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07화

작가: 진헤이
앞으로 다가가려던 강이한의 발길은 그 순간 마치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는 이유영을 향해 반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혼수상태에 있는 이온유를 생각하니 강이한은 그저 마음이 답답해났다.

...

곧장 방으로 돌아온 이유영은 안색이 차가운 것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 도우미들의 곁을 지날 때, 이유영은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사람들의 눈 속에서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이유영은 사실 아직도 이해가 안 갔다.

‘한지음의 딸이 강이한에게... 왜 그토록 중요한 거지? 한지석 때문일까?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만약 한지석 때문이라면 이번 생의 한지음은 그토록 중요하지 않을 건데. 아니면 정말로 강이한의 말처럼 내가... 한지음한테 빚진 것인가?’

이 생각이 들었을 때, 이유영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

‘내가... 한지음한테 빚졌다고? 그래. 빚진 것이 있다고 한들 뭐? 그때의 그 불길, 그리고 내 끝장, 그것들로 맞바꾼다고 쳐도 내가 더 피해 본 게 아니야?’

...

강이한은 아주 어렵게 이유영을 자기 곁에 남게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했다.

이유영이 그의 곁으로 돌아온 것은 맞았지만 그가 원하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강이한과 이유영의 상황은 그야말로 엎질러진 물처럼 정말 수습하기 어려웠다.

“엄마, 엄마...”

이온유는 열이 세게 났다. 다행히 해열 주사를 나서 열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롱해롱한 와중에 이온유는 여전히 이유영을 찾고 있었다.

이온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기억이 있고부터 이유영을 엄마로 알고 있었기에 아이의 세상에는... 종래도 한지음이라는 사람이 없었다.

“온유야.”

강이한은 애틋하게 이온유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아직 열이 조금 있었기에 이마는 뜨거웠으며 얼굴도 열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엄마, 엄마.”

“...”

이온유는 몸이 허약했기에 매번 아플 때마다 엄청나게 사람 손을 탔다.

그리고 이온유가 아플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08화

    “당신더러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결국 한참 동안의 눈 맞춤 끝에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아니라고? 그래. 좋아. 그럼...”“온유가 한지음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해.”“...”온몸의 한기는 다시 한번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내뿜어졌다.‘참 미친놈이네!’쾅 소리와 함께 물컵은 아주 세게 식탁에 내리쳐졌다. 이유영은 발길을 옮겨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이때 뒤에서 강이한의 억눌린 목소리가 들렸다.“온유를 불쌍한 아이로만 취급해 줘!”그저 불쌍한 아이였다.‘그래, 불쌍하지.’이유영도 이온유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그 아이에게는 당신이 있잖아. 불쌍하지 않아!”그랬다. 이온유가 불쌍한 것도 다 강이한의 곁으로 오기 전까지만이었다.‘강이한의 곁으로 온 뒤로 불쌍할 게 뭐가 있어?’강이한은 정말 이온유를 공주처럼 대했으며 그 아이를 손아귀에 받들었다.말을 내던진 뒤, 이유영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서 쿵 소리와 함께 문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그녀가 마음속에 울분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사람은 아무리 무뚝뚝하다고 해도, 진짜 상황에 부닥치면 영향을 조금도 안 받는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강이한은 제자리에서... 눈에 빛을 잃은 것처럼 막연하게 서 있었다. 마치 갈림길에 섰는데 양쪽의 길이... 다 어두운 길이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이 위층의 방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이한이 들어왔다.강이한은 귤색 불빛 아래 서 있었으며 불빛을 등지고 있었기에 그의 눈빛에서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물었다.“꼭, 온유를 보내야 하는 거야? 그런 거야?”이때 이유영은 침대에 누워있었다.강이한의 말을 들은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아 말없이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그런 거야? 맞아?”이유영이 말이 없는 것을 보자 강이한의 말투는 더욱 세졌다.“그렇게 할 수는 있고?”만약 이유영이 이온유를 꼭 보내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그럼, 강이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09화

