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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1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철저하게 달라졌다.

지난번에 서주에서 일을 당한 것도 있고, 게다가 엔데스 가문의 변동 때문에 다소 풍산의 지위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건 알아줘야 했다. 박연준은 역시 박연준이었다. 아무리 흔들림이 있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강한 세상이 있었다.

기다란 식탁 위에, 박연준은 반대편 끝자락에 앉아서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다.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병존하고 있었으며 이런 저녁 분위기 아래 그의 얼굴 윤곽은 충격적인 정도로 완벽했다.

이유영은 박연준이 잘생겼다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다.

“무엇을 봤던 거야?”

손에 든 와인을 원샷한 순간, 그의 말투는 더없이 그윽했다.

“내가 본 게 한두 개가 아니라 많았지!”

이 말을 내뱉은 이유영의 말투는 조금 무거웠다.

심지어 박연준에 대한 비꼬는 느낌도 들어있었다.

그랬다...

이유영이 강이한의 곁에서 봤던 모든 것들은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박연준은? 완벽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이유영이 평생토록 제일 싫어하는 것이 기만과 배신이었다.

이 두 가지에서 박연준은 기만했고, 강이한은 배신했다.

박연준이 입을 열었다.

“당신한테 주스를 준비해 두었어. 주스나 마셔. 당신 눈은 술을 마시면 안 좋잖아.”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

“봐봐. 화 난 게 맞네.”

“...”

와인잔을 쥐고 있던 이유영의 손힘은 더욱 세졌다.

쿵 소리와 함께 손에 들려있던 와인잔은 세게 대리석 식탁 위에 내리쳐지면서 차가운 소리를 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이유영의 기분을 드러냈다.

박연준은 이유영을 보면서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 속의 날카로움은 감추지 못했다.

“유영아, 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주 인내심 있게 물었다.

하지만 이것을 들은 이유영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예전에도 이런 특수한 인내심 때문에 그녀는 박연준이라는 남자에 남다른 착각이 생겼었다.

박연준과 같은 사람은... 그가 원하면 한 사람 앞에서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일단 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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