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66화

작가: 진헤이
전에 강이한의 옆에 있을 때는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소은지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발신자는 박연준이었다.

“여보세요.”

“내일 동교 개발 지역에 한번 가볼래요? 설계도 가지고 나와요.”

“알겠어요.”

유영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고 그녀가 현장에 꼭 가봐야 할 필요성도 있었다.

“아침에 데리러 갈까요?”

“좋아요. 설계도면은 회사에 있으니까 회사로 와요.”

요즘 유영은 거의 크리스탈 가든에 있으며 업무를 처리했다. 그래서 작업실 일도 회사로 가져가서 시간이 날 때마다 처리하고는 했다.

강성건설과 서원의 의뢰는 줄곧 유영이 혼자서 담당하고 나머지 업무는 작업실 디자이너들에게 전부 맡겼다.

작업실 쪽은 조민정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었다.

한편, 손님 접대실.

방 안에서 싸늘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강이한은 배준석이 건넨 서류를 굳은 표정으로 읽고 있었다. 조금 전, 그는 배준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

그가 수술 직전에 사라지면서 한지음의 수술이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배준석은 뜻밖의 자료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도깨비 기왓장 넘기듯이 서류를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탁 하고 서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제대로 말을 해봐!”

강이한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배준석의 표정은 처연했다.

평소의 생기 넘치던 얼굴은 어디에도 없었다.

강이한 역시 평소와는 다른 싸늘한 그의 얼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지금의 배준석은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이렇게 변하기까지 그의 신변에 분명 무언가 큰일이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강이한은 한결 부드러워진 어투로 물었다.

배준석은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말했다.

“수술 들어가기 직전에 그 여자가 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았어.”

그 여자란 배준석이 줄곧 마음에 품었던 여자를 말하는 것이었다.

“실종된지 오래 되었던 그 여자를 말하는 거야?”

강이한이 다급한 어투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67화

    “형, 그 여자가 사람을 죽였다고!”배준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처음으로 보는 그의 분노에 강이한은 가슴이 철렁했다.이 일이 있기 전까지 배준석은 어떤 일이 있어도 웃으며 흘려 보내는 사람이었다.그만큼 이 일이 그의 한계를 건드렸다는 증명이었다.그가 모든 시간과 정력을 들여 찾고 있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가 얼마나 절망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생기가 넘치지 않았고 뼈를 에이는 것 같은 차가움이 자리를 잡았다.“네 마음 이해해. 하지만 지금 이 서류들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어.”강이한은 사건의 진실을 전부 파헤치기 전에 일단 배준석을 진정시켜야 했다.배준석은 실망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그 여자 편을 드는 거야?”강이한의 마음도 무거웠다.배준석이 계속해서 말했다.“그래. 형에게는 정말 중요한 여자지. 한지음이 시력을 잃었는데도 그 여자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금까지 무사하잖아?”강이한의 두 눈에 싸늘함이 스쳤다.잠시 숨을 고른 그가 말했다.“네가 많이 힘들고 절망적인 거 알아. 이 일은 내가 조사할게. 나한테 맡겨!”“그 여자가 진범이 맞다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준석이 물었다.그랬다. 진범이 맞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강이한은 온몸에 혈액이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가슴이 혼란스럽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최근 그는 유영의 신변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었다. 사건의 실마리가 잡히기도 전에 배준석의 신변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형, 한지석은 형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어. 그런 사람의 유일한 동생이 한지음인데 형은 한지음을 위해 뭘 해줬지?”“부부 관계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이 사단을 만든 것도 형이야. 이유영 그 여자의 두꺼운 가면을 알아보지 못한 것도 형의 책임이고! 그 여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납치해서 수술을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었어! 어쩌면 유 선생도 그 여자가 매수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강이한은 매서운 눈으로 배준석을 노려보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68화

