 도는 것을 보았다.“당신이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방법이 참 특별하네요!”쾅 소리와 함께 소은지의 손안에 든 물컵은 세게 바닥에 던져졌다. 화가 잔뜩 난 엔데스 명우를 보며 소은지는 발걸음을 떼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화가 나냐고? 당연히 화가 났다!소은지는 정말 엔데스 명우가 이렇게 화를 내다가 황천길로 갔으면 했다.그녀는 병실 안의 위험한 분위기를 뒤로한 채 떠났다....지금의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와 결혼을 한 뒤부터 마치 엔데스 명우라는 속박에서 벗어난 것만 같았다.예전에 엔데스 명우의 곁에 있었을 때, 그는 이미 소은지를 감당해 내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은 더구나 말할 것도 없었다.소은지는 마치 용수철처럼 튕겨 나는 순간, 주변의 사람들을 하나같이 다치게 했다.엔데스 명우도 그런 소은지를 두고 별수가 없었다.지금 소은지는 예전에 엔데스 명우한테서 당했던 능욕을 하나하나씩 도로 갚아주고 있었다....다른 한편 도원산에 있는 이유영은 또 온밤 뒤척이며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아침의 식탁에, 뜻밖에도 강이한은 아직 있었다. 이유영은 강이한이 병원으로 간 줄로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유영이 늦게 일어났는데도 강이한이 아직 있었다... 마치 일부러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유영의 눈빛에는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유영아.”우유를 마시고 난 뒤 강이한은 컵을 내려놓으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아직 아침 식사를 하는 이유영을 바라보았다.“나는 병원에 갈 생각이 없어!”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간단명료했다.어찌 됐든 이온유가 지금 이렇게 심하게 아프니 강이한은 아무래도 이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마치 주변의 공기마저도 희박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분위기는 사람을 아주 애타고 긴장하게 했다.“그래서?”한참 지나서야 이유영은 냉소를 지으면서 반대편에 있는 강이한을 보며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면서도 위험해 보였다.강이한이 대답했다.“전문가님들이 말씀하기를 두 아이의 조직적합성이 아주 높을 거라고 하셨어!”그 순간 아무리 강이한이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유영은 그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대충 알 수 있었다.혈액 검사를 이미 마쳐놓고 이온유와 이소월의 적합성이 아주 높다고 하면... 무슨 속셈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쾅 소리와 함께 이유영의 손안에 있던 숟가락은 아주 세게 그릇과 부딪쳤다. 그녀는 눈에 살기가 가득한 채... 반대편에 앉은 강이한을 바라보았다.하지만 몸부림을 치는 것만 같은 그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이유영은 아이러니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역겹기까지 했다.이유영은 다 눈치챘지만, 여전히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그래서? 예전에 당신이 나더러 눈 각막을 기증해서 한지음을 살리려고 했던 것처럼 지금 내 딸을 갖고 한지음의 딸을 살리겠다는 거야?”“온유는 잘못되면 안 돼!”“그렇다고 해서 내 딸더러 그 모험을 하라는 거야?”비록 두 가지 일은 서로 다른 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한데 겹쳐 보였다.한지음과 한지음의 딸, 이유영과 이유영의 딸!강이한은 정말 자기 멋대로 속셈을 꾸미고 있었다.“내가 물어봤는데 기증자는 절대...”쿵, 콰당, 쾅... 이유영은 밥상을 전부 엎어버렸다. 이로부터 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얼마나 열불이 났을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이유영은 아담한 몸뚱아리로 서 있으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반대편에 있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한없이 무서웠다.“강이한 내가 똑똑히 말해두는데, 당신 꿈도 꾸지 마!”또박또박 매 글자에는 위험한 경고가 가득했다.이유영이 미치지 않는 한 그녀의 딸로
심지어 강이한은 자기의 연기에 자기마저도 속아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나 이유영은 당신한테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야!”이유영은 이 한마디를 남긴 뒤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 순간 이유영이 강이한에 대한 태도는 예전에 서로 얼굴을 보지 않는 것에서부터 지금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변했다.그랬다. 그녀는 기필코 절대 강이한에게 타협할 수 없었다.‘꼭 이런 극단적인 방식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 그럼... 그렇게 하지 뭐! 서로 원수가 되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백산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안에서 이유영은 어디론 가에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반대편의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이유영이 전화에 대고 말했다.“지수 씨, 저예요.”“이유영 씨?”이유영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녀가 눈을 감으며 어떤 절망을 감추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강이한이 마지막에 그녀에게 했던 말들이 계속 떠올랐다.‘의논하는 것이 아니라니... 하, 감히 우리 월이로 이온유를 구하겠다고 하다니. 심지어 나랑 의논하는 것도 아니고 통보를 한다니.’“당장 파리로 와 주세요!”이유영은 가까스로 감정을 억누르며 전화에 대고 말했다.신지수가 물었다.“생각 정리를 끝낸 거예요?”“지금 생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에요!”예전에 그녀는 서주의 일에 전혀 휘말려 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무조건 휘말려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녀는 그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백산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집사는 그녀에게 정국진과 여진우는 회사로 갔고 임소미는 월이를 데리고 놀러 나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연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박연준이 왔다는 말을 듣자, 이유영의 눈빛은 조금 어두워졌다.눈을 잠시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뒷정원의 온실에서 박연준은 곱게 피어난 난초를 감상하고 있었고 이유영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마시고 있