    게다가 지난번 생에 강이한은 욱할 때마다 눈 각막 얘기를 꺼냈다. 이번 생에서도... 그는 또 이유영의 앞에서 그 얘기를 수차례 꺼냈었다.이튿날 아침 식탁 위, 주방에서 준비해 준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조심성이 있어 보였다. 어찌 됐든 어제는 온종일 식사 문제 때문에 불쾌했었다.주방은 그나마 눈치 빠르게 오늘 아침은 될수록 이유영의 입맛을 알아볼 수 있는 것들로 준비를 했다.도우미들도 그건 알고 있었다.이유영은 자기들의 도련님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이곳에 남게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당연히 조금이라도 태만해서는 안 되었다...하지만 이유영을 바라보는 도우미들의 눈빛은 여전히 이상하게 감정이 억눌려있었다. 그들은 이유영을 아이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속 좁은 여자로 여긴 것이 분명했다.“죽 좀 먹어 봐.”강이한은 안색이 새하얀 이온유를 보며 말했다.이온유는 이유영을 보고는 또 강이한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고개를 떨구었다.이유영은 마치 이온유를 못 본 것처럼 덤덤하게 자기 식사를 하고 있었다.“왜 그래?”“저... 힘이 별로 없어서 자고 싶어요.”이온유의 목소리는 조금 허약해 보였다.이건 열이 난 후의 전형적인 후유증이었다.“그래도 영양가 있는 죽을 좀 먹어야지. 안 그럼, 네 몸이 나아지기 어려워.”이건 사실이었다.하지만 이온유는 지금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이유영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강이한은 손에 든 젓가락을 식탁에 탁 내려놓고는 이온유의 앞에 놓인 죽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한술 떴다.“자, 입 벌려.”“아빠.”“자, 말 잘 들어야지.”강이한의 말투는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인내심이 가득 찼다.이유영은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는 수저를 내려놓고 일어섰다. 그녀는 식사 과정 내내 강이한과 이온유 두 사람의 자애로운 부녀 장면을 쳐다보지 않았다.이유영이 입을 열고 말했다.“나 잠시 나갔다 올게.”강이한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유영은 곧장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전에 강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10화

    이유영은 여진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어찌 됐든 그 어떤 여자라도 도원산에서 본 장면들을 갖고 마음속으로 비교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이유영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여진우를 한 눈 보고 말했다.“아니.”“유영아.”“나랑 강이한의 관계에 대해, 넌 몰라!”“그럼 넌 지금...?”“내가 말했잖아. 오로지 널 위해서 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고! 나랑 그 사람 사이의 일은 원래도 철저하게 잘라버려야 했어.”이유영은 일부러 여진우의 그 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편에 앉은 여진우의 기운은 그래도 조금 변했다.그 순간 그의 눈빛은 우울함으로 가득 찼다.이로써 예전의 과거가 여진우에게 있어서 도대체 얼마나 비참한 기억인지 알 수 있었다.“생각하지 마.”조금 차갑고 작은 손이 여진우의 손 위에 놓였다. 이유영은 위로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여진우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는 널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난 네가 이 점을 꼭 알았으면 해.”“난 널 믿어.”여진우가 한 말에 대해 이유영은 잘 알고 있었다...그가 그동안 혼자의 힘으로 서주에서 오늘의 위치까지 올 수 있는 것만큼, 이유영을 보호하는 것도 별문제가 없었다.하지만 관건은... 그녀와 강이한 사이는 반드시 끝을 보아야 했다.여진우는 그윽하게 이유영을 보며 말했다.“보아하니 넌 아직도 네가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렸는지 모르는구나.”“...”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흠칫했다.‘소용돌이라고?’이유영은 느낄 수 있었다.서주의 그 일은 그녀가... 전에 아무리 피하고, 아버지가 그녀를 밖으로 배제한다고 해도 오늘의 그녀는 여전히 그 속에 휘말리게 되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걱정하지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여진우에게 말했다.하지만 이유영을 걱정하는 여진우의 눈빛은 여전히 추호도 느슨해지지 않았다.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온전한 평온함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전에 그렇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11화

