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3화

작가: 진헤이
불과 이틀 시간이다.

소탈하고 대범하던 이유영이 강이한에게 이렇게 짓눌리게 되다니. 하지만 그녀도 보통내기는 아니다.

달갑게 받아들이고 넘어갈 리가 없다.

게다가 이유영과 강이한은 어디 보통 사이인가. 원래는 이혼 후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서로 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강이한의 기세를 보니 이유영을 놔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강이한의 수단을 보니 대단한 가문과 정략결혼을 시켜 강씨 가문을 키우려는 것도 진영숙의 일방적인 생각이다.

강이한은 그런 것 따위 필요없었다.

……

점심시간이 되었다.

강이한으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이유영을 골치 아프게 했다.

“지금 바로 내려와.”

이유영이 대답이 없자 강이한이 다시 말했다.

“내려오라면 내려와!”

이유영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유영은 이를 악물고 강이한을 참고 있다.

그런데 이 갑작스러운 행동은 뭐지?

그녀는 순간 당황해났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머리를 굴려보았다. 다시 합치는 건……아니야, 이건 아니야!

“난 식사 생각 없어. 좀 이따 회의가 있어서 이만.”

이유영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회의 약속이 잡혀 있었다.

상대방이 뭐라 하기도 전에 이유영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현우의 말을 새기고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시작하시죠.”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오늘 회의 주제는 어제 있었던 일에 관해서이다.

이유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이한이 자료를 회사 내부로부터 전해 받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유영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지현우에게 말했다.

“재무실장 좀 오라고 하세요.”

“네.”

지현우는 영문을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오늘 회의는 재무실에서 참석할 필요가 없었다.

필경 전 대표가 남겨놓은 것들이고 자료만 봤을 땐 재무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래도 이유영의 지시대로 재무실에 전화해서 회의 참석 요청을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재무실장이 올라왔다.

“대표님.”

그의 얼굴에서 불안함이 보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14화

    “대표님도 그동안 힘드셨을 텐데.”지현우가 조곤조곤하게 말했다.이유영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지 비서님,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 말씀해 보세요.”이번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다.자칫하면 아무리 크리스탈 가든 같은 대기업이라도 불필요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그것은 이유영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지현우도 그것쯤은 알고 있다.두 사람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지현우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순간, 펑 하는 굉음과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누군가 밖에서 발로 찼다.순식간에 이유영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들이 일제히 문 쪽으로 돌려졌다.문 어구에는 강이한이 얼음장 같은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워낙 화가 나있던 이유영은 지금 폭발하기 직전이다.하지만 강이한이 위협하는 눈짓을 보고 애써 화를 꾹꾹 누르고야 말았다.“강이한 씨, 이건 좀 실례인 것 같습니다만?”강이한이 길쭉한 다리로 이유영에게로 다가갔다.기세등등한 모습이 다가올수록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조마조마해났다.그들도 당연히 강이한의 얼굴을 안다. 그리고 그와 이 대표가 이혼 한 사실도 알고 있다.그런데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지?헉! 강이한의 행동에 다들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떻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이유영은 입술이 따가워났다.방금 전 강이한의 위협에 화는 이미 어느 정도 가라앉혔었다.하지만 지금은 참으려야 참을수가 없다. 이유영은 강이한의 뺨을 치려고 손을 올렸다.찰나, 강이한이 손목을 잡아당겨 그녀를 품안에 꽉 껴안았다. 이유영은 화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조그마한 몸집이 강이한 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강이한이 가정폭력 버릇은 없었기 망정이지 아니면 이유영의 덩치로 진작에 맞아죽었을 것이다.강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투로 품에 있는 그녀를 감쌌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당황해서 멍해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대표가 피곤하답니다. 오늘 회의는 끝났습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15화

