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씹어 삼키고 싶었다.……이유영은 사무실에 돌아왔다.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쳐다봤다. 그러나 그녀의 신분이 두려워 감히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지현우가 그녀 사무실에 따라 들어왔다.그리고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대표님, 강이한 씨와는...”“회장님께는 말씀 안 드렸죠?”이유영이 지현우의 말을 잘랐다.지현우가 고개를 흔들었다.“회장님은 모르십니다.”“모르셔야 해요.”“이건”“지 비서님, 로열 글로벌 그룹, 태산처럼 굳건하지 않아요.”이유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녀도 이 최근에야 알았다.전에 강이한은 정말로 그녀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혼에 동의한 것도 그에게는 그녀의 장난을 방치하는 것에 불과했다.그 둘 사이는 종이 한 장으로 끝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다.게다가 강이한은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외삼촌도 그의 본모습을 본 적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알겠습니다.”지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정국진 옆에서 민첩한 관찰력을 믿고 일해왔다. 이 순간 그는 이유영에게서 두려움의 냄새를 맡았다.이유영이 강이한으로부터 위협을 받았구나.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강이한은 이유영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야 돌아섰다.그는 회사가 아닌 강 씨 저택으로 향했다.이곳은 이유영과 결혼 후 들른 적이 별로 없다.진영숙은 아들이 온 것을 보자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많이 온화해졌다.이제야 아들이 비슷한 가문의 여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 전에 걱정하던 일들은 이제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너랑 이유영, 어떻게 됐니?”진영숙이 우아하게 차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그녀의 홀가분한 표정과는 반대로 강이한의 표정은 굳어있었다.“어머니, 전에 그 애를 위협하셨어요?”“뭐? 걔가 너한테 뭐라고 하던?”진영숙은 이 말을 들은 순간 기분이 망쳐져 표정이 바뀌었다.위협이라면, 전에 이유영을 위헙하고 윽박질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강이한이 모르고 있는 것들이
진영숙은 강이한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불안해졌다.“네가 날 원망하는 거 알아, 하지만 이한아, 그건...”진영숙은 할 말이 없었다.강이한이 다시 물었다.“일 년 전이라고 하셨어요?”“응, 가장 최근이라고 일 년 전이야. 그 뒤로는 너도 알잖아. 그 일 때문에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걸.”이건 강이한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진영숙과 이유영 사이에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아는 강이한이 진영숙이 이유영의 트집을 잡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일을 만들어 진영숙을 잡아둔 것이다.일 년 전...그럼 진영숙 쪽이 아니다.강이한이 일어서서 나가려 하자 진영숙은 어리둥절해졌다.“왜, 걔가 너한테 뭐라고 하더니?”진영숙은 이유영이 지금의 위치에 서있으니 꼭 강이한에게 자신의 안 좋은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답은 강이한이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뿐이었다.강이한의 태도를 보아 이유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진짜 뭐라고 했으면 오늘 본가에 들러서 이렇게 몇 마디 대화로만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 한바탕 난리가 나고도 남았을 것이다.그동안, 강이한이 이유영 때문에 진영숙과 얼마나 싸웠는지 모른다.왕숙이 어디선가 불쑥 나와 진영숙의 뒤에 서서 공손하게 말했다.“작은 사모님이 재주가 꽤 있는 모양이네요.”“어디 꽤 있는 뿐이겠나. 내가 말이야, 전에 걔를 너무 쉽게 봤어.”진영숙은 지금 이 일에 대해서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그런데 지금... 꼭 작은 사모님이어야 해요?”왕숙이 물었다. 뭔가 다 생각이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진영숙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지금 다른 방도가 없지 않나.”다른 사람을 찾는다?서로 잘 아는 집안이 아니면 또 어떤 꼴 당할지 누가 알겠는가.이번에 유경원에게서 한 수 배운 셈이다.“사모님, 지금은 작은 사모님이 재결합 동의한다고 해도 강씨 가문에 좋지만은 않을거예요.”“그게 무슨 말이지?”“생각해 보세요. 작은 사모님이 지금은 대단한 외삼촌이 생겼지만 예전에 사모님께서 작은 사모님을 성에