    하지만 지금은?달라졌다. 철저하게 달라졌다.지난번에 서주에서 일을 당한 것도 있고, 게다가 엔데스 가문의 변동 때문에 다소 풍산의 지위를 흔들었다.하지만 그건 알아줘야 했다. 박연준은 역시 박연준이었다. 아무리 흔들림이 있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강한 세상이 있었다.기다란 식탁 위에, 박연준은 반대편 끝자락에 앉아서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다. 다정함과 날카로움이 병존하고 있었으며 이런 저녁 분위기 아래 그의 얼굴 윤곽은 충격적인 정도로 완벽했다.이유영은 박연준이 잘생겼다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다.“무엇을 봤던 거야?”손에 든 와인을 원샷한 순간, 그의 말투는 더없이 그윽했다.“내가 본 게 한두 개가 아니라 많았지!”이 말을 내뱉은 이유영의 말투는 조금 무거웠다.심지어 박연준에 대한 비꼬는 느낌도 들어있었다.그랬다...이유영이 강이한의 곁에서 봤던 모든 것들은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박연준은? 완벽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이유영이 평생토록 제일 싫어하는 것이 기만과 배신이었다.이 두 가지에서 박연준은 기만했고, 강이한은 배신했다.박연준이 입을 열었다.“당신한테 주스를 준비해 두었어. 주스나 마셔. 당신 눈은 술을 마시면 안 좋잖아.”“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야!”“봐봐. 화 난 게 맞네.”“...”와인잔을 쥐고 있던 이유영의 손힘은 더욱 세졌다.쿵 소리와 함께 손에 들려있던 와인잔은 세게 대리석 식탁 위에 내리쳐지면서 차가운 소리를 냈다.말을 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이유영의 기분을 드러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보면서 여전히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 속의 날카로움은 감추지 못했다.“유영아, 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아주 인내심 있게 물었다.하지만 이것을 들은 이유영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예전에도 이런 특수한 인내심 때문에 그녀는 박연준이라는 남자에 남다른 착각이 생겼었다.박연준과 같은 사람은... 그가 원하면 한 사람 앞에서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일단 원하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12화

    아무리 이유영은 예전에 박연준이 얼마나 자신을 보호했는지 알고 있지만, 그 당시의 그런 보호들은 전부 목적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마치 홍수처럼 몰려와 모든 의식을 뒤엎어버렸다.이유영이 바로 그랬다.용준은 마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처럼 박연준의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어두운 한구석에서 걸어 나와 주방으로 들어왔다.이유영은 용준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지만, 용준은 박연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리고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은색 빛을 반짝이는 식칼이 휙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콰당 소리와 함께 식칼은 그렇게 식탁 위에 버려졌다. 음식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이 부셨다.그러더니 용준의 손등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대리석 바닥에 선명한 색을 입혔으며 보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정도였다.이유영은 어안이 벙벙했으며 넋 놓고 반대편의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눈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이유영을 보고 있었다.그러면서 질문은 용준에게 던졌다.“어때? 네 잘못을 알겠어?”“네. 제가 죄송합니다!”용준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두 사람의 말투는 다 한없이 차가웠다. 이유영은 한 번도 박연준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서주를 다녀온 뒤부터, 박연준은 마치 자신의 본모습을 철저하게 드러내는 것만 같았다.그의 다정한 두 눈 깊숙한 곳에는 피를 빨아먹을 것만 같은 공포감이 숨겨져 있었다. 마치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순식간에 싸늘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용준 씨는 박연준의 곁에 엄청나게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이잖아. 그토록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지금 뭐하신 겁니까?”이유영은 드디어 자신의 이성을 되찾았다. 하지만 입을 연 순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듣는 것만 같았다.눈앞의 박연준 때문에 겁을 작지 않게 먹은 것이 분명했다.“먼저 내려가 봐.”“네.”용준은 상처를 움켜쥔 채 주방을 나갔다.현장에 있던 집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13화

