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강서희는 냉소하며 물었다. 예전엔 이유영이 자신의 앞에서 이런 표현력이 없었는데, 지금은……. 처음으로 이유영에게 그런 말을 들은 강서희는 마음이 불쾌했다. “그리고 너뿐만 아니라, 한지음도 기다리라고 해.” “그래, 기다릴게.” 강서희는 건방지게 말했다. ‘이유영이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었다면 벌써 움직였겠지. 오늘까지 기다릴 필요 있었겠어?’그러니까 강서희는 전의 흔적들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유영이 절대로 아무것도 조사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증거들은 모두 이유영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강서희는 이유영이 발뺌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 전화를 끊은 후, 이유영의 기운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녀는 일부러 강서희를 화나게 한 것이었다. 강서희를 자극해 목덜미를 잡으려는 거다.이유영도 그렇게까지 하기 싫었다. 하지만 돌아오면서 강이한이 한쪽으론 자기에게 집착하고 다른 한쪽으론 강서희 편을 드는 모습을 보고 결정했다. 증거들을 찾아서 강이한을 떨쳐내려고 마음먹었다. ……. 강이한은 정말 피곤했는지 하루종일 출근하러 가지 않았다. 점심을 먹을 때도 내려오지 않았다. 집사는 이유영 혼자만 있는 것을 보고 주방에 음식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적당히 담아서 이유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더러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이유영은 숟가락을 든 손을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안가!” “하지만 대표님께서 사모님이 안 오시면 화내실 거라고…” 그 말이 집사의 입에서 나오니 좀 웃기긴 했지만 이유영은 그 속의 위협을 알고 있었다. ‘그 자식 정말…….’이유영은 심호흡을 하더니 테이블 위의 와인을 두 모금 마시고 화를 가라앉히고 일어났다. 그녀가 쟁반을 가지러 가려고 하자 하인이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제가 할게요.” 이유영은 손을 내리고 생각했다. ‘나도 하기 싫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이유영은 쟁반을 테이블에 놓았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물었다. “너 불만이 가득한 것 같은데?” “네 생각엔 내가 어떤 심정이어야 하는데?” “나와 재결합하면 네 생활도 좋아질 거야. 예전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면 좋잖아?” 이유영은 냉소하며 생각했다. ‘누가 들으면 예전에 그의 곁에서 엄청 행복하고 자유로웠는 줄 알겠네.’ “예전에 네 곁에서도 아무것도 못 했는데. 강이한,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이유영은 조롱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녀는 분명 자기 와이프도 보호하지 못했다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강이한은 이불에서 나와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화난 말투로 물었다. “그래서, 결국은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이야?” “지금 내가 지나간 걸 물고 늘어진다는 뜻이야?” “이유영!” 이유영은 강이한의 분노한 눈빛과 마주쳤다. 원래 잠을 못 잔 데다가 방금 일어나서 그녀의 태도는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 “밥 먹어!” “예전엔 미안해…….” 결국 말을 했다. 아직은 많은 일들이 조사 중이긴 하지만 그는 이유영이 자기 곁에서 멀어지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관계를 좀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유지하는 건 아무에게도 좋을 게 없으니까. “사과가 쓸모 있다면 내가 사과할 게. 미안해, 내가 널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니까 날 놓아줘.” “너…….” 강이한은 말로 지금의 이유영을 이길 수 없었다. “이러면 너에게도 좋을 게 없어.”그의 뜻을 알아들은 이유영은 원래 안 좋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내가 프로젝트 두 개 배상해 줄 게.” 이유영은 프로젝트 두 개를 배상해 주는 한이 있어도 다시는 그와 엮이기 싫었다. “네 생각엔 우리 사이에 프로젝트밖에 없어?” “이혼할 때 나에게 준 걸 다 돌려주면 적진 않을 텐데?” “이 망할 여자가 정말!” 이유영은 말할수록 점점 심해졌다. 강이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녀를 안고
강이한은 깊은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이유영을 가리켰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의혹들이 가득했다. 강이한은 혼란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봐?” 이유영은 강이한의 눈빛이 불편해서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 강이한은 눈썹을 찌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일, 정말 너와 상관 업어?” 강이한이 물었다. 비록 전에도 이유영이 해명했었지만 지금 그는 이유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표정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유영은 그가 갑자기 이런 문제를 제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비웃으며 말했다. “상관있든 없든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어?” ‘진실이 어떻든 이 남자는 모두 나와 상관있다고 생각하는데 해명해서 뭐 해?’ “이유영!” “넌 네가 믿고 싶은 대로 믿잖아?” 강이한의 세계에선 항상 그랬다. 이유영은 그가 자신을 믿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강이한이 믿는 건 오직 자신과 증거뿐이었다. 증거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예전에 모든 증거가 이유영에게로 가리킬 때도 강이한은 더 많은 걸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많은 일이 일어난 지금에야 나에게 와서 물어본다고? 웃겨!’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강이한은 짜증 나서 머리를 긁었다. 어떤 일의 깊이는 조사할 수 없었다. 전에도 모든 증거가 이유영을 가리킬 때 강이한은 다른 걸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른 게 튀어나오자 모든 게 맞지 않았다. 지금도 모든 증거는 이유영을 가리키지만 그 속에 발견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다. …….계좌이체 기록으로 봐서는 이유영에게로 가리키고 이유영이 한 것처럼 보이지만 통화기록과 연결해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강이한은 협박을 통해 이유영을 홍문동에 잡아놓고 한 편으로는 과거를 조사했다. 이시욱이 홍문동에 왔다. “대표님!” “정말 아무것도 없어?” 전에 전화로 이유영이 인터넷 폭력을 당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없어