‘괜찮다고?’전에 박연준은 이유영한테 강이한의 손에서 반쪽짜리 서류를 찾아오게끔 시키기 위해 강이한과 똑같이 여진우의 비참한 과거를 내세워 그녀를 협박했었다.‘그런데 방금... 괜찮다고 말했다고?’“...”이유영은 그저 조용하게 말없이 반대편에 앉은 박연준을 바라보았다.박연준은 손에 든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가 다가올수록 이유영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점점 더 짙어졌다.박연준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러고는 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아담한 손을 덥석 잡고는 말했다.“당신이 보기에는 이용과 배신, 어느 것이 더 가증스러워?”그 순간 이유영은 마치 자신의 세상에서 무언가가 쿵 하고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멍하니 박연준을 바라본 채, 자기 손을 박연준의 손에서 빼내는 것조차 까먹었다.‘이용과 배신!?’이건... 그동안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분노의 원천이었다.하지만 박연준이 어떻게...“박연준!”이유영은 입술을 벌름거리며 박연준의 이름을 불렀다.‘배신과 이용? 이 사람이 어떻게?’이유영을 바라보는 박연준의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다.이온유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용과 배신 이 두 단어는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유영에게 말했다.“유영아, 그때 너를 이용한 건... 더욱이는 당신에 대한 강이한의 사랑을 시험해 내기 위해서였어.”“...”이유영은 안 그래도 벌렁거리던 심장이 이 말을 듣고 난 뒤 마치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답답해졌다.자신을 이용한 박연준이 미운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박연준의 이용이 있었기에 이유영에 대한 강이한의 사랑도 시험해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만약 강이한의 사랑이 정말 바위처럼 든든했다면 그럼... 아무리 한지음이 10명 있다고 해도 두 사람은 오늘과 같은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었다.하필 그 시험 결과는 딱 마침 상반되는 것이었다.
그때 서주는 한창 아수라장이었다.정국진이든 아니면 박연준이든 다 이유영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그리고 그녀는... 엔데스 명우의 손에 잡혀있었다. 그때 엔데스 명우는 정말 정씨 가문에 붙어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그는 이로써 자신이 엔데스 가문을 계승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생각했다.그때 박연준은 용준에게 이유영을 서주로 데려오라고 시켰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경계심이 아주 심했다.그녀는 주변이 난장판인 상황에서 그녀에게 제일 위험한 엔데스 명우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하였다.게다가 더욱 의외였던 것은 그녀가 전기봉의 소식으로 엔데스 명우의 손에서 벗어나는 목적을 이루었다는 점이다.“...”박연준의 눈에 드러난 웃음기를 보며 이유영은 안색이 저도 모르게 창백해졌다.‘다 알고 있었네? 내가 전기봉을 팔아먹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당신...”“얼마나 되었어?”이유영이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박연준이 어두워진 눈빛으로 물었다.‘이렇게 경계심을 가진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냐고?’이유영은 침묵을 지켰다.‘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지? 도대체 왜지?'전기봉의 일에 대해 박연준은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이는 이유영의 마음에 엄청 큰 충격을 주었다.그녀는 심호흡을 여러 번 했지만 여전히 가슴속의 답답한 감을 억누르지 못했다.박연준은 일어서서 기다란 다리를 내디뎠다.“유영아. 지금 네 앞에 놓여있는 길은 딱 두 갈래뿐이야. 이용 아니면 배신...”박연준은 뒤의 말을 다 하지 않았지만, 이유영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만약 내가 둘 다 선택하지 않겠다면?”그랬다. 이유영은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박연준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고 입가의 미소는... 한 층 더 짙어졌다. 결국 그는 이유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떠났다.이유영은 창백한 얼굴로 제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한참 동안 정신을 되찾지 못했다.다른 한
박연준이 떠난 뒤 정국진은 제자리에 선 채 오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용하는 마음뿐이 아니라고? 그럼 설마...”마음속에 한 가지 답안이 떠오른 순간 정국진은 마음이 바짝 쪼여 들었다.집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이유영이 안색이 창백한 채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아빠.”“그 사람이 너한테 찾아왔어?”“네.”박연준을 말하는 것이었다.원래는 모든 것이 까발려진 뒤에 이유영과 박연준의 사이도 철저하게 정리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박연준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닌 것 같았다.“너는 연준이를 어떻게 생각하는데?”정국진은 심각한 눈빛으로 이유영을 보며 물었다.‘어떻게 생각하냐고?’이 물음은 정말 이유영을 말문이 막히게 하였다.박연준은 비록 대놓게 체코에서 일었던 일에 관해 설명하진 않았지만 그가 했던 ‘난 그런 방식으로 너와 선을 긋지는 않아’라는 말은 이유영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하긴 박연준의 말이 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그날 이유영을 만나려고 했었다.그래서 아무리 박연준이 이유영에게 마음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런 방식으로 이유영을 대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하지만 그는...“이번에 또 나한테 이용할 게 뭐가 남았는지 누가 알아요?”그랬다. 지금 그녀가 박연준에게 남은 인상은 그녀를 이용하는 것밖에 없었다.마치 지금 박연준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는 이제 이유영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중요한 것은 그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인지였다.이용, 그는... 길게 십 년에 달하게 그녀를 이용했다. 그러니 여기서 박연준의 심보가 어느 정도로 깊은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내가 보기에는 꼭 이용할 게 남아서 그러는 거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정국진은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조금 담겨있었다.어찌 됐든 전에 박연준이 그녀를 이용했던 것은 다 강이한과 서주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주가 어떤 꼴인지에 대해 정국진이 제일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