    하지만 속에서는 열불이 나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쪽을 살폈다.설마 배준석과 이 일이 관련될 걸까?유영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그녀는 핸드백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음침한 얼굴로 서 있는 강이한이 보였다.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준석이 갔어.”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유영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당신이 했어?”유영은 남자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불과 얼마 전까지 그녀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재결합을 강요하던 남자였다. 하지만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집착 앞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예전이었다면 아마 열심히 해명하려 했을 것이다.적어도 내가 아니라는 말을 큰소리로 말했을 수도 있었다.어쩌면 그의 이런 태도에 실망해서 눈물이 나왔을 수도 있다.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생기지 않았다.그녀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그건 형사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고 당신한테 해명해야 할 이유는 없어.”“이유영!”“설마 당신, 형사들보다 먼저 내 죄를 입증하고 싶은 거야?”남자의 눈에 담긴 분노를 보고도 그녀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강이한은 그녀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났다.“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그는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하지만 표정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목을 비틀 것 같았다.유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그 웃음이 강이한의 눈에는 악녀의 미소로 보였다.“어차피 속으로는 나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질문이 무슨 소용이지?”예전에 그녀가 아니라고 해도 절대 믿어주지 않던 사람이었다.그는 항상 눈에 보이는 것만 믿었다.그는 한지음을 신뢰하고 강서희를 신뢰하고 모두를 신뢰하면서 유독 그녀의 말은 신뢰하지 않았다.“이유영!”“정말 나를 믿고 나라는 사람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면 이런 멍청한 질문을 나한테 하지도 않았겠지!”강이한의 두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그는 다가가서 손아귀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69화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강이한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유영은 사무실 문을 소리 나게 쾅 닫았다.그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강이한은 진짜 배후를 찾아낼 자신이 없었다. 혹시라도 진범이 유영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죽이게 될까 봐 두려웠다.한지음은 한지석의 여동생이었기에 처음부터 옆에 두고 보살필 생각이었다.그리고 이제 그녀는 유영의 동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불행은 유영으로 인해 시작되었다.예전에 그의 마음 속에서 들리던 소리가 있었다. 그 목소리는 유영이 어떤 사람이든 절대 그녀를 해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그녀의 어떤 모습이든 받아들이라고 말했다.하지만 그 소리마저 치미는 분노에 휩쓸려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강이한은 유영이 만약 자신이 상상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런 그녀를 완전히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한편, 밖으로 나온 유영은 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그녀는 밤새 조사를 받으며 반복되는 질문에 대답했다.그 사이 조민정을 비롯한 작업실 직원들이 다녀갔다. 살인 사건에 연루된 만큼, 모두가 그녀를 걱정하는 눈치였다.조민정은 정국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었다. 유영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외삼촌의 도움을 빌리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할 때였다.일만 생기면 외삼촌에게 손을 벌리는 건 원치 않았다.강서희는 본가에서 소식을 듣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휴대폰으로 소식을 전해들은 그녀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이유영? 넌 내 손바닥 안을 못 벗어나!’“지난 번 서류, 아는 기자한테 보내서 발설하도록 해.”그녀는 휴대폰으로 자료를 심복에게 전송했다. 유영과 한지음에게 관련된 내용이었다. 여태 가지고만 있은 이유는 유영의 신분 때문이었다.그때 여론에 바로 흘렸다면 한지음과 유영의 신분에만 이목이 집중될 뿐이지 둘을 쓰러뜨리는 작용을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달라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70화