    이유영은 다짜고짜 강이한을 때리기 시작했다.이유영이 참다못해 발광하자 강이한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그녀의 손목은 참 가늘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질 것만 같았다.이유영은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그녀는 강이한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분노로 인해 그녀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이 되어있었다.“이제야 눈이 뒤집히는 느낌을 알겠지? 더 설쳐봐 어디? 어?”강이한이 키스를 했다.그는 시비를 걸고 있다.이유영은 알고있다. 강이한이 지금 그녀가 이혼하자고 한 일을 가지고 시비 걸고 있다는 것을.“우리가 왜 이혼했는지 몰라? 무슨 낯짝으로 날 찾아와서 시비 걸어?”“네가 이혼하자고 설친 거잖아. 너 아니면 누굴 찾아?”“감정 따위 그렇게 정리가 안돼? 내려놓지 못하겠어?”이유영은 이성을 잃었다.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그냥 이혼을 했을 뿐인데 강이한이 이렇게 복수할 줄은.하긴 예전에...이유영은 큰 숨을 들이쉬고 물었다.“너 요즘 한가해 보인다?”“응, 네가 프로젝트 두 개 가로채간 덕분에 한가해.”이유영은 말문이 막혔다.“......”또 부지 얘기다.“그건 내 실력으로 얻은거야.”“그 프로젝트 원래는 내 거거든. 내 거 뺏으면 안 될 텐데?”뺏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이유영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의 강이한은 참...재결합의 ‘재’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그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재결합을 위해서이다.점심 식사 중이다.이유영은 음식이 무슨 맛인지 음미할 겨를도 없이 빨리 먹었다.다 먹고 나서 여유만만한 강이한을 바라보았다.“나 이제 가도 되지?”냅킨을 테이블에 내치며 말했다.강이한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가봐.”이유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강이한이 옆 테이블에 대고 소리쳤다.“시욱아, 해외에 전화 좀 걸어봐.”이유영이 다시 풀썩 주저앉았다.강이한은 입꼬리를 올리고 그녀를 봤다.“됐다. 안 걸어도 돼.”이유영이 무섭게 째려보았다.눈빛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강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16화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씹어 삼키고 싶었다.……이유영은 사무실에 돌아왔다.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쳐다봤다. 그러나 그녀의 신분이 두려워 감히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지현우가 그녀 사무실에 따라 들어왔다.그리고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대표님, 강이한 씨와는...”“회장님께는 말씀 안 드렸죠?”이유영이 지현우의 말을 잘랐다.지현우가 고개를 흔들었다.“회장님은 모르십니다.”“모르셔야 해요.”“이건”“지 비서님, 로열 글로벌 그룹, 태산처럼 굳건하지 않아요.”이유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녀도 이 최근에야 알았다.전에 강이한은 정말로 그녀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혼에 동의한 것도 그에게는 그녀의 장난을 방치하는 것에 불과했다.그 둘 사이는 종이 한 장으로 끝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게다가 강이한은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외삼촌도 그의 본모습을 본 적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알겠습니다.”지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정국진 옆에서 민첩한 관찰력을 믿고 일해왔다. 이 순간 그는 이유영에게서 두려움의 냄새를 맡았다.이유영이 강이한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구나.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강이한은 이유영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돌아섰다.그는 회사가 아닌 강 씨 저택으로 향했다.이곳은 이유영과 결혼 후 들른 적이 별로 없다.진영숙은 아들이 온 것을 보자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많이 온화해졌다.이제야 아들이 비슷한 가문의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 전에 걱정하던 일들은 이제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너랑 이유영, 어떻게 됐니?”진영숙이 우아하게 차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그녀의 홀가분한 표정과는 반대로 강이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어머니, 전에 그 애를 위협하셨어요?”“뭐? 걔가 너한테 뭐라고 하던?”진영숙은 이 말을 들은 순간 기분이 망쳐져 표정이 바뀌었다.위협이라면, 전에 이유영을 위헙하고 윽박질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강이한이 모르고 있는 것들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17화

