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불 때문에 난 모든 것을 잃었어! 게다가 출산조차 힘들어졌는데 당신은 어떻게 내가 어렵게 낳은 그 아이를 보내버리라고 말할 수 있어!?”“안 보내도 돼. 안 보내도 돼.”강이한은 앞으로 다가와 단번에 이유영을 와락 품속에 안았다.강이한의 품이 닿는 순간, 이유영은 그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떨림은 그녀에게 정말 아니꼬웠다.“보내지 말자.”그는 무의식적으로 두 팔에 힘을 주어 꽉 끌어안았다.“당신은 지금 상황이 우습지도 않아?”“유영아.”“우리 두 사람, 더 이상 우리 둘의 아이를 가질 수도 없어. 근데 당신은 날 곁에 두어서 뭐 해?”“유영아...”“한지음의 아이, 서재욱의 아이. 하하!”“그만 말해. 입 다물어. 그만 말하라고!”강이한은 지금 매 한마디가 다 너무 귀에 거슬렸다.마음이 아픈 나머지 그는 숨 쉬는 것마저 버거웠다.“당신은 아이의 새아버지가 되는 게 좋겠지만 나는 새엄마가 되기 싫어.”“유영!”한지음 딸의 일에 대해서, 이유영은 어느 때든지 물론하고 다 시종 이런 태도를 견지했다.그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이유영의 이 말을 들은 강이한은 가슴이 더없이 답답해졌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응?”얘기하고 싶지 않았다.계속 얘기하면 안 되었다.모든 것을 다 털어놓는 것은 이렇게나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그는 줄곧 이유영더러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만 했지, 전생의 그녀가 이렇게 힘들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유영의 짧은 몇 마디에서 강이한은 그녀가 전생에서 받은 고통을 고스란히 느꼈다.이유영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을 강이한은 알 수 있었다.하지만 한지음에 대해...“유영아, 그 얘기는 일단 그만하자. 응?”너무 조급했다.전에는 강이한이 너무 조급하게 몰아붙였다.그 상처들은 아마 아직도 이유영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 그녀더러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이유영은 강이한의 품에서 그의 떨림을 느
이유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응.”“그놈은 정말 못하는 짓이라고 없네! 난 심지어 그런 생각까지 했었어. 그 당시 그놈이 너를 아꼈던 감정들은 도대체 다 뭐야?”그랬다. 아꼈었다.그때 강이한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 건 이유영에 대한 아낌이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 감정들은... 다 우습기만 했다.우습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그런 아낌은 한지음이 나타나기 전까지였다.그리고 한지음이 나타난 이후로 모든 것들이 다 변했다.이유영은 소은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요즈음 네가 사교계에서 엄청나게 얼굴을 잘 드러내던데.”이유영이 말했다.맞는 말이었다. 엔데스 현우와 결혼한 뒤로, 소은지는 재빨리 사교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게다가 이유영은 소은지와 설유나 사이에 있었던 일화도 전해 들었다.소은지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맞아.”“예전에 넌 이런 것들을 안 좋아했잖아!”“앞으로는 좋아하게 될 거야.”소은지가 대답했다.예전에 싫어했던 건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에 상류사회 사람들의 행위를 이해할 시간도 전혀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지금의 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럼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자신이 선 위치에 맞게 일을 해야 했다.“설유나가 입원했어.”이유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자기가 알고 있던 소식을 소은지에게 말해주었다.하지만 소은지는 전부 알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나도 알고 있었어!”“그럼, 여섯째 도련님 쪽은?”소은지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 들은 이유영은 아주 자연스럽게 순식간에 포인트를 잡아냈다.‘설유나가 입원한 건 아마 은지와 상관이 있을 가능성이 아주 커.’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이유영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그 사람? 하!”엔데스 명우의 얘기가 나오자, 소은지는 냉소를 지었다. 마치 엔데스 명우가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말했다.“유영아. 난 네가 내 걱정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랑 그 사람은... 내가 현우 씨와 결혼한 순간부터 이미 대립 면에