    “내가 나온 게 의외인가 봐?”밖에서 오래 기다린 걸 알지만 유영은 그에게 살갑게 대해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그의 이런 행동이 우습기만 할 뿐이었다.강이한은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유영을 노려보고 있었다.유영은 시간을 확인하며 그에게 말했다.“박연준 씨랑 같이 어디 가기로 약속했어.”“이유영, 더 이상 선을 넘지 마!”“대체 우리 중에 선을 넘은 사람이 누군데 그런 말을 하는 거지?”유영도 날카롭게 받아쳤다.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다.지난 생에 그녀를 산 채로 불 태워 죽인 인간이었다. 그날을 기억하면 유영은 이 남자와 한시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일단 타고 얘기해.”강이한이 말했다.유영은 조용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전혀 두려움 없는 그녀의 모습이 강이한의 화를 자극했다.그가 뭐라고 하려 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조형욱이었다.“여보세요.”“대표님, 유 선생 신변 조사 다 끝났습니다.”“말해 봐.”“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자 조형욱이 보낸 메일이 도착했다.메일을 확인한 강이한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이런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유영과 이 사건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이시욱에게서도 통화기록 관련 보고가 도착했다.통화한 시간과 통화기록 모두 홍문동이었다.그것들을 확인한 순간 그는 점점 숨이 막혀왔다.“이유영.”유영은 그가 뭘 보고 저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 표정으로 보아 또 자신과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남자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유영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이제 가도 되지?”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고 그는 또 다시 한지음과 강서희의 편에 선 게 분명했다.온몸이 불 타는 고통을 겪고 다시 눈을 떴을 때부터 이 남자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실망이라기보다는 가련한 마음마저 들었다.“가.”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섰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71화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유영은 긴장을 풀고 의자에 기댄 채 잠에 들었다.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박연준은 그녀의 잠든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손바닥 하나로 다 가려질 만큼 작은 얼굴에 피곤이 잔뜩 묻어 있었다.쉴 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 알람에 그는 상념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냈다.기사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순간 차갑게 굳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잠든 유영의 얼굴로 시선이 갔다.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린 그는 뒤편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네, 대표님.”“당장 기사 퍼지기 전에 막아!”“이유영 씨가 설마….”수화기 너머로 비서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최근 박연준과 유영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전부터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간간이 들려왔지만 명백한 입장 표명이 없었던 박연준이 드디어 대놓고 그녀를 지켜주기로 한 것이다.비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다급히 말했다.“지금 당장 처리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박연준의 얼굴이 사납게 빛났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강이한과 유영의 사이는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유영의 태도는 명확했지만 강이한의 태도가 마음에 걸렸다.전화를 끊자마자 또 전화가 걸려왔다.발신자를 확인한 박연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야.”“알아.”박연준도 똑같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유영의 앞에서 보였던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목소리였다.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강이한은 거칠게 숨을 고른 뒤 그에게 말했다.“박연준, 너랑 일 적으로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그건 나도 바라는 바야.”“그러니까 나랑 이유영 사이에 너도 더 이상 끼어들지 마!”박연준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해외에서 벌어진 일 아직 너한테 빚을 갚으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그렇다고 해두지!”“그럼 나도 한마디 할게. 이유영 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72화

    아직 채 내리지 못한 기사를 읽은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좀 마실래요?”박연준은 그녀에게 시원한 생수 한 병을 건넸다.유영은 혼란스러운 가슴을 달래며 담담히 그의 손에서 생수를 받았다.“고마워요.”그러고는 황급히 생수병을 따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제야 갑갑한 기분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청하시 전체가 뒤집어지고 있었다.그녀와 강이한이 이혼한 뒤에도 자주 공공장소를 들락거린 일과 박연준과의 스캔들로 그녀의 명성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한지음과 그녀가 이복 자매라는 기사까지 뜨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피해자로 보이는 한지음 쪽으로 돌아섰다.유영이 예전에 했던 모든 노력은 그녀가 이복 자매인 한지음을 질투해서 한 소행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천하 제일의 악녀가 되었다.사람들은 그녀가 이복 동생과 강이한 사이의 스캔들을 참지 못하고 의사를 매수해서 일부러 수술을 실패하게 만들었다고 떠들고 있었다.사람들은 바람을 피운 그녀가 남편의 외도를 용납하지 못하여 한지음을 지옥으로 내몰았다고 말하고 있었다.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인데도 기사에 댓글이 수만 개 이상이 달렸다.네티즌들은 또다시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괜찮아요?”박연준은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자상함에 유영은 따뜻함을 느꼈다.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그녀를 믿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었다.“감사해요. 저 괜찮아요.”그의 이런 배려에 감사하기에 절대 그와 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수포로 만들 수 없었다.박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차에서 내리려는 유영의 손을 잡고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고마워요.”유영은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박연준은 그 미소를 보며 잠깐 넋을 놓았다.온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공격하고 있는데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녀의 이런 점이 그에게 믿음을 주었다.그녀가 만약 만악의 근원이라면 모든 게 까발려졌을 때 이렇게 당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73화

