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강이한은 예전에 엔데스의 여섯째 도련님이랑 아주 큰 모순이 있었었다. 지금 이유영이랑 같이 올라가는 건 그저 이유영을 더욱 난처한 경지에 빠지게 할 뿐이었다.“세팅은 다 했어?”강이한은 얼굴색이 아주 어두웠다.이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걱정 마십시오. 사모님한테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겁니다.”‘그럼, 다행이네!’이시욱의 말을 듣자, 경직된 강이한의 얼굴은 그나마 조금 풀렸다....꼭대기 층의 사무실 안에서, 이유영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온몸에 진귀하고 차가운 기운을 뿜고 있는 남자는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이유영의 사무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든 시가에는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삽시에, 그 시가는 이유영을 향해 날라왔다. 이유영이 채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 시가는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그녀 뒤에 있는, 테이블에 있는 재떨이에 떨어졌다.아주 정확하고 깔끔하게 딱 떨어졌다.“...”이유영은 얼굴이 따끔거렸다!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을 보는 이유영의 눈빛도 조금 날카롭게 변했다.“여섯째 도련님, 참 훌륭한 솜씨네요!”“제 사격 솜씨가 더 훌륭한데 어떻게 한번 확인해 보겠어요?”엔데스 명우는 이유영의 앞으로 다가왔다. 엔데스 명우가 몸을 숙이는 순간, 그의 따뜻한 숨결은 이유영의 얼굴에 퍼졌다.비록 숨결은 따스했지만, 이유영은 한없이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이유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코앞에 있는, 아주 완벽에 가까운 예술의 조예만 한 엔데스 명우의 위험한 두 눈과 마주쳤다. 정말 이 남자는 하나님의 총애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도 보면 분노할 만한 잘생긴 얼굴에, 바다처럼 깊은 두 눈에는 위험한 기운이 그득했다.그윽하면서도 매처럼 날카로웠다.“도련님은 지금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경고하시는 건가요?”“저는 제가 대표님과 원한이 없다고 기억하는데 말해 보세요.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저를 오게 만든 게 무슨 이유 때문인지...!”엔데스 명우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기다란
“왜요? 그 여자가 이 대표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인가요?”“그 여자를 내게 주세요!”네 단어는 거의 이유영의 잇새에서 새어 나온 것이었다. 원래의 인내심은 지금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엔데스 명우는 웃었다.그 웃음은 아주 날카로웠다.“달라고요?”“네!”“그건 안 되죠. 아니면 대표님이 그 여자 말고 제 주변의 다른 여자로 바꾸세요.”“전 딱 그 여자를 원해요!”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반대편의 엔데스 명우의 얼굴색은 조금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의 몸에 위험한 기운은 지금 더욱 극한에 도달했다.이 시각, 사무실 안의 분위기는 끊임없이 파열되고 있었다.그리고 위험한 기운도 끊임없이 용솟음쳤다.마치 바로 다음 순간에 폭발할 것처럼.이유영은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 곁에 있는 소은지의 처지와 그런 대우를 받는 소은지를 생각하자, 그녀의 눈 밑에 있던 인내는 철저히 부서졌다.엔데스 명우는 늑대처럼 변한 이유영을 바라보며 웃었다.“재밌네요!”“...”“이러니 정국진이 이렇게 큰 회사를 당신에게 맡기지. 키는 이렇게나 작은데 이토록 큰 박력이 있다니! 하지만 안타깝게도...”말을 여기까지 한 엔데스 명우는 말을 멈추었다.이유영의 눈을 보는 그는 점차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이유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엔데스 명우는 목청을 돋우어 말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너무 어리네. 어쨌든 여자인지라 너무 감성적이고!”이유영의 눈빛은 어둡게 변했다.“도련님!”“가서 당신 외삼촌한테 전해요.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하라고 하세요.”말을 마친 엔데스 명우는 깔끔하게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등에는 아주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엔데스 명우는 이유영을 찾아왔지만, 프로젝트의 재시작에 관해서는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이로부터 이 남자의 오만함과 거만함을 보아낼 수 있었다.“여섯째 도련님이 그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는 더 이상 로열 글로벌이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그러니 도련님이 죽이시든 갈구시
‘계승? 엔데스 가문?’‘이렇게 중요하다고?’지금 엔데스 가문에 있는 몇 명은 다 능력자라는 것을 이유영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엔데스 가문의 진정한 후계자는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그렇게 방대한 가문이어서 안 봐도 상황이 어떤지 대충 감이 잡혔다.그들 매 사람 손에 운행 중인 것들이 곧 그들의 리더십 능력을 대표했고 엔데스 명우를 진정으로 진노한 건 사실 이유영이 끊어버린 이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그가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건 자기가 이유영이라는 여자한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이었다.생각 정리를 마친 이유영은 머리가 아파 났다.하지만 더 그녀를 골치 아프게 한 건... 사실 소은지였다!이유영이 이렇게 큰일을 벌였는데 결국 얻은 소식은 하나밖에 없었을뿐더러 엔데스 명우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지 못했다!“내가 당장 사람을 안배해서 당신이 떠날 수 있게 준비시킬게.”강이한은 정색 하면서 말했다.“난...”이유영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핸드폰을 꺼내서 보니 박연준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연준 씨.”전화를 받는 순간, 이유영은 말투마저 따뜻하게 변했다. 그건 강이한이 박연준을 찢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그런 따뜻함이었다.박연준이 말했다.“용준이가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왜요?”“제가 해외에 다 준비를 시켜놨어요. 유영 씨 잠깐 파리에 있지 말고, 먼저 가서 한동안 있어요.”“네?”박연준도 이유영더러 떠나라고 하다니!?‘일이 정말 그 정도로 심각한 건가?’이유영은 가슴이 두근두근 긴장했다.아까 이유영은 이미 엔데스 여섯째 도련님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강이한 박연준 두 사람이 다 자기보고 떠나라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여진 제가 알아서 유영 씨 대신 처리를 잘할게요. 유영 씨는 마음 편히 먼저 달빛산에서 한동안 지내세요.”“그 정도로 심각해요?”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일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절대 믿기지 않았다.전화 반대편 사람의 말에는 조금 유