보기에는 강이한이 이유영을 강박하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 아무도 강이한 마음속의 화를 알 수 없었다. 이유영은 여전히 자신의 생활을 지냈다. 매일 출근하고 회의하고 강이한을 대응하고. ……. 이때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예요.” 전화기에서 박연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유영은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돌아왔어요?” 이유영은 전화번호를 보니 강성건설이었다. “네, 같이 점심 먹을까요?” 박연준이 물었다. “…… 그래요.” 이유영은 망설이다가 승낙했다. 원래 그녀는 박연준과 만나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의 그녀가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앞으로 업무상에서도 접촉을 피면 할 수 없었다. ‘강이한이 이 정도도 이해하지 않는다면…….’ 박연준의 전화를 끊고 이유영은 내부 호출 전화를 들고 말했다. “잠깐 들어와 주세요!” “네!” 전화를 끊고 지현우는 바로 들어왔다. “저 부르셨어요?” “네.” 이유영은 백지에 두 개의 번호를 적어서 지현우에게 건네주었다. 하나는 강서희가 예전에 그녀와 연락할 때 자주 사용하던 번호였고, 다른 하나는 탐정회사에서 조사해 낸 납치범의 번호였다. “이 두 번호의 통화기록을 조사해 주세요.” “언제 기록 말입니까?” 이유영은 눈을 감고 말했다. “한지음이 납치되던 전후요!” 원래는 이 일들을 탐정회사에 넘기려고 했는데, 지현우에게 맡기는 건 정국진에게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현우는 멈추고 이유영의 말을 기다렸다. 이유영은 진작에 잃어버린 자기의 은행카드 계좌를 적어서 건네주며 말했다. “이 계좌의 사용기록도 조사해 주세요. 어디에서 언제 사용했는지!” “이건 사장님 계좌인가요?” “네.” “잃어버렸었나요?” “네.” “그럼 왜 분실신고를 하지 않으세요?”이유영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유영도 전에 분실신고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신을 겨냥하던 사람들은
“이유영!” 강이한은 화가 나서 이를 갈며 말했다. 이유영의 행동은 강이한의 인내심을 도발했다. “나와 박연준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이런 상황 빨리 적응해.” “흥.” 강이한은 코웃음을 지었다. ‘이 여자가 간덩이가 부었나.’ 하지만 이유영의 말은 확실히 그를 화나게 했다. 예전엔 고분고분 집에서 기다리던 여자가 지금은 업무량이 자기보다 더 많았다. “그리고…….” 이유영은 그의 태도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너 우리의 일에 방해하지 마. 그렇게 하면 우리가 더 자주 만날 테니까.”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면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었다. 이유영이 일깨워지지 않았다면 강이한은 정말 방해하려고 했다. “어디서 먹는데?” “왜?” “가족 데려가면 안 돼?” “가족은 무슨.” 이유영은 말을 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두 사람은 지금 서로 힘을 겨루고 있었다. 강이한이 제어하려고 할수록 이유영이 발버둥을 쳤다. 조금도 예전 같지 않았다. 강이한이 사무실에서 화를 내고 있을 때 이시욱이 들어왔다. “대표님.” 그는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여자가 출근하는 게 뭐가 좋아? 쇼핑하고 영화 보고 미용실에 가면 좋지 않아?” 강이한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이게 뭐야? 자기 아내와 밥을 먹으려고 해도 바쁜지 물어봐야 하고.’ 이시욱은 코를 만지며 말했다. “사모님께서 줄곧 그런 거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그의 말은 강이한을 일깨워주었다. 전에 매달 충분한 용돈을 줘서 마음껏 쓰라고 했지만 이유영은 거의 사는 것이 없었고 명품들도 모두 강이한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유영이 출근하기 시작한 후부터 업무에 재미가 붙은 것 같았다. ‘이유영이 출근하는 걸 좋아했구나. 진작에 알았으면 내 밑에서 출근하라고 할걸. 인정하기 싫지만 그 여자는 확실히 인재야.” “참, 대표님. 통화기록 조사했습니다.” 이시욱은 기록을 강이한에게 건네주었다. 이시욱의 행동력은 확실히 강했다. 조
이유영과 박연준은 전에 갔었던 식당에 갔다. 박연준은 친절하게 스테이크를 썰어서 이유영의 앞에 놓았다. 이유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박연준은 앞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이유영은 서류봉지를 박연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따가 보세요.” “급하지 않아요.” 박연준이 말했다. 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연준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유영 씨와 강이한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이유영은 마음이 철렁했다. 박연준을 보는 눈빛에도 엄숙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박연준이 강이한을 언급하는 게 싫었다. 박연준은 날카롭고 깊은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이유영이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해하고 있을 때 박연준이 말했다. “나에게 감출 생각하지 말아요. 