    진영숙은 강이한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불안해졌다.“네가 날 원망하는 거 알아, 하지만 이한아, 그건...”진영숙은 할 말이 없었다.강이한이 다시 물었다.“일 년 전이라고 하셨어요?”“응, 가장 최근이라고 일 년 전이야. 그 뒤로는 너도 알잖아. 그 일 때문에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걸.”이건 강이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진영숙과 이유영 사이에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아는 강이한이 진영숙이 이유영의 트집을 잡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일을 만들어 진영숙을 잡아둔 것이다.일 년 전...그럼 진영숙 쪽이 아니다.강이한이 일어서서 나가려 하자 진영숙은 어리둥절해졌다.“왜, 걔가 너한테 뭐라고 하더니?”진영숙은 이유영이 지금의 위치에 서있으니 꼭 강이한에게 자신의 안 좋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답은 강이한이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뿐이었다.강이한의 태도를 보아 이유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진짜 뭐라고 했으면 오늘 본가에 들러서 이렇게 몇 마디 대화로만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동안, 강이한이 이유영 때문에 진영숙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왕숙이 어디선가 불쑥 나와 진영숙의 뒤에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작은 사모님이 재주가 꽤 있는 모양이네요.”“어디 꽤 있는 뿐이겠나. 내가 말이야, 전에 걔를 너무 쉽게 봤어.”진영숙은 지금 이 일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런데 지금... 꼭 작은 사모님이어야 해요?”왕숙이 물었다. 뭔가 다 생각이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진영숙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지금 다른 방도가 없지 않나.”다른 사람을 찾는다?서로 잘 아는 집안이 아니면 또 어떤 꼴 당할지 누가 알겠는가.이번에 유경원에게서 한 수 배운 셈이다.“사모님, 지금은 작은 사모님이 재결합 동의한다고 해도 강씨 가문에 좋지만은 않을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지?”“생각해 보세요. 작은 사모님이 지금은 대단한 외삼촌이 생겼지만 예전에 사모님께서 작은 사모님을 성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18화

    왕숙은 제자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나있었다.......진영숙이 혼자 생각에 잠겼다.강서희를 며느리로 삼다니, 그녀는 줄곧 서희를 딸로 생각해왔다.주변 사람들은 다 강서희가 입양 딸인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입양 딸이 며느리가 되는 건... 게다가 전에 이유영 일도 있었고...왕숙의 말대로 했다가는 강 씨 집안 체면이 더 보기가 좋지 않을 것이다.백 번 양보해서 정말로 왕숙 말대로 된다 해도 진영숙 자신이 제일 먼저 나서서 말릴 것이다. 강서희는 그저 입양 딸일 뿐이고, 차라리 이유영 쪽이 낫다.......강이한이 본가에서 나와 차에 탔다. 그러고는 애꿎은 담배만 한대 또 한대 태웠다.차 문이 열리더니 강서희가 순진하게 웃으며 올라탔다. “오빠, 무슨 일로 급하게 불렀어?”강이한은 눈앞에 있는 강서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진지한 표정과 차가운 시선에 강서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강서희는 말하면서 얼굴을 만졌다.그녀는 아주 영리하다.강이한이 이토록 급하게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중요한 일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오면서 짐작은 했었다.이렇게 급하게 부른 것은 처음이니 말이다.강이한은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지고 물었다.“네가 보기엔 이유영 어떤 것 같아?”강이한이 말을 꺼내자 강서희는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몸까지도 잠깐 멈칫 했으나 금방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깍듯하게 말했다.“좋아. 좋은 사람이지.”“좋다고?”“응, 좋아!”“어디가 좋은데?”강이한은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물었다.강이한의 진지한 모습에 강서희는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왜 그래?”“내가 묻잖아, 어디가 좋냐고?”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자 강이한의 말투가 차가워졌다.이때, 강서희의 얼굴은 창백해져가고 있었다.마음속은 모든 것들이 한데 뒤엉켜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특히 이 순간 강이한은 뭔가 알아챈 것 같은 눈치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19화