정국진의 이유영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소은지!’이유영은 아직도 소은지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유영은 외삼촌에게 다시 말을 꺼낼 용기를 잃었다.그러니깐 외삼촌과 강이한 등 사람은 진작에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 손에 있는 걸 알면서도 끝내 이유영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었다.지금 결국 이유영도 다 알았다!이유영은 홧김에 이런 소동을 벌인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그들의 반응을 보고서야 이유영도 일의 심각성을 인식하였다....다른 한편, 이유영 쪽의 난장판에 비하면 한지음 쪽은 그나마 조금 조용했다. 조형욱은 움직임이 아주 빨랐고 그는...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하지만 조형욱의 방문에 제일 신이 난건 유 아주머니였다.유 아주머니는 한지음과 조형욱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 주었다. 이 순간 조형욱은 아주 엄숙하게 한지음을 바라보았다.한지음은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그녀도 조형욱 몸의 무거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한지음은 아무것도 묻지 않아도 대충 결과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말해 주세요. 저는 감당할 수 있어요!”한지음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조형욱의 눈빛은 조금 어두워졌다.“아뇨. 지음 씨는 감당할 수 없어요.”필경 한지음이 이유영을 향한 복수의 길에서 도대체 무엇을 잃었는지, 그 속에 엮인 사람들은 다 명명백백하게 봤었다.그래서 조형욱이 보기에도 한지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조형욱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한지음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아니요. 전 감달할 수 있어요!”‘그래. 난... 감당할 수 있어!’사실 조형욱이 몰랐던 건, 이전에 진영숙이 이미 한번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요 며칠 한지음의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폭풍우가 몰아쳤다.이때 조형욱더러 조사를 해보라는 건 그저 이 모든 것이 다 가짜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조형욱이 입을 열자, 한지음은 진영숙의 말이 다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진영숙의 말은 결코 한지음을 속이는 것이 아니었다!조형욱은 미간을 찌
“우리 이혼해요.”격렬한 사랑이 끝난 뒤, 유영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달뜬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다.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상기된 볼을 살짝 가렸다.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표정은 처량했다.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욕구를 방출시킨 남자, 그 어디에도 유영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10년을 사랑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다.단추를 잠그던 강이한의 손이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갑자기?”“네.”유영의 말투는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했다.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손 이리 줘봐.”탁!유영은 매몰차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저리 치워요. 당신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더러워.”이 남자와 같은 지붕 아래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불쾌했다.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신경질적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나한테 더럽다고 한 건가?유영은 바닥을 더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로 몸에 남은 그의 흔적을 씻어냈다.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를 모두 도려내고 싶었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옷장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암흑 같은 이 세상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유영은 손끝에 닿은 느낌을 따라 옷 한 벌을 꺼내 입고는 호적 등본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지금 법원으로 가요.”“이유영.”강이한이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는 벌떡 일어나서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런 모습으로 나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그녀는 가진 게 없었다
또각또각.익숙한 하이힐 소리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와 함께 가까워지고 있었다.한지음!강이한의 첫사랑이자 그녀의 망막을 가져간 여자.유영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고용인 부를 필요 없어. 내가 이미 불렀으니까.”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한 말투.“여긴 왜 왔어?”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이미 모든 걸 잃은 그녀에게 또 뭘 바라고 온 것일까?한지음은 그녀의 싸늘한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벼운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전해줄 말이 있어서 왔어.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것부터 들을래?”유영은 고개를 돌려버렸다.“너 임신했더라.”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한지음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이한 씨는 이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을 거야. 