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욱과 얘기가 끝난 뒤, 이유영은 먼저 소은지를 찾으러 반산월로 갔다... 도착했을 때, 이유영은 지현우가 차에 타는 것을 보았다.온몸에 고귀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한 지현우는 먹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코트는 오히려 그를 길쭉하게 비추었다. 그는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으며 그의 눈매는 냉랭하고 독특하며 또 차가웠다!이런 아우라는 엔데스 가문의 사람들이 특유한 느낌인 것만 같았다. 예전에... 다섯째 도련님 몸에서 느꼈었고, 여섯째 도련님에게서도 느꼈었다.지금은 일곱째 도련님마저도... 지현우도 그랬다!차가 그녀의 옆에서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반쯤 내려친 차창으로 지현우의 쌀쌀하고 차가운 두 눈은 그녀와 서로 마주쳤다.한 눈이었지만 이유영은 그의 눈빛이 깊은 수렁에 빠진 것처럼 차갑게 느껴졌다.지현우의 몸에는 예전에 이유영의 곁에 있었을 때의 느낌이 한 점도 남아있지 않았다. 차는... 갑자기 서더니 그의 그윽한 말소리가 들렸다.“그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네.”현재의 지현우를 마주하자니 이유영은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이유영은 그저 지현우가 속이 너무 깊어 속을 전혀 알아볼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지현우가 떠난 뒤 이유영은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비록 소은지와 이유영이 약속한 건 저녁 시간이었지만 소은지는 이미 사람들에게 저녁을 위한 준비를 시키고 있었다.별장 안의 경사스러운 장식을 보니, 이유영은 순간 외로이 자축하는 소은지의 모습이 떠올랐으며 짠하게 느껴졌다.“유영?”소은지는 이유영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유영이 이렇게 일찍 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소은지를 잡아당길 때 이유영은 수만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으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이유영은... 어찌 됐든 소은지를 지켜내지 못했다.소은지는 이유영을 데리고 한쪽에 자리 잡아 앉고는 도우미더러 차를 올리라고 하였다. 그 후 소은지는 이유영에게 직접 차를 내려주었다. 능
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지가 계속해서 말했다.“엔데스 명우에게 잡혀간 후, 내 미래고 뭐고, 다 깨끗하게 망가졌어. 나에게 인생이 어디 있어?”소은지의 말을 들으니 원래 조여오던 이유영의 가슴은 순간 한데 쪼여 들었다.이유영은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에게 잡혀 도망칠 수 없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모든 것을 망가뜨렸을 줄은 전혀 몰랐다.소은지의 사업, 그녀는 변호사 업계에서 더는 발을 디딜 곳이 없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의 노력으로 공동 사업자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엔데스 명우 때문에 무너져버렸다. 아무리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놓아준다고 해도 그녀의 능력은 더 이상 빛을 발할 길이 없었다.남자는 일단 독기를 품으면 엄청나게 독하게 변했다. 독한 나머지 반항을 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은지야.”입을 연 이유영의 말투에는 온통 소은지에 대한 마음 아픔이었다. 마치 예전에 소은지가 이유영을 마음 아파했던 것처럼.“됐어. 슬퍼할 게 뭐가 있어. 어제 오후에 그 인간이 내가 자기 동생이랑 결혼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화났는지 모르지.”“...”이유영은 그 장면이 얼마나 아수라장일지 전혀 상상이 안 갔다. 감히 그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소은지밖에 없을 것이었다.소은지는 이유영을 보면서 말했다.“유영아, 전에... 그 인간 때문에 네가 손해를 많이 봤지!?”‘전에?’전에 소은지를 구하기 위해, 이유영은 한때 확실히 엔데스 명우에게 많은 것을 타협했었다...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엔데스 명우를 분통이 터지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얼마 손해 안 봤어.”그저 조금 귀찮을 뿐이었지 소은지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이유영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소은지는 결국 파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결국 자신만의 자유의 하늘로 날아갈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 손해를 얼마 봤든 간에 내가 다 차근차근 되찾아줄게!”“은
“왜 그 아이를 바로 해치우지 않았어?”소은지는 분노가 가득 찬 말투로 이유영에게 물었다.강이한은 정말 이유영의 세계에서 끝도 없이 나댔다.예전에 이유영을 괴롭힌 것도 모자라 지금은 이런 짓까지 벌이다니 정말 너무했다.“아무리 해도 그 아이는 고작 애잖아!”이유영은 아주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그 아이가 밉고 심지어 꼴도 보기 싫은 것은 맞지만 이유영은 소은지가 말해는 대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이유영은 그런 충동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그럼, 왜 강이한더러 그 아이를 데리고 꺼지라고 하지 않았어?”소은지는 정말 화가 났다.한지음의 딸이 강이한에게 그렇게 중요한 거면 강이한더러 그 아이를 데리고 평생 같이 살라고 하고 싶었다.분노하는 소은지에 비해 이유영은 오히려 많이 태연해 보였다.이유영이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나랑 별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어디에서 살건 그건 다 그 사람의 자유야!”“너 정말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그렇다니까!”한지음 얘기를 꺼냈을 때 속이 좀 불편한 거 외에 이유영은 정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 사람이 파리에 있는 한, 너랑 가까이에 있으면서 분명 계속 사달을 일으킬 거야!”“...”소은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이것도 역시 이유영이 제일 머리 아픈 부분이었다.“됐어. 은지야.”이유영은 이 순간만큼 강이한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이유영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이유영은 더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럼 너는, 너랑 현우 씨...”이런 상황은 전혀 이유영이 생각지 못한 전개였다.전에 이유영은 계속 소은지를 어떻게 하면 엔데스 명우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까를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줄은 전혀 몰랐다.조금 전 문 앞에서 지현우를 보았을 때 이유영은 이미... 지현우에게서 짐작이 전혀 안 가는 야성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현우 씨가 왜 네 말을