    강서희는 얼마나 강한 심장이어야 강이한의 예리한 질문에 버틸 수 있었는지 모른다.반나절이 지났다.강이한이 또 뭘 물을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 찰나, 강이한이 마침내 그녀를 놔줬다.“나가 봐.”이 말 한마디에 강서희에게는 사면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이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다.이전에는 강이한을 대할 때 항상 그의 옆에 붙어있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싸늘한 기운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강서희는 차에서 내려서 갔다.차 안에 홀로 남은 강이한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진영숙과 강서희 둘 다 거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유영이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크리스탈 가든.방금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에 돌아온 이유영이 정국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정국진이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너랑 강이한 다시 합치기로 했냐?”“외삼촌!”“그 자식이 널 위협하던?”“......”이유영은 깨질듯한 머리를 짚었다.“그런 적 없어요!”이 안의 이해관계를 알고 있기에 이유영은 더욱 말을 조심히 했다.일부 상황은 그녀도 원치 않았다.“유영아!”전화기 상대편에서 어금니를 물고 말했다.이유영은 눈을 감았다 떴다.“정말이에요...”“지현우랑 조민정이 말한 거랑 네 말이 전혀 다르구나. 내가 순정동에도 전화해 봤다. 네가 돌아가지 않았다더구나!”“……”“조민정이 너 홍문동에 있다고, 너 데리러 간다고 했어!”아, 조민정!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도...“조민정과 지현우를 탓할 것 없다. 네 곁을 지키라고 내가 보낸 사람들이니 내가 물으면 숨김없이 말할 수밖에 없지.”“……”그래, 좋아.외삼촌의 사람들이다.정국진도 똑똑한 사람이다. 조민정과 지현우의 대화에서 이미 강이한이 지금 이유영의 삶에 뛰어들어 어떻게 헤집고 다니는지 눈치챘다.“그 자식 참 대단해, 감히 우리 크리스탈 가든에 가서 난리를 피우다니. ”“외삼촌.”“내가 바로 가마.”“아니, 여긴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네가 어떻게 처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20화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그건 루이스의 팔다리가 잘리게 할 뿐이다.……강이한이 사무실에 돌아오자 이시욱이 따라들어왔다.“도련님.”“네.”“통신사에 가서 걔 통화내역 좀 뽑아와.”걔는 이유영을 가리킨다.“언제 것이 필요합니까?”“지음이 납치되기 전후로.”“이게...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조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이시욱이 대충 가늠해 보니 몇 달은 지났다.“한번 해봐!”“네. 알겠습니다.”이시욱이 머리를 끄덕였다.강이한이 앞에 놓인 컵을 들고 물 한 모금 마셨다. 까만 눈동자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그는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형욱이 들어왔어?”“밤에 도착한답니다.”“내일 좀 보자고 해.”“네. 알겠습니다.”이시욱이 나갔다.사무실에는 혼자 남은 강이한이 미간을 찡그렸다.이유영이 그 사건 전후로 변화가 생겼다. 의심해 볼 만도 하다.분명히 그 사이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도대체 뭘까...그는 눈을 감아 섬뜩한 눈빛을 가렸다.어쩐지 이유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더라니... 예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제일 먼저 달려가 그녀의 유일한 의지가 되어주었다.하지만 그 이후에는...홍문동에서의 난리 법석을 생각해 보면 그때 그는 한지음의 일에 매달려 주위를 돌아 볼 겨를이 없었다.이유영이 혼자 감당한 일들... 그가 아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그가 모르는 건 또 얼마나 있었을까.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알 것 같았다. 그가 없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감당했었을 것이다.핸드폰을 뒤지다 사진 두 장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사진속의 이유영은 맹수처럼 그를 물어뜯으려 하고있다.특히 눈동자에 비친 한이 눈에 띄었다.그 한은 뼛속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한이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사진을 보냈다.……오늘 오후는 평범하지 않다.이유영은 워낙 회의 중이었으나 전화 한 통에 중단되었다. 지현우가 핸드폰을 들고 다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321화

    가슴이 조여왔다.‘강이한은 정말 별의별 짓을 다 하는구나!’기사에는 두 장의 사진이 첨부되었고 모두 그녀가 그를 물고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눈빛을 포토샵한 사진이었다!댓글이 가관이었다.[강 대표님은 이혼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강 대표님 재결합 의심!]쾅...!이유영은 화가 나서 회의 테이블 위의 컴퓨터를 바닥으로 힘껏 밀어버렸다.누가 알 수 있겠는가!강이한과 이런 언론에 엮이는 것을 그녀가 얼마나 꺼려 하는지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앞으로 유명 인사보다도 그녀와 강이한의 관계가 더 오랫동안 이슈가 될 것이다.생각할수록 화가 난 그녀는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이유영은 곧장 회의실을 뛰쳐나갔다.바로 밖에 있던 지현우는 분노에 찬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세요?”“회의를 먼저 맡아줘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네!”지현우는 아직 기사를 보지 못했기에 눈치채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근무 시간이기에 모두 바빴고 기사를 볼 시간이 없었다.강이한도 바로 이 점을 이용해 그녀에게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30분 후, 이유영은 분노에 휩싸인 채  홍원 그룹에 도착했다.이시욱은 그녀를 보고 공손하게 맞이했다.“아...”순간 이시욱은 이유영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호칭을 황급히 바꿨다.“유영 씨!”이유영은 키는 비록 작지만 카리스마는 절대 지지 않는다.“강이한 어디 있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가 차있었다.비서실의 모든 사람들은 이유영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일하기 시작했다.그동안 그녀를 지켜보면서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몇몇 사람은 한지음과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녀를 경멸하는 눈빛이 역력했다.이유영은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고 물론 그들을 보지도 못했다.이시욱이 안내했다.“대표님은 안에서 기다리십니다!”이유영은 화난 채 싸늘한 태도로 사무실로 다가갔다.수많은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강이한 사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7화