    청하의 여론은 계속해서 퍼지고 있었다.한지음이 유영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고 곧이어 유영의 주치의 배준석의 약혼녀가 수술 직전에 납치당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배준석이 자리를 비운 후에 대리로 수술을 진행한 유 선생이 수술 직후에 가치가 수억 원에 달하는 회사의 실 소유주가 되었다는 사실도 기사에 올랐다.청하의 모든 사람들은 유영이 한지음이 완전히 시력을 잃게 하기 위해 배준석의 약혼녀를 납치하고 유 선생을 매수했다고 떠들었다.물론 유영의 편을 드는 쪽도 있었다. 누군가는 한지음이 먼저 유부남에게 꼬리쳤으니 당해도 싸다고 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유영의 처벌 수단이 너무 악랄했다고 욕했다.유영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터져 나오는 기사에 조금씩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그만 봐요.”운전대를 잡은 박연준이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으며 말했다.유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저를 걱정해 주는 건가요?”“걱정을 안 하게 생겼어요? 이 상황에 웃음이 나와요?”박연준이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모든 사람들이 저를 손가락질하는데도 박 대표님은 여전히 저를 믿어주시네요.”유영은 그의 이런 배려가 감사했다.모두가 그녀를 사악한 마녀라고 욕하는 시점에서도 그는 여전히 그녀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었다.다른 사람이었으면 정의의 편에 선답시고 그녀를 비난했을 것이다.하지만 박연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난 강이한이랑 달라요. 난 머리가 정상이거든요.”그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유영은 햇살 같은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강이한이 좀 멍청하긴 하죠.”코끝을 찡그리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박연준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그가 아는 유영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영과 완전히 달랐다.비록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지만 속으로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갔다. 이미 끝난 관계라고 해도 그녀와 강이한 사이에는 10년의 시간이 있었다.하지만 단순한 사업 파트너인 박연준보다도 그들 사이에는 믿음이 없었다.“유영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74화

    “그렇게 됐어요.”“못난 녀석. 널 크리스탈의 대표 자리에 올린 건 괴롭힘을 당하고만 있으라고 올린 게 아니야!”“네. 제가 좀 못났죠?”지난 밤에 배준석 약혼녀 사건 때문에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머무르고 나왔더니 나오자마자 이렇게 여론의 풍파가 일어날 줄이야!강이한이 전에 했던 일들은 이번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니?”정국진이 물었다.유영은 우아하게 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그냥 무시하려고요.”그랬다. 이게 그녀의 입장 표명이었다.그녀가 보기에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여론은 며칠 지나면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정국진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넌 지금 크리스탈 가든의 대표야. 조민정한테 기자회견 준비하라고 할게.”“그게 무슨 말씀이시죠?”“강이한과의 관계를 철저히 끊으라는 얘기야. 그런 인간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알겠어요.”유영은 한 번도 자신이 강이한에게 끌려다닌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외삼촌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오늘 청하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도 분명 강이한의 작품이었다.그가 한지음과 강서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이번 일로 그 역시 철저히 그녀와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었고 이건 유영도 바라던 바였다.전화를 끊자 박연준이 잘 자른 스테이크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먹어요.”“감사해요.”“정 회장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기자회견을 잡겠다고 하던데요?”“유영 씨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이긴 하죠. 그렇지 않으면 그쪽에서 계속 들러붙을 테니 앞으로를 생각해서라도 이게 맞아요.”정말 끈질기게 따라다닐까?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했다.유영은 덤덤히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다.“맛은 어때요?”“좋네요.”유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스테이크 조각을 집어 박연준의 앞으로 내밀었다.“한번 드셔볼래요?”무의식적인 행동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7화

