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은 여진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어찌 됐든 그 어떤 여자라도 도원산에서 본 장면들을 갖고 마음속으로 비교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이유영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여진우를 한 눈 보고 말했다.“아니.”“유영아.”“나랑 강이한의 관계에 대해, 넌 몰라!”“그럼 넌 지금...?”“내가 말했잖아. 오로지 널 위해서 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고! 나랑 그 사람 사이의 일은 원래도 철저하게 잘라버려야 했어.”이유영은 일부러 여진우의 그 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편에 앉은 여진우의 기운은 그래도 조금 변했다.그 순간 그의 눈빛은 우울함으로 가득 찼다.이로써 예전의 과거가 여진우에게 있어서 도대체 얼마나 비참한 기억인지 알 수 있었다.“생각하지 마.”조금 차갑고 작은 손이 여진우의 손 위에 놓였다. 이유영은 위로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여진우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는 널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난 네가 이 점을 꼭 알았으면 해.”“난 널 믿어.”여진우가 한 말에 대해 이유영은 잘 알고 있었다...그가 그동안 혼자의 힘으로 서주에서 오늘의 위치까지 올 수 있는 것만큼, 이유영을 보호하는 것도 별문제가 없었다.하지만 관건은... 그녀와 강이한 사이는 반드시 끝을 보아야 했다.여진우는 그윽하게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보아하니 넌 아직도 네가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렸는지 모르는구나.”“...”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흠칫했다.‘소용돌이라고?’이유영은 느낄 수 있었다.서주의 그 일은 그녀가... 전에 아무리 피하고, 아버지가 그녀를 밖으로 배제한다고 해도 오늘의 그녀는 여전히 그 속에 휘말리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걱정하지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여진우에게 말했다.하지만 이유영을 걱정하는 여진우의 눈빛은 여전히 추호도 느슨해지지 않았다.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온전한 평온함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전에 그렇
하지만 지금은?달라졌다. 철저하게 달라졌다.지난번에 서주에서 일을 당한 것도 있고, 게다가 엔데스 가문의 변동 때문에 다소 풍산의 지위를 흔들었다.하지만 그건 알아줘야 했다. 박연준은 역시 박연준이었다. 아무리 흔들림이 있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강한 세상이 있었다.기다란 식탁 위에, 박연준은 반대편 끝자락에 앉아서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다.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병존하고 있었으며 이런 저녁 분위기 아래 그의 얼굴 윤곽은 충격적인 정도로 완벽했다.이유영은 박연준이 잘생겼다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다.“무엇을 봤던 거야?”손에 든 와인을 원샷한 순간, 그의 말투는 더없이 그윽했다.“내가 본 게 한두 개가 아니라 많았지!”이 말을 내뱉은 이유영의 말투는 조금 무거웠다.심지어 박연준에 대한 비꼬는 느낌도 들어있었다.그랬다...이유영이 강이한의 곁에서 봤던 모든 것들은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박연준은? 완벽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이유영이 평생토록 제일 싫어하는 것이 기만과 배신이었다.이 두 가지에서 박연준은 기만했고, 강이한은 배신했다.박연준이 입을 열었다.“당신한테 주스를 준비해 두었어. 주스나 마셔. 당신 눈은 술을 마시면 안 좋잖아.”“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봐봐. 화 난 게 맞네.”“...”와인잔을 쥐고 있던 이유영의 손힘은 더욱 세졌다.쿵 소리와 함께 손에 들려있던 와인잔은 세게 대리석 식탁 위에 내리쳐지면서 차가운 소리를 냈다.말을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이유영의 기분을 드러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보면서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 속의 날카로움은 감추지 못했다.“유영아, 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아주 인내심 있게 물었다.하지만 이것을 들은 이유영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예전에도 이런 특수한 인내심 때문에 그녀는 박연준이라는 남자에 남다른 착각이 생겼었다.박연준과 같은 사람은... 그가 원하면 한 사람 앞에서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일단 원하지
