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강그룹에 도착하자 이유영은 조형욱, 이시욱과 직원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부서마다 긴급회의가 열렸는데 강이한의 엄숙한 모습을 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이유영의 마음은 차가웠다. 해외의 프로젝터가 문제가 생긴 건 엄청 난 일이었다. 그래서 각 부서에서 모두 돌아와 야근을 하며 문제를 처리했다. 3시간 후, 강이한은 이유영이 맞은편에 앉아 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유영은 강이한의 눈빛을 느끼고 정신을 차려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이 회사가 오늘 망했으면 좋겠어.” “너 오늘 잘 처리하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도 잘 생각하지 마.” 그의 말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유영도 자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건 명백한 복수야! 외삼촌이 그에게 한 화풀이를 나도 함께 감당하라는 거야.’ 강이한은 화를 돋우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유영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너 대단하잖아? 그럼 거의 다 해결했겠지?” 이유영이 화난 말투로 말했다. 그건 강이한이 예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었다. 예전엔 회사에 어떤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나도 그녀가 걱정할까 봐 절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유영도 커리어우먼으로서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너희 외삼촌 그렇게 대단한데 하룻밤에 해결될 리가 없잖아?” “너…” 이유영은 화가 나서 그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요즘 그녀는 매일 바빴다. 오전에는 발표회의 일로 바쁘고 오후에 가든에서 회의를 마치면 다시 박연준의 일로 바빴다. 동교 신도시의 공사도 시작되었다. 안 그래도 힘들어서 쉬고 싶은데 강이한이 이럴 줄은 몰랐다. 강이한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피로가 가득한 이유영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유영은 당장이라도 자고 싶었다.특히 지금 여기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 바로 이유영이었다. 게다가 밤이라 그녀는 지루해서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그런데 강이한의 사무실에 사람들이 들락날락거려서 잠을 잘 수가
“집에 준비 다 해놨어. 오늘은 출근 안 해도 돼.”밤새 야근을 했으니 사장님은 회사에 나오지 않겠지.차에 탄 후, 이유영은 강이한과 떨어져 앉으려고 했다. 하지만 강이한은 일부러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이시욱이 운전했는데 이 시간의 거리는 차량도 적고 엄청 조용했다.이유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 좀 놔줘.”“이젠 네 외삼촌한테 무슨 짓을 하라고 하지 않겠지?”“무슨 뜻이야? 내가 그랬다는 말이야?”“아니야? 네 외삼촌이 널 엄청 사랑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안 그래도 화가 난 이유영은 그의 말을 듣자 더 화가 났다.만약 정말 그녀가 외삼촌과 강이한이 이렇게 대치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면, 그날 강이한이 그런 짓을 했을 때 가장 먼저 외삼촌과 박연준에게 말했을 것이었다.“나는 떳떳해서 그런 뒤통수를 치는 일을 하지 않아. 내가 네 여동생과 한지음 같은 사람인 줄 알아?말을 마치자 차 안의 공기가 조용해지더니 남자의 숨결도 응결되었다.이유영은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그녀는 강이한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저번 생에서도 강서희에게 당한 후, 강이한에게 말하자 돌아온 건 그의 가책과 경고였다.그 후로부터 그녀는 다시는 강이한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그녀가 강씨 가문에서 받은 억울함을 말하기 싫어서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한 번으로 남자의 태도를 알았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은 점점 어두워지는 강이한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갑자기 이유영을 품에서 놓고 거리감을 유지했다.이유영은 속으로 조롱했다.“서희가 널 싫어하는 건 우리 엄마 때문이야. 그러니까 이젠 신경 쓰지 마.”“…….”‘그래서? 그게 무슨 뜻인데? 전에 강서희가 나에게 그렇게 대한 건 모두 진영숙 때문이다?’인정하기 싫지만 강서희는 아주 똑똑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지금 무슨 말을 해봤자 그가 믿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왜 말을 안 해?”이유영이 말을 하지 않자 강이한은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
두 사람이 홍문동으로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준비되었다. 이유영은 식탁에서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 차에서 강이한이 다시 한번 강서희의 편을 든 후부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왠지 강이한은 폭풍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유영아.” 결국, 강이한은 참지 못하고 평온을 깨뜨렸다. “왜?” “전에 본가에서 너에게 잘 대해주지 못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다 지난 일이잖아.” “지금 나보고 따지지 말라고 권하는 거야? 아님 우리 외삼촌을 봐서 지나가라는 거야?” 이유영은 비웃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알던 과거와 다른데. 비록 강이한이 외삼촌의 도움 없이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진영숙이 나에게 준 느낌은 좀 다른 것 같아.’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다. “너희 엄마,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겠지? 자존심을 버리고 날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 너에게 별로 자신이 없나 봐!” 이유영의 말은 점점 과분해졌다. 그러자 강이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이유영이 이렇게 자신의 어머니를 말하는 게 싫었다. 