    비록 박연준의 눈에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그걸 해냈다는 것은, 특히 체구가 자그마한 그녀가 해냈다는 것은 정말 사람이 새롭게 보이는 정도였다.“게다가 로열 글로벌에 있었을 때, 넌 정 회장한테서 보호를 잘 받았지. 줄곧 단순한 세상에 처해있었지. 하지만 지금 여진우가 돌아왔잖아!”“...”“그럼 너의 평안함도 이제 깨졌으니...”여기까지 말한 박연준은 더 이상 뒤의 말을 이어나가지 않았다.그렇지만 그 순간 이유영은 다 알아들었다.‘나더러 어차피 진흙탕에 빠졌으니 더 이상 발버둥 치지 말라는 말인가!?’이것이... 아마도 박연준이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뜻인 거 같았다.그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한 발짝 한 발짝 이유영을 향해 걸어왔다. 이유영은 여전히 말없이 조용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박연준은 그녀의 몸 뒤에 와서... 몸을 돌려 아담한 이유영을 품속에 끌어안았다. 이유영도 그제야 입을 열었다.“당신,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추려고 생각한 적 있었어?”그녀가 말한 것은 한지음이었다.그랬다...한지음이 강이한의 곁에 나타난 것은 다 박연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한지음이 이유영을 미워한 것도 다 사실이었다.일이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른 이상, 일어나야 할 일들은 다 이미 일어나 버렸다. 그 뒤의 진실이 어떤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다 박연준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유영은 한 가지 알고 싶었다... 박연준이 멈추려고 한 적이 있는지 그걸 알고 싶었다.“당신 아직도 그 사람한테 기대가 남아있어?”박연준의 숨결이 이유영의 목에 내려졌으며 그의 그윽한 말투에는 짙은 위험이 담겨있었다.“박연준.”“왜 박연준 씨라고 안 불러?”박연준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단번에 의자에서 그녀를 안아 내렸다. 그리고 휙 돌아서 그녀가 앉고 있던 의자에 앉았다.순식간에 이유영은 이미 박연준의 다리에 앉혀졌다.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발버둥을 쳤지만 슬림한 그녀의 허리에는 박연준의 강력한 힘이 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14화

    비록 박연준이 말한 것처럼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입힌 상처들은 다 실제 존재한 것들이었지만 이유영이 보기엔 박연준이 설계한 음모는 강이한보다 더 무서웠다.“이거 놔.”이유영은 발버둥 치면서 박연준의 품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녀의 날씬한 허리를 감싼 박연준의 손 힘은 더욱더 세졌다.이유영은 아주 아담했다.그녀가 격렬하게 발버둥 치고 있을 때, 박연준에게 세게 품속으로 갇혀버렸으며 전혀 꼼짝도 못 하게 되었다.머리 위에서 박연준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그 서류를 꼭 손에 넣어야 해. 알겠지?”“...”이유영의 마음은 더없이 차가워졌다.발버둥 치던 그녀는 이 말을 듣고 멈췄다.“여진우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어?”“얼마나 알고 있든 간에 그 서류만 있으면 다 해결돼. 걱정하지 마... 강이한 손에 있는 것들 것 내가 소멸해 줄게. 그럼 앞으로 아무도 당신을 위협할 수 없을 거야.”‘하하! 참 웃기고 있네. 아무도 날 위협하지 못할 거라고?’하지만 정작 박연준 본인은 협박이란 것을 하고 있었다.결국, 박연준은 그녀를 놓아주었다.문을 나선 뒤, 박연준은 그녀를 직접 차에까지 바래다주었다. 차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박연준이 입을 열었다.“유영아, 만약 내가 너한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려고 했으면 체코에서의 그런 방식을 사용하진 않았을 거야.”“...”이 말이 끝나자, 이유영의 살벌한 기운은 박연준의 말을 듣고 더욱 싸늘해졌다.지금, 아무리 시간이 한창 지난 지금이라지만 그날 체코에서 있은 일만 생각하면 이유영은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박연준은 그녀의 볼을 만지며 말했다.“당신은 용준이랑 똑같이 자기의 눈과 귀를 너무 믿고 의지해.”긴 설명을 늘어놓지 않았지만, 그의 말투 속에 담겨있는 부드러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그의 말을 믿게 하였다...마치 박연준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절대 아닌 것처럼.그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든지 간에 그는... 줄곧 자신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815화

    박연준이 이유영에게 마음이 생긴 건 진짜였다.하지만 유암이 보기엔 이유영은 뒤끝이 장난 아니게 긴 사람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에 대한 이용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안 이상, 그녀가 고분고분하게 나올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특히 지금 그녀가 뱃속에 얼마나 많은 나쁜 꿍꿍이를 갖고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당연히 믿을 수 없지.”박연준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몸을 돌렸다.“...”유암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형님이 방금 뭐라고...’그 순간, 유암은 자신이 잘못 들었는 줄 알았다. 박연준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곁에 있으면서 믿음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그런 박연준이 방금 이유영에게 어떻게 했지?박연준은 이유영이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다정하게 그녀를 대했다. 심지어... 애틋한 말투였다.‘설마 형님이...’유암의 눈빛은 심각하게 변했다. 그도 몸을 돌려 박연준을 따라 들어가며 물었다.“형님, 설마!”“어찌 됐든 그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이 10년이야.”박연준은 심각한 말투로 말했다.‘딱... 이번 마지막 한 번만!’예전에 한지음을 붙인 것은 그의 계획이었다. 그럼 이번에 한지음의 딸은? 그는 계획된 것 이외의 감정으로 하며 금 이유영에게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려 했다.그녀가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도대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이유영에게 제대로 보여주기로 했다.사람은 상처를 어느 정도 깊게 받지 않으면 마음속으로 자꾸 쓸데없는 희망을 품게 된다. 오로지 극한에 달하는 정도까지 상처를 받아야 현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어떤 감정은 10년이 되었을지라도, 설령 수십 년이 되었다고 해도, 꼭 상대방의 가슴속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에 놓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잃은 건 사실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었다.만약 이유영이 정말 그의 마음속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에 놓였다면 그 누가 끼어들든, 어떤 음모가 계획되어있든 간에 다 두 사람을 떼어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그럼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5화