뜨거운 찻물이 피부에 닿으면서 가슴 저리는 아픔을 느꼈다. 하지만 소은지의 눈빛은 그저 그렇게 뚫어져라 배천명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넌 내가 일곱째 사모님인 거 알고 있네?”“일곱째 사모님...”“꺼져!”소은지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름이며 싸늘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 동시에 아주 짙은 위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배천명은 잠시 넋이 나갔다.비록 전에 엔데스 명우의 곁에 있었을 때도 소은지가 여러 차례 여섯째 도련님한테 반항하는 것을 보아서 그녀의 성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정도로 성격이 나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꺼져라는 두 글자는... 절대 엔데스 가문의 여인한테서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일곱째 사모님,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일곱째 도련님을 위해...”“아직도 헛된 꿈을 꾸고 있네!”배천명의 말은 다시 소은지 때문에 끊어졌다. 지금, 이 순간 소은지는 아니꼬운 눈빛으로 배천명을 바라보고 있었다.배천명은 어안이 벙벙했다.‘꿈을 꾼다고? 누가...?’배천명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소은지는 비꼬면서 웃으며 말했다.“다들 이젠 어린아이들도 아닌데 설마 여섯째 도련님은 아직도 소문 속에 자기랑 일곱째 도련님이 사이가 좋다는 것을 믿고 있는 건가?”이 말을 듣자, 배천명의 안색은 순간 확 변했다.소문이라는 두 글자가 세게 그의 신경을 자극한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것들이 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은지가 엔데스 현우와 결혼한 후로 두 형제의 사이는 금세 긴장해졌다.조금 전 배천명은 소은지더러 엔데스 현우의 체면을 생각해 여섯째 도련님한테 너무 강경하게 맞서지 말라고 망상이 담긴 말을 했다.소은지는 자신의 손톱을 어루만지면서 배천명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거의 죽어가?”말투는 유달리 각박했다.배천명은 침묵을 지켰다.소은지는 계속해서 말했다.“죽어도 사실 별로 나쁠 게 없지.”“일곱째 사모님!”“난 한 번도 그 여자를 살려주겠다고 약속
바닥에서 매를 맞고 있는 배천명을 보고 있으니 그 순간 이유영은 마치 엔데스 명우를 본 것만 같았다.소은지는 막연하게 몸을 일으켜 서면서 말했다.“죽도록 패지는 마세요.”“네.”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소은지는 뒤의 혼란한 상황을 뒤로 한 채, 그저 그렇게 자리를 떴다.한때 그녀가 가장 싫어했던 것이 바로 이런 장면이었다. 세력을 믿고 함부로 하는 짓은 그녀의 세계에서 단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지금, 엔데스 명우의 사람만 보면 그녀는 그들을 패버리고 싶었다.설유나의 상황은 아주 심각했다.엔데스 명우는 온몸에 중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돌아온 배천명에게 눈길을 한번 주고는 또 그의 몸 뒤를 한번 보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어떻게 된 일이야?”“오기 싫다고 하셨습니다.”배천명은 소은지를 위해 뭘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했다.그러자 엔데스 명우의 별로 안 좋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으며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음흉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오기 싫다면 다야?’“너 언제부터 이렇게 쓸모가 없어졌어?”상처투성이인 배천명의 모습을 보며 엔데스 명우의 말투는 더욱 차가워졌다.배천명은 공손하게 고개를 떨구었다.그의 몸에 있는 상처들은 더구나... 지금 파리에서의 여섯째 도련님과 일곱째 도련님의 관계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만약 예전에 이미 소은지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이였다고 하면 지금은 더욱... 세게 붉히는 것이었다.“명우 오빠.”병실 침대 위의 설유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짧디짧은 시간에 그녀의 입술은 이미 말랐다.사실 설유나의 병은 더욱이 음식을 조심해야 했으며 평상시에도 보양에 주의해야 했다.게다가 사교 연회의 어떤 것들은 그녀에게 적합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자기가 엔데스 명우 곁의 여자라는 입장을 굳히기 위해, 중요한 연회가 있을 때마다 꼭 따라가곤 하였다.하지만 설유나의 몸이 이렇게 빨리 악화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도 당황했다.“괜찮아.”