진영숙이 어떤 사람이든 강씨 가문의 후계자를 정할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그 부분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왜 강이한에게 집안이 걸맞은 여자와 결혼하라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엄마로서 자식을 감싸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설령 자신이 보호할 수 없더라도 의지할 곳을 찾아주려고 하는 게 엄마의 마음이었다. 강이한은 필요 없지만 엄마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너 몇 년 동안 강씨 본가에서 살면서 둘째 삼촌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둘째 삼촌?’ 이유영의 인상 속에 강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가장 무섭게 날뛰던 사람이 둘째 삼촌이었다. 강이한은 줄곧 삼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바 분파 간에도 비율이 클 뿐만 아니라 본분을 지키지도 않았다. “우리 아버지의 일이 그와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영아, 엄마도 강씨 가
“예전이든 지금이든, 그리고 미래든, 넌 네 엄마와 동생의 문제를 한 번도 직시한 적이 없어. 그리고 그 후엔 한지음까지!” “…….” “강이한, 예전엔 아무런 배경이 없어서 고분고분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우리 외삼촌과 외숙모의 말을 들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재결합하지 않겠다고. 알겠어?” 간단히 말해서, 그가 자기 어머니와 강서희 쪽에 서있으면 그녀도 외삼촌과 외숙모 편에 서겠다는 뜻이었다. 이번에 강이한이 외삼촌에게 손을 쓴 게 바로 이유영의 마지막 한계였다. ‘이 남자가 혼인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야. 그래서 내가 그동안 고생을 한 거야.’ “유영아.” 강이한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이제야 이유영이 강씨 집안에서 어떤 억울함을 당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건 이유영의 마음속의 넘을 수 없는 고비였다. “나도 예전엔 너처럼 우리 두 사람의 일이니까 홍문동에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어.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사람이 당신을 괴롭히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괴롭힌다. 한 도시가 아니라 외국에 산다고 해도 온갖 이유로 널 불러와서 괴롭힌다. “강이한, 난 지금 사업에 집중하고 싶어.” 이유영의 뜻은 명확했다. 개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어떤 공을 들이든 그녀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강이한은 눈썹을 추켜올리더니 위험한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먼저 이 물건들을 보고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을 텐데…….” 그는 말하며 옆에 있던 서류봉투를 그녀에게 주었다. 서류봉투를 본 이유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보지 않아도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너는 날 협박하는 거 빼고 할 줄 아는 게 뭐야?” 이유영은 열어보지 않아도 안에 든 것이 그녀를 협박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씁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방식으로 지내는 사이가 됐어?”
사실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집착하지 않으면 강서희도 이러지 않을 테고, 그러면 이유영도 외삼촌의 말대로 자기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었다. 이혼을 한 순간부터 그녀는 강이한과의 모든 감정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강이한이 놓아주질 않으니 강서희와 한지음도 날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이유영은 조금씩 그 사람들의 추한 모습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 방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날이 밝았다. 강이한은 객실로 가기 싫었지만 이유영이 죽어도 그와 단둘이 있으려 하지 않아서 더 집착했다가는 반대 효과가 나올 것 같고, 밤까지 새워서 힘들어 어쩔 수 없이 객실로 갔다. 이유영은 가운을 입고 손에 와인을 들고 창문 앞에 서있었는데 마치 밤의 요정 같았다. 핸드폰에는 강서희의 번호로 전화를 걸고 있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상대방이 불쾌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뭐야?” “너한테 통지할 일이 있어서.” “이유영?” 이유영의 목소리를 들은 강서희는 정신을 좀 차렸다. 그리고 시간을 한 눈 보더니 불만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너 제정신이야? 이 시간에 전화하게?” 강서희는 늦잠을 자는 습관이 있었다. 원래는 9시까지 자야 하는데 날이 밝자마자 전화가 와서 아주 불쾌했다. 이유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냉소하며 말했다. “너보다는 제정신이야!” “너…….” “강서희, 나는 너와 달라. 넌 사람 뒤통수를 칠 줄밖에 모르는 어둠 속의 빈대야. 내가 전화한 목적은…….”이유영은 잠깐 멈추고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입꼬리를 올리고 계속 말했다. “너의 가면을 한 층 한 층 벗기는 것이야.” “흥, 허세는. 누가 널 믿겠어?” “그건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증거만 확실하다면 네가 강씨 가문의 사람이라 해도 별 수 없겠지.” 강씨 가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일까? 어쩌면 강이한은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녀와의 집착을 통해 알 수 있듯 그 남자는 두려운 게 없고, 안중에 아무것도 없는 남자다. 하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강서희는 냉소하며 물었다. 예전엔 이유영이 자신의 앞에서 이런 표현력이 없었는데, 지금은……. 처음으로 이유영에게 그런 말을 들은 강서희는 마음이 불쾌했다. “그리고 너뿐만 아니라, 한지음도 기다리라고 해.” “그래, 기다릴게.” 강서희는 건방지게 말했다. ‘이유영이 지금의 자리에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있었다면 벌써 움직였겠지. 