    이유영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임소미는 사람을 시켜 조사를 시작했고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결코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며칠 동안 진영숙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그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왜 서주로 떠나서 죽음을 가장했는지를.모두 이 여자 때문이었다. 진영숙이 그토록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남편뿐만 아니라 지금 강이한의 행방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여자로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임소미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진영숙이 사실은 월이를 데려가려 했다는 것을.“며칠 동안 데려가겠다고 했다고요?”“그래서 내가 화가 났던 거야.”진영숙의 행동을 보면 며칠은 말뿐인 핑계였다.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임소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제 아무것도 없고 오직 손녀만 남았다고? 과연 손녀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사람인가?’이유영은 말없이 얼굴을 굳혔다.진영숙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영아, 이번 일은 그녀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 없어.”임소미의 목소리엔 단단한 결심과 냉기가 섞여 있었다.진영숙은 자신이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아이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상실에 대해 임소미는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엄마. 제가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어떻게 처리할 거니?”‘어떻게 처리할까?’이유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임소미를 진정시킨 뒤, 이유영은 백산 별장을 나섰고 밖에선 지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풍산 그룹으로 가요.”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그곳은 과거가 덕지덕지 붙은 장소였고 이유영은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었다.“윙윙윙.”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박연준이었고 이유영은 망설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4화

    이유영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그녀는 임소미의 품에 파고들며 가느다란 팔로 어머니의 허리를 꼭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오래전 소은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강이한은 연애 상대론 괜찮지만 결혼은 다르다고.그때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맞지 않는 결혼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강이한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소은지는 그녀를 말렸었다. 소은지는 그녀의 결혼을 말렸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의 말은 모두 옳았음이 증명됐다.끝났다고 믿었던 그 관계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때, 등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앞으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예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이렇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두 혼자 견뎌야만 했다.임소미가 감싸안아 주자 이유영의 마음은 다시금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그리고 이 감정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가 말한 '아무도'는 명백히 진영숙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람에게서 다시 이런 고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엄마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임소미는 그 말을 반복하듯 속삭였다.오늘 밤, 임소미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장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진영숙이 막말을 퍼붓고 손까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이 강씨 가문에서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임소미는 문득 깨달았다.사모님의 우아한 모습은 진영숙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손부터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 살아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3화

    이유영이 돌아오고 그녀는 진영숙과 임소미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명의 도우미가 진영숙을 붙잡아 끌어내고 있었다.임소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솟구쳤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너 먼저 위로 올라가.”“무슨 일이 있었어?”이유영이 물었다.정씨 가문에 돌아온 지 오래된 만큼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아하고 온화한 사람인 만큼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임소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영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유영, 넌 누가 너한테 눈을 기증해 줬는지 모르지? 강이한이 네게 빚을 졌다고 하지만 사실은...”“입 다물어!”진영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소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고 진영숙은 여전히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엔 전례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도 진영숙은 이유영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 번도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용성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증오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유영아, 너 먼저 위로 올라가.”“엄마.”“올라가!”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격하게 소리쳤다.임소미가 이런 식으로 이유영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소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이유영은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진영숙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우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이유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영, 강이한은 너에게 빚진 게 없어. 강이한은 오히려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너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네 눈조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2화

