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에 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흑, 흑.”이유영 얘기가 나온 것을 듣자, 이온유는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아이의 눈빛은 정말 억울하기 그지없었다.강이한은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이 여자가!’“됐어. 괜찮아.”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이유영이 울린 이온유를 살살 달래주었지만, 마음속에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젠 하다 하다...’그는 이유영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그녀가 아이조차 용납할 수 없을 줄 몰랐다.“아빠, 흑흑.”꼬맹이는 흐느끼면서 입을 열어 강이한을 불렀다.“아빠 여기 있어.”“엄마가 날 하나도 안 좋아해요. 아기 돼지를 빼앗아 갔어요.”이온유의 목소리는 한없이 억울했다.강이한은 안 그래도 힘줄이 불끈 솟은 이마는 지금 더욱 세게 툭툭 뛰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강이한은 이유영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성질을 부렸는지 알 수 있었다.“아빠가 가서 한 마리 구해다 줄게.”“네.”퉁명한 대답 속에는 여전히 억울함을 숨길 수 없었다.이 정도로 철들고 감정을 억누르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그는 정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정말 겨우겨우 이온유를 달래서 위층으로 올려보낸 뒤, 강이한은 이유영이 아기 돼지를 안고 방 안의 작은 의자에 앉아서 넋 놓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깊게 한숨을 들이켜고는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이 아기 돼지가 그렇게 좋아?”이 말을 듣자 이유영은 순간 정신을 되찾았다.그녀는 품속의 아기 돼지를 한눈 보고는 입가에 싸늘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도 참 유별나. 어떻게 선물을 주는데 이런 걸 줘?”‘이건 남의 지력을 어느 정도까지 짓밟으려는 거야?’강이한은 소파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세게 두 모금 들이마시고 답답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온유를 보낸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흠칫했다.강이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빛이 얼른거렸다.그녀는 강이한이 갑작스럽게 꺼낸 말에 대해 안 믿고
그 순간, 강이한이 보기에 이유영이 매몰찬 건 결국 이온유 때문이었다.그는 손안에 든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이유영에게 말했다.“내가 최대한 온유를 빨리 보낼게!”전에는 그냥 보낸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최대한 빨리 보내겠다고 말했다.그러니 한지음 때문에 이온유가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사실 관건은 이온유를 떠나보내느냐 안 보내느냐 이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관건은... 그가 이온유를 보내기 아쉬워한다는 것이었다.이유영은 침묵을 지켰다.이 화제는 두 사람에게 있어서 무의미한 것이었다.강이한이 나가려고 일어선 순간, 그의 말투에는 이유영에 대한 경고가 담겨있었다.“앞으로 다시는 박연준을 만나지 마!”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이 닫히는 쿵 하고 소리와 함께 강이한이 방문을 나갔다.하지만 이유영은 제자리에 앉은 채 냉소를 지으면서 아기 돼지를 의자에 올려두었다.‘박연준을 만나지 말라고? 참말로... 전에는 서재욱을 만나지 말라더니 이제는 박연준도 만나지 말라네.’그 날밤 저녁 이유영은 도통 잠이 들지 못했다. 새벽 때, 밖에서 작지 않은 소란 소리가 들렸으며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그 뒤 밖에서 차 시동 소리가 들렸다.이튿날 아침,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주방 안은 썰렁했다. 강이한과 이온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유영은 아침 식사가 준비된 식탁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 아침은 강이한이 있을 때보다 훨씬 조촐해 보였다.간단한 흰죽과 반찬들이 조금 준비되어 있었다. 조촐한 음식 모습에서 주방 사람들이 얼마나 건성으로 준비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유영이 입을 떼고 물었다.“두 사람은요?”옆에 서 있던 집사는 이유영이 질문하는 것을 듣더니 그녀를 보며 말했다.“온유 아가씨께서 어젯밤에 열이 나셔서 도련님은 아가씨를 데리고 입원하러 가셨습니다. 장 아주머니도 함께 갔습니다.”집사의 말투는 아주 쌀쌀했다.그의 태도에서... 일말의 공손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유