아무리 이유영은 예전에 박연준이 얼마나 자신을 보호했는지 알고 있지만, 그 당시의 그런 보호들은 전부 목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마치 홍수처럼 몰려와 모든 의식을 뒤엎어버렸다.이유영이 바로 그랬다.용준은 마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박연준의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어두운 한구석에서 걸어 나와 주방으로 들어왔다.이유영은 용준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지만, 용준은 박연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은색 빛을 반짝이는 식칼이 휙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콰당 소리와 함께 식칼은 그렇게 식탁 위에 버려졌다. 음식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이 부셨다.그러더니 용준의 손등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대리석 바닥에 선명한 색을 입혔으며 보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정도였다.이유영은 어안이 벙벙했으며 넋 놓고 반대편의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이유영을 보고 있었다.그러면서 질문은 용준에게 던졌다.“어때? 네 잘못을 알겠어?”“네. 제가 죄송합니다!”용준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두 사람의 말투는 다 한없이 차가웠다. 이유영은 한 번도 박연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서주를 다녀온 뒤부터, 박연준은 마치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하게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그의 다정한 두 눈 깊숙한 곳에는 피를 빨아먹을 것만 같은 공포감이 숨겨져 있었다. 마치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순식간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용준 씨는 박연준의 곁에 엄청나게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이잖아. 그토록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지금 뭐하신 겁니까?”이유영은 드디어 자신의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입을 연 순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듣는 것만 같았다.눈앞의 박연준 때문에 겁을 작지 않게 먹은 것이 분명했다.“먼저 내려가 봐.”“네.”용준은 상처를 움켜쥔 채 주방을 나갔다.현장에 있던 집
비록 박연준의 눈에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그걸 해냈다는 것은, 특히 체구가 자그마한 그녀가 해냈다는 것은 정말 사람이 새롭게 보이는 정도였다.“게다가 로열 글로벌에 있었을 때, 넌 정 회장한테서 보호를 잘 받았지. 줄곧 단순한 세상에 처해있었지. 하지만 지금 여진우가 돌아왔잖아!”“...”“그럼 너의 평안함도 이제 깨졌으니...”여기까지 말한 박연준은 더 이상 뒤의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그렇지만 그 순간 이유영은 다 알아들었다.‘나더러 어차피 진흙탕에 빠졌으니 더 이상 발버둥 치지 말라는 말인가!?’이것이... 아마도 박연준이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뜻인 거 같았다.그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한 발짝 한 발짝 이유영을 향해 걸어왔다. 이유영은 여전히 말없이 조용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박연준은 그녀의 몸 뒤에 와서... 몸을 돌려 아담한 이유영을 품속에 끌어안았다. 이유영도 그제야 입을 열었다.“당신,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추려고 생각한 적 있었어?”그녀가 말한 것은 한지음이었다.그랬다...한지음이 강이한의 곁에 나타난 것은 다 박연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한지음이 이유영을 미워한 것도 다 사실이었다.일이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일어나야 할 일들은 다 이미 일어나 버렸다. 그 뒤의 진실이 어떤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다 박연준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유영은 한 가지 알고 싶었다... 박연준이 멈추려고 한 적이 있는지 그걸 알고 싶었다.“당신 아직도 그 사람한테 기대가 남아있어?”박연준의 숨결이 이유영의 목에 내려졌으며 그의 그윽한 말투에는 짙은 위험이 담겨있었다.“박연준.”“왜 박연준 씨라고 안 불러?”박연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단번에 의자에서 그녀를 안아 내렸다. 그리고 휙 돌아서 그녀가 앉고 있던 의자에 앉았다.순식간에 이유영은 이미 박연준의 다리에 앉혀졌다.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지만 슬림한 그녀의 허리에는 박연준의 강력한 힘이 전