왕숙은 제자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나있었다.......진영숙이 혼자 생각에 잠겼다.강서희를 며느리로 삼다니, 그녀는 줄곧 서희를 딸로 생각해왔다.주변 사람들은 다 강서희가 입양 딸인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입양 딸이 며느리가 되는 건... 게다가 전에 이유영 일도 있었고...왕숙의 말대로 했다가는 강 씨 집안 체면이 더 보기가 좋지 않을 것이다.백 번 양보해서 정말로 왕숙 말대로 된다 해도 진영숙 자신이 제일 먼저 나서서 말릴 것이다. 강서희는 그저 입양 딸일 뿐이고, 차라리 이유영 쪽이 낫다.......강이한이 본가에서 나와 차에 탔다. 그러고는 애꿎은 담배만 한대 또 한대 태웠다.차 문이 열리더니 강서희가 순진하게 웃으며 올라탔다. “오빠, 무슨 일로 급하게 불렀어?”강이한은 눈앞에 있는 강서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진지한 표정과 차가운 시선에 강서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강서희는 말하면서 얼굴을 만졌다.그녀는 아주 영리하다.강이한이 이토록 급하게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이 중요한 일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오면서 짐작은 했었다.이렇게 급하게 부른 것은 처음이니 말이다.강이한은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던지고 물었다.“네가 보기엔 이유영 어떤 것 같아?”강이한이 말을 꺼내자 강서희는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몸까지도 잠깐 멈칫 했으나 금방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깍듯하게 말했다.“좋아. 좋은 사람이지.”“좋다고?”“응, 좋아!”“어디가 좋은데?”강이한은 진지하고도 엄숙하게 물었다.강이한의 진지한 모습에 강서희는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왜 그래?”“내가 묻잖아, 어디가 좋냐고?”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자 강이한의 말투가 차가워졌다.이때, 강서희의 얼굴은 창백해져가고 있었다.마음속은 모든 것들이 한데 뒤엉켜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특히 이 순간 강이한은 뭔가 알아챈 것 같은 눈치다.
강서희는 얼마나 강한 심장이어야 강이한의 예리한 질문에 버틸 수 있었는지 모른다.반나절이 지났다.강이한이 또 뭘 물을까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 찰나, 강이한이 마침내 그녀를 놔줬다.“나가 봐.”이 말 한마디에 강서희에게는 사면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이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다.이전에는 강이한을 대할 때 항상 그의 옆에 붙어있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싸늘한 기운이 그녀를 두렵게 했다.강서희는 차에서 내려서 갔다.차 안에 홀로 남은 강이한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진영숙과 강서희 둘 다 거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유영이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크리스탈 가든.방금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에 돌아온 이유영이 정국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정국진이 진지한 말투로 물었다.“너랑 강이한 다시 합치기로 했냐?”“외삼촌!”“그 자식이 널 위협하던?”“......”이유영은 깨질듯한 머리를 짚었다.“그런 적 없어요!”이 안의 이해관계를 알고 있기에 이유영은 더욱 말을 조심히 했다.일부 상황은 그녀도 원치 않았다.“유영아!”전화기 상대편에서 어금니를 물고 말했다.이유영은 눈을 감았다 떴다.“정말이에요...”“지현우랑 조민정이 말한 거랑 네 말이 전혀 다르구나. 내가 순정동에도 전화해 봤다. 네가 돌아가지 않았다더구나!”“……”“조민정이 너 홍문동에 있다고, 너 데리러 간다고 했어!”아, 조민정!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도...“조민정과 지현우를 탓할 것 없다. 네 곁을 지키라고 내가 보낸 사람들이니 내가 물으면 숨김없이 말할 수밖에 없지.”“……”그래, 좋아.외삼촌의 사람들이다.정국진도 똑똑한 사람이다. 조민정과 지현우의 대화에서 이미 강이한이 지금 이유영의 삶에 뛰어들어 어떻게 헤집고 다니는지 눈치챘다.“그 자식 참 대단해, 감히 우리 크리스탈 가든에 가서 난리를 피우다니. ”“외삼촌.”“내가 바로 가마.”“아니, 여긴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네가 어떻게 처리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그건 루이스의 팔다리가 잘리게 할 뿐이다.……강이한이 사무실에 돌아오자 이시욱이 따라들어왔다.