    과거에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겼으면서 이제 와서 단 하나의 일로 모든 걸 정리하겠다고 생각하다니?갑자기, 허리에 강한 힘이 느껴졌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순간, 이유영이 강이한의 품 안에 안겨 있었다.따뜻한 숨결이 얼굴에 닿았고 그와 동시에 키스가 마치 폭풍처럼 이유영을 휘감았다.이유영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강이한의 손길은 더욱 강하고 거칠게 그녀를 붙들었다. 그의 숨결에는 알 수 없는 절망과 말을 잃은 듯한 깊은 고통이 서려 있었다.마치 자신을 뼛속 깊이 각인시키려는 듯한 격렬한 집착이 느껴졌다.강이한의 따뜻한 손가락 끝이 이유영의 뺨을 부드럽게 스쳤다. 그리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네가 원하는 게 이런 거라면, 그렇게 해줄게.”서주의 혼란이 자신을 옭아매기 위한 덫이라면, 강이한은 이유영이 원하는 대로 해줄 각오를 다졌다.만약 이것이 이유영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강잏나은 모든 걸 감내하겠다고 다짐했다.“이건 네가 해주는 게 아니야. 그건 네 죄에 대한 당연한 대가일 뿐이야.”이유영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온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눈동자의 이유영은, 내뱉는 말마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차갑게 꽂혔다.이유영을 품에 안고 그녀의 숨결을 느끼면서도 그 숨결에서 단 한 점의 온기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강이한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이유영은 마치 온기를 잃은 사람 같았다.어쩌면 이유영이 가진 마지막 온기는 강이한이 스스로 다 소진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것은 차가움뿐이었다.“네 말이 맞아. 이건 내가 받아야 할 대가야.”강이한은 이유영의 말을 반복하며 인정했다.하지만 강이한이 그게 무엇이든 이유영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다짐했다.강이한의 키스가 다시 한번 이유영을 집요하게 덮쳤다. 그 속에는 강이한의 절박함과 미련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유영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이유영의 손은 강이한의 손에 단단히 붙잡혀 있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6화

    “한지음이 당신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된 게, 내가 마지막으로 알아낸 사실이었어.”이유영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우지와 우현은 이유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유영이 강이한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여자가 이런 고통을 감내했다면 어떤 보상으로도 그 상처를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그들은 그것이 전생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유영이 강이한을 얼마나 증오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강이한이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은 이유영의 분노를 촉발하기에 충분했다.그것은 한 여자가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었다.“그 아이는 존재하지 않아!”강이한은 지금껏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설명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과거에 한지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유영의 반응은 너무 격렬했기 때문에 이유영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는 이유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어떤 일이 있었던지 지금은 분명히 해명해야 했다.“갈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강이한의 온몸이 굳어졌다.이유영의 말은 너무도 날카로웠다. 때로는 이유영의 날카로운 직감이 강이한의 가슴을 찌르고 아프게 했다.강이한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그 고통은 너무도 쓰라리고 견디기 힘들었다.“떠나는 게 나을 거야. 서주에 너무 오래 머물렀잖아. 네가 돌아갔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되네.”이유영의 말은 마치 비웃음과도 같았다.엔테스 가문의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금, 가문의 모든 구성원이 그 문서를 손에 넣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리고 그 문서의 절반은 강이한의 손에 있었다.하지만 절반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온전한 문서가 있어야만 가치가 있었다.문제는 전기봉이 행방불명 상태라는 것이다. 문서의 절반을 가진 강이한에게 이 문서는 귀중한 자산이 아니라 끝없는 골칫거리일 뿐이었다.게다가 그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5화