    임소미는 혈압이 치솟았고 화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내 말이 틀렸나요?”“틀렸냐고?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은 있고? 당신만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더라면 유영이와 강이한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임소미는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격렬히 외쳤다.진영숙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임소미의 말이 맞았다. 진영숙은 두 사람 관계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강이한은 사라졌고 강서희도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월이 뿐이었다.오늘 이곳에 와서 월이를 보게 된 순간, 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사람 불러!”임소미가 크게 외치자 집사들과 도우미들이 급히 달려왔다.“이 여자를 당장 내쫓아!”“당신이 감히 그럴 수 있을까?”“뭐라고?”임소미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이 여자는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걸까?’조금 전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이에게 조금의 정이라도 남아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모든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결국 그녀는 후회라는 감정을 모르는 인간이었다.진영숙이 오늘 여기 온 것도, 월이에게 다정하게 굴었던 것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지막 발악이었다.그녀의 말은 그저 그럴싸한 포장일 뿐 사실은 월이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리고 뻔뻔하게도 무례하기까지 했다.진영숙은 임소미의 눈을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매서운 날카로움뿐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우리 아들이 왜 서주를 떠났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임소미, 당신들은 정말 단 한치의 양심 가책도 못 느꼈어?”왜 강이한이 서주를 떠났는지 시간대와 상황을 조합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특히 떠나기 전, 시윤이 건넨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유영이 용성시에서 수술을 받았던 그 시기에 강이한은 서주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1화

    강이한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절망의 고통을 몸소 겪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한때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무력했는지를 그는 이제서야 조금씩 체감하고 있었다....파리에서 진영숙은 다시 백산 별장을 찾았다. 여전히 강이한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시윤은 강이한이 이정과 신시욱을 데리고 떠났다고 말했다.그 두 사람의 능력을 생각하면 강이한이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어머니로서 절망에 가까운 마음으로 그를 수소문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그리고 알면 알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정말이지, 당신은...”백산 별정까지 찾아온 진영숙의 뻔뻔함에 임소미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응수했다.진영숙은 한때 유능한 여성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감히 저런 얼굴을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에겐 익숙하지 않은 대우였다.“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저 좀 봐주세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전에는 없던 고통이 서려 있었다.그렇다. 지금의 진영숙에겐 주변에 기댈 친척도 함께할 가족도 없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건 손녀인 월이 뿐이었다.오늘도 그녀는 월이를 위해 여러 장난감을 준비해 왔지만 임소미는 그 모든 행동이 불쾌하게만 느껴졌다.“당신도 어머니였잖아요. 제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잖아요.”임소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봐준다고? 당신이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이유영이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 진영숙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헌신적인 할머니 행세를 하니 임소미는 화가 났다.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으로밖에 안 보였다.진영숙의 눈엔 고통이 어렸다.“저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요.”임소미의 말에 그녀는 도무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자존심 강한 진영숙이라 해도 진실을 알게 된 지금, 과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0화

    그녀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강이한을 떠난 뒤 어둠 속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다.신시욱과 이정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침묵에 잠겼다. 그 질문은 그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이 그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지, 사실 그들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건 그녀가 깊은 괴로움 속에 잠겨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리고 그녀가 괴로워할수록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의 고독이 얼마나 잔혹한 감정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그녀는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은 어쩌면 그때의 이유영보다 더한 심연 속에서 절망을 겪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벌하고 있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겪기 위해 같은 어둠 속에 몸을 던졌다.“선생님. 각막 이식 수술 관련 소식이 들어왔습니다.”신시욱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천시에 머무는 동안, 신시욱과 이정은 한 번도 수술 신청을 멈춘 적이 없었다.그들은 강이한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유영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도 절대 강행하지 않았다.이유영이 시력을 잃었을 때, 그녀는 가족들이 몰래 준비했던 이식 수술조차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회 앞에서 강이한은 조용히 거절했다.“필요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두 사람은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필요 없다고?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선생님.”신시욱의 목소리는 긴장감에 더욱 떨려왔다.그 어떤 강인한 남자라고 해도 이 순간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떨림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최근 며칠간 그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두 사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자신을 벌하며 살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정말 이미 충분했다.‘받아야 할 벌은 다 받았는데 왜 여전히 자신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9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어둠 속에서 지낸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어둠 속에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새들의 지저귐이 더 또렷하게 들리고 사소한 바람 소리 하나에도 감각이 예민해졌다.강이한은 우천시에 있는 주택 마당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천시에 오늘같이 이렇게 따스한 햇살이 비추던 때가 언제였던가?이정이 조심스레 다가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햇살은 있어도 아직은 쌀쌀하네요.”말은 없었지만 강이한은 이정의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로 그가 신시욱이 아님을 알아차렸다.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감각이 예민했을까?“이정.”“네.”“유영이는 이 마당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보지 못했겠지?”“네.” 이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이곳에서 몇 개월을 머물렀지만 실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마당은 끝내 그녀에게 낯선 곳으로 남게 되었다.지금 그녀를 우천시로 다시 데려온다 한들 스스로 길을 찾아올 수도 없을 것이다.강이한은 낮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유영이는 이 마당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그렇다. 보지 못했어도 그녀는 감각으로 모든 것을 구분했다. 마치 지금의 강이한처럼.이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이럴 가치가 있었습니까?”그가 이곳에 온 이후, 누군가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가치가 있었는지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그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유영에게 진 빚은 결코 눈 한 쌍으로는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이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예전에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던 이유영의 손짓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 자신이 어둠 속에서 겪고 있는 공포는 당시 그녀가 느낀 감정에 닿을 수조차 없었다.점심 식사 시간.“쨍그랑.”강이한이 손을 뻗는 순간, 접시와 그릇이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기는 순간 얼어붙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8화