다들 열심히 반쪽짜리 서류를 찾고 있는 데서 이 서류가 도대체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유영아, 너...”“엔데스 명우가 무너지기만 하면 현우 씨가... 너를 떠나게 놓아줄 거지? 맞지?”“그래!”“그래. 알겠어.”“유영아, 너 뭐 하려고?”‘내가 뭐할 건 가고? 나를 배신한 놈, 나를 이용한 놈, 그리고 지금 나를 귀찮게 붙잡고 있는 개자식들 다 지옥에 처넣을 거야.’그동안, 월이의 얼굴을 볼 시간이 줄어든 것을 생각하자 이유영은 강이한과 박연준이 죽도록 미웠다.한 명은 그녀를 이용했고 다른 한 명은 그녀를... 배신했다. 게다가 그녀더러 원수의 딸을 받아들이라고 했다.박연준의 이간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할지라도 강이한의 배신은 진짜였다.도원산으로 온 뒤 이유영은 줄곧 강이한의 서재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강이한이 그녀에게 중요해서가 아니라 박연준이... 그녀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의 계략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어찌 됐든 지금 형세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소은지에게는 필요했다.전화를 끊은 뒤 이유영은 곧장 강이한의 서재로 갔다. 그리고 그 안을 발칵 뒤집었다.박연준은 이유영에게 그 반쪽짜리 서류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대충 설명해 주었었다.달칵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이유영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강이한이 쌀쌀한 기운을 한 채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특히 이유영이 서랍을 연 것을 본 순간, 그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신 뭐 찾고 있어?”목소리는 떨림을 짓누르고 있었으며 두 눈은... 삽시에 붉어졌다.서주에서 지냈던 그 시절은 그들에게 엄청나게 예민한 과거였다. 그래서 서재도 당연히 그들에게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지금, 이 순간 이유영이 서재에서 있는 것을 보고 또 몇 개의 서랍이 열려있는 것을 보니 딱 봐도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당신 뭐 찾고 있었냐고 물었잖아!”이유영이 말이 없는 것을
이성은 끊임없이 왔다 갔다 했다.분노가 폭발한 뒤 남은 건 강이한의 미친 듯한 웃음뿐이었다. 그 웃음소리는... 그토록 슬프고 무거웠다.그 후 강이한의 세상 속에서 무언가가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그는 갑자기 조용해졌다.“여진우는 그저 핑계였던 거네. 그러니까 당신은 박연준 때문에 이 집에 들어온 거네? 그렇지?”전에 강이한은 그런 생각까지 했었다.‘이제 유영이의 세상 속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구나. 그저 아이와 정씨 가문의 사람들만 제일 소중하구나.’하지만 사실 아이의 아버지인 서재욱도 중요했고 심지어 박연준도 그녀의 가슴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을지 모른다.지금 이유영의 세상에서 그 누구든 강이한보다 더 중요했다. 이 세상에 이것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예전에 강이한은 자기와 이유영의 10년 감정은 그 누구도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전생에서 쫓아온 그는 독선적으로 함께 지낸 10년이란 세월이 그가 이유영 앞에서 내세울 수 있는 제일 유리한 카드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그의 생각이 틀렸다.그는 결국 여전히 틀렸다.이유영은... 마음이 변했다.“당신은 박연준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장작 그 사람은 당신의 그 비천한 딸에게 새아버지가 되고 싶어 할까?”미치도록 소리친 뒤 남는 건 그의 조롱뿐이었다.그 순간 강이한이 내뱉은 매 글자는 다 이유영의 가슴을 콕콕 찔러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유영은 그가 월이를 ‘비천한 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자 눈빛에는 싸늘한 기운이... 짙게 퍼졌다.강이한은 비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무 천진하게 생각하지 마. 박연준과 같은 신분의 사람이 어떻게 당신한테 딸이 있는 걸 받아들이겠어?”“당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로 들리네?”강이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유영은 재빨리 그의 말에 토를 달았다.강이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분명 평온했지만... 사람에게 싸늘한 느낌을 주었다.“...”‘받아들일 수 있나?’이유영의 이런 눈빛 때문에 강이한도 끊임없