    여진우는 이유영과 함께 파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과 동행한 사람은 배준석이었다.청하시에 있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곳에서의 배준석은 마치 햇살처럼 밝은 청년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그는 끝없는 광기와 붕괴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때의 그는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에게 가차 없이 상처를 입혔다.솔직히 말하자면, 당시의 그는 미친개처럼 사람만 보면 물어뜯으려 했고 특히 이유영에게는 더욱 그랬다.지금도 이유영은 그날 밤 순정동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배준석은 조형욱과 함께 이유영의 집으로 찾아와 뱃속 아이를 없애려 했다.거의 3년 만에 다시 만난 배준석은 마치 숱한 풍파를 겪고 난 후의 고요함처럼 예전보다 훨씬 차분해져 있었다.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는 씁쓸함과 고통이 깃들어 있었다.여진우는 지쳐 있었다.오랜 시간 이유영의 곁을 밤낮으로 지켰던 탓에 그녀가 건강을 회복하자 비행기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배준석은 잔에 따른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이유영을 바라보았다.“정말 그렇게 미워요?”강이한을 말하는 것이었다.요즘 이유영 앞에서 강이한과 박연준의 이야기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기에 덕분에 그녀는 비교적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하지만 배준석이 그 이야기를 꺼내자, 이유영은 잔에 담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진정하려 애썼다. 요즘 그녀는 금식 중이었다. 예전에는 죽을 먹으며 다른 음식을 달라고 떼를 썼지만 다시 볼 수 있게 된 후 시력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는 눈을 위해서라면 한 달 금식은 물론, 1년, 2년도 감수할 수 있었다.술은 절대 마실 수 없었다.배준석의 질문에, 이유영은 조용히 되물었다.“준석 씨는 누구를 미워해요?”이유영은 생각했다.배준석이 자신을 위해 수술을 집도하고 평생을 바친 연구로 성공을 이루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속임수도 쓰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가 과거에 약혼녀를 해쳤던 진짜 범인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배준석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6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이유영은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살폈다.하지만 아직도 세상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다시 눈을 감았다가 떴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서 헤매는 듯 희미했다.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마침내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눈앞의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이유영은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모두가 긴장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지와 우현은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려는 듯 서로를 꼭 붙잡고 있었다.두 아이는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얼마나 강한 사람이었는지. 만약 그녀가 영원히 어둠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 될 터였다.“이유영 씨.”“보여요.”배준석은 이유영에게 복수하지 않았다.그 사실을 깨닫자, 이유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배준석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온몸이 긴장했고 심지어 공포감에 휩싸였었다.의사는 평소 만날 일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절대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되는 존재다. 환자가 되는 순간, 결국 그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유영아.”여진우는 조용히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 순간, 이유영은 여진우의 온몸이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이제는 익숙했다.그래서 여진우가 자신을 안는 순간,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온기를 느끼며 모든 감각을 집중했다.하지만 이제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감각에만 의존했던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정말 보여?”여진우는 그녀를 품에서 놔주고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보여.”진짜였다. 정말 볼 수 있었다.여진우는 장난스럽게 물었다.“내가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보여? ““파란색.”“...”“됐어. 너 수염 난 것도 다 보여.”태연한 이유영의 말에, 여진우는 순간 멍해지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오늘 아침 면도를 깜빡했는데 그녀가 단번에 알아챈 것이다.두 사람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고 병실 안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수술은 성공했다.붕대를 풀고 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5화

    그 순간, 이유영과 여진우의 숨이 가빠졌다.이유영은 눈을 감은 채, 마치 무언가에 붙잡힌 듯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다.마지막 순간이었다.이제 눈을 뜨는 순간, 무엇을 마주하든 그것이 앞으로 남은 삶 동안 마주해야 할 현실이 될 터였다.“눈 떠보세요!”의사의 목소리가 한층 강해졌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숨만 내쉬었다.그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목소리였다.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배준석이었다.강이한과 싸운 뒤, 완전히 사라졌던 그 사람.그가 여기에 있다고?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유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때, 여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준석아, 너 때문에 유영이가 놀랐잖아.”배준석의 묵직한 목소리보다 여진우의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병실에 울리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여진우가 배준석을 그렇게 부르는 걸 듣자, 이유영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려 했다.하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눈을 뜰 수가 없어.”병실은 고요해졌다.그때, 차가운 손끝이 피부를 스쳤다. 배준석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닦아냈다.보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이유영은 자신의 수술을 집도한 사람이 바로 배준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믿을 수 없었다.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고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 휘몰아쳤다.왜냐하면 배준석이 바로 한지음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였다.그때 청하시는 얼마나 혼란스러웠던가.왜 강이한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걸 받아들이라고 했을까?어떻게 그렇게 평온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이유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유영 씨.”배준석이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제 기억 속의 이유영 씨는 나약한 주부가 아니었어요.”그 한마디에, 이유영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그렇다. 그녀는 한때 평범한 주부였다.그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4화

    여진우는 조용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잘 지내고 있으니까. 매일 의사가 소독하면서 검사도 하고 있는데 아무 문제 없대요.”적어도 현재로서는 의사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그래도 걱정돼.”임소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 있었다. 눈에 문제가 생기면 보통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들은 더 이상 그런 큰 문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그래서 무엇보다도 아무 일 없이 잘 회복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내일까지 아무 문제 없으면 집으로 돌아올 거지?”“네.”“그러면 됐어. 맛있는 음식 준비해 둘게.”임소미는 여진우와 이유영이 수술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의 말에, 여진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임소미도 부드럽게 대답했다.그 따뜻한 목소리에 여진우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동시에 묘한 씁쓸함을 느꼈다.전화를 끊고 그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엄마한테서 온 전화야?”“응, 맛있는 음식 준비해 줄 거래.”여진우가 웃으며 말했지만 이유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임소미가 해주는 음식을 떠올리자 이유영의 마음에 갑자기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함이 밀려왔다.“왜 그래?”“엄마를 외숙모로 알고 있을 때부터 나한테 정말 잘해줬어.”이유영은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람은 복을 쌓으며 살아야 하는 법이다.그때 임소미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유영을 친딸처럼 아껴주었다.여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말했다.“좋은 사람이야.”“응.”이유영도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임소미는 좋은 사람이었다.강이한이 임소미 앞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던 건, 그가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도 강이한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내일 붕대를 풀 거야. 무서워?”여진우가 이유영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물었다.이유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무서워. 당연히 무섭지.”이유영은 진심으로 두려웠다. 예전에도 한지음도 같은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했었다.수술이란 절대 백 퍼센트 성공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3화