    한지음은 강이한에게 너무도 중요한 존재였다. 만약 강이한에게 또다시 기회가 주어졌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건 오직 이유영과 아이뿐이었을 것이다.“유영아...”강이한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피가 흐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는 정말 아무런 자격도 없었다. 심지어 고통받을 자격조차 없었다.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곁을 지킬 권리도 자격도 없었고 이유영의 말처럼, 강이한은 정말 아무런 자격도 없었다.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강이한이 이유영의 곁에서 겪었던 내적 변화를.이유영을 바라볼 때마다 강이한의 가슴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으로 아팠다. 그 고통은 뼛속까지 쓰라리고 깊게 파고들었다....점심이 되자 또다시 쓰디쓴 약이 준비되었다.그때 박연준이 찾아왔다.박연준은 강이한과 서재에서 두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이 서재에서 나왔을 때의 무거운 분위기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서주 쪽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우현 씨.”“네, 아가씨.”우현이 이유영의 부름에 공손히 다가왔다.“국물 맛있네요. 한 그릇 더 줘요.”두 사람의 무거운 분위기가 이유영의 마음속에 묘한 위안을 주는 듯 이유영의 말투는 가벼웠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이유영과 강이한, 그리고 박연준 사이의 관계였다.두 사람이 고통 속에 있을 때만 이유영의 마음은 잠시나마 가벼워지는 듯했다.강이한과 박연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눈에서 무겁고 복잡한 감정을 읽어냈다.이유영은 두 사람을 원망하고 있었다.이번 생에서 두 사람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그들을 미워하며 마주할 때마다 이유영의 마음도 무겁게 가라앉았다.이건 인과응보와도 같았다.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이용하지 말라는 말이 떠올랐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들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과거의 강이한과 박연준은 이런 말을 믿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아가씨.”우현은 조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4화

    모두가 아이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했다.왜냐하면 아이가 건강해져야 이유영도 비로소 괜찮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유영의 차분한 말이 이어질수록 강이한의 가슴은 점점 더 답답하게 조여 왔다.“그 아이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까지 목숨을 걸고 지켜낸 아이야.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 아이를 데려가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는 거야?”이유영은 이런 이야기를 지금껏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었다.그러나 지금, 강이한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이유영이 월이를 이용해 이온유를 구하지 못하게 막았는지를.그 아이는 이유영에게 보물 같은 존재였다. 언제라도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며 간절히 붙잡고 있었던 아이였으니, 이유영이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강이한, 너 알아? 난 한 번도 너를 이렇게까지 미워해 본 적이 없었어.”“알아, 나도 알아.”강이한은 이유영을 끌어안으며 팔에 더 힘을 주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왜 이유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게 되었는지를.이유영은 단지 아이와 함께 평온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었다.이유영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는 단순한 바람이 전부였다. 그럴 수만 있다면 모든 원한을 다 내려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단순한 바람마저 결국 강이한의 손으로 모두 부숴버렸다. 그래서 이유영은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그렇게 두려움 속에 갇혀버렸다.그렇게 이유영은 강이한과의 싸움을 이어가며 아이와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강이한은 더 이상 이유영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고 가슴을 찌르는 고통이었다.어디에도 즐거운 기억은 없었다. 그 아이가 자라는 동안 심장은 항상 불타고 있었다.그 누구도, 월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알지 못했다.“그만해.”“이게 네가 듣고 싶어 하던 이야기 아니었어?”“...”“이게 바로 그 아이를 키우며 우리가 겪어야 했던 모든 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3화

