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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아무리 이유영은 예전에 박연준이 얼마나 자신을 보호했는지 알고 있지만, 그 당시의 그런 보호들은 전부 목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마치 홍수처럼 몰려와 모든 의식을 뒤엎어버렸다.

이유영이 바로 그랬다.

용준은 마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박연준의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어두운 한구석에서 걸어 나와 주방으로 들어왔다.

이유영은 용준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지만, 용준은 박연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은색 빛을 반짝이는 식칼이 휙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

콰당 소리와 함께 식칼은 그렇게 식탁 위에 버려졌다. 음식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이 부셨다.

그러더니 용준의 손등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대리석 바닥에 선명한 색을 입혔으며 보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정도였다.

이유영은 어안이 벙벙했으며 넋 놓고 반대편의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이유영을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질문은 용준에게 던졌다.

“어때? 네 잘못을 알겠어?”

“네. 제가 죄송합니다!”

용준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두 사람의 말투는 다 한없이 차가웠다. 이유영은 한 번도 박연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서주를 다녀온 뒤부터, 박연준은 마치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하게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

그의 다정한 두 눈 깊숙한 곳에는 피를 빨아먹을 것만 같은 공포감이 숨겨져 있었다. 마치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순식간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용준 씨는 박연준의 곁에 엄청나게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이잖아. 그토록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지금 뭐하신 겁니까?”

이유영은 드디어 자신의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입을 연 순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듣는 것만 같았다.

눈앞의 박연준 때문에 겁을 작지 않게 먹은 것이 분명했다.

“먼저 내려가 봐.”

“네.”

용준은 상처를 움켜쥔 채 주방을 나갔다.

현장에 있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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