박연준은 전기봉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게 손을 놓을 사람이 아니었다.지금의 상황에서 전기봉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는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소은지가 말하기를 그녀가 엔데스 일곱째 도련님 즉 지현우랑 결혼하는 것은 다 전기봉 때문이라고 했다.‘그럼, 은지랑 전기봉은 도대체 어떤 관계지?’생각할수록 이유영은 가슴이 조여들었다...왜냐하면 이유영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소은지가 이미 굉장히 무서운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은지가 말했듯이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런 인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용돌이에 빠져든 이상, 그녀는 평생, 이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되었다.“은지야...”소은지가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이유영은 자기의 짐작이 거의 맞다는 것을 눈치챘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이유영은 말투 속의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됐어.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그럼, 엔데스 명우는 지금...”이 말을 꺼냈지만, 이유영은 더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지 못했다.어쨌든 예전에 설선비라는 사람 때문에 엔데스 명우는 정말 온갖 힘을 다해 소은지를 망가뜨리려고 했다.그래서 이유영이 보기에 소은지가 아무리 지현우랑 삶을 시작했다고 해도 그건 엔데스 명우와 악연의 결말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반대로 이건 어쩌면 더 잔혹한 시작일 수도 있었다.소은지가 훗날 마주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니 이유영의 마음은...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으며 감히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은지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이유영은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아무리 지금 이런 잔인한 국면까지 이르렀지만, 이유영은 그래도 소은지가 파리를 떠났으면 했다.여긴 너무 난장판이었다!2년 동안의 평온함은 서주의 변동이 있고 난 뒤부터.. 파리도 조금씩 엮어서 움직임이 생겼다. 이유영은 소은지가 정말 걱정되었다.“은지야. 나도 네가 내 걱정하는 거 알아. 근데 난 갈 수가 없어. 그거 알
소은지는 연약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이유영은 그런 생각을 갖고 지냈다. ‘엔데스 명우는 은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은지에게 신분을 뒤엎을 기회를 주면, 그날은 엔데스 명우의 끝 날이 될 거야.’그게 아니면 지금 상황을 봐서 파리는 다시 난장판이 될 것이 뻔했다.소은지가 말을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봐서 그녀더러 파리를 떠나게 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떠난다고 해도 소은지가 말한 것처럼 그녀에게는 더는 미래와 자유가 없을 것이었다...엔데스 명우가 설선비의 원수를 갚아 줄 것에 대한 집착에 의하면, 소은지가 어떤 곳에 간다고 해도 그는 다시 소은지를 잡아 올 것이 분명했다.그때가 되면 소은지에게 도대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건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은지야.”이유영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유영은 결혼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 다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들은 다 여자가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것들이었다. 일단 접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었다.“너 지금 술 마시면 안 되지?”소은지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이유영의 눈 주변을 살살 어루만졌다.“조금은 마실 수 있어.”소은지의 결혼 축하주인 만큼 이유영은 당연히 마셔야 했다.하지만 소은지는 이유영을 말렸다.“넌 술 대신 차를 마셔. 오늘 내가 술에 취하기 전에 넌 집에 못 갈 줄 알아. 알겠지?”이유영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소은지가 취하기 전에 두 사람은 끝내지 않기로 했다!‘이게 얼마 만이지? 은지랑 이렇게 같이 술을 마신 게 얼마 만이지?’예전에 이유영의 몸이 건강했을 적에 소은지는 시간만 나면 이유영을 데리고 시간을 보내러 갔었다.그때 소은지가 항상 했던 말이 강씨 가문에서 나날을 보내는 이유영이 정말 고달프다는 것이었다.그래서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야지 아니면... 정말 언젠가는 우울증에 걸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유영이 소은지를 말렸다.“됐어. 인제 그만 난동 부려.”“일곱째 도련님이 왜 나랑 손을 잡았는지 알아?”“전기봉 때문이잖아.”“틀렸어. 내가 엔데스 명우를 무척 미워하는 것 때문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야! 지현우는 그가 죽었으면 해!”“...”‘소문?’소문에 따르면 엔데스 명우랑 사이가 제일 좋은 건 일곱째 도련님이었다. 하지만 소은지의 말대로라면 이 속에는 외부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사실 말이지 소문이라는 것도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다.하지만 인물관계가 복잡한 엔데스 가문의 특성대로라면 단순하게 사이가 좋은 관계가 그들한테 진짜로 존재할 것 같지 않았다.지현우가 돌아왔을 때, 소은지는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이유영이 아직도 있는 것을 보고 지현우는 미간을 한데 찌푸렸다.