그리고 이 큰일이 누구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지 그건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랬다. 이온유를 둘러싼 것이었다.‘이 세상에 강이한을 이토록 나사 빠지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어디 더 있겠어?’한지음이 아니면 한지음의 딸이었다.“비천한 딸이라고? 하하...”강이한이 월이에게 붙인 호칭을 생각하자 이유영은 정말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었다.강이한이 이온유에 대한 편애만 놓고 보아도 월이를 절대 그의 딸로 만들 수 없었다.그때 되면 강이한은 ‘월이의 체면을 봐서’라는 핑계로 어떤 이상한 요구를 제기할지도 모른다.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했다....병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그 뒤로 3일 연속 강이한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중간에 이정이 한 번 다녀갔었다. 이유영은 서재에서 그 반쪽짜리 서류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서류가 도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애초부터 도원산에 없었을 수도 있네. 어찌 됐든 강이한 명의로 되어있는 부동산이 그렇게나 많은데 서류를 어디에 숨겨 놨을지 누가 알아?’그리고 이 사흘 동안 이유영은 거의 도원산에 붙어있지를 않았다. 그날 강이한과 서로 얼굴을 붉히고 헤어진 뒤 그녀는 낮에 거의 백산 별장에 있곤 하였다.“월아, 아. 입 벌려야지.”이유영은 숟가락을 월이의 입가에 댔다.하지만 꼬맹이는 고개를 휙 돌렸다.이유영은 걱정스럽게 임소미를 쳐다보며 말했다.“요 며칠 월이가 별로 입맛이 없어 보이네요.”“그러게 말이다. 조금 있다가 약 좀 먹어야겠어.”임소미가 답했다.그동안 임소미는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육아에 관한 책을 읽어보곤 하였다.아이의 여러 가지 증상에 대하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임소미는 거의 다 배워갔다.평소에 심심하면 이유영과 경험을 교류하기도 했다.“강이한은 요 며칠 계속 병원에서 지내는 거야?”첫날에 돌아오자마자 임소미는 이유영한테서 얘기를 들었다.강이한이 정말 도원산에 있었다면 이유영이 매일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었다.이유영은
이런 생각이 들자 이유영의 눈빛에는 저도 모르게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결국 핸드폰을 꺼내서 여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 안에서 여진우의 나지막한 소리가 흘러나왔다.“너 지금 재욱 씨와 같이 있어?”“응.”“무슨 일이 있어?”여진우가 정말 서재욱과 함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이유영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여진우는 비록 그녀의 오빠이긴 했지만, 서주에서 있었던 그의 과거를 조금 알게 된 뒤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그를 위험한 사람으로 생각했다.게다가 서재욱, 사실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그는 순 장사꾼이었다. 그래서 이유영은 자연스럽게 걱정이 들었다.“너 지금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전화 반대편의 여진우는 마치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물었다.짧디짧은 한 마디로 이유영의 마음속 걱정을 콕 집어냈다.“오빠, 재욱 씨는...”“서재욱이 어떻든 다 너랑 아무 상관이 없어!”“그래, 나랑 아무 상관이 없지!”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비록 전에 그녀가 서재욱을 끌어들여 그에게 폐를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보상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었다.‘그리고 그 외의 것은 아마도 이제 나랑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여진우와 통화를 마친 뒤 이유영은 마음이 조금 갑갑했다.도원산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소은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유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은지야!”“내일 잠깐 만날까?”“그래.”이제 파리에서 두 사람은 다 모처럼 자유의 몸을 회복하였으니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게 되었다.소은지의 전화를 끊었을 때 이유영은 마침 도원산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이유영은 강이한의 차가 마당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강이한이 돌아온 것이었다.또다시 강이한과 이온유의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유영은 뜬금없이 울화가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이 두 사람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매번 얼