“도련님.”“네.”“통신사에 가서 걔 통화내역 좀 뽑아와.”걔는 이유영을 가리킨다.“언제 것이 필요합니까?”“지음이 납치되기 전후로.”“이게...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서 조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이시욱이 대충 가늠해 보니 몇 달은 지났다.“한번 해봐!”“네. 알겠습니다.”이시욱이 머리를 끄덕였다.강이한이 앞에 놓인 컵을 들고 물 한 모금 마셨다. 까만 눈동자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그는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형욱이 들어왔어?”“밤에 도착한답니다.”“내일 좀 보자고 해.”“네. 알겠습니다.”이시욱이 나갔다.사무실에는 혼자 남은 강이한이 미간을 찡그렸다.이유영이 그 사건 전후로 변화가 생겼다. 의심해 볼 만도 하다.분명히 그 사이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도대체 뭘까...그는 눈을 감아 섬뜩한 눈빛을 가렸다.어쩐지 이유영이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더라니... 예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가 제일 먼저 달려가 그녀의 유일한 의지가 되어주었다.하지만 그 이후에는...홍문동에서의 난리 법석을 생각해 보면 그때 그는 한지음의 일에 매달려 주위를 돌아 볼 겨를이 없었다.이유영이 혼자 감당한 일들... 그가 아는 것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그가 모르는 건 또 얼마나 있었을까.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알 것 같았다. 그가 없는 동안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절망스러운 상황들을 감당했었을 것이다.핸드폰을 뒤지다 사진 두 장이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사진속의 이유영은 맹수처럼 그를 물어뜯으려 하고있다.특히 눈동자에 비친 한이 눈에 띄었다.그 한은 뼛속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한이다.그는 손가락을 움직여 사진을 보냈다.……오늘 오후는 평범하지 않다.이유영은 워낙 회의 중이었으나 전화 한 통에 중단되었다. 지현우가 핸드폰을 들고 다가
가슴이 조여왔다.‘강이한은 정말 별의별 짓을 다 하는구나!’기사에는 두 장의 사진이 첨부되었고 모두 그녀가 그를 물고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눈빛을 포토샵한 사진이었다!댓글이 가관이었다.[강 대표님은 이혼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강 대표님 재결합 의심!]쾅...!이유영은 화가 나서 회의 테이블 위의 컴퓨터를 바닥으로 힘껏 밀어버렸다.누가 알 수 있겠는가!강이한과 이런 언론에 엮이는 것을 그녀가 얼마나 꺼려 하는지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앞으로 유명 인사보다도 그녀와 강이한의 관계가 더 오랫동안 이슈가 될 것이다.생각할수록 화가 난 그녀는 강이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이유영은 곧장 회의실을 뛰쳐나갔다.바로 밖에 있던 지현우는 분노에 찬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다가와 물었다.“무슨 일이세요?”“회의를 먼저 맡아줘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요!”“네!”지현우는 아직 기사를 보지 못했기에 눈치채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근무 시간이기에 모두 바빴고 기사를 볼 시간이 없었다.강이한도 바로 이 점을 이용해 그녀에게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30분 후, 이유영은 분노에 휩싸인 채 홍원 그룹에 도착했다.이시욱은 그녀를 보고 공손하게 맞이했다.“아...”순간 이시욱은 이유영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호칭을 황급히 바꿨다.“유영 씨!”이유영은 키는 비록 작지만 카리스마는 절대 지지 않는다.“강이한 어디 있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가 차있었다.비서실의 모든 사람들은 이유영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일하기 시작했다.그동안 그녀를 지켜보면서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몇몇 사람은 한지음과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녀를 경멸하는 눈빛이 역력했다.이유영은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고 물론 그들을 보지도 못했다.이시욱이 안내했다.“대표님은 안에서 기다리십니다!”이유영은 화난 채 싸늘한 태도로 사무실로 다가갔다.수많은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강이한 사
