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은 전기봉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게 손을 놓을 사람이 아니었다.지금의 상황에서 전기봉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는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소은지가 말하기를 그녀가 엔데스 일곱째 도련님 즉 지현우랑 결혼하는 것은 다 전기봉 때문이라고 했다.‘그럼, 은지랑 전기봉은 도대체 어떤 관계지?’생각할수록 이유영은 가슴이 조여들었다...왜냐하면 이유영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소은지가 이미 굉장히 무서운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소은지가 말했듯이 이제 그녀에게는 아무런 인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용돌이에 빠져든 이상, 그녀는 평생, 이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르게 되었다.“은지야...”소은지가 말이 없는 것을 보자 이유영은 자기의 짐작이 거의 맞다는 것을 눈치챘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이유영은 말투 속의 긴장을 감출 수 없었다.“됐어.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자.”“그럼, 엔데스 명우는 지금...”이 말을 꺼냈지만, 이유영은 더는 이야기를 이어 나가지 못했다.어쨌든 예전에 설선비라는 사람 때문에 엔데스 명우는 정말 온갖 힘을 다해 소은지를 망가뜨리려고 했다.그래서 이유영이 보기에 소은지가 아무리 지현우랑 삶을 시작했다고 해도 그건 엔데스 명우와 악연의 결말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반대로 이건 어쩌면 더 잔혹한 시작일 수도 있었다.소은지가 훗날 마주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니 이유영의 마음은...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으며 감히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은지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이유영은 깊게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아무리 지금 이런 잔인한 국면까지 이르렀지만, 이유영은 그래도 소은지가 파리를 떠났으면 했다.여긴 너무 난장판이었다!2년 동안의 평온함은 서주의 변동이 있고 난 뒤부터.. 파리도 조금씩 엮어서 움직임이 생겼다. 이유영은 소은지가 정말 걱정되었다.“은지야. 나도 네가 내 걱정하는 거 알아. 근데 난 갈 수가 없어. 그거 알
소은지는 연약한 적이 없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이유영은 그런 생각을 갖고 지냈다. ‘엔데스 명우는 은지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은지에게 신분을 뒤엎을 기회를 주면, 그날은 엔데스 명우의 끝 날이 될 거야.’그게 아니면 지금 상황을 봐서 파리는 다시 난장판이 될 것이 뻔했다.소은지가 말을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봐서 그녀더러 파리를 떠나게 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떠난다고 해도 소은지가 말한 것처럼 그녀에게는 더는 미래와 자유가 없을 것이었다...엔데스 명우가 설선비의 원수를 갚아 줄 것에 대한 집착에 의하면, 소은지가 어떤 곳에 간다고 해도 그는 다시 소은지를 잡아 올 것이 분명했다.그때가 되면 소은지에게 도대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건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은지야.”이유영은 소은지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유영은 결혼도 그렇고... 남자도 그렇고 다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들은 다 여자가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것들이었다. 일단 접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었다.“너 지금 술 마시면 안 되지?”소은지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이유영의 눈 주변을 살살 어루만졌다.“조금은 마실 수 있어.”소은지의 결혼 축하주인 만큼 이유영은 당연히 마셔야 했다.하지만 소은지는 이유영을 말렸다.“넌 술 대신 차를 마셔. 오늘 내가 술에 취하기 전에 넌 집에 못 갈 줄 알아. 알겠지?”이유영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소은지가 취하기 전에 두 사람은 끝내지 않기로 했다!‘이게 얼마 만이지? 은지랑 이렇게 같이 술을 마신 게 얼마 만이지?’예전에 이유영의 몸이 건강했을 적에 소은지는 시간만 나면 이유영을 데리고 시간을 보내러 갔었다.그때 소은지가 항상 했던 말이 강씨 가문에서 나날을 보내는 이유영이 정말 고달프다는 것이었다.그래서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야지 아니면... 