전에 이유영은 줄곧 자신의 성질을 참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당신이 생각한 그런 병이 아니야.”‘그런 병이 아니라니? 그럼 무슨 병이지!?’이유영은 마음속으로 이온유가 그저 감기에 걸려 열이 난 것으로 생각했다.‘설마 숨겨진 질병이 있었던 거야?’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아이가 백혈병에 걸렸어.”“...”‘백혈병이라고!?’근 몇 년 동안 이 병에 걸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그래서 안 보내겠다는 거야?”이유영은 눈을 감았다. 이 순간 그녀의 말투는 결연하기 그지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기 시작했다.다들 이유영이 이 정도로 매정한 줄 몰랐던 것이 분명했다. 전에는 그렇다고 쳐도 지금 아이가 병에 걸려 아프다는 데도 그녀는 자신의 이익 밖에 신경 쓰지 않았다.‘아이를 보내게 해서 자기를 방해하지 말라는 거잖아? 이 세상에 어떻게 이토록 매정한 여자가 있을 수 있지?’모든 사람이 보기에 이유영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이런 매정함은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그 순간 강이한의 마음속도 끊임없이 들끓고 있었다. 그의 반응도 현장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강이한도 이유영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그는 입술을 벌름거리며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유영은 발걸음을 떼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강이한은 로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 순간 그는 온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유영의 그 쌀쌀함을 몰아낼 길이 없었다.이유영은 정말 쌀쌀맞았다!방안에서 이유영의 핸드폰에는 박연준의 전화가 반짝거렸다. 아마도 일 보는 중인지 전화가 거의 끊길 무렵에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유영아.”“진짜야?”이유영은 쌀쌀한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뭐가?”‘뭐가 진짜지
다른 한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설유나였다.소은지는... 결국, 병원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얼굴이 창백한 설유나를 보았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수술 동의서에 사인만 해준다면 수술이 끝나고 바로 청하시로 돌려보내 줄게!”청하시는 소은지의 고향이었다.그곳은 또한 엔데스 명우의 마음속 무거운 아픔이 담겨있는 곳이었다. 그동안 감히 그의 앞에서 청하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소은지에게... 청하시라고 말했다.그러니 설유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충분히 보아낼 수 있었다.소은지는 입가에 비웃는 미소를 지으면서 엔데스 명우를 보며 말했다.“보아하니 이 여자가 정말로 죽게 생겼네!”“...”이 말을 들은 엔데스 명우의 눈빛에는 순간 분노가 차올랐다.그의 반응을 본 소은지는 오히려 웃었다. 그 웃음은 그토록 싸늘해 보였다.소은지가 입을 열었다.“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네요!”“...”“여섯째 도련님은 혹시 자기가 하나님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는 건가요?”‘나쁜 짓을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그런데 저 사람이 나한테 보복할 권리는 없잖아.’“설선비 그 여자는 멀쩡한 자기 혼인 생활을 파탄 내더니 결국 벌받아 죽은 거였네요!”“닥쳐!”설선비의 얘기가 나온 순간, 엔데스 명우의 눈빛은 더욱 위험하게 변했다. 만약 다른 여자였으면 이미 엔데스 명우한테 겁먹고 말도 못 했을 것이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일도 없었다.심지어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일을 너무 매정하게 해서 그래. 근데 당신의 명줄이 너무 질기다 보니 그 업보들이 다 당신 곁의 사람들에게 내려졌나 봐. 물론...”여기까지 말한 소은지는 잠시 멈칫했다.이때 엔데스 명우 몸의 위험한 기운은 이미 살벌한 정도를 뛰어넘었다.소은지는 병상에 누워있는 설유나를 보더니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