비록 박연준이 말한 것처럼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입힌 상처들은 다 실제 존재한 것들이었지만 이유영이 보기엔 박연준이 설계한 음모는 강이한보다 더 무서웠다.“이거 놔.”이유영은 발버둥 치면서 박연준의 품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감싼 박연준의 손 힘은 더욱더 세졌다.이유영은 아주 아담했다.그녀가 격렬하게 발버둥 치고 있을 때, 박연준에게 세게 품속으로 갇혀버렸으며 전혀 꼼짝도 못 하게 되었다.머리 위에서 박연준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그 서류를 꼭 손에 넣어야 해. 알겠지?”“...”이유영의 마음은 더없이 차가워졌다.발버둥 치던 그녀는 이 말을 듣고 멈췄다.“여진우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어?”“얼마나 알고 있든 간에 그 서류만 있으면 다 해결돼. 걱정하지 마... 강이한 손에 있는 것들 것 내가 소멸해 줄게. 그럼 앞으로 아무도 당신을 위협할 수 없을 거야.”‘하하! 참 웃기고 있네. 아무도 날 위협하지 못할 거라고?’하지만 정작 박연준 본인은 협박이란 것을 하고 있었다.결국, 박연준은 그녀를 놓아주었다.문을 나선 뒤, 박연준은 그녀를 직접 차에까지 바래다주었다. 차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박연준이 입을 열었다.“유영아, 만약 내가 너한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려고 했으면 체코에서의 그런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을 거야.”“...”이 말이 끝나자, 이유영의 살벌한 기운은 박연준의 말을 듣고 더욱 싸늘해졌다.지금, 아무리 시간이 한창 지난 지금이라지만 그날 체코에서 있은 일만 생각하면 이유영은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박연준은 그녀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당신은 용준이랑 똑같이 자기의 눈과 귀를 너무 믿고 의지해.”긴 설명을 늘어놓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 속에 담겨있는 부드러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그의 말을 믿게 하였다...마치 박연준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절대 아닌 것처럼.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든지 간에 그는... 줄곧 자신이
박연준이 이유영에게 마음이 생긴 건 진짜였다.하지만 유암이 보기엔 이유영은 뒤끝이 장난 아니게 긴 사람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에 대한 이용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안 이상, 그녀가 고분고분하게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특히 지금 그녀가 뱃속에 얼마나 많은 나쁜 꿍꿍이를 갖고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당연히 믿을 수 없지.”박연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몸을 돌렸다.“...”유암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형님이 방금 뭐라고...’그 순간, 유암은 자신이 잘못 들었는 줄 알았다. 박연준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곁에 있으면서 믿음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그런 박연준이 방금 이유영에게 어떻게 했지?박연준은 이유영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다정하게 그녀를 대했다. 심지어... 애틋한 말투였다.‘설마 형님이...’유암의 눈빛은 심각하게 변했다. 그도 몸을 돌려 박연준을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형님, 설마!”“어찌 됐든 그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이 10년이야.”박연준은 심각한 말투로 말했다.‘딱... 이번 마지막 한 번만!’예전에 한지음을 붙인 것은 그의 계획이었다. 그럼 이번에 한지음의 딸은? 그는 계획된 것 이외의 감정으로 하며 금 이유영에게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려 했다.그녀가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도대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이유영에게 제대로 보여주기로 했다.사람은 상처를 어느 정도 깊게 받지 않으면 마음속으로 자꾸 쓸데없는 희망을 품게 된다. 오로지 극한에 달하는 정도까지 상처를 받아야 현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어떤 감정은 10년이 되었을지라도, 설령 수십 년이 되었다고 해도, 꼭 상대방의 가슴속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에 놓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잃은 건 사실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었다.만약 이유영이 정말 그의 마음속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에 놓였다면 그 누가 끼어들든, 어떤 음모가 계획되어있든 간에 다 두 사람을 떼어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그럼