정말 언젠가는 우울증에 걸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유영이 소은지를 말렸다.“됐어. 인제 그만 난동 부려.”“일곱째 도련님이 왜 나랑 손을 잡았는지 알아?”“전기봉 때문이잖아.”“틀렸어. 내가 엔데스 명우를 무척 미워하는 것 때문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야! 지현우는 그가 죽었으면 해!”“...”‘소문?’소문에 따르면 엔데스 명우랑 사이가 제일 좋은 건 일곱째 도련님이었다. 하지만 소은지의 말대로라면 이 속에는 외부 사람들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사실 말이지 소문이라는 것도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다.하지만 인물관계가 복잡한 엔데스 가문의 특성대로라면 단순하게 사이가 좋은 관계가 그들한테 진짜로 존재할 것 같지 않았다.지현우가 돌아왔을 때, 소은지는 이미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다.이유영이 아직도 있는 것을 보고 지현우는 미간을 한데 찌푸렸다.도우미들은 지현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얼른 만취 상태인 소은지를 부축하여 위층으로 올라갔다. 지현우는 이유영을 보며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눈은 아직 수술하지 않았어요?”지현우는 그윽한 말투로 물었다.“제가 시력을 회복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시력을 잃고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 거잖아요. 비록 지금은 흐릿하지만 그나마 보이는 정도라 수술하지 않았어요.”이유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어두움 속에 갇힌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겪어 본 이유영은 잘 알았다.정씨 가문에서 그녀에게 수술을 해주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수술이라는 것을 이유영도 알고 있지만 계속 미루고 있었다.그 과정에 일어날 일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번 어둠을 겪어본 그녀는 도무지 다른 사람에게 그녀를 대신해 그런 고통을 똑같이 겪게 할 수는 없었다.“저는 모르고 있었네요. 엔데스 가문의 일곱째 도련님이 사실은 예전에 제 비서였다는 것 말이에요.”이유영은 살짝 긴장하며 말했다.말이 끝나자, 지현우의 미간은 더욱 세게 찌푸려졌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의 외삼촌은 줄곧 알고 있었어요.”“...”이 말을 들은
반산월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누군가가 그들의 차를 가로막았다.기사가 입을 열었다.“이 아가씨...”앞에는 롤스로이스 한대가 길에 가로놓여 있었으며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너무 어두운 밤이어서 이유영의 시력은 조금 모호했지만 그래도 그 롤스로이스가 강이한의 차라는 것을 그녀는 한눈에 알아보았다.이유영 온몸의 기운은 순간 차갑게 변했다.쾅 소리와 함께 강이한이 차에서 내렸으며 이유영이 탄 차 쪽으로 걸어왔다. 기사님도 강이한을 알아보았으며 그를 보면서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이 아가씨, 아니면 도로 반산월로...”“괜찮아요.”‘이곳까지 가로막은 놈이 무슨 짓이든 못 하겠어?’이유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의 차 문은 강이한에게 당겨 열렸다.강이한은 아주 매너답게 손바닥을 이유영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그는 사람에게 말 없는 강압감을 주었다.엔데스 현우의 사람 앞에 이유영은 끝내 마지막까지 자기의 품위를 지키면서 강이한을 따라 그의 차에 올라탔다.차는 그리로 줄곧 도원산의 방향으로 갔다.차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이유영의 기억 속에 그녀는 입을 열고 강이한과 말하기 시작하면 분노를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게다가 강이한도 마치 불붙은 맹수처럼 전혀 공제가 되지 않았다.이유영은 묵묵히 최익준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그에게 도원산으로 와서 자기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도원산에 거의 도착했을 때 옆에 앉은 강이한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다시는 서재욱과 만나지 않을 줄 알았어!”“...”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시렸으며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건 당신 생각이고.”그동안 강이한은 서재욱에게 맹공격하였다. 이유영을 만나줄 시간이 없을 정도로 서재욱을 괴롭히는가 하면 또...강이한의 인식 속에 이유영은 항상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강이한은 이유영이 누가 뭐래도 다시는 서
