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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이유영은 강이한이 내민 손을 무시한 채 홍문동으로 들어갔다. 강이한은 그런 이유영의 태도에 화를 내기는커녕 피식 웃으며 뒤를 따랐다.

고용인들이 이유영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모두 처음 보는 생소한 얼굴들이었다. 전에 있었던 사람들은 강이한이 모두 해고했기 때문이다.

식탁엔 이유영이 좋아하는 요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해서 요리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때? 순정동 것보다 낫지?”

“겨우 저녁 한 끼에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녀는 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군다나 회귀를 겪은 후로, 그녀는 습관처럼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을 피하고 다녔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었다.

과거, 강이한을 증오하며 아이를 밴 채 불길 속에서 죽어가던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에 휩싸였었다. 그녀는 이렇게 해서라도 과거의 불행했던 세월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씻겨내고 싶었다.

“너 아직 모르나 본데.”

강이한이 태연하게 이유영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

“뭘?”

이유영은 강이한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았다.

“박연준이면 몰라도, 넌 절대로 이 청하시에서 나갈 수 없어. 그리고….”

강이한이 말을 하다가 잠시 뜸을 들였다.

“너의 그 잘난 삼촌도 물론 이 청하시에 들어올 수 없을 거야.”

“….”

이유영은 분노를 넘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너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다가 문득 박연준이 떠올랐다. 박연준도 청하시를 나가게 만들었는데, 정국진이 출입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아니, 강이한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았다. 이유영은 절망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적어도 우리 둘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 전까진, 아무도 못 올 거야.”

강이한이 여유롭게 요리들을 먹으며 말했다. 분노의 폭풍우에 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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