이제야 이유영은 이해했다.그는 박연준이 돌아오기 전에 그녀와의 관계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었다.이런 방식으로 그녀에게 탈출구를 주지 않고 도망칠 곳도 없게 하였다!이유영은 이렇게 생각하자 분노가 끌어 올랐다.“강이한, 너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파렴치한 사람이야!”“그건 모르는 일이지.”이유영은 기세등등하게 다가와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에게서 튕겨났다.이제 마음속의 분노는 쌓일 대로 쌓였다.“내가 말해주는데, 정국진이 지금 처한 상황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해, 그가 파리를 뜨는 순간 많은 것들이 확실해질 거야!”“그때 로열 글로벌에서...”“그만 닥쳐!”이유영은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협박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막 할퀴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역력했다.강이한의 말을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정국진이 한동안 전례 없이 바빴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정말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았다면 그럴 리가 없었다.생각할수록 분노에 못 이겨 결국 발만 동동 구르며 뒤돌아 나갔다.씩씩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강이한은 미소를 지었다... 애정이 담긴 미소였다!밖에 있던 이시욱은 나오는 이유영을 보며 말을 건네고 싶었다.하지만 이유영은 바람처럼 쏜살같이 엘리베이터로 향해 지나가버렸고 말을 걸 수조차 없었다.이유영은 정국진에게 전화를 걸면서 엘리베이터까지 탔는데 정국진은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까지 났다.“이유영 씨”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유영은 전화를 끊고 뒤돌아보았다.낯설고 이쁜 여성이었다.“누구세요?”“저녁에 잘 때 악몽 안 꾸세요?”여자는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대놓고 물었다.이유영은 안 좋았던 안색이 더욱 굳어졌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날카롭게 그녀를 계속 쳐다만 보았다.여자는 이유영에게 손을 내밀었다.“정윤아에요, 한지음과 어릴 적부터 친구였어요, 정확하게는 서로 의지하면서 끈끈하게 같이 자란 사이에요.”‘어쩐지 눈빛에
한지음과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이유영은 태도가 좋을 수가 없었다.특히 자신을 한지음과 엮는 것을 싫어했다. 엮이는 순간 자신의 신분이 추락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사실 이유영과 강이한의 사이가 소문나면 제일 조급한 사람은 강서희였다.강서희는 절대 한지음의 일이 끝난 후 이유영과 강이한이 다시 어울리고 심지어 순식간에 이렇게까지 발전하게 될 줄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강서희는 바로 강주로 출발했고 아파트에 도착했다.강씨네는 한지음을 잘 대해주었다. 하인이 두 명이고 월급도 충분히 높아 그녀는 보살핌을 잘 받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그녀의 눈과 귀가 되어준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녀의 세계는 이미 온통 암흑밖에 남지 않았는데!강서희가 도착했을 때 한지음은 과일을 먹고 있었다.“지금 아주 편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강서희의 소리를 듣고 한지음은 얼굴이 어두워졌고 그녀쪽을 향해 입꼬리 올리며 말했다.“좀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벌써 왔네?”강서희는 한지음 옆에 다가가 그녀를 하찮게 내려보며 말했다.“너 똑똑하잖아, 지금의 상황을 맞춰봐”“유경원, 너 어머니한테서 철저히 가치를 잃었지?”‘흥, 똑똑하긴 하네’“하지만 이유영은 달라, 강이한에게 그녀가 얼마나 중요하냐면......”한지음은 강서희의 살기를 느끼고 웃으면서 뜸 들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그들은 10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지냈어, 이유영이 많은 누명을 썼고 강이한도 실망했겠지, 심지어 화도 나고!”“하지만, 화가 난 후에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더라도 강이한은 그대로 받아들일 거야.”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해도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예전 그대로일 것이다.강이한은 이 두 사람이 저질렀던 사실들을 아무것도 모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모른다고 해도 강이한은 여전히 이유영과의 연락을 끊지 않고 있다.왜냐면 이유영이 어떤 사람이든 강이한은 다 받아들이기 때문이다!이것이야말로 강서희를 가장 화나게 만드는 이유다.“네가 그렇게 똑똑하면, 이 모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