“당신...”“오늘 서재욱이랑 함께 호텔에서 얼마나 있었어?”“나를 내려줘!”화가 난 이유영은 짝 소리와 함께 강이한의 뺨을 내리쳤다.순간 강이한의 얼굴은 새까맣게 변했다.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그는 이유영을 안은 채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당신이 소은지를 만났으니 지금 그 여자가 어떤 상황에 엮여있는지도 잘 알겠네. 그 여자에게 한 마디 전해 줘!”“...”“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이랑 막무가내로 맞서지 말라고.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다 걷어치우라고 해. 그 여자는 여섯째 도련님한테 상대가 안 돼...”‘은지더러 생각을 걷으라고?’그건 어려울 거라는 것을 이유영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지금 소은지가 마음속으로 제일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엔데스 명우인데, 그녀더러 쉽게 마음을 거두라고 하는 것은 아마 쉬운 일이 아닐 것이었다.강이한이 이유영을 안고 집안에 들어왔을 때, 이온유는 식탁에 앉아서 과일을 먹고 있었다. 이온유는 아주 허약해 보였으며... 아픈 사람처럼 창백해 보였다.이유영은 이온유를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런 이유영을 본 이온유는 무의식적으로 겁을 먹으며 강이한의 품에 있는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유영아.”그의 말투 속에는 어쩔 수 없다는 기운이 들어있었다.정말이지 이유영의 키는 이온유랑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게다가 성격으로 봐서도 강이한은 그녀가 어린애 같아 보였다.이유영은 눈길을 이온유한테서 뗐지만, 강이한의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유영은 그들과 할 말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강이한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가 이온유를 남몰라라 할 일은 없었다.그리고 강이한이 이온유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이유영과 상관이 없어졌다.결론적으로 강이한은 이유영을 데리고 의무실 쪽으로 갔다.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을 봤을 때, 이유영은 어안이 벙벙했다.“뭐 하자는 거야?”그 순간 이유영의 머릿속에는 경보음이 울렸다.강이한의 의료진이 그녀에게 하려는 짓은 그녀를 핍박하는
한지음은 강이한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첫 순위에 놓여있었다. 그러니 이유영의 두 눈을 수술 시켜주면 서로 빚지는 게 없다는 말도 참으로 우스운 말이었다.이유영이 수술을 원했으며 진작에 수술하고도 남았을 것이지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의무실에서 나왔을 때, 이온유는 거실에 서 있었다. 이유영을 보더니 아이는 온통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엄마.”“...”이온유가 말한 ‘엄마’라는 소리를 듣자, 순간 이유영은 정말 이 아이가 가엽게 느껴졌다.‘이 아이는 기억이 있고부터 이온유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아마도 태어난 것 자체가 꾸며진 계획이었을지도 모르지.’아마도 이 아이의 존재는 처음부터 깊게 묻어둔 수였을지도 모른다.강이한은 따라 나온 뒤, 이유영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있는 이온유를 보았다. 아이의 눈에는 이유영에 대한 기대와 갈망으로 차 있었다.하지만 이유영은 이온유가 자기를 다친다는 것을 느낀 순간, 특히 가까운 곳에서 한지음의 이목구비와 똑 닮은 얼굴을 보았을 때, 그녀는 번뜩 한지음을 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아이의 손을 물리쳤다.쿵 소리와 함께 아무 방비가 없었던 이온유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강이한은 순간 동공이 줄어들었다.“이유영!”그리고 그의 히스테리 한 분노의 외침 소리는 별장에서 울려 퍼졌다.장면은 다시금 혼란스러워졌다.이온유를 돌보는 도우미들은 이 상황을 본 순간, 놀라서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사모님, 왜 이러십니까? 온유 아가씨는 아직 어린애잖습니까?”강이한이 다가오기 전에 도우미들은 이미 달려와서 단번에 아이를 와락 품에 안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온통 이유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찼다!“...”이유영은 마치 머리가 감전된 것만 같았다.그녀는 고의로 밀친 것이 아니었다.그저 한지음과 너무나도 닮은 이온유의 두 눈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던 것이었다.이온유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품에서 겁이 가득 찬 눈으로,