도우미들은 지현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얼른 만취 상태인 소은지를 부축하여 위층으로 올라갔다. 지현우는 이유영을 보며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눈은 아직 수술하지 않았어요?”지현우는 그윽한 말투로 물었다.“제가 시력을 회복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시력을 잃고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 거잖아요. 비록 지금은 흐릿하지만 그나마 보이는 정도라 수술하지 않았어요.”이유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두움 속에 갇힌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겪어 본 이유영은 잘 알았다.정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수술을 해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수술이라는 것을 이유영도 알고 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다.그 과정에 일어날 일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번 어둠을 겪어본 그녀는 도무지 다른 사람에게 그녀를 대신해 그런 고통을 똑같이 겪게 할 수는 없었다.“저는 모르고 있었네요.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 도련님이 사실은 예전에 제 비서였다는 것 말이에요.”이유영은 살짝 긴장하며 말했다.말이 끝나자, 지현우의 미간은 더욱 세게 찌푸려졌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의 외삼촌은 줄곧 알고 있었어요.”“...”이 말을 들은
반산월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누군가가 그들의 차를 가로막았다.기사가 입을 열었다.“이 아가씨...”앞에는 롤스로이스 한대가 길에 가로놓여 있었으며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너무 어두운 밤이어서 이유영의 시력은 조금 모호했지만 그래도 그 롤스로이스가 강이한의 차라는 것을 그녀는 한눈에 알아보았다.이유영 온몸의 기운은 순간 차갑게 변했다.쾅 소리와 함께 강이한이 차에서 내렸으며 이유영이 탄 차 쪽으로 걸어왔다. 기사님도 강이한을 알아보았으며 그를 보면서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이 아가씨, 아니면 도로 반산월로...”“괜찮아요.”‘이곳까지 가로막은 놈이 무슨 짓이든 못 하겠어?’이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의 차 문은 강이한에게 당겨 열렸다.강이한은 아주 매너답게 손바닥을 이유영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그는 사람에게 말 없는 강압감을 주었다.엔데스 현우의 사람 앞에 이유영은 끝내 마지막까지 자기의 품위를 지키면서 강이한을 따라 그의 차에 올라탔다.차는 그리로 줄곧 도원산의 방향으로 갔다.차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이유영의 기억 속에 그녀는 입을 열고 강이한과 말하기 시작하면 분노를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게다가 강이한도 마치 불붙은 맹수처럼 전혀 공제가 되지 않았다.이유영은 묵묵히 최익준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그에게 도원산으로 와서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도원산에 거의 도착했을 때 옆에 앉은 강이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다시는 서재욱과 만나지 않을 줄 알았어!”“...”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시렸으며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건 당신 생각이고.”그동안 강이한은 서재욱에게 맹공격하였다. 이유영을 만나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서재욱을 괴롭히는가 하면 또...강이한의 인식 속에 이유영은 항상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강이한은 이유영이 누가 뭐래도 다시는 서
“당신...”“오늘 서재욱이랑 함께 호텔에서 얼마나 있었어?”“나를 내려줘!”화가 난 이유영은 짝 소리와 함께 강이한의 뺨을 내리쳤다.순간 강이한의 얼굴은 새까맣게 변했다.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그는 이유영을 안은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당신이 소은지를 만났으니 지금 그 여자가 어떤 상황에 엮여있는지도 잘 알겠네. 그 여자에게 한 마디 전해 줘!”“...”“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이랑 막무가내로 맞서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다 걷어치우라고 해. 그 여자는 여섯째 도련님한테 상대가 안 돼...”‘은지더러 생각을 걷으라고?’그건 어려울 거라는 것을 이유영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금 소은지가 마음속으로 제일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엔데스 명우인데, 그녀더러 쉽게 마음을 거두라고 하는 것은 아마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안고 집안에 들어왔을 때, 이온유는 식탁에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이온유는 아주 허약해 보였으며... 아픈 사람처럼 창백해 보였다.이유영은 이온유를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런 이유영을 본 이온유는 무의식적으로 겁을 먹으며 강이한의 품에 있는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유영아.”그의 말투 속에는 어쩔 수 없다는 기운이 들어있었다.정말이지 이유영의 키는 이온유랑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게다가 성격으로 봐서도 강이한은 그녀가 어린애 같아 보였다.이유영은 눈길을 이온유한테서 뗐지만, 강이한의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유영은 그들과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강이한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가 이온유를 남몰라라 할 일은 없었다.그리고 강이한이 이온유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이유영과 상관이 없어졌다.결론적으로 강이한은 이유영을 데리고 의무실 쪽으로 갔다.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을 봤을 때, 이유영은 어안이 벙벙했다.“뭐 하자는 거야?”그 순간 이유영의 머릿속에는 경보음이 울렸다.강이한의 의료진이 그녀에게 하려는 짓은 그녀를 핍박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