강이한은 눈앞에 있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그녀가... 엄청나게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만 같았다.예전에 이유영의 눈에는 온통 강이한이였다. 하지만 지금은?“그럼 뭐가 당신하고 상관이 있는데? 당신과 서재욱의 딸?”그 아이, 이유영이 그 아이를 엄청나게 애호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도 그녀가 그 아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아마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강이한을 바라보는 이유영의 눈빛에는 싸늘함이 역력했다.“그럼 당신한테는 뭐가 중요한데?”“당신...”“예전에는 한지음, 지금은 한지음의 딸! 어차피 난 당신 마음속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이 아니잖아. 설마 당신 아직도 내가 예전처럼 당신을 내 마음속의 중요한 위치에 놓을 것이라고 망상하는 거야?”순간 공기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두 사람의 차가운 기운이 서로 대치되고 있었다.예전이라... 지금에 있어서 예전이라는 화제는 그들에게... 엄청나게 숨 막히는 것이었다. 예전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두 사람은 아주 각별했다.하지만 결혼한 뒤 이렇게 되었을 줄이야...역시 사람의 심장은 두 개의 심실이 있듯이, 하나에는 행복이 살고 다른 하나에는 슬픔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은 슬픔에게 상처를 주었다.제일 처음 시작할 때, 행복이 얼마나 컸으면, 몰락한 뒤로 그만큼 한 슬픔이 따라오기 마련이었다.지금, 현실에 상처를 받은 슬픔은 마치 큰 갭처럼 자라났다. 그 3년이란 시간에... 이미 높디높은 장벽을 이뤘으며 두 사람의 사이를 가로막았다.“우리의 과거 7년에 대해, 당신은 정말 하나도 그립지 않아!?”이 순간, 강이한의 말투는 극한에 달할 정도로 억눌려있었다.이유영은 매번 이렇게 그의 앞에서 사이를 단호하게 잘라냈다.그녀의 단호함 때문에 강이한은 자신이 이유영의 세계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마치 과거 7년이란 세월이 꿈이었던 것처럼.“당신이 한 번 또 한 번 한지음을 선택했을 때, 그때...
이 말에 강이한은 말문이 막혔다.“...”“흑, 흑.”이유영 얘기가 나온 것을 듣자, 이온유는 다시 울음보를 터뜨렸다. 아이의 눈빛은 정말 억울하기 그지없었다.강이한은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이 여자가!’“됐어. 괜찮아.”그는 가벼운 목소리로 이유영이 울린 이온유를 살살 달래주었지만, 마음속에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젠 하다 하다...’그는 이유영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그녀가 아이조차 용납할 수 없을 줄 몰랐다.“아빠, 흑흑.”꼬맹이는 흐느끼면서 입을 열어 강이한을 불렀다.“아빠 여기 있어.”“엄마가 날 하나도 안 좋아해요. 아기 돼지를 빼앗아 갔어요.”이온유의 목소리는 한없이 억울했다.강이한은 안 그래도 힘줄이 불끈 솟은 이마는 지금 더욱 세게 툭툭 뛰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강이한은 이유영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성질을 부렸는지 알 수 있었다.“아빠가 가서 한 마리 구해다 줄게.”“네.”퉁명한 대답 속에는 여전히 억울함을 숨길 수 없었다.이 정도로 철들고 감정을 억누르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그는 정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정말 겨우겨우 이온유를 달래서 위층으로 올려보낸 뒤, 강이한은 이유영이 아기 돼지를 안고 방 안의 작은 의자에 앉아서 넋 놓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깊게 한숨을 들이켜고는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이 아기 돼지가 그렇게 좋아?”이 말을 듣자 이유영은 순간 정신을 되찾았다.그녀는 품속의 아기 돼지를 한눈 보고는 입가에 싸늘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도 참 유별나. 어떻게 선물을 주는데 이런 걸 줘?”‘이건 남의 지력을 어느 정도까지 짓밟으려는 거야?’강이한은 소파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세게 두 모금 들이마시고 답답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온유를 보낸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왜 이렇게까지 해?”“...”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흠칫했다.강이한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복잡한 빛이 얼른거렸다.그녀는 강이한이 갑작스럽게 꺼낸 말에 대해 안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