    “그때 소군리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어.”그때 이유영의 주변 사람들은 이유영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며 설득하려 했다.하지만 아무리 주변에서 말려도 이유영은 끝까지 버텨냈다.“화상이 심했던 부위는 살을 도려내야 했어. 지금 내 몸에 남아 있는 움푹 패인 흉터들은 그때 생긴 상처를 치료하면서 생긴 거야.”“...”“마취를 할 수도 없었어.”마취를 할 수 없었다는 이 말 한마디는 강이한처럼 강인한 사람마저 몸을 떨게 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몸에 남아 있는 흉터들을 이미 본 적이 있었다. 상처의 넓은 면적을 직접 본 그는 이유영이 겪었을 고통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취 없이 그 모든 과정을 견뎌야 했다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유영아...”강이한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사람들이 그러더라. 아이는 여자가 목숨을 걸고 지켜내는 존재라고. 전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는데 월이를 통해 그 뜻을 알게 됐어.”그때 이유영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지만 배 속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결심만큼은 굳건했다.이유영이 마음 깊은 곳에서 감당해야 했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는 가늠조차 어려웠다.“아무리 조심해서 약을 써도 내 몸 상태 탓에 결국 월이는 조산하게 됐어.”이유영은 마치 별일 아닌 듯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강이한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유영이 겪은 모든 과정이 너무도 무겁고 가혹하게 느껴졌다.“유영아...”강이한은 입술을 움직이며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목구멍은 점점 더 조여 오는 듯했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알고 있어? 월이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거.”아이가 태어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건 착각이었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고통과 불안이 시작되었다.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물며 조산아를 키우는 데는 그보다 훨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2화

    그러나 그 세 글자는 아무것도 메울 수 없었다.이유영은 아무 말 없이 약을 단숨에 삼켰다.쓰디쓴 약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온몸을 떨리게 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약이 이유영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표정과 떨리는 몸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약을 삼킬 때마다 점점 더 가슴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처마 아래 놓인 흔들의자는 이유영이 특히 애착을 가지는 자리였다.강이한이 말했다.“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들어가자.”“대나무 향이 나.”은은하고 차분한 대나무 향기가 이유영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넌 지금 감기에 걸리면 안 돼.”강이한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하고 인내심이 담겨 있었다.“비는 언제쯤 그칠까?”비록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우천시에 대한 기억은 끝없이 내리는 비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 온 후로 비가 그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날씨 예보에 따르면 다음 주 내내 비가 온대.”“...”참으로 기묘한 날씨였다. 어떻게 이토록 비가 쉴 새 없이 내릴 수 있을까?우천시 사람들은 모두 이 기후에 익숙해졌을지 이유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우지 씨에게 수건 잘 말리라고 전해줘. 아침에 보니 수건에서 냄새가 나더라고.”사실 매일 수건을 잘 말리려 했지만 이곳의 습한 기후는 번번이 우지를 난처하게 했다.우지는 매일 정성을 다해 수건을 세탁하고 말렸지만 밤새 뽀송했던 수건도 아침이면 눅눅해지고 냄새가 배어 있었다.결국 매번 건조기에 넣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뽀송하지는 않았다.“알겠어.”강이한은 이유영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살며시 쓸어내리며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홍문동에 있었을 때도 이유영은 항상 완벽한 청결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유영아.”“응?”“그 아이가 자라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 좀 이야기해 줘.”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강이한의 가슴은 미어졌다.“네가 그걸 알 자격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1화

    “기다려야 해!”강이한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강경했다.“...”이유영은 잠시 말이 없었다.이유영의 머릿속에서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맴돌며 무겁게 울려 퍼졌다.강이한은 이어 말했다.“엔데스 회장이 세상을 떠났어. 지금은 우천시에 머무는 게 더 안전해.”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유영은 이전에 엔데스 명우와 얽혔던 적이 있었고 강이한은 이유영이 다시 위험에 휘말릴까 걱정하고 있었다.지금 정씨 가문은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그 이면에 어떤 현실이 숨겨져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이런 시점에서 강이한이 이유영을 위험 속으로 돌려보낼 리 없었다.이유영은 낮게 읊조리듯 물었다.“돌아가셨어?”이유영도 대충 파리 쪽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체로 그 문서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님은 분명했다. 엔데스 가문은 오래전부터 그 문제에 깊이 휘말려 있었고 지금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유영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렇다면 우리 집은...”“네 아버지는 신중한 분이니까 누군가에게 쉽게 휘둘리진 않을 거야.”강이한의 말을 듣고 이유영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지금 이유영이 얼마나 가족을 걱정하고 있는지는 강이한도 잘 알고 있었다.강이한은 잠시 이유영의 얼굴을 살폈다.“그럼, 소은지는?”이유영이 가장 걱정하는 사람이 소은지였다.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와 얽힌 원한뿐만 아니라 엔데스 현우와의 관계에서도 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엔데스 회장의 죽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워질 줄은 몰랐다. 엔데스 가문은 이제 완전히 갈라진 듯했고 그 속에서 이유영이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은지였다.강이한은 미소를 가장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너는 정말 모든 사람을 걱정하는구나.”이유영은 언제나 타인에겐 따뜻했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무척 냉정했다.“...”이유영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40화