나도 임신했거든.”쿵!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유영의 얼굴에 금이 갔다.‘강이한, 이런 거였어?’혈색을 잃은 그녀의 얼굴은 파리하게 질렸고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유영은 치미는 분노를 꾹 참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 여자는 자랑하러 온 것이다. 이미 모든 걸 잃었는데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내고 싶었다.그녀는 길게 심호흡하고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어제 그 사람한테 내가 이혼하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더라?”그 말을 들은 한지음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유영도 그녀의 기분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망막까지 빼앗아 가고 임신까지 했는데 그래서 뭐? 그이는 네가 이 집의 안주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봐.”강이한을 좋아해서 한지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이 여자에게 더 이상 짓밟히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었다.강이한과는 이미 끝내기로 했지만 집까지 찾아와서 자신을 도발하는 여자에게 가만히 당하고 싶지도 않았다.“하, 그래서 이한 씨가 널 사랑한다고 말하고
“악!”유영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피부에서 아직도 뜨거운 작열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남자의 거친 손이 다가와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익숙한 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꿈꿨어? 조금만 더 자자.”유영은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고개를 돌려 보니 강이한의 준수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유영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앞이 보여? 이게 어떻게 된 거지?’눈을 다시 감았다 뜨니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창문이 보였다.천장, 커튼, 그리고 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설마?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뿌리치고 몸을 일으켜 핸드폰을 찾았다.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 보니 화재가 일어나기 몇 개월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회귀… 한 건가?강이한은 뒤척이는 소리에 불만스럽게 눈을 떴다.“아침부터 왜 이래?”그러거나 말거나 유영은 핸드폰에 찍힌 날짜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납치하기 전 날로 돌아와 있었다.“당신 왜 그래?”그녀의 이상한 반응에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유영은 남자를 내버려두고 욕실로 들어가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통통한 볼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화상 자국이 있어야 할 팔뚝도 말끔했다.아직도 불길이 자신을 덮친 그날의 느낌이 생생한데 그녀는 그 사고가 있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유영은 바닥에 앉아 양팔로 자신을 껴안고 중얼거렸다.“유영아, 하늘이 널 불쌍히 여겨 기회를 준 거야.”욕실을 나선 유영은 침대로 다가가서 남자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이혼해.”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싸늘한 목소리에 강이한이 벌떡 일어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은지한테 부탁해서 이혼 서류 준비시킬 거야. 못 믿겠으면 당신도 변호사 불러.”“대체 아침부터 왜 이러는 거야?”강이한은 이 상황이
잠시 후, 소은지가 팩스로 이혼 서류를 보내왔다.이유영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사인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강이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용인은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 바로 외출했다고 답했다.이유영은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팩스로 그의 회사에 이혼 서류를 보냈다. 서류를 확인한 비서가 다급히 그녀에게 연락했다.“사… 사모님, 대표님은 아직 출근 전입니다만….”“그 사람 도착하면 바로 사인하고 법원에서 만나자고 전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강이한의 비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유영은 전화를 끊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거울 속에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마누라가 예쁘다고 남자가 한눈을 팔지 않는 건 아니었다.아무리 예쁜 외모라도 질릴 때가 있는 법, 그때가 되면 남자들은 바깥의 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된다.이유영은 바로 차를 타고 법원 앞으로 가서 기다렸지만 점심시간이 다 될 때까지도 강이한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바로 강이한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전화를 받았다. 영상 속 배경을 보니 회의 중인 듯했다.이유영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 법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어. 대체 협의서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나타나는 거야?”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이한에게로 쏠렸다.대표님이 이혼? 게다가 재산분할?남자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자,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잠깐의 통화만으로도 대표가 곧 이혼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30분 쉬었다가 다시 진행하지.”남자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가는 강이한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지금 이혼을 제기하신 거 맞지?”“그렇게 온화한 분도 폭발할 때가 있구나.”“그럼 한 비서는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