그의 행동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이유영은 안색이 창백해서 박연준을 바라보았다. ‘다 알고 있었어?’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박연준이 말했다. “유영 씨 외삼촌이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하지만 만약에 그가 안다면 강이한과 어떤 관계가 되겠어요?” ‘어떻게 될까?’공항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정국진이 세강그룹에 손을 쓴 것이었다. 그래서 로열 글로벌에게 손을 쓴 게 강이한이라는 걸 알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유영이 요즘 강이한의 주위를 맴도는 것도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이유영은 박연준을 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박연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게…” “유영 씨, 강이한에게 협박당한 거 아니죠?” 박연준이 물었다. 원래 좋지 않던 이유영의 안색은 그의 말을 듣자 더 차가워졌다. “당신도 외삼촌처럼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할 건가요?” ‘외삼촌은 강서희와 한지음의 가면을 뜯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전엔 나도 강이한과 이혼하는 게 끝일 거라고 생각했고.’그뿐만 아니라
이번엔 박연준이 준비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거였다. 만약 미리 방비했다면 강이한에게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이유영의 마음도 조여왔다. “연준 씨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이유영은 매일 한 침대에서 잤던 자기도 강이한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은 더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걱정되었다. 그렇게 쉽게 박연준과 로열 글로벌을 흔들었는데, 정말 화가 나면 어떻게 될지 두려웠다. “날 못 믿는 거예요? 아니면 유영 씨 외삼촌을 못 믿는 거예요?” “저…” 순간, 이유영은 박연준에게서 몰아붙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연준은 그녀가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고 손으로 펴주려고 다가갔는데 이유영은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하지만 뒤통수가 남자의 다른 한 손에 닿았다. “이러지 마요.” “여기에 근심 걱정이 있어서는 안 돼요.” 이유영의 마음은 부드러운 박연준에 의해 약해졌다. 거절해야 하는데 산 같은 박연준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실, 연애하는 7년 동안, 이유영은 항상 강이한을 의지했다. 평생 의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그녀가 처음으로 강서희를 언급할 때 그는 차가운 태도로 그녀를 경고했다. 이유영은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강이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평시엔 의지가 되었지만, 유독 강서희와 상관있는 일이라면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한지음까지 나타난 후, 강이한은 이유영의 세계에서 죽은 사람처럼 그녀 혼자 절망의 심연을 직면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한 번도 이유영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박연준의 손에서 전해오는 부드러움이 그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 느낌을 들게 했다. 그녀는 그런 느낌이 두려웠다.왜냐하면 이런 느낌은 빠져들기만 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울고 싶어요?”그녀의 촉촉한 눈시울을 보며 박연준의 말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이때 이유영은 정신을 차리고 그의 곁에서 떨어졌다.“이…
강씨 본가. 강서희는 방에서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핸드폰 안의 사진을 보더니 발송했다. ‘이유영, 조용한 생활을 두고 왜 하필 이러는 거야?’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배준석 도련님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희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알았어.” ‘드디어 돌아오는구나. 좀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돌아와서 다행이다.’ 전화를 끊은 후 강서희는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진영숙은 막 나가려고 했는데, 귀부인의 메이크업에 새로운 헤어스타일까지 더욱 귀티가 났다. 강서희가 내려오는 것을 본 그녀는 잠깐 멍했다가 강서희에게 말했다. “내일 진씨 가문의 도련님이 돌아온다고 하니까 가서 만나봐!” 저번의 소개팅은 실패했지만 진영숙은 줄곧 강서희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상업결혼은 아니더라도 강서희는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강서희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엄마, 나 결혼하기 싫어.” “그게 무슨 말이야? 결혼하지 않으면 평생 내 곁에 있을 거야?” “나 평생 엄마랑 함께 있을 거야.” 강서희는 다른 건 몰라도 말은 잘했다. 그래서 진영숙도 책망하다가 부드러운 얼굴로 변했다. “말 들어. 진씨 가문은 보수적인 집안이라 내일 단아한 옷으로 입고 가. 알았어?” “엄마!” “됐어. 나 일 있어서 나가봐야 해.” 말을 마치고 진영숙은 가방을 가지고 나갔다.나이가 50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젊었을 때 엄청 미인이었을 것 같았다. 진영숙이 나가자 강서희의 눈빛은 순간 날카로워졌다. 왕숙은 아래층에서 고개를 돌리자 바로 그녀의 위험한 눈빛과 마주쳐 가슴이 덜컹했다. “아가씨.” “왕 아주머니.” “네!” “떡 좀 만들어줘.” 강서희는 기분이 좋아서 내일 소개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배준석이 와 이유영을 기다릴 장면을 생각하니 그녀는 가슴이 후련했다. 왕숙은 고개를 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