    끝없는 어둠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유영의 마음은 서서히 조여 들었다.이유영을 기다리고 있는 건 길고 막막한 나날들이었다.어둠에 갇힌 사람에게 허락된 일은 너무나도 적었다.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둠을 마주하는 데에는 누구에게나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이유영은 지금 그 말을 절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이 어둠을 마주할 용기가 자신에게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나를 파리로 돌려보내 줘.”이유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담담히 말했다.강이한의 마음은 이미 어둠에 억눌린 상태였는데 이유영의 요구를 듣고 나니 더욱 숨이 막혀왔다.“유영아...”“염 선생님은 훌륭한 의사잖아. 그런데 약을 먹어도 전혀 좋아지는 기미가 없어.”이유영의 머릿속에는 수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나아질 기미조차 없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두려웠다.이유영의 말은 그녀의 상황이 얼마나 막막한지 그대로 드러냈다.강이한은 이유영의 말을 들으며 눈에 깊은 고통과 상처가 서렸다.“수술... 생각해 본 적 있어?”만약 정말 수술을 하게 된다면...수술이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눈 수술은 다른 수술과 달랐다. 한 번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염 선생의 도움을 받으면 어쩌면 최소한의 희망은 있었다.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다시 수술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지금 당장 수술을 하면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이한은 두려웠다. 강이한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유영과 관련된 일이었다.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강이한은 그걸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유영아, 나는 두려워.”강이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무겁게 말했다.그가 두려운 것은 이유영의 수술이 실패로 끝나는 일이었다.만약 수술이 실패한다면 이유영은 평생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강이한은 그 끔찍한 결과를 감당할 자신이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039화

    현우는 송연미가 소은지를 괴롭혀 왔다고 믿고 있는 걸까?현우는 틀렸다. 소은지는 현우를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소은지는 깊은숨을 고르고 나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송연미와 넷째 도련님의 관계는 이제 정말로 끝난 건가요?”송연미는 이전에 말했다. 넷째 도련님과의 관계는 이미 완전히 무너졌다고. 왜 그랬을까? 단순히 감정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송연미는 이런 방식으로 송씨 가문과 넷째 도련님 사이의 연을 끊으려 했다.분명한 사실은, 송연미는 강압적인 수단으로 넷째 도련님을 완전히 끊어내면서 넷째 도련님을 심각하게 적으로 돌렸다. 송씨 가문과 넷째 도련님의 관계는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지금 현우가 송씨 가문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결과는 자명했다. 모든 일이 훨씬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그러나 상황은 달랐다.지금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모든 희망을 회장님의 죽음에 걸었었다.그러나 회장님이 떠난 후, 상황은 더욱 복잡하고 무거워졌다.송연미와 넷째 도련님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현우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조용히 말했다.“그건 그 사람들의 문제예요.”그 사람들의 문제라고? 현우는 이미 마음속으로 그렇게 결론 내린 것일까?아니면 과거에 소은지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었던 걸까? 그래서 현우가 송연미와 엔데스 운빈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게 된 걸까?만약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현우가 지금처럼 냉담한 태도를 보일 리가 없었다.소은지는 혼란스러웠다. 현우의 생각을 읽어낼 수 없었다.“그럼, 여섯째 도련님 쪽은 어떻게...”소은지가 엔데스 명우를 언급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이름을 입에 담는 순간, 소은지의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에게 남긴 심리적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가 보였다.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소은지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요. 소은지 씨는 반산월에 잘 머물기만 하면 돼요. 알겠죠?”현우는 소은지에게 더 이상 많은 걸 알려줄 생각이 없어 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