오늘까지 기다릴 필요 있었겠어?’그러니까 강서희는 전의 흔적들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유영이 절대로 아무것도 조사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증거들은 모두 이유영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에 강서희는 이유영이 발뺌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 전화를 끊은 후, 이유영의 기운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녀는 일부러 강서희를 화나게 한 것이었다. 강서희를 자극해 목덜미를 잡으려는 거다.이유영도 그렇게까지 하기 싫었다. 하지만 돌아오면서 강이한이 한쪽으론 자기에게 집착하고 다른 한쪽으론 강서희 편을 드는 모습을 보고 결정했다. 증거들을 찾아서 강이한을 떨쳐내려고 마음먹었다. ……. 강이한은 정말 피곤했는지 하루종일 출근하러 가지 않았다. 점심을 먹을 때도 내려오지 않았다. 집사는 이유영 혼자만 있는 것을 보고 주방에 음식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적당히 담아서 이유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사모님더러 음식을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이유영은 숟가락을 든 손을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안가!” “하지만 대표님께서 사모님이 안 오시면 화내실 거라고…” 그 말이 집사의 입에서 나오니 좀 웃기긴 했지만 이유영은 그 속의 위협을 알고 있었다. ‘그 자식 정말…….’이유영은 심호흡을 하더니 테이블 위의 와인을 두 모금 마시고 화를 가라앉히고 일어났다. 그녀가 쟁반을 가지러 가려고 하자 하인이 공손하게 말했다. “사모님, 제가 할게요.” 이유영은 손을 내리고 생각했다. ‘나도 하기 싫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이유영은 쟁반을 테이블에 놓았다. 하지만 남자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물었다. “너 불만이 가득한 것 같은데?” “네 생각엔 내가 어떤 심정이어야 하는데?” “나와 재결합하면 네 생활도 좋아질 거야. 예전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면 좋잖아?” 이유영은 냉소하며 생각했다. ‘누가 들으면 예전에 그의 곁에서 엄청 행복하고 자유로웠는 줄 알겠네.’ “예전에 네 곁에서도 아무것도 못 했는데. 강이한,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이유영은 조롱이 섞인 말투로 물었다. 그녀는 분명 자기 와이프도 보호하지 못했다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강이한은 이불에서 나와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화난 말투로 물었다. “그래서, 결국은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이야?” “지금 내가 지나간 걸 물고 늘어진다는 뜻이야?” “이유영!” 이유영은 강이한의 분노한 눈빛과 마주쳤다. 원래 잠을 못 잔 데다가 방금 일어나서 그녀의 태도는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 “밥 먹어!” “예전엔 미안해…….” 결국 말을 했다. 아직은 많은 일들이 조사 중이긴 하지만 그는 이유영이 자기 곁에서 멀어지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관계를 좀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유지하는 건 아무에게도 좋을 게 없으니까. “사과가 쓸모 있다면 내가 사과할 게. 미안해, 내가 널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니까 날 놓아줘.” “너…….” 강이한은 말로 지금의 이유영을 이길 수 없었다. “이러면 너에게도 좋을 게 없어.”그의 뜻을 알아들은 이유영은 원래 안 좋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내가 프로젝트 두 개 배상해 줄 게.” 이유영은 프로젝트 두 개를 배상해 주는 한이 있어도 다시는 그와 엮이기 싫었다. “네 생각엔 우리 사이에 프로젝트밖에 없어?” “이혼할 때 나에게 준 걸 다 돌려주면 적진 않을 텐데?” “이 망할 여자가 정말!” 이유영은 말할수록 점점 심해졌다. 강이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녀를 안고
강이한은 깊은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이유영을 가리켰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의혹들이 가득했다. 강이한은 혼란하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봐?” 이유영은 강이한의 눈빛이 불편해서 불쾌한 말투로 물었다. 강이한은 눈썹을 찌푸리고 이유영을 바라보았다. “예전의 일, 정말 너와 상관 업어?” 강이한이 물었다. 비록 전에도 이유영이 해명했었지만 지금 그는 이유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표정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유영은 그가 갑자기 이런 문제를 제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비웃으며 말했다. “상관있든 없든 너에게 무슨 의미가 있어?” ‘진실이 어떻든 이 남자는 모두 나와 상관있다고 생각하는데 해명해서 뭐 해?’ “이유영!” “넌 네가 믿고 싶은 대로 믿잖아?” 강이한의 세계에선 항상 그랬다. 이유영은 그가 자신을 믿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강이한이 믿는 건 오직 자신과 증거뿐이었다. 증거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예전에 모든 증거가 이유영에게로 가리킬 때도 강이한은 더 많은 걸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많은 일이 일어난 지금에야 나에게 와서 물어본다고? 웃겨!’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강이한은 짜증 나서 머리를 긁었다. 어떤 일의 깊이는 조사할 수 없었다. 전에도 모든 증거가 이유영을 가리킬 때 강이한은 다른 걸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른 게 튀어나오자 모든 게 맞지 않았다. 지금도 모든 증거는 이유영을 가리키지만 그 속에 발견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었다. …….계좌이체 기록으로 봐서는 이유영에게로 가리키고 이유영이 한 것처럼 보이지만 통화기록과 연결해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강이한은 협박을 통해 이유영을 홍문동에 잡아놓고 한 편으로는 과거를 조사했다. 이시욱이 홍문동에 왔다. “대표님!” “정말 아무것도 없어?” 전에 전화로 이유영이 인터넷 폭력을 당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시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