    그 남자는 박연준이었다.이유영은 알고 있었다. 그가 왜 그 시점에 우천시에서 그녀와 혼인 신고를 했는지.하지만 박연준의 그 호의를 이유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다정함 뒤에는 강이한처럼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의 호의가 단순한 호의로 보이지 않게 된 것이.“박연준과 떨어져 있는 게 좋겠어.”이유영이 박연준과 이혼하고 싶다고 말하자 여진우가 가만히 웃었다.그의 눈에는 안도감이 서려 있었지만 동시에 짙은 걱정도 비쳤다.여진우는 느낄 수 있었다. 이유영이 자신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는걸.강이한과 박연준을 겪은 후, 그녀는 가족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고 누군가가 다가와 호의를 베풀면 그 안에 반드시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기에, 여진우는 강이한이 떠나면서 박연준을 그녀 곁에 남겨둔 이유를 깨달았다. 이유영와 박연준의 사이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고 애초에 박연준 말고는 이유영이 다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을 것 같았다.미래에 아무리 진심으로 이유영을 대하는 사람을 만나도 이유영은 똑같이 진심을 내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지금... 점심시간이야?”이유영이 물었다.수술을 받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예전에 우천시나 모이산에 있을 때, 주변의 기운만으로도 밤과 낮을 가늠할 수 있었다.심지어 조명의 밝기만으로도 시간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그녀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소독약 냄새였다.그것은 불쾌하게 모든 감각을 방해했다.게다가 겨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후로는 계속 죽만 먹었으니 음식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것도 힘들었다.여진우가 답했다.“점심이야.”“저녁에는 다른 걸 먹을 수 있을까?”죽만 먹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입안에서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이유영이 투덜거렸다.여진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2화

    정국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유영이는 곧 돌아올 거예요. 현우가 수술이 성공했다고 했어요.”그제야 임소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대답했다.“네.”“여보!”“네?”임소미는 강이한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제대로 알게 됐겠지?”그녀의 목소리엔 묘한 냉소가 서려 있었다.“이유영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줬는지...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알겠지.”특히 월이가 강이한을 바라보던 눈빛.그 순간, 강이한은 얼마나 괴로웠을까?임소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아이의 눈빛에서 자신을 향한 깊은 경계심을 읽어냈을 때,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강이한은 이유영에게 안겨준 그 모든 고통을, 이번에 뼈저리게 맛보았을 것이다.그러나 정국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래서 기뻐요?”기쁘냐고?과거에 이유영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는지 알았을 때 그녀는 강이한을 찢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었다.그런데 막상 이 순간이 오고 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오히려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찌르듯이 아팠다.사람이란 원래 그런 존재다.임소미는 작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담담한 척했다.“기쁘든 기쁘지 않든, 그와 유영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최선의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이런 끝을 맞이하는 것이 어쩌면 그들에게 최선의 결말일지도 모른다.정국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네.”더 이상 미련을 남긴 채 있어 봤자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결국 서로를 위해서도 나은 일일 터였다.임소미는 여전히 무언가 곱씹듯 생각에 잠긴 얼굴로 중얼거렸다.“그래도 믿기지 않아요. 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해 모든 걸 포기했다는 사실을요. 모든 걸 박연준에게 내어주고, 서주 전체까지 내려놨어요.”남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망설일 것도 없이 권력과 지위다.하지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1화