저녁 식탁에서 이유영은 조용히 국을 먹고 있었다국물의 맛은 정말... 별맛이었다.아마도 이유영이 아침에 성질을 부린 것 때문인지, 강이한은 그 뒤로 주방한테 최대한 이유영이 좋아하는 것들로 하라고 시켰다.“온유야, 왜 그래?”이온유가 시무룩해하는 것을 본 강이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특히 그동안 아이가 밥을 먹을 때의 습관에 대해 강이한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지금 이렇게 밥을 먹고 있는 것은 분명 오늘 저녁의 음식들이 입맛에 안 맞아서였다.“먼저 좀 먹어봐.”“네.”이온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의식적으로 여전히 눈빛이 쌀쌀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이유영은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비꼬면서 말했다.“두 사람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역겹네!”“...”“...”그 순간 강이한의 안색은 확 어두워졌다.비록 오전에 나눴던 얘기들 때문에 강이한은 마음속으로 이유영이 조금 안쓰러웠지만 그녀가 이온유의 면전에 대고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강이한은 마음이 어느 정도 불편했다.“어떤 사람은 참 가식을 잘 떤다니까. 그 사람과 같은지 모르겠네?”강이한이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이유영은 더욱 세게 비꼬면서 말했다.이에 강이한은 정말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젓가락을 내려놓는 순간, 힘이 조금 셌기에 그 누가 들어도 강이한이 화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빠.”이온유는 나지막하게 강이한을 부르며 안절부절못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강이한은 고개를 숙여 국물을 먹고 있는 이유영을 한 눈 보고는 이온유에게 말했다.“아빠가 우리 온유 데리고 나가서 먹을까?”말을 마친 뒤, 그는 아이를 확 일으켜 세웠다.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피식 웃었다.‘어디서 좋은 아버지 행세야? 참 잘 놀고들 있네.’강이한은 이유영을 보며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을 도로 삼켜버렸다. 이때 아무 얘기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그는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식탁에 이유영 혼자만 남았을 때, 그녀의 입맛은 오히려 더
‘한번? 무슨 말이지?’분명한 건 이유영은 정국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그녀가 모르게... 사실 아주 일찍이 이유영이 퀘벡으로 갔었을 때, 강이한은 무슨 방법을 써서인지 모르게 비밀리에 정국진과 협의를 달성하였다.하지만 그때 강이한이 한 말들은 정국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결국... 정국진은 이번 한 번만 봐주겠다고 약속하였다.만약 이번 한 번의 시도 끝에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그럼 그는... 앞으로 더 이상 이유영에게 집착하지 않겠다고 했다.“아빠...”“됐어. 난 바빠서 이만 가봐야겠어. 나중에 봐!”이유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정국진은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 안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을 들으며 이유영은 제자리에 앉은 채 오래도록 정신을 되찾지 못했다.‘두 사람...’탈칵 도어록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이유영은 순간 정신을 다잡았다.고개를 돌려보니 강이한이 온몸의 기운을 짓누른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저녁 식사 자리가 불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온 하루 세 끼에서, 아침은 이유영 때문에 난리가 났고 점심때 강이한은 이온유를 데리고 그냥 밖에서 먹었다. 온 하루가 지나 이유영의 기분도 조금 괜찮아졌을까 했는데 결국 저녁에도 그는 하는 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외식했다.어찌 됐든 하루라는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다...“우린 꼭 이렇게 지내야 해?”강이한은 이유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앞에 웅크리고 앉더니 그녀의 차가운 손을 끌어 잡았다.그는 말하면서 얼마나 자신의 불쾌함을 애써 억눌렀는지 모른다.이유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자기 앞에 웅크리고 앉은 강이한을 보며 자신의 손을 따뜻한 그의 손에서 빼내려고 했다.하지만 강이한은 손에 힘을 더 꽉 주었다.“다 당신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이유영은 냉랭하게 말했다.맞는 말이었다.두 사람은 원로 서로를 간섭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각자 자신의 삶을 살면서 누구도 상대방에게 영향 주지 않아도 되었다. 강이한이 이온유의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해