    이유영은 자신의 몸에 강이한과 관련된 어떤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남은 인생에서도 강이한과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얽히는 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월이의 일로 인해 그녀는 너무도 깊은 상처를 입었고 강이한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그런 사람의 눈을 자신이 기증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리고 강이한 역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수술 전에 모든 철수 준비를 마친 것이고 이유영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이미 많은 상처를 준 이후, 아무리 많은 것을 베푼다 해도 이유영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자신과 이유영 사이에는 어떠한 선택지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그녀의 손을 놓은 것이다.‘이렇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빚진 것이 없게 되는 걸까?’하지만 단순히 눈을 기증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유영아, 왜 강이한에 관해 묻는 거야? 혹시...”소은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국 그녀는 언제나 이유영 편이었다.특히 수술 전, 마지막으로 강이한을 마주했을 때 그가 남긴 말을 들은 후로 그녀조차도 강이한을 용서할 수 없다고 느꼈다.“나랑 장난해?”소은지의 말에 이유영의 표정은 단숨에 싸늘해졌다.그 차가운 기색을 확인한 소은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래,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소은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나는 그냥 권력에 그토록 집착했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서주를 내려놓았는지 궁금했을 뿐이야.”“음모일지도 모르지.”소은지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화제를 서둘러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음모’라는 단어에 이유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소은지는 그녀의 웃음을 보고 또 한 번 안도했다.“ 월이 보러 왔을 때,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뭐라고 했는데?”“일어날 일은 언제든지 다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7화

    강이한은 서주에서의 모든 일을 철수하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하던 사람들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그저 강이한의 또 다른 속임수일 거라고 생각했다.강이한과 박연준, 두 사람은 누군가를 철저하게 속이는 데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다.박연준은 진짜로 서주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고 진영숙은 파리에서 집요하게 강이한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그걸 보며 이유영은 강이한이 정말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무슨 생각해?”반산월에서 소은지는 이유영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은지야.”“응?”“어떻게 된 거라고 생각해?”서주의 현 상황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이유영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졌다.강이한은 정말 그의 사람들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듯했다.권력을 중시하던 인물이었기에 은둔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강이한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조용히 지낼 성격이 아니었다.“뭐라고?”소은지는 이유영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이유영은 소은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강이한이... 정말 사라졌어.”“그래. 그 얘기 예전에도 했었잖아.”이유영이 이제서야 이 사실을 믿게 되었다는 것을 소은지는 알아챌 수 있었다.예전엔 믿지 않았던 이유영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강이한의 실종을 인정하고 있었다.강이한과 박연준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연서의 사건이 터진 이후, 그녀는 두 사람을 음모로 가득 찬 사람들로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 강이한이 사라졌다고 했을 때도 이유영은 그것을 단순한 음모의 연장이라 여겼다.두 사람은 늘 서로 무관한 척 행동했지만 그 뒤에는 누구도 상상 못 할 거대한 연관성이 있었던 것이다.신지수는 여러 번 전화를 걸어왔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난 후, 신씨 가문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았고 그녀는 그 일을 처리하면서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