    잠시 후, 현우가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앞으로는 정씨 집안에 가지 말아요.”그 말은 곧 이틀 전 일을 가리키고 있었다.현우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소은지는 불안함을 견딜 수 없어 정씨 가문을 찾았다. 이유영의 부모님이었으니까. 그 순간 소은지가 의지할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마침 현우가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소은지는 작게 중얼거렸다.“결국 정씨 가문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네요.”“그 사람들이 휘말릴 일은 없을 거예요.”현우는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은 사실이었다.정국진이 파리에서 어떤 존재인가? 여우 같은 인물이었다. 만약 엔데스 가문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그런데도 아직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는 건, 그만한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다.그러니, 소은지가 찾아갔다고 해도 정국진이 그 일에 휘말릴 일은 절대로 없었다.한참 침묵이 흐른 뒤, 소은지가 나직이 말했다.“돌아와서 다행이에요.”현우가 돌아온 후, 소은지는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물었지만 그는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그럼에도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소은지의 마음을 가라앉혔고 더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파리, 특히 엔데스 가문이 얽힌 일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속에서 버티려면 오직 냉정하게 판단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만이 살 길이었다.“현우 씨.”“네?”“저한테 사람 몇 명만 붙여 줘요.”그 말을 들은 순간, 현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지며 소은지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소은지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틀 전과 같은 일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이틀 전.그때 소은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예전에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 정도로 무력감을 느끼진 않았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정말로 두려웠다.다시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좋아요.”현우가 짧게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소은지는 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40화

    하지만 닮았다는 것은 닮았을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송연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지, 나와 현우는 이제 불가능하지만 너는 다를 수도 있어.”소은지는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누구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가 지금 중요할까?”그녀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었다.“송연미, 네 가족조차 너와 현우가 함께하는 것을 반대해. 그러니 넌 네 감정에 더 충실하게 행동해야 해.”조금 전에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하더니 이제는 감정에 충실하라고 하다니.소은지의 말 하나하나가 송연미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소은지를 바라보았고 소은지의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이 순간, 소은지의 말이 얼마나 송연미를 숨 막히게 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특히 ‘가족조차도 반대한다’는 말은 그녀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마치 이 세상에 오직 자신만 남은 것처럼 그녀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런 기분은 너무도 끔찍했지만 그저 억지로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숨이 막혔고 아픈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송연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은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는 나를 그렇게 쉽게 판단할 자격이 없어. 너도 마찬가지잖아. 넌 뭐 그렇게 고귀한 존재인 줄 알아?”소은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내 고귀함은 그들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켜내는 거야.”송연미는 그녀를 조롱하려 했지만 소은지의 단호한 태도에 모든 말을 삼켜버렸다. 결국 답답한 것은 오직 그녀 자신뿐이었다.우천시에 다녀온 이후, 그리고 정씨 가문을 방문한 이후, 소은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무엇을 보든 가장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송연미는 그렇게 초라하게 떠났다.이것이 바로 소은지였다.그녀는 언제나 절대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철칙을 세웠다. 그녀가 초라해지지 않는 한, 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139화

    소은지는 한 글자 한 글자 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송연미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지만 소은지의 말에 더욱 색을 잃었다.그녀가 엔데스 명우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그들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과거에도, 그리고 엔데스 운빈의 곁에 있던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불안을 안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소은지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모든 것을 끝내도 새로운 시작은 없어!”부정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난다 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두 사람은 분명 잘 지내고 있었고 결혼식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왜 모든 책임을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걸까?“전기봉은 정말 엔데스 명우 손에 있는 거야? 사실 넌 이미 알고 있잖아.”그 순간, 송연미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늘 자신에게 엔데스 현우 곁을 떠나라고 말했지만 이제 와서 전기봉의 소식 때문에 그녀를 불러들였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송연정과 현우가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했고 그 모습을 보며 그녀는 강한 자극을 받았다. 자신이 받은 고통보다 더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소은지는 송연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더욱 깊게 새겼다.“엔데스 가문에서 오래 지내면서 결국 배웠네.”무엇을 배웠다는 것일까?가문 간의 계략을 배운 것이다.송연미는 두 손을 꼭 쥐었다.“계략, 연기.”소은지는 이 네 글자를 또렷하게 발음했다.현우에 대한 감정이 없었을 때는 그녀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녀는 혼란스러웠고 눈앞이 흐려져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그래서 실수를 범한 것이다.지금은 중요한 시기였다.현우에 대한 감정이 어떻든, 지금부터 그를 완전히 마음에서 지워야 했다.이 시기가 지나가면 다시 사랑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이것이 바로 소은지였다.사랑을 얻을 수도 있지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