이 말이 끝나자, 이유영의 눈빛에는 짙은 위험한 기운이 퍼졌다.“내가 도원산으로 왔다고 해서 당신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그녀는 이를 악물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전화 안의 사람은 마치 그녀의 감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만 같았다.“내 목적은 당신이 생각해야 할 바가 아니야. 당신은 그 서류나 빨리 찾아!”말투에는 온통 위험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핸드폰을 부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조금 전 상대방이 한 말이 떠올라 늠름한 말투로 물었다.“그 애가 열이 난 것도 당산과 연관이 있어?”“추측해 봐!”“난 이런 질문 놀이를 하나도 안 좋아해!”이유영의 말투는 더욱 심각해졌다.전화 안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안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자신감이 없는 거야?”“난 당신처럼 아이조차 가만히 놔두지 않는 변태가 아니야!”비록 그녀는 마음속으로 한지음을 지극히 미워했고 이온유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건 엄마인 그녀가 한 아이를 무정하게 이용하고 상처를 줄 수 있게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아니야!”“당신이랑 상관이 없어야 할 거야. 아니면...”여기까지 말한 이유영은 잠시 멈칫하였다. 동시에 그녀의 눈빛은 더욱더 싸늘해졌다.전화 안에서 남자의 그윽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당신 한 가지 잊고 있나 본데, 당신은 나랑 조건을 따질 권한이 없어!”“...”‘권한이 없다고?’그랬다. 그녀는 그럴 권한이 없었다.강이한의 마음속에서 그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유영은 줄곧 잘 알고 있었다.이유영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순간... 공기는 조용해졌지만, 그녀의 삶은 오히려 엉망이 되어버렸다.‘박연준이...’그랬다. 방금 이유영과 통화한 사람은 박연준이었다!이유영이 박연준과 사이가 틀어진 뒤로, 두 사람은 이런 관계가 되었다.이유영은 어두운 방 안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망울은 반짝거렸다. 마치 얼음이 빛에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박연준은..
앞으로 다가가려던 강이한의 발길은 그 순간 마치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그는 이유영을 향해 반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다.하지만 아직 혼수상태에 있는 이온유를 생각하니 강이한은 그저 마음이 답답해났다....곧장 방으로 돌아온 이유영은 안색이 차가운 것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 도우미들의 곁을 지날 때, 이유영은 그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 사람들의 눈 속에서 매정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이유영은 사실 아직도 이해가 안 갔다.‘한지음의 딸이 강이한에게... 왜 그토록 중요한 거지? 한지석 때문일까?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만약 한지석 때문이라면 이번 생의 한지음은 그토록 중요하지 않을 건데. 아니면 정말로 강이한의 말처럼 내가... 한지음한테 빚진 것인가?’이 생각이 들었을 때, 이유영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내가... 한지음한테 빚졌다고? 그래. 빚진 것이 있다고 한들 뭐? 그때의 그 불길, 그리고 내 끝장, 그것들로 맞바꾼다고 쳐도 내가 더 피해 본 게 아니야?’...강이한은 아주 어렵게 이유영을 자기 곁에 남게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했다.이유영이 그의 곁으로 돌아온 것은 맞았지만 그가 원하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지는 않았다.강이한과 이유영의 상황은 그야말로 엎질러진 물처럼 정말 수습하기 어려웠다.“엄마, 엄마...”이온유는 열이 세게 났다. 다행히 해열 주사를 나서 열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하지만 해롱해롱한 와중에 이온유는 여전히 이유영을 찾고 있었다.이온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기억이 있고부터 이유영을 엄마로 알고 있었기에 아이의 세상에는... 종래도 한지음이라는 사람이 없었다.“온유야.”강이한은 애틋하게 이온유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아직 열이 조금 있었기에 이마는 뜨거웠으며 얼굴도 열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엄마, 엄마.”“...”이온유는 몸이 허약했기에 매번 아플 때마다 엄청나게 사람 손을 탔다.그리고 이온유가 아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