전생에서부터 이번 생까지, 두 사람의 사이는 셀 수 있을까?‘예전?’이유영은 더욱 비웃으며 말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예전을 운운하는데?”이유영의 평온하고 비꼬는 웃음은 순간 강이한을 정신 차리게 했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이유영한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마침 이때, 최익준의 차가 도착했다. 이유영은 차 소리를 듣고, 그리고 반짝이는 차 불빛을 보고는 강이한을 보며 웃었다. 더욱 진하고 비웃는 웃음이었다.이유영이 입을 열었다.“강이한, 내가 예전에 얼마나 악독한 사람이었든 간에 당신은 다 인정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수밖에 없잖아. 안 그래?”“...”“그리고 이온유, 내가 그 애랑 가까이해서 그 애를 다치게 한다고 생각하면 당신은 얼마든지 그 애를 데리고 파리를 떠나가면 되잖아!”“...”이 말을 들은 강이한은 머리가 띵 해나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의 눈 밑은 평온함과 풍자함, 그리고는 막연함이었다, 이런 막연함은 전혀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것만 같았다.이유영이 이렇게 막연하다는 태도를 보이자 강이한의 마음은 유달리 당황했다.그는 입을 열어 뭐라고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순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해명?사실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겼을 때 해명은 적지 않게 했었지만, 해명하는 중점이 틀렸었다. 지금...“유영아. 지음은 사실...”강이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를 대답하는 건 쿵 문이 닫히는 소리였다. 이유영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차 문을 닫았다.강이한은 제자리에 선 채 찬바람만 맞았다.한참 동안,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유영이 한지음과 이온유에 대한 저촉 심리가 얼마나 강렬한지 강이한은 보아낼 수 있었다.심지어 그의 곁에 이온유가 있으면 이유영이 있을 수 없고, 반대로 이유영이 있으면 이온유가 있을 수 없게 되었다.하지만 이유영은 아무것도 모른다. 한지음이 그녀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지잉 핸드폰이 진동하였으며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이유영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였다.그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이미 11시가 넘었다. 도우미는 나가 계셨고 이유영은 침대 옆의 울타리를 다 세웠다.이래야만 월이의 안전을 더 보장할 수 있었다.“엄마, 엄마.”꼬맹이는 헤헤 웃으면서 이유영의 몸 위로 바라 올랐는데 아주 신나 보였다.월이를 쳐다보는 이유영의 눈빛은 점점 더 자상해졌다.“우리 공주님!”꼬맹이는 이유영의 품에서 비비적거렸다. 아이의 몸은 아주 민첩한 것이 이유영의 품에서 구르는가 하면 또 그녀의 몸 위를 바라 올라가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의 작은 얼굴로 이유영의 얼굴을 비비기도 했다.두 사람은 웃음꽃이 활짝 핀 상황에서 아주 화목하였다.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이온유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강이한이 떠올랐다. 비록 그녀는 강이한에게 별 감정이 남아있진 않았지만, 그가 이온유를 대하는 모습을 생각하자 마음이 다소 조금 불편하였다.그건 아마도... 이유영이 강이한의 세계에서 항상 뒷전에 놓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저도 모르게 월이와 이온유를 비교하게 되었다.‘만약 이온유와 월이에게 동시에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때 강이한은... 아마도 예전에 나랑 한지음을 대했던 것처럼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겠지?’이유영이 보기엔 강이한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지금 그가 이온유를 대하는 태도를 생각하면 정말 그럴지도 몰랐다.“엄마. 우유.”꼬맹이는 이유영의 품에서 비비적거리며 웅얼거리는 것이 딱 봐도 졸려 보였다.이유영은 월이를 제대로 안고는 흐리멍덩해진 꼬맹이의 눈을 보며 그저 마음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우리 꼬맹이 왜 점점 갈수록... 닮아가지? 강이한과 월이를 최대한 못 마주치게 해야겠어.’딸은 갈수록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말이 있으니, 이유영은 지금 강이한이 파리에 있는 것 자체가 큰 복병이라고 생각했다.월이에게 우유를 풀어주자, 꼬맹이는 우유병을 안고 한쪽으로 돌아누웠다. 엉덩이가 이유영을 향한 채 조용하게 있는 월이의 모습은 정말 귀엽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이 작은 담